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02022년 12월 21일 21시 46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폭염이 걷힌다. 그곳에서 나온 것은 반라의 교황. 말라비틀어진 나무처럼 가느다란 팔, 피부에 드러난 갈비뼈. 보기에도 연약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사신. 얕볼 수 없는 상대다.
"세상에...... 상처 하나 없다니......"
멀쩡한 교황을 보고 에리나가 동요하여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정말로 저것은 사람이 쓰러트릴 수 있을까 하고 에리나가 두려움에 휩싸였을 때, 레오루드가 그녀한테 농담을 했다.
"뭐야? 이제와서 겁먹었나? 무섭다면 도망쳐도 된다고."
"앗! 누, 누가 무섭대!?"
"훗. 다리가 떨리고 있는데. 지크한테 가서 아양을 떠는 건 어때?"
"이, 이런 때 무슨 말하는 거야! 바보 아냐!?"
"그렇게나 얼굴을 새빨갛게 하면서 무슨 상상한 거지?"
"큭! 시끄러! 입 다물어!"
"뭔가? 부부싸움인가?"
옥신각신하고 있자 교황이 무엇을 착각했는지 엄청난 말을 해버렸다.
"누가 이런 녀석이랑!!! 농담으로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이 있잖아!"
노호성과 함께 그녀는 교황을 향해 마법을 날렸다. 조금 전까지는 동요했었지만 어느새 에리나는 평소대로 돌아가 있었다. 레오루드의 의도는 멋지게 적중한 모양이다.
"그래! 그거면 됐다! 너는 끈질기게 불평하면서 마법을 쏴!"
"저 망할 녀석과 함께 너도 불태울 거야!"
"하하하핫! 말했을 텐데! 네 마법 따윈 안 맞는다고!"
그 말과 동시에 레오루드는 한걸음 두 걸음 내딛다가 세 걸음째에서 사라졌다.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교황에게 달려간 레오루드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번개마법을 두른 주먹을 내질렀다.
"뒈져라아!!!"
"그것은, 이미 보았다."
"읏!"
퍽 하는 메마른 소리가 들린다. 레오루드의 주먹을 교황이 받아내 버린 것이다. 바로 팔을 빼내려는 레오루드였지만 교황이 답례로 주먹을 뻗었다.
"얕보지 마!"
물리적인 힘은 레오루드 쪽이 위다. 사신이 아무리 강하든 교황의 육체는 한창때인 레오루드에 비한다면 빈약 그 자체. 레오루드가 전력으로 신체강화를 걸면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레오루드는 팔을 빼내며 교황이 뻗은 주먹을 쳐냈다.
"음......"
교황이 내지른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레오루드는 이미 손이 안 닿는 장소까지 도망쳤다. 거리를 좁히려던 순간 교황의 눈앞이 홍련으로 물든다.
"이번에야말로 터져랏!"
레오루드와 교황이 치고받는 사이, 그녀는 이미 마법을 썼던 것이다. 되도록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곁눈질로 확인한 레오루드는 착탄지점과 시간을 계측하고는 교황한테서 거리를 두었던 것이다.
에리나도 그걸 확인했으며,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역시 레오루드는 천재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폭발이 교회를 뒤흔들었다. 폭염을 바라보는 레오루드와 에리나. 이번에야말로 상처가 났지 않을까 싶어 지켜봤지만, 폭염 속에서 뛰쳐나오는 그림자가 하나.
"칫!!!"
곧장 레오루드는 에리나의 앞으로 달려 나왔다. 갑자기 레오루드가 눈앞에 나타나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시야를 막은 것에 뭐라 말하려고 했지만, 교황한테 얻어맞아 나아가는 그를 보고 경악했다.
"어, 왜!?"
"딴 데 볼 여유는 있는 건가?"
"아......"
방패인 레오루드가 사라지면 당연히 다음은 에리나 차례다. 그녀는 레오루드 정도로 강하지 않다. 물론 약하지는 않지만 물리적 내성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세는 편이 빠르다.
그리고 무정하게도 내리치는 교황의 손날. 얼바진 목소리를 내는 에리나는 단지 보고 있기만 했다.
"이 얼간이! 허수아비가 아니라면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
"레오루드!?"
얻어맞고 날아갔을 레오루드가 다시 에리나의 앞에 나타나 교황의 손날을 마갔다. 하지만 급히 달려온 탓에 제대로 막지 못한 레오루드는 쓰러지고 만다.
"크윽!"
"호오. 앞선 일격을 맞고도 즉시 움직이다니. 실로 경이롭다. 하지만 유감이로구나. 동료가 이렇게나 덜떨어지다니......"
"흥! 그 의견에 대해서는 같은 의견이다!"
"그거라면 왜 막았지? 이 여자가 없다면 너도 조금 더 싸웠을 텐데?"
"이런 여자라도 없는 것보단 낫다고!"
"이해불가하군."
"신과 인간이 가치관이 다른 건 당연하니까!"
자세가 무너져 있던 레오루드는 교황한테 발걸이를 시전했다. 하지만 조악한 공격이 통할 리가 없어서, 레오루드의 발걸이를 가볍게 받아내고 말았다.
"그러한 공격이 이제 와서 통할 거라ㅡㅡ"
"날 잊지 마!!!"
교황의 안면을 향해 에리나가 폭염마법을 날렸다. 두 사람한테 심한 말을 들은 그녀는 그 분노를 부딪혔다.
제대로 폭염마법을 맞아버린 교황의 얼굴에서 검은 연기가 일어난다. 레오루드는 그 틈에 에리나를 데리고 거리를 벌렸다.
"자, 잠깐 이거 놔!"
"그런 말 안 해도."
"꺄악!"
쌀포대처럼 에리나를 떠매고 있던 레오루드는 아무렇게나 그녀를 던졌다. 제대로 낙법을 취하지 못한 그녀는 엉덩이를 강하게 찧더니 아픈 듯 신음했다.
"큭...... 진짜 나중에 죽인다!"
"온다, 준비해!"
에리나의 협박 따윈 아무렇지도 않은 레오루드는 조금 그을린 교황에게로 눈을 향했다.
"흠....... 조금 화상을 입고 말았나."
"그걸 맞고도 화상 정도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녀석이네! 조금 정도는 아파하는 몸짓이라도 보이는 게 어때!"
"그래서 화상을 입지 않았나? 이래 뵈어도 조금은 아프다만."
"그럼 고통스러운 표정이라도 지으면 어때! 방금 전부터 가면처럼 무표정하던데!"
"그럼 조금 더 즐겁게 해 봐라."
그리고 동시에 교황의 얼굴이 레오루드의 눈앞에 나타났다. 눈을 부릅뜬 레오루드의 명치에 사정없는 일격이 꽂힌다.
"커헉......!"
"투쟁은 이제부터다......"
그렇게 말하는 교황은 입가를 들어 올리며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 연재는 여기까지. 작가가 3개월 넘게 연재 안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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