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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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1월 30일 22시 53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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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은 성채의 내부로 나아갔다.

     

     목적은 모든 것의 흑막인 사마엘을 끝장내기 위해.

     

     나를 이 세계에 데려오고 신대륙을 파괴하려고 한 악마를 쓰러트리기 위해.

     

     "잘 왔어요, ㅡㅡㅡ씨."
     "사마엘."

     사마엘은 성채의 최상층에 있었다. 남의 일인 것처럼,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다.

     

     "꿈 이외의 장소에서 만나는 건 처음인데."
     "네. 드디어 얼굴을 맞대네요. 이런 것을 현피라고 하던가요?"

     

     나의 말에, 사마엘은 키득거리며 웃는다.

     

     "당신의 게임은 이제 끝이다. 네크로퍼지는 전멸했고, 헤시안도 죽었다."

     

     "아아. 그거, 죽었나요? 그거 안 됐네요."

     "패배를 인정하고 날 해방시켜. 아니, 이 세계를 해방시켜, 사마엘."

     

     "그건 무리한 말씀이네요. 저는 이후로도 영원히 이 세계에서 놀 생각이니까요."

     

     내가 경고했는데도, 사마엘은 춤추는 것처럼 스탭을 밟는다.

     

     "다음은 어느 진영으로 해볼까요? 그레고리아는 재밌어보였지만, 괴수대결전은 제 취미가 아니라서요. 그냥 마리안느를 쓰는 것도 재밌을지도 모르겠지만, 신앙심이 파워라는 게 마음에 안 들고. 그래ㅡㅡ"

     

     사마엘은 스탭을 밟으면서 혼잣말을 계속했다.

     

     "아라크네아가 재밌어 보이니 아라크네아로 해볼까요. 저도 귀여운 세리니안을 거느릴 수 있으니, 같은 세리니안끼리 살육전을 벌여봐요. 누가 이길지 기대되지 않아요?"

     

     "사마엘......!"

     이 녀석만은. 이 녀석만은 용서할 수 없다.

     

     "그 전에 너는 이미 끝장이다.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 녀석을 갈기갈기 찢어. 원형도 남기지 않고 시체로 만들어버려."

     나는 계단을 올라온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을 향해 그리 명했다.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의 무리는 사마엘에게 돌격하여ㅡㅡ

     

     "네, 안타깝네요!"

     

     일제히 모두 날아가버렸다.

     

     "그리 간단히 대악마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요? 겨우 벌레 따위로? 그런 생각을 하니 부모가 죽은 정도로 자살하는 거라고요."

     사마엘은 나를 비웃고는, 성채의 최상층의 방에서 춤췄다.

     

     "자, 밤은 막 시작했어요. 함께 춤춰요, 아라크네아의 여왕 그레빌레아."
     "그 말, 후회하지나 마라."

     

     사마엘이 달빛을 받으며 웃는 모습에, 나는 단지 분노를 느꼈다.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 재공격! 라이사와 세리니안도 공격해! 하지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조심하고!"

     사마엘은 게임의 유닛이 아니, 현실의 악마다.

     

     그걸 어떻게 쓰러트려야 좋지? 그냥 공격해서 쓰러질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스웜들에게 공격을 명했다.

     

     "소용없어요, 벌레들. 이 사마엘 님은 대악마. 게임이라는 가상의 물건으로 쓰러질 정도로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고요. 뭐라고 해야 하나, 서 있는 무대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사마엘은 그렇게 말하며 웃고는 한 손을 내저었다.

     

     "크윽......!"
     "꺄악!"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도, 세리니안도, 라이사도, 모두가 그 한 손을 내저은 사마엘에 의해 날아가고 말았다.

     

     "아~아. 이러면 따분한데. 벌레 퇴치 스프레이라도 갖고 오는 편이 재밌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신경독으로 파닥거리며 죽어가는 벌레들을 본다면, 분명 여왕 폐하도 좋은 얼굴을 할 거라 생각해요."

     "웃기지, 마라!"

     사마엘이 우리들 전부를 조소하는 와중에도, 세리니안이 굳세게 일어나서는 장검을 휘둘러 사마엘에게 돌격하였다.

     

     "네, 소용없어요."
     "앗......!"

     세리니안이 장검을 휘두른 것을, 사마엘은 손가락 하나로 막아냈다.

     

     "결국, 이 세계의 것들은 신과 같은 이 사마엘 님의 창조물. 제가 만든 존재가 어떻게 저를 이길 수 있겠어요?"

     

     그렇게 말한 사마엘이 손가락을 튕기자, 세리니안은 벽과 충돌했다.

     

     "사마엘!"

     그럼에도 사마엘은 필사적으로 일어나 사마엘에게 덤벼든다.

     

     "소용없다고 했잖아요. 이해력이 딸린 벌레 양."

     그리고, 세리니안이 다시 벽에 충돌한다.

     

     세리니안은 계속 일어나서는 사마엘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수포로 끝나고 말았다.

     

     "세리니안! 이제 됐다! 그만해!"

     

     세리니안의 갑옷은 엉망진창이고, 온몸에 상처투성이다.

     

     "사마엘. 네 진정한 소원은 뭐지? 그걸 들어줄 테니 스웜들을 해방시켜."

     "여왕 폐하!?"

     

     사실상의 항복 선언이었다.

     

     우리들로서는 악마를 이길 수 없다. 애초부터 이 세계를 만든 존재에게, 우리가 이길 리가 없었던 것이다.

     

     "글쎄요. 이후로도 영원히 게임 플레이어로서 제 상대를 해주세요. 또 아라크네아를 써도 괜찮지만, 리셋해서 뉴 게임을 해야 돼요. 이 세계도 전부 리셋되어 또다시 새로운 위기를 일으키고 산더미처럼 사람들이 죽도록 할 테니, 기대하세요?"

     

     사마엘이 고한 말은 절망적인 것이었다.

     

     리셋해서 또 그 비극을 되풀이한다? 새로운 위기를 일으킨다?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스웜들이......

     

     "그걸 받아들이면 스웜들은 해방시키는 거지?"

     

     "네. 물론이에요. 저는 약속을 지키는 착한 악마니까요."

     내가 고하자, 사마엘이 싱긋 웃는다.

     

     "알겠다. 그 조건을ㅡㅡ"

     

     "기다려주십시오, 여왕 폐하!"

     

     내가 조건을 승낙하려는 순간, 세리니안이 외쳤다.

     

     "저희들은 당신을 위해 싸워온 것입니다! 저도 라이사도 로랑도 스웜들도! 그걸 수포로 만드는 겁니까! 승리를 포기하는 겁니까! 그래도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세리니안....."

     나도 이런 조건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하지만 다른 수가 없잖아.

     

     나는 스웜들이 소중하다. 여태까지 싸워온 전우들이 좋다.

     

     모두 소중한 동료다. 하나하나에 애착이 있다.

     

     이런 동료를 희생시키는 것과 나 자신이 괴로워지는 것을 천칭에 올린다면, 대답은 이미 나와있다. 내가 희생해야 한다.

     

     나는 다른 결말을 원하지만, 그걸 손에 넣을 힘이 없다.

     

     나는 무력하다.

     

     "그렇지 않아요."

     내가 사마엘의 요구를 받아들이려는 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산달폰......?"

     "네. 맞아요. 저예요."

     소복 차림의 소녀가 내 등 뒤에 서 있었다.

     

     "ㅡㅡㅡ씨. 포기하면 안 돼요. 당신은 아직 저 사기꾼 악마를 이길 수 있어요. 어차피 저 악마는 당신이 요구를 받아들여도, 당신의 동료들을 죽이겠지요."

     "그런. 어떻게?"

     

     내게는 세리니안 같은 힘이 없다. 아무것도 못한다.

     

     "당신이 차고 있는 검에 대해서는 전에 설명했었죠?"
     "그, 그래. 세리니안의 파성검과는 성질이 다른......"

     설마.

     

     "그래요. 그거라면 사마엘을 쓰러트릴 수 있어요. 당신은 이길 수 있어요. 당신이 포기하지만 않으면."
     "고마워, 산달폰. 나, 해볼게."

     산달폰의 격려에, 나는 허리춤의 파사검을 뽑았다.

     

     "오우오우. 여왕 폐하 스스로 출진인가요? 정말 내몰린 모양이네요."

     사마엘은 웃었다. 어디 계속 웃어봐라.

     

     "당신은 좀 더 똑똑하다고 생각했지만, 유감이네요. 다른 게임 플레이어를 찾기로 하죠. 당신은 이제 필요 없어."

     사마엘은 그렇게 고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충격파가 내달린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산달폰. 당신, 무슨 짓을 했나요?"

     "필요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나는 나아갔다. 사마엘에게로.

     

     사마엘은 계속 팔을 휘둘러 충격파를 발생시켰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결코 포기 안 해.

     

     "설마, 그것은ㅡㅡ"
     "정말 둔하구나, 사마엘. 그래, 널 끝장낼 무기다."

     사마엘의 얼굴이 경락으로 바뀌자, 나는 파사검을 들고 사마엘의 가슴으로 향했다. 그 순간, 파사검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그 빛이 폭발했다.

     

     이것에 휘말린 나는 날아가서 지면에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해치웠, 나......?"

     나는 일어나서 사마엘 쪽을 향했다.

     

     "하핫! 하하하핫! 이래서 인간과 노는 건 재밌다고요! 그들은 생각도 못한 짓을 하거든요! 오래 살아 따분해하는 우리들을 재밌게 해준다니까요! 정말, 정말 유쾌해!"

     

     사마엘의 가슴에는 뻥 하고 커다란 구멍이 뚫렸는데, 그럼에도 그녀는 웃고 있었다.

     

     "네 패배다, 사마엘. 그대로 죽어."
     "안 죽는데요? 대악마인 이 사마엘 님이 이 정도로 죽을 거라 생각해요?"

     내가 일어나서 고하자, 사마엘이 실실 웃는다.

     

     "뭐, 이만한 부상을 당하면 낫는데 수천 년은 걸리지만요. 그리고 지금, 그 음험한 천사한테 이 세계의 관리권을 빼앗겨버렸답니다."
     "산달폰한테?"

     

     사마엘의 말에, 나는 등 뒤를 돌아보았다.

     

     "이 세계는 제가 보호할게요. 이제 악마들은 관여할 수 없어요."

     산달폰의 손에는 은색의 열쇠가 있었다.

     

     "그럼, 여러분. 또 만날 그때까지, 평안하세요."

     사마엘은 그렇게 고하고는, 자신의 그림자에 녹아들어 완전히 사라졌다.

     

     "죽이지 못한 건가?"
     "죽인 것과 마찬가지의 대미지를 줬어요. 저 악마는 수천 년 동안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졌거든요."

     나는 불만이었지만, 산달폰은 만족스러워 보였다.

     

     뭐, 어찌 되었건, 원흉은 퇴치하였다. 이제 이 세계에서 걱정할 일은 없다.

     

     나도 슬슬 떠나야.

     


     

     다음은 최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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