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프롤로그 9(2)
    2023년 01월 04일 23시 23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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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노인에게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서는 애써 생각하지 않도록 하며, 어깨를 빌려주면서 걸어갔다.

     [삼라만상]이 전해주는 정보로는, 목숨의 한계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뭐가 별 10이냐고, 뭐가 한계를 넘은 천부주옥이냐고. 힌가 노인 하나도 못 살리잖아......

     ......알고 있어.

     나쁜 것은, 나다. 이 스킬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나다. 분명 더욱 좋은 해결책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삼라만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내가 제대로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어금니는 말이지, 의치라네."
     "예? 갑자기, 무슨 말씀을......?"

     방어선은 이미 돌파당했기 때문에, 광산병과 모험가들은 도망친 노예를 쫓고 있다. 입구 부근에는 아무도 없었다ㅡㅡ쓰러진 노예의 시체 이외에는.

     

     "그곳에, 인형(燐熒)마석이라는 희귀한 광석을 담아두었네. 내가 죽으면 그걸 갖고 가라...... 팔면 약간의 돈은 될 테니."
     "......유산이라는 건가요."
     "그 정도는 아니고."

     우리들은 쓰러진 바리케이드를 피하며, 시체를 밟지 않도록 주의하며 나아갔다.

     불어오는 바람에서 메마르고 청량한 것을 느끼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아......"

     바로 저기에, 나무가 솟아나 있었다. 시선을 들면 푸른 하늘이 있다.

     나는, 드디어...... 광산에서 탈출한 것이다.

     

     "이 길은 광산병의 왕래가 많아. 저쪽으로 가자."

     돌아보니 그곳은 깎아지를 듯한 절벽이었으며, 노인은 그것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진 길을 가리켰다. 나는 노인과 함께 북쪽으로 걸어갔다.

     

     "만일 내 손녀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마지막까지 누구도 원망 않고 죽었다고 전해주겠나......"
     ".....손녀, 분이요?"

     "이름은 루루샤. 나를 닮아서, 똑똑하고 귀여운 여자아이였지......"

     

     노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질질 끄는 것처럼 걷는 다리에 언제까지 힘을 줄 수 있을까.

     우리는 비틀길을 천천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느린 속도로 올라갔다. 조금 앞에는 큰 바위가 있는데, 그 맞은편에는 약간의 광장이 있어서ㅡㅡ그곳에는 눈이 따가울 정도의 아침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나아가는 속도는 늦어도, 확실하게 그곳으로 다가가고 있다.

     

     "오오......"

     힌가 노인의 발끝이 햇빛에 닿았고, 다음으로 앞으로 숙인 노인의 백발이, 얼굴이, 상반신이, 몸 전체가 햇빛에 뒤덮여간다.

     나 또한 아침해를 보는 것은 이 광산에 오고 나서 처음이었다. 우리는 비탈길에 의해 나무들보다 높은 장소에 있다. 넓은 대해원 같은 수림의 저편에, 불타고 있는 빨간 태양이 조금씩 솟아나고 있다.

     

     "......이 몸은, 벌을 받기 위해서 있을지니. 죽음으로 갚을 수 없는 죄를 범했기 때문일진저. 하지만, 지금 햇빛을 쐰다는 요행이 찾아왔구나. 천지를 다스리는 만능의 신이시여, 바라건대 이 딱한 아이에게 축복을 주시옵소서......"

    축사에도 가까운, 운율을 실은 말을 들은 내가 고개를 들자, 눈물을 흘리는 힌가 노인이 내게 미소 지어주는 참이었다. 내 머리에 올려놓은 주름투성이의 손이,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쓸었다.

     

     "레이지, 네 인생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마."
     "......고마워요."

     

     아아, 죽는구나. 이 사람은, 지금부터 죽는다.

     그런데도 나의 행복을 기원해 주었다.

     코가 찡해지며 눈 안쪽에서 따스한 것이 올라왔지만, 나는 어금니를 깨물며 감정을 꾹 참았다.

     노인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나는 그걸 받아내지 못하여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내 옆에 풀썩 쓰러진 힌가 노인은ㅡㅡ죽어있었다.

     나는 노인의 입에 손을 넣어서 어금니를 찾았다. 확실히 촉감이 다른 그것을 잡고 빼내자, 그 황색으로 변색된 의치에서는 약간 푸른색의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것이, 힌가 노인이 말했던 인형마석이겠지.

     나는 허리의 가죽띠에 이 의치를 넣었다. 그리고 노인의 몸을 바로 눕게 하고서 양손을 배 위로 모으게 했다. 옷의 더러움을 조금 털어내고서, 눈에 덮여있던 백발도 치워준다.

     

     "......당신이 그럴 생각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게 있어 당신은 틀림없는, 인생의 스승이었습니다.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인생을 살겠다고...... 맹세합니다."

     나는 묵념을 했다.

     하늘 높이 새가 날고,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태양에 따스해진 나의 몸은 포근해졌다.

     

     ㅡㅡ피의 흔적이 있다. 위에도 도망친 노예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목쇠가 들리며, 여러 사람이 다가오는 기척이 들렸다.

     눈을 뜬 나는, 왔던 길로 돌아가지 않고 모래의 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저 앞의 숲은 내가 들어가면 단번에 삼켜질 것만 같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광산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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