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8부 83화 사라진 후작부인의 반지
    2023년 01월 19일 01시 24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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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설마 호화열차에 타서 살인사건을 만나다니! 사실은 추리소설보다도 기이하구나!"

     "그러시면 안 돼요 폐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대도 마음 어딘가에서 이 상황에 가슴 뛰고 있지 않느냐? 응? 자자, 솔직히 말해보거라!"

     "뭐, 1%정도는 그럼 마음도 들기는 하지만..."

     열차에서 살인사건이라니 추리소설 그대로니까.

     

     그런 이유로, 하스컵 부인이 이른 아침 시체로 발견되자, 차내는 큰 혼란에 빠졌다.

     

     "여러분! 진정해주십시오! 부디 조용히! 바로 철도경찰에 연락했으니, 다음 역이면 경찰이 도착할 겁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부인을 죽인 범인이 활개 친다는 뜻이잖아!"

     "농담이 아니라고! 살인귀가 서성거릴지도 모르는 열차에 타고 있을 순 없어! 나는 방으로 돌아가 열쇠를 잠그고 숨어있겠다!"

     사건현장은 이른 아침의 4호차의 복도. 등뒤에서 나이프로 심장을 찔려 사망한 것을, 다른 승객이 발견해 비명을 지른 모양이다.

     

     현제 1호차는 우리들이, 2호차는 황제의 호위기사들이 전세내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손님이 탈 수 있는 곳은 3호차에서 10호차 까지다. 참고로 후라 일가는 4호차에 묵고 있었기 때문에, 부인은 혼자 복도로 나온 차에 누군가에게 공격당했다는 말이 된다.

     

     "폐하, 매우 죄송하지만, 옥체의 안전을 위해서도 부디 가급적 외출은 삼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정을 설명하러 온 차장 본인도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라며 초췌한 표정을 짓고 있다.

     

     "걱정 마라 차장이여! 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

     "오오, 역시 위대한 황제시군요."

     "몰래 숨어있는 것은 내 성미에 안 맞는다! 이렇게 되었다면 내가 손수 범인을 찾아내어 붙잡아주겠노라!"

     "예?"

     "가자 나의 조수여! 뭐 이래뵈어도 나는 요 20년 동안 제국도서관에 있는 추리소설을 질릴 정도로 읽어 들인 남자! 이 명탐정 이그니스만 믿도록 해라!"

     "아, 역시 그렇게 되는 거네요."

     이 사람의 성격상, 사건이 일어나면 남은 며칠은 계속 방에 있으라 해도 들을 것 같지 않으니까.

     

     나를 옆구리에 끼고 의기양양하게 방을 나서려는 이그니스 황제을 보자, 차장이 당황하여 쫓아온다.

     

     "캐롭! 빌베리! 정했다! 이 사건, 내가 해결한다!"

     "폐하! 평소의 그 성격도 이번만은 참아주십시오!"

     "그래! 사람이 죽었다구요! 놀이가 아니란 말입니다!?"

     

     "사람이 죽었으니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 피해자가 나올 수 있지 않느냐! 내 신민이 살해당했으니 황제인 내가 신민의 원수를 갚아주지 않으면 어쩌려는 거냐!"

     그렇게 해서, 언제나 마이웨이한 황제가 한마디 꺼내자 이제 듣지 않겠다고 포기한 측근들은, 마지못해 황제를 따라가게 되었다. 물론 휘말린 내 호위인 크레슨과 올리브도 따라온다. 그보다 말은 캐럽, 소는 빌베리라는 이름이었네요. 처음 들었을지도.

     

     "안심하도록 후라 후작! 그대의 부인을 죽인 범인은 이 내가 반드시 찾아내어 이손으로 정의의 심판을 내려주마!"

     "황제 폐하... 정말 감사한 일이옵니다. 하지만."

     "그래! 사양할 필요 없다! 부인 또한 나의 국민이니! 그런데 그대, 부인의 시체를 방에 갖고 돌아갔다고 하던데, 제정신인가?"

     "부인을 복도에 방치한 채 둘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라벤더도 큰 충격을 받아서, 지금은 2등차량에 있는 밀키의 방으로 대피시켰습니다."

     "그럼, 먼저 부검이다!"

     "폐하! 부인의 시체를 모독하시는 겁니까!? 제발 부인의 명예를 모독하는 짓은 삼가해주십시오!"

     진심으로 화내는 후작에 깜짝! 하고는 방에서 쫓겨난 우리들은, 후라 일가가 숙박하고 있는 방문 앞 4호차의 복도에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참고로 4호차까지는 황제의 근위병들도 망을 보지 않고, 열차의 직원들이 망을 보는 것도 기본적으로 2호차와 7호차뿐이기 때문에 통로에는 아무도 없다. 그 탓에 사건의 목격자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해? 호크."

     "부자연스러운데요. 부인이 살해당했는데도 딸을 메이드한테 맡기고 방치하는 것도, 그리고 부인의 유체를 조사하면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뻔히 보이는 것도, 애초에 부인의 시체가 있는 방에 혼자서 지내는 시점에서 정말 수상쩍어요."

     "그래! 하지만 문을 파괴할 수도 없는 일. 일단 정보수집을 하자꾸나! 그건 그렇고 그대, 상당한 추리력이로구나! 나의 조수로서는 문제없이 일해줄 수 있겠군! 참 잘했어요를 주겠노라!"

     "폐하, 그렇게까지 즐거워하는 소리를 내시면, 후작한테 얻어맞을지도 모르는데요?"

     "이것도 성질이라서 말이다! 따분할 때는 어떻게 이런 상황을 타파할지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이 내 방식이니라!"

     "음~ 좋은 말을 하는 건지 아닌 건지."

     부부가 안 되겠다면 딸한테 묻기로 하여, 다음은 5호차로 향했다. 아무래도 메이드인 밀키 씨는 이쪽에서 숙박하는 모양이다.

     

     7호차의 전방에는 1등 객실 이용자들이 모이는 6호차 앞으로 불한당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열차의 직원들이 교대로 망을 보고 있다. 제복을 입은 남자가 문 앞에 준비된 의자에 앉아있다.

     

     "죄송하지만, 아가씨께선 큰 충격을 받아 잠에 들었습니다. 그러니 면회는 어렵겠네요. 설령 황제 폐하라 할지라도, 저는 여길 들여보낼 수 없사옵니다!"

     "그렇겠네~"

     "심지가 강한 여성은 정말 좋군!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지. 그럼 그대가 알아낸 일은 없는가?"

     "...안주인님의 반지가, 사라졌습니다."

     "반지?"

     "희귀한 축에 속하는, 스타 가넷이란 반지입니다. 희소가치가 높아서 경매에 붙인다면 금화 1천 닢은 받을만한 후작가의 보물이지요. 하지만 안주인님의 반지에서 사라졌지 뭡니까. 분명 범인이 훔쳐간 게 분명합니다."

     "가보라니! 어째서 그걸 밝히지 않았는가?"

     "주인님께서 함구하라 하셨거든요. 이 열차에는 폐하를 비롯해 수많은 명사들도 타고 계십니다. 그런 상황에서 훔쳐간 보석이 있다면서 화물과 방을 조사하게 하는 것은 좀...... 철도경찰이 도착할 때까지는 비밀로 하라고 들었습니다."

     "그걸 우리한테 말해도 괜찮은가?"

     "황제 폐하나 되시는 분께서, 겨우 반지 하나를 원해서 범인을 죽일 거라는 생각은 도통 안 들어서 그만."

     "그래, 그 말대로다. 나라면 먼저 흥정을 하겠지."

     "...제가 이렇게 너무 문 앞에서 오랫동안 대화하고 있으면, 아가씨의 몸에 안 좋을 것 같으니 이만 물러갈까 합니다."

     

     그야, 황제가 새끼 돼지와 함께 6명 정도를 줄줄이 매달고 다닌다면 무슨 일인가 싶을 거야. 정말, 미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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