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프롤로그 8(2)
    2023년 01월 04일 20시 11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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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졌을 때......?"
     "그것도 있지만, 옛 상처가 벌어진 것도 크지. 어차피 얼마 못 가 죽을 목숨이었네. 조용히 여기서 죽어야지."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단지 이를 악물었다.

     노인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와서, 노인은 그걸 손등으로 닦았다. 성가시다는 듯 얼굴을 찌푸린다.

     

     "......마지막으로 햇님 정도는 봐두고 싶었지만...... 대낮까지는 아직 멀었나. 여기는 정오의 30분 정도만 해가 안 비치니까."
     "노인."

     나는 이미, 결심하였다.

     

     "대낮까지는 멀지만 광산의 출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요. 제가 어깨를 빌려드릴게요."
     ".....마음만 받겠네. 아무리 이곳 광산병이 멍청이들이라 해도, 역시 노인과 꼬마를 놓칠 리가 없지."
     "ㅡㅡ레이지, 입니다."
     "음?"
     "제 이름, 레이지입니다. 꼬마가 아니라구요."

     전생에서의 인생은 끝났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레이지라는 이름을 이어나갈까 생각한다.

     단지ㅡㅡ

     

     "레이지의 레이는 0의 零, 레이지의 지는 2의 二"
     "......너, 이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힌가 노인은 모르겠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이 세상에는 내가 아는 한 한자가 없으니까.

     나는 이 세계에서 재출발한다. [0]에서의 시작. 그리고ㅡㅡ누나가 있으니까, 동생으로서 [2번]을 자칭한다.

     

     "그럼 가요. 자, 손을."
     "......진심이렷다?"
     "물론이죠."

     노인은 내 손을 붙잡고는 휘청거리며 일어났다. 나는 상처의 반대편에서 노인을 지택했다ㅡㅡ하지만 마치 안겨있는 듯한 모습이 되었다.

     이 사람한테서는 찌든내가 안 나는 것을 깨달았다. 상쾌한 박하향 비슷한 냄새가 났다.

     

     "윽......"

     아무리 썩은 나무 같은 노인이라고는 해도, 내가 전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힌가 노인을 지탱할 수 없었다.

     

     "갑니다......!"

     이 사람을 이런 곳에서 죽게 놔두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걸어갔다. 한 걸음씩, 착실하게. 거북이급의 느릿한 걸음이었지만, 우리들은 착실하게 광산 바깥으로 향했다. 내가 이 사람을 데려간다는 생각만이 나를 움직이고 있다.

     왜냐면 이 사람은, 내가 전생에서 원했던 [공부]를 가르쳐준 사람이니까.

     누군가에게 [부려 먹히고], [감사도 받지 않았던] 내게, 무상으로 뭔가를 준 사람이니까.

     이 세계에서도 빼앗기기만 했던 내게 [주었던] 두 번째 사람이니까.

     그리고ㅡㅡ내게 최초로 [주었던] 라르크와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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