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부 39화 만남과 이별은 언제나 갑자기
    2022년 12월 28일 03시 06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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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로 깔끔히 끝난 느낌이라서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다고 생각하는 느낌도 있지만, 어찌저찌 4장을 시작했다는 작가


     "아~ 결혼하고 싶지 않아. 결혼하고 싶지 않아."

     "도련님, 그건 사치라는 거라굽쇼."

     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원래는 대학에 갈 예정이었지만, 거센 뇌우가 몰아치는 바람에 쉬기로 한 것이다. 땡땡이는 학생의 특권이다. 아버지는 그딴 게 알게 뭐냐며 정신력으로 출근하셨다. 노동자는 되고 싶지 않아~!!

     

     그런 이유로 예정을 변경하여, 나는 버질과 센베를 먹으면서 장기를 두고 있다. 이 세계는 간장도 센베도 있고, 구운 센베와 가부키튀김[각주:1]도 있다.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건 하고 싶지 않은걸.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장기의 외통수라고?"

     "아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뎁쇼."

     공작가의 집안소동이라는 이름의 사실상 왕비암살일보직전의 사건에서 약간의 시간이 흘러, 12살이 된 나는 그럭저럭 충실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지만 결혼은 언제로 하냐는 아버지와 장인인 남작의 독촉에 시달려 조금 진저리가 나고 있다.

     

     "그런 귀여운 아가씨에다 남작의 지위까지 따라오는뎁쇼? 모든 하급모험가의 꿈이 아닙니까요. 대체 뭐가 불안인뎁쇼?"

     

     "전부 다. 애초에 나는 결혼을 원하지 않았고, 딱히 그녀한테는 연애감정도 품지 않았고, 거기다 후세까지 만들어야만 한다고? 책임이 너무 무거워서 짓눌리겠어. 나는 한평생 우아하고 제멋대로의 독신귀족을 지내고 싶은데. 그러니, 뭔가 좋은 방법 없을까?"

     16살에 결혼해서 아이를 만들라니, 전생에 일본인이었던 내게는 너무나 힘겨운 이 세계관. 구체적으로는 결혼하지 않고 작위를 받는 방법이라던가 없을까. 전에 조사해봤지만 전부 무리였어.

     

     "그런 방법이 있다면 제가 한참 전에 썼다구요 도련님. 전쟁에서 막대한 공적을 세운다던가, 비공정에 필적하는 수준의 대발명을 하던가, 또는 사룡이라도 정벌한다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요."

     "사룡? 사룡이 있어 이 세계에?"

     "모르십니까요? 인간을 산채로 황금상으로 바꿔버린다는 무서운 사룡인데, 그렇게 되면 평생을 반죽음상태로 사룡의 장난감으로 지내야 된다고 합디다요."

     "그건 뭐라고나 할까, 정말 무서운데......"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계는 정말 무섭다고 그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무서워서 조금 등골이 오싹해졌다.

     

     "뭐, 사룡 따윈 S급모험가가 덤벼도 쓰러트릴 수 없는 신 같은 존재라더만요."

     "그렇게나 강하구나."

     "그야, 예전에는 창세의 여신 미츠카와 이 세계의 패권을 놓고 다퉜다는 전설이 남을 정도라더라구요? 그야말로 신급의 힘을 가져도 이상하지 않은 법입죠."

     "헐~"

     뭐야 그게. 치트에도 정도가 있잖아. 이상한데 이 세계. 전생자인 나는 별다른 치트도 없는데, 교장 할아버지나 사룡처럼 나보다 치트적인 녀석이 널려있다고. 웹소설 주인공은 최강이어야 되지 않아?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서는 창문을 열려고 하다가, 폭풍우가 너무나도 거셌기 때문에 그민두었다. 유리창이 가솔린 스탠드의 세차기 안처럼 되어있는걸.

     

     "뭐 하고 계십니까요?"

     "아니, 창문을 열고 큰 소리로 불합리함에 대한 한탄을 외칠까 생각했지만, 비바람이 거세서 닫은 채로 놔두기로 했어."

     "아 예, 그럼 자유롭게 하십쇼."

     "그럼 사양 않는다? 사룡은 바보 녀석~!!"

     적어도 나보다 약해지라고! 아니 그 정도는 안 바라니까, 적어도 반의 무속성마법으로만 이길 수 있는 정도의 치트몬스터였다면 싶다.

     

     "드래곤 퇴치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작위를 원해 전쟁을 일으키는 죽음의 상인이 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 후달린 머리로는 천재적 발명도 못하겠고."

     "무속성마법의 연구와 주문각인이 있는뎁쇼."

     "둘 다 드러난 시점에서 왕이 바로 암살자를 보낼 수준의 위험한 것이니 인정받을 수 없다고....응?"

     

     그때의 일을 돌이켜봤을 때, 처음으로 느낀 것은 운석이라도 떨어졌던 걸까? 싶은 의문이었다.

     

     "위험해 도련님!!"

     "우왓!?"

     갑자기 창 바깥이 황금으로 반짝이더니, 버질이 매우 초조한 얼굴로 나를 품고서는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았는데, 그 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저택의 벽이 녹더니 폭풍이 실내에 휘몰아쳤다.

     

     [누우가 바보라고오!?]

     

     "버질! 어이! 괜찮아!?"

     

     나를 감쌌기 때문에 충격파를 맞고 날아가서 기절하고 만 버질의 몸이 쓰러지자, 서둘러 받아 든다. 아무래도 충격을 받아 기절한 모양이다. 머리를 맞거나 날아온 잔해에 부딪히지는 않은 모양이라서 일단 안심이지만, 문제는 용이다.

     

     "어이어이 뭐야뭐야~!? 무사하냐 주인!? 살아있어!?"

     "크레슨! 올리브! 잠깐 도와줘!"

     "도련님!"

     황금으로 빛나는 드래곤이 부서진 벽의 구멍에서 분노의 얼굴로 들여다보고 있으며, 뻗어온 손은 나를 움켜쥐려고 한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달려온 두 사람도 문을 열었더니 드래곤의 얼굴이 떠억 하니 있다는 비상사태에 놀라고 있다. 무리도 아니다. 냉장고를 열었더니 안에서 코끼리의 코가 뻗어 나온 것과 마찬가지니까. 역시 쫄아들겠지.

     

     "우와아아!? 잠깐, 헬프 미~!?"

      "도련니~임!!"

     그렇게 나는, 드래곤의 손아귀에 잡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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