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부 25화 탁한 눈을 한 여혐의 금발 새끼 돼지(2)
    2022년 12월 23일 17시 42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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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구제할 도리가 없는 존재다, 라고 로사 제로는 눈앞의 학우를 보며 통절히 생각했다.

     

     처음에는 창피한 생각이었다. 사랑하는 오빠가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어째서 그 같은 평민이 A반에 입학해 왔냐는, 일종의 원한 같은 악감정과 함께 그를 편견의 눈으로 보았던 것은 부끄럽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약혼남인 피클스 왕자가 그를 재밌는 아이라고 하며 접근하더니, 분명 싫어하는 기색의 그에게 추근덕대기 시작할 무렵부터였나. 어째서 그렇게까지라는 의문을 품고 그의 본질이 어떠한 것인지를 자신의 눈으로 보자며 접근한 것은.

     

     [뭐, 전설의 12번째의 속성이라던가, 본래라면 존재하지 않을 0번째의 속성이라던가 여러가지로 언급되고 있지만요. 그리 간단히는 찾을 수 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런 그의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 발언이야말로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오빠를 구할지도 모른다는 계기가 되었다니, 인생이란 불가사의한 것이다. 편견과 악의의 색안경을 벗고 바라본다면, 그는 정말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시각을 지닌 흥미로운 인간이었다.

     

     무속성마법에 대한 생각도 그렇다. 피클스와 로사가 생각도 못한 시점에서 무라는 것의 존재를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다. 오빠의 체내에 무가 있다니 대체 어떻게 된 말이람. 자신은 그런 근본적인 일조차 생각도 못했는데.

     

     그의 눈에는 대체, 이 세상은, 자신들은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좋습니다, 비지니스의 시간입니다]

     

     [반 님은 당신을 매우 신경쓰고 계십니다. 감사와 미안함이 대략 6대4 정도로 섞인 느낌이지만요. 아, 맞다. 반 님께서 로사 님께 쓴 편지를 맡아왔습니다. 답신을 쓰고 싶다면 되도록 빨리 하시는 게]

     

     [여신교의 왕국 지부장과 대화하고 왔으니, 무료급식의 건에 관해서는 아마 문제없을 겁니다. 그가 오지 않는다면 무료급식 자체가 중지되고, 그걸로 손해 보는 사람은 마을과 슬럼가의 주민들이라는 것을 전해두었으니, 사양하느라 안 온다는 사태는 없을 겁니다]

     

     그는 놀랄 만큼 대담한 태도와 세밀한 계획을 통해, 로사가 기대한 이상의 성과를 내주었다. 확실히 이것은 피클스 님이 흥미를 가질 만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로사 자신을 한 번도 야한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또래에서 60 넘은 할아버지까지, 꽤 여러 세대의 남자들한테서 성욕이 담긴 야하고 더러운 시선을 받는 일이 많아서, 남성의 성욕이란 것에 진저리르 치고 있던 로사로서는 충격적이었다.

     

     자신한테는 피클스 님이라는 약혼남이, 그에게는 서니 골드버그라는 약혼녀가 있으니 그렇겠지만, 사실 약혼녀가 있어도 노골적으로 야한 시선을 보내는 남자는 산더미처럼 많다. 그중에는 왕자님한테 차이면 애인으로 삼아준다는 저속한 농담을 던지는, 귀족이라고는 도통 생각할 수 없는 천박한 말을 던지는 남자도 있었다.

     

     그리고 말이다. 그와 약혼한 서니 쪽은 싫지도 않은 듯한 호의를 갖고 그에게 접근하려는 상황인데, 호크 자신은 냉철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신에게 드라이한 것이다. 마치 [자신이 타인한테서 사랑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절대 있을 리가 없다]라고 항상 생각하는 듯한, 섬뜩해질 정도로 탁한 그 눈은 두려움까지 느껴진다. 너무나도 낮은 자기 비하와 자기부정은, 이젠 자기혐오의 영역이다.

     

     그런 그가, 아무리 공작영애의 부탁이라고는 해도 자신들 남매를 위해 협력해주고 힘써주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도 피클스 님도 아직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들은 그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너무나 담백하지만, 거절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같은 10살 아이인데도 마치 연상의 어른을 상대하는 듯한 이상한 위화감. 대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만다.

     

     [아하하하하! 역시 난 너 같은 친구가 있어주면 기쁘겠어~]

     

     조금 전 약혼남의 말이 떠오른다. 친구. 서로 이용하는 관계가 아닌, 대등하게 진심을 털어 넣고 기탄없이 웃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준다면, 아아, 그것은 정말 재미있겠지.

     

     솔직히 털어놓자면, 공작영애인 자신에게는 이 학교에서 서니와 사이좋아질 때까지 동성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측근인가 적인가. 그러한 부류의, 믿을 수 없는 여성들만 주위에 대량으로 넘쳤던 탓에, 저택의 메이드도 친구라 불릴 정도의 친숙함은 없었고, 진심으로 친구라 부를 상대라고는 솔직히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알 그레이는 친구라 부르기에는 너무 자신을 낮추고 있으며, 무엇보다 자신을 연모하고 있기 때문에 대등한 관계로는 되기 어렵다.

     

     아아, 그래서 그런가. 지금은 솔직히 말할 수 있다.

     호크 골드.

     나는 그와 친구가 되고 싶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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