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3 목 없는 기사
    2022년 11월 30일 20시 04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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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글레이브의 최후를 지켜보는 것처럼 나타난 목 없는 기사 헤시안.

     

     그는 장검을 손에 들고 파괴된 성문으로 향하더니, 내부를 바라보았다.

     

     그레이브의 성벽 내부는 전부 파괴되었다. 시설은 파괴되고, 꼭두각시는 전부 시체로 돌아갔다. 여태까지의 전진 거점을 전부 무너뜨리며 전진해왔기 대문에, 이제 네크로퍼지는 새로운 유닛을 생성할 수 없다.

     

     "오오오오오!"

     목 없는 기사 헤시안은, 어디에서 소리내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분노를 나타내는 포효를 지르고는, 장검을 휘두르며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의 무리에 돌격하였다.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의 단단한 외골격도 영웅 유닛인 헤시안의 공격에는 버티지 못했다.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은 일도양단되어 인간의 시체 속에 쓰러졌다.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은 레이스 나이트를 공격! 헤시안은 세리니안과 라이사한테 맡겨라! 무익한 희생을 늘릴뿐이다!"

     미안, 세리니안, 라이사. 너희들한테만 맡겨서......

     

     "하앗!"

     "야앗!"

     세리니안은 장검으로 헤시안에게 검을 휘두르고, 라이사는 화살을 쏘았다.

     

     "흡!"

     하지만, 세리니안의 공격은 정말 간단히 막히고 라이사가 쏜 화살은 헤시안에 박혔지만 전혀 먹혀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안 되는 건가......?"

     

     나는 헤시안을 상대로 그녀들이 분명 고전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헤시안은 아마도 이미 최종 진화 형태다. 그에 대항하려면 드레드노트 스웜처럼 초대형 유닛으로 상대하던가, 같은 레벨의 영웅 유닛으로 싸움을 걸 수밖에 없다.

     

     세리니안은 현재 화이트 나이트 스웜 [세리니안]이다. 앞으로 한 단계의 진화가 남아있다. 같은 레벨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아아앗!"
     "흠!"

     세리니안이 단번에 베려는 것을 헤시안이 튕겨내더니, 세리니안에게 반격을 가한다.

     

     "세리니안 씨! 지원할게요!"

     라이사가 헤시안의 공격을 막기 위해 화살을 계속 쐈지만, 헤시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대미지는 들어가지만 언데드 유닛이라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걸까? 그렇다면 매우 까다로운 상대다. 죽을 때까지 칠 수밖에 없다.

     

     "흠!"

     헤시안은 라이사의 지원사격을 무시하고 세리니안에게 검을 휘둘렀다.

     

     "어딜!"

     세리니안은 검으로 그걸 막아내려 했지만, 헤시안에 밀려났다.

     

     깡 하고 격한 소리가 울리면서 날아간 세리니안은 성채의 벽에 충돌했다. 성채의 벽이 무너지면서 세리니안의 위에 쏟아진다. 그만큼이나 엄청난 충격이었다.

     

     "세리니안! 세리니안! 무사한가!"

     나는 집합의식을 통해 그녀를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다.

     

     "그런......"

     세리니안이 당했다......?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여왕, 폐하......"

     내가 절망에 빠지려던 때, 세리니안의 목소리가 울렸다.

     

     "잠시만 시간을 벌어주십시오. 그렇게 하면 방도는 있습니다."
     "그래. 시간을 벌면 되는 거지?"

     어떤 방법인지는 묻지 않는다. 난 그녀를 믿고 있으니까.

     

     "목 없는 기사 헤시안!"

     나는 헤시안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헤시안의 시선 같은 것이 이쪽을 향해 왔다.

     

     "이 그레이브를 폐허로 바꿔버린 사람은 바로 나다. 나야말로 아라크네아의 여왕. 네놈의 주인인 사마엘의 적이다."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은 레이스 나이트를 상대하고 있다. 라이사만으로는 헤시안을 막을 수 없다. 그럼 이 내가 손쓸 수밖에 없다.

     

     "어때! 미운가! 이 내가 미운가!"
     "밉다. 밉다. 밉다."

     나는 헤시안을 도발하며 주의를 내게로 돌렸다.

     

     "사마엘 님은 약속하셨다! 이 전쟁에서 이기면 내 목을 마련해주겠다고! 그런데 네놈들은 사마엘 님의 승리를 방해하지! 밉다! 네놈들 아라크네아가 밉다! 전부 목을 날려주고 싶다!"

     그래. 아직도 자신의 목을 집착하고 있는 건가. 그런 것 어디에도 없는데도.

     

     "그럼 덤벼 봐라, 헤시안! 네놈이 미워하는 아라크네아를 이끄는 자는 다름 아닌 이 나란 말이다!"

     세리니안. 서둘러야 해. 나는 싸울 수 없거든.

     

     "죽인다! 죽여주마, 아라크네아의 여왕!"

     헤시안은 말을 타고 이쪽으로 향해왔다.

     

     여기까진가. 한 번은 자살해서 죽은 몸이었지만, 죽는 것은 역시 무섭구나.

     

     하지만, 내가 죽은 후에도 스웜들이 이겨준다면 그걸로ㅡㅡ

     

     "하아아앗!"

     내가 체념에 젖어들었을 때, 세리니안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헤시안의 몸에 시이 감기더니, 헤시안을 낙마시켜 지면에 떨어트렸다.

     

     "네 상대는 나다."
     "세리니안......!"

     세리니안은 부활하였다. 그 몸의 갑옷은 검게 변색되어 윤기 있게 번쩍이고 있다.

     

     그래. 진화했구나, 세리니안. 최종 진화 형태인 다크나이트 스웜 [세리니안]으로.

     

     "방해하지 마라! 나는 아라크네아의 여왕을 죽인다! 내 목을 손에 넣기 위해서!"

     "허튼짓을! 여왕 폐하를 죽이려면 먼저 날 죽여봐라!"

     헤시안이 외치면서 장검을 들자, 세리니안이 그렇게 일갈했다.

     

     "그럼 네놈부터 죽어랏!"

     

     헤시안은 분노에 타올라서 세리니안에게 덤벼들었다.

     

     "소용없다!"

     

     하지만, 이번에 공격을 튕겨낸 자는 세리니안이었다.

     

     세리니안은 헤시안의 장검을 튕겨내고서, 그 몸을 베었다. 참격에 의해 헤시안의 갑옷은 잘리고 육체에서 새빨간 피가 분출되었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내 목의 입수를 방해하는 것들은 전부 죽인다!"

     헤시안은 역시 아픔을 느끼지 않는 건지, 베였음에도 불구하고 세리니안을 공격했다.

     

     "크윽......!"

     헤시안의 무거운 일격을 세리니안이 가까스로 버틴다.

     

     "이 정도로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 마라! 내게는 네놈에게 없는 것이 있다!"

     세리니안은 칼과 칼의 힘겨루기에서 이긴 다음, 다시 헤시안의 몸을 베어버렸다.

     

     "그것은 바로 충성심! 네놈처럼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싸우는 게 아냐! 나는 여왕 폐하를 위해! 여왕 폐하께서 사랑하시는 스웜을 위해 싸우고 있다! 네놈과는 짊어진 무게가 다르단 말이다!"

     그렇게 세리니안이 외쳤을 때, 승부는 났다.

     

     헤시안의 장검이 부러지며, 헤시안의 복부에 세리니안의 장검이 박혀있는 것이다. 장검을 타고 헤시안의 피가 흘러내려 작은 피바다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목....... 내 얼굴은......어떤 얼굴인지...... 가르쳐 주십시오...... 사마엘 님......"

     헤시안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무릎을 꿇더니 지면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 육체는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세리니안. 승리했구나."
     "예. 여왕 폐하 덕분입니다. 하지만 그런 위험한 짓은 너무 하지 마아주십시오. 저희의 심장에 나쁩니다."

     내가 세리니안의 곁으로 와서 그 손을 꼭 쥐어주자, 그녀는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더 할 건데. 울보 기사한테는 아직 내가 필요하잖아?"
     "우, 울보라는 것은......"

     

     내가 놀리자, 세리니안이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세리니안. 네 덕택에 승리할 수 있었다. 헤시안이 날 못 죽인 것도 네 덕택이다. 널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내가 울보가 될 뻔했지 뭐야......"

     그렇게 말한 나는 세리니안의 가슴에 얼굴을 갖다 대었다.

     

     "살아있어 줘서 고맙구나, 세리니안."

     내가 울먹이며 그렇게 말하자, 세리니안은 살며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자. 이게 끝은 아냐. 최후의 흑막을 쓰러트려야 해. 이 세계를 만들고 농락한 녀석한테 본때를 보여주자!"

     "네, 여왕 폐하."

     이걸로 진정한 체크메이트다, 사마엘.

     

     각오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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