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부 49화 영애는 파혼 후에 총애받는다(1)
    2022년 12월 31일 17시 47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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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을까? 저거."

     "당사자들이 납득한 일이라고는 해도, 당분간 사교계는 이 소문으로 들썩이겠네요."

     피클스 브랜스턴 제3왕자와 로사 제로 공작영애는, 식당이 잘 내려다보이는 살롱에서 파혼극의 전말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크가 여혐을 공언한 것은 알고 있다. 약혼녀인 서니가 그것 때문에 7년 동안이나 냉대받았다는 사실도.

     

     그는 언젠가 파혼할 생각으로 가득했으며, 그를 위해서 작위를 받지 않는다던가 사룡을 정벌하면 된다면서 여러 가지로 모색하던 것을, 친구인 로사는 근처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로서는 뭘 그렇게까지 싫어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한다. 자기도 만일 피클스 왕자가 [너랑 결혼할 생각 없다!? 언젠가 버릴 셈이지만, 최악의 경우 그렇게 못했을 때는 쇼윈도 부부로 잘 부탁해! 아, 자식은 필요없어!] 라는 태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견디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니, 호크의 경우는 싫어하지도 않으니 더욱 나쁜 경우라 할 수 있다. 싫어한다는 것은 적어도 뭔가의 감정을 향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진짜로 상관없는 잡동사니로 생각하여, 서니를 거의 없는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해는 된다. 귀족도 아닌 그는 분명하게 아버지의 사리사욕을 위해 정략결혼을 강요받고 있다. 거기다 그의 어머니는 무리한 정략결혼 끝에 불륜을 저지르고, 두 자식을 버리면서 독배를 마셔 자해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런 그의 주위에는 골드 상화의 돈과 권력에 모이는 어리석은 여자들이 날파리처럼 모여들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힘든 것은 서니도 마찬가지. 돈을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시집갈 판이다. 귀족의 영애한테는 자주 있는 일이다. 오히려 연애결혼이라는 환상은 모두 어릴 때 깨져버린다.

     

     학교에서는 호크 골드의 약혼녀라는 이유로 심한 괴롭힘을 당하고, 이제야 로사라는 친구가 생겼나 생각했더니 호크는 멀어지기만 한다.

     

     그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데, 다가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약속을 잡으려고 하면 예정이 있다며 계속 거절하고, 약속없이 방문하면 정말로 집에 없었기 때문에 얼굴조차 보지 못하는 나날.

     

     그녀가 남몰래 눈물을 흘렸던 일도 알고 있다. 수업 중에 만든 수제 손수건을 건네지 못한 채 1년이 지나고 만 것도 알고 있다.

     

     그런 일상이 계속 이어지던 즈음, 자신에게 친절히 대해주는 멋진 남자가 나타나서는, 가드닝이라는 공통된 취미를 통해 사이좋아지며 고독을 달래준다면, 뭐, 그쪽에 이끌리는 마음도 이해 못 할 것은 없는 것이다.

     

     "그 사람, 희희낙락하면서 연기에 몰두했는데, 그렇게나 기뻤던 걸까?"

     

     호크는 그 이름대로 매와 같은 남자일지도 모른다. 하늘을 나는 새는 지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일 따윈 상관도 않고, 자유롭게 어디론가 날아가버리는 주제에 가끔 내려와서는 불잡으려는 손을 요리조리 빠져나간 끝에 또다시 손이 닿지 않는 하늘로 사라지고 마는 불가사의한 아이.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해주세요! 같은 말을 자신에게 하는 남자라니, 이 나라 전체를 찾아보아도 왕족 아니면 그 소년 정도일 것이다. 그럼 영원히 손이 닿지 않는 매를 계속 쫓는 것보다, 창가에 와준 작은 새를 선택하는 마음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

     

     "이해할 수가 없네요. 그의 생각은 거의 항상 이해할 수 없는 일뿐이었던걸요."

     공작영애인 자신과 왕자인 피클스이 친근히 말을 건다는, 이 학교의 학생들로서는 최고의 영예를 안았을 때조차도 그는 민폐니까 여기 오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태도를 처음에는 보였으니까.

     

     귀족과 왕족의 상식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이건 좀 그렇다고 생각한다.

     

     은인인 호크와 친구인 서니가 관계를 회복해서 결혼해 준다면, 분명 멋진 일일 텐데.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외부인인 자신의 제멋대로인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

     

     "조금 대화해봤지만, 나는 그다지 실버백 남작가의 차남은 좋아할 수 없겠다고 느꼈어. 그는 너무나 세상을 몰라서, 귀족으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거든."

     

     "아직 12살이라는 변명도, 당신과 그의 앞에서는 희미해지니까요."

     적어도 호크라는 인물을 모르는 귀족들 사이에서는, 실버백 남작가의 결단은 용단이었다고 칭찬할 것이다. 제멋대로의 이유로 일방적으로 파혼하다니, 역시 결혼한다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는 몰지각한 상인에 불과하다며 비웃을 것이다.

     

     비천한 벼락부자의 피가 섞이는 일 없이 귀족으로서의 긍지를 지켰다며 박수갈채를 받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 갈채조차도 허식과 기만에 가득 찬 음습한 미소라는 것을, 자신들은 진저리가 날 정도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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