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부 54화 위대한 사람한테는 그렇게 불리는 이유가 있다
    2023년 01월 03일 20시 27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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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련님, 아침입니다요."

     "음~ 아직 졸려."

     "아침밥은 계란 후라이와 잘 구운 소시지. 그리고 갈릭 버터를 바르고 구운 빵과 샐러드와 과일 주스인데, 그런데도 계속 잘 생각인갑쇼?"

     

     "일어납니다!"

     버질은 이것 보라는 식으로 쓴웃음 짓고 있다. 올리브는 역시 도련님을 깨우려면 이 방법이 제일이라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다.

     

     "잘 잤니 호크!"

     "안녕하세요 도련님."

     로리에가 들고 온 커피를 마시면서, 아빠가 신문을 읽고 있다. 식당에서는 아빠와 가장 먼 자리에 앉고 있지만, 그럼에도 함께 식사하는 것이 허락된 마리와 하이비스커스가 날 눈치채고 작게 손을 흔든다.

     

     "오우 주인, 빨리 먹게 해줘! 네가 안 오니까 우리도 못 먹었잖아!"

     "자자, 어젯밤 아무리 재밌었다 해도 철야를 시킨 네게도 책임은 있느니라."

     크레슨이 빨리 오라는 손짓을. 가끔 우리 집에 오게 된 하인츠 스승이, 그를 나무란다.

     

     "뭐야, 꿈이구나."

     "왜 그러니? 호크. 무서운 꿈이라도 꾼 거니?"

     "아니 아빠. 지금 꾸고 있어."

     그렇게 중얼거리자, 따스한 행복은 전부 다 꿈처럼 사라졌고, 눈을 떴을 때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해가 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이 세계의 아빠의 시신을 마법의 불로 화장시키고, 그대로 누워있는 사이 어느새 아침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외톨이가 되고 만 나는, 빨리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기합을 넣기로 했다.

     

     자, 기합도 넣은 참에, 이것이 본래 있어야할 사태라면 취할 방법은 지금 생각나는 것만 대략 세 가지.

     

     [패러랠 월드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귀환마법을 짜내던가, [그 세계를 이 세계에 재현해서 덧씌우는] 마법을 만들던가, [구조가 오기를 기다린다] 려나.

     

     일단 가능한 일부터 하나하나 가능성을 모색해서 샅샅이 해나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행히 마도구는 만들 수 있고, 이 세계의 아빠가 남겨준 최후의 비자금, 대략 금화 30닢도 있다.

     

     "그렇게 되었으니,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으니 협력해주세요."

     "오우, 이거 이거."

     그런고로, 확신적 유쾌범 및 위대한 대현자인 마린 교장에게 찾아간 것이다. 역시 학교에 쳐놓은 방어결계와 교장 스스로가 그 퇴학선언의 순간 내게 건 학교 내의 침입을 거절하는 마법을 부수고 워프마법으로 갑자기 나타난 날 보자, 교장이 눈에 힘을 준다.

     

     "하지만 말이지, 갑자기 그런 말을 해도."

     "마음, 읽을 수 있죠 지금? 군말은 됐으니 빨리 이야기를 진행시키시지 않을래요?"

     "너, 그게 남한테 부탁하는 태도여?"

     

     "그러니까 하인츠 스승 이외에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거잖아요 당신. 부탁이니 협력 좀 해주세요. 이거면 될까요?"

     

     "... 초조해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먼저 진정하는 게야. 초조해도 서둘러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게다."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서, 교장은 그 바다와도 같은 색채의 눈동자로 내 눈을 들여다본다. 아아, 정신간섭의 마법인가. 즉시 거부하려다가, 그만둔다. 계속 황폐했던 마음이 진정되어 간다. 자신의 마음이 이랬다는 자각조차도 없었구나 나는.

     

     "이 세계의 아버지는, 목을 매고 죽었어요."

     "그래."

     "아무도, 없어요. 이 세계에는, 아무도, 아무도!"

     눈물이 글썽거린다. 꽉 주먹을 움켜쥐고는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한 내 머리를, 교장이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아마도 나는, 이 세계에서도 살아갈 수 있을 거다. 새로운 인맥을 만들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쌓아서, 그렇게 살아나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모두를 만나고 싶다.

     

     "부탁할게요... 도와주세요..."

     "...고개를 들거라."

     고개 숙인 내게, 교장이 미소 짓는다.

     

     "네가 목에 걸고 있는 그 부적, 하인츠의 비늘이지?"

     "예."

     "이 세계에서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버린 그 녀석이, 자신의 일부를 나눠줄 정도로 널 신뢰했다. 정말, 정말 흥미로운 일인 게야."

     따라오라며 교장이 서재를 미자, 숨겨진 문이 열린다. 미아를 데리고 가는 것처럼, 교장의 썩은 나뭇가지 같은 손이 내 손을 천천히 이끈다. 이상하게도 불쾌감은 없었다. 부끄러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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