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프롤로그 7(2)
    2023년 01월 04일 16시 36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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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째선지, 이 천부주옥이 날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손끝을 슬쩍 뻗어서 구슬의 표면을 만진다. 서늘한 감촉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내 손끝은 수면을 만진 것처럼 구슬에 빨려 들었다.

     

     "아......"

     검은 표면이 쪼개지면서, 안에서 무지개색 빛이 샘솟는다. 빛은 격류처럼 휘몰아치다가 몇 가닥으로 나뉘더니, 방을 돌아다니다 내 이마로 날아들었다.

     

     "아, 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방의 벽을 넘어, 대공동을 넘어, 광산을 넘어, 구름을 넘어, 대기권을 넘어 그곳에 펼쳐진 우주였다.

     

     "그, 렇구나......"

     나는 그때,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이 천부주옥을 쓸 수 있구나......"

     과거의 마음의 상처를 도려내고, 참혹한 살인을 여럿 보고, 거기다가 걷어 차여서ㅡㅡ누나의 손을 뿌리치는 등 여러 일을 겪었는데도 지금의 나는 상쾌한 느낌이었다.

     

     "......내가 이런 식으로 이세계전생을 하다니. 전생과 현생. 두 사람 몫의 인생이 있기 때문에 나의 스킬 칸은 16이나 있는 거야."

    그렇다, 내게는 제대로 이름이 있었다.

     

     "나는 하루미 레이지. 고등학생 때 죽어서...... 이 세계로 전생했다."

     

       *   *

     

     

     창 바깥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교실에 혼자 남아서 익숙지 않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나는, "음......" 하며 기지개를 켰다.

     

     "이제야 끝났다~~~ 피곤해."

     문화제 때 우리 반이 하는 유령 저택. 그런 흔한 것인데도, 나태하고 보수적인 담임교사는 [예산과 계획, 위험방지를 위한 대책을 간추려라] 라며 학급에다 떠넘겼다. 그러자 다른 학생들은 "하루미 군, 해줄 거지~?" 라며 반장인 내게 떠넘기고는 돌아간 것이다.

     이 일은, 일을 하기 위한 일. 어차피 서류를 간추려도 담임은 보는 걸로 끝.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다ㅡㅡ그한테서는 그런 느낌이 보였다.

     

     "하아......돌아가서 공부하자."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뭔가 해주는 일은 거의 없던 것처럼 생각된다. 단지 이렇게 타인한테서 '수고했어', '고마워' 같은 말만 받는 나였다.

     하지만 공부는 날 배신하지 않는다. 공부는 할수록 시험 점수가 오르고, 지망하는 학교 랭크도 올라갈 수 있다. 지금의 나에게 있어 즐거운 일이란 바로 [공부]였다.

     ......그렇게나 헛되냐고?

     그야 뭐, 나도 여자랑 달콤 쌉싸름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는 싶지만!

     

     "이 낮은 키가 말이지......"

     라고 중얼거리며 학교를 나와 자전거를 몰면서, 나는 작고 좀처럼 잘 자라지 않는 자신의 몸을 원망하는 것이었다ㅡㅡ그런 식으로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있던 것이 문제였다.

     자전거는 차도에서 미끄러졌다. 나는 전날의 비에 의해 물이 불어난 배수로에 빠져서, 익사했다.

     

     

       *   *

     

     

     손에 넣은 천부 [삼라만상★★★★★★★★★★]이 무슨 효과를 지녔는지는 바로 이해했다.

     머리에 흘러들어오는 여러 정보야말로 이 천부의 진수. 예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것이 봄의 하늘인 것을 알 수 있으며, 야간에 비가 내릴 것도 알 수 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눈에 보이는 범위의 사상을 알아버리는, 전능감.

     

     "이것이......세계를 다스리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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