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 연옥에 이르는 길2022년 11월 22일 18시 49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당신은 당신이 범한 죄를 모르고 있어요."
소녀의 목소리가 울린다.
그래. 오늘은 포트리오 공화국에서 열린 만찬회의 날이었다.
아니, 그것에는 벌써 출석했을 텐데. 그럼, 이 목소리는ㅡㅡ
"사마엘......"
"맞아요, 당신의 유쾌한 친구인 사마엘이에요, ㅡㅡㅡ씨."사마엘이다. 산달폰의 말로는 이 지옥 같은 세계에 가둬뒀다는, 내게 신경 쓰고 있는 대악마. 나의 모든 것을 비웃는, 비정한 대악마. 그것이 내 눈앞에 있다.
"누가 친구야. 난 널 친구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어."
"그런가요, 그거 유감이네요. 저는 당신을 이렇게나 생각해주고 있는데."내가 고하자, 사마엘은 가슴이 아프다는 것처러 가슴을 부여잡으며 웅크렸다.
"하지만, 실제로도 저는 당신의 친구인데요. 하늘에서 추방당해 내쫓긴 신분으로서, 같은 동료잖아요."
"하늘에서 추방당했다니......?"사마엘의 말은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 말대로, 하늘에서 추방당한 것들의 연회. 그 이름은 연옥. 저는 지옥에 가까운 장소에 있는 당신을 친구라고 생각하는데요?"
연옥? 무슨 말이지?
"연록이란 신의 용서를 받을 때까지 사람의 영혼이 발버둥 치고 괴로워하는 장소. 죄를 범한 영혼이 신의 구원을 바라며 계속 발버둥 치는 지옥과 천계의 경계."
사마엘은 내 마음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연옥의 화염에 불타버린다. 그것은 지옥의 괴로움을 맛본다는 뜻.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당하게 하는 것이, 연옥의 역할이랍니다. 연옥에서 구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면죄부를 사야 할까요? 자신을 연옥으로 떨어트린 신에게 기도하면 좋을까요?"
안 좋은 느낌이다. 사마엘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느낌이ㅏ.그렇다면, 그녀가 말하는 연옥이란 곳은 실존하며, 나는 그곳에서 괴로워한다는 뜻인가.
"하지만, 연옥은 죽은 자가 가는 장소일 텐데."
"맞아요. 그러니 당신이 있잖아요. 기억 안나요? 당신은 이미 죽었다구요, ㅡㅡㅡ씨."내가, 이미, 죽어있어?
"그 모습을 보면 기억나지 않는 모양이네요. 하지만, 당신은 죽었었어요. 당신의 부모님이 죽은 뒤 7일도 지나지 않아 죽고 말았지요. 여기는 죽은 자의 나라랍니다, ㅡㅡㅡ씨."
내가 죽었다니?
그러고 보면 산달폰이 말했었다. 나는 내가 바라는 원래 세계에는 돌아갈 수 없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이건가? 나는 이미 죽어있고, 사후의 세계에 있기 때문에 원래 세계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인가?
"놀란 모양이네요, ㅡㅡㅡ씨. 뭐, 무리도 아니지요. 당신을 이끌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천사는 아직도 진실을 안 알려줬잖아요. 당신이 이미 죽은 자라는 것조차 숨겨왔지요. 그것은 당신이 죽은 이유가ㅡㅡ"
사마엘이 무언가를 입에 담으려 했지만, 나는 거부했다.
귀를 막으며 큰 소리를 질러 사마엘의 말을 가로막았다.
"어라라. 그래도 되나요? 그런 짓을 해도 진실은 피할 수 없는데. 모든 것은 이미 이루어진 일이니, 이제 와서 발버둥 쳐도 의미는 없는데요. 당신은 그럼에도 사실을 거부할 건가요?"
사마엘은 나를 비웃는 것처럼 말하며, 날 내려다보았다.
"좋은 뉴스를 전해듸지요. 이번 신대륙에서의 게임 상대는 바로 저랍니다. 저는 당신과 노는 걸 기대해왔었어요. 부디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해주세요?"
"흥. 너의 무지성 공격 따윈 내가 쉽게 분쇄해줬다."
게임의 상대는 사마엘인가. 네크로퍼지의 플레이어는 누구일까 의문으로 생각했지만, 이걸로 확실해졌다. 나의 적은 이 가증스러운 악마, 사마엘이다.
"하지만, 하지만, 당신이 죽은 이유를 말하면 당신은 의기소침해서 싸울 수 없게 될 텐데요?"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쓰러트려주마."
"기세는 좋네요. 그럼, 말해볼까요, ㅡㅡㅡ씨. 당신이 죽은 것은 당신이ㅡㅡ"
사마엘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을 때였다.
"거기까지다, 사마엘. 그 이상 말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아."
산달폰의 목소리가 울렸다.
"산달폰!"
"네. 산달폰이에요, ㅡㅡㅡ씨. 당신의 죄는 전부 용서받았어요. 이제는 연옥의 영혼을 놀잇감 삼고 있는 저 악마를 쓰러트리기만 하면 돼요."산달폰. 그녀의 얼굴을 보니 안심된다. 나의 존재에 의문을 갖지 않고 끝난다.
"어라라. 또 당신인가요, 산달폰. 고작 하나의 영혼을 계속 신경 쓰다니 한가한가요?"
"닥쳐라, 사마엘. 너야말로 연옥에서 죄를 사함받은 그녀를 계속 붙잡아두다니, 한가한가? 연옥의 다른 영혼들은 정나미가 떨어진 거냐?"
"정나미가 떨어져? 이 사마엘 님이? 지옥의 왕 중 하나이며, 낙원의 뱀이라 불리는 이 사마엘 님께서 인간 따위에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당신은 말하는 건가요? 별 꼴이야. 웃기지도 않네요, 산달폰."
"그 거창한 이름도 인간한테는 무의미할 터. 그녀 또한 네 이름에 겁먹지 않는다. 실제로도 그녀는 굳세게 이 자리에 서 있지 않느냐."
사마엘이 메마른 미소를짓자, 산달폰이 도발적인 말로 응수했다.
"그럴까요? 당신은 두렵지 않은가요, 이 저를. 이 세계를 만들어낸 존재로서, 그리고 게임의 상대로서."
사마엘은 그렇게 내게 물어보았다. 그 대답은 하나다.
"너 따윈 무섭지 않아. 내가 두려운 것은 세리니안과 라이사, 로랑, 그리고 스웜들이 다치는 일이다. 그 이외의 일은 네가 누구라 해도 두렵지 않아. 너 따윈 무섭지 않아."
"그럼, 그 소중한 것들을 몰살시켜드리죠. 그렇게 한다면 아라크네아의 여왕이 울부짖는 모습을 볼 수 있겠네요. 저는 자신의 취미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타입이라서요."
"네가 그렇게 하기 전에 그녀가 널 쓰러트리겠지. 사마엘, 결국 지옥 밑바닥에서 죄를 한탄할뿐인 존재에 불과한 너로서는 그녀를 이길 수 없다."
"오우. 호기롭네요, 산달폰. 평소에는 조용했던 당신이 왠일이래요. 그렇게나 그녀가 마음에 들었나요?"
산달폰이 날 대신해 말하자, 사마엘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ㅐ. 나는 그녀가 마음에 든다. 이 역경을 마주하고도 계속 맞서는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어. 언젠가 네놈의 가슴에 은의 단검을 꽂아 넣을 그녀가 마음에 들어. 그 외에 묻고 싶은 있나, 사마엘?"
"천사는 하나의 영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은 어디로 갔나요?"
"예외다. 이 일은 주님께서도 인정하고 계셔."
산달폰은 나를 지키려는 듯 사마엘의 앞에 서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세리니안 같아서 든든하다.
"그런가요. 그럼 마음대로 하도록 하세요. 저도 마음대로 할 테니."
사마엘은 재미없다는 투로 말하더니, 우리의 앞에서 그림자가 되어 사라졌다.
"산달폰. 나는 죽어있었다며."
"......네. 안타깝게도 그래요. 당신은 이미 죽어있어요."내가 힘없이 말하는 것을, 산달폰은 부정하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해, 산달폰. 이대로 게임에 이기면 그걸로 된 거야? 그렇게 하면 죽은 자가 가야 할 장소에 갈 수 있어? 아니면 내가 지금 있는 장소가 죽은 자가 있어야 할 장소야?"
"여기는 죽은 자가 가야할 장소는 아니에요, ㅡㅡㅡ씨. 제가 당신이 본래 갔어야 할 장소로 안내할게요. 한 번은 사마엘한테 방해받았지만, 당신이 이 게임에 이긴다면 분명."
"역시 게이에는 이겨야만 하나보네."
산달폰이 슬픈 기색으로 고하자, 나는 수긍했다.
"언젠가 네게 인도될 수 있도록 힘낼게, 산달폰."
"네. 하지만ㅡㅡ""사람의 마음을 잊지 말도록, 맞지? 알고 있어."
내 말에, 산달폰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럼, 슬슬 작별이려나?"
"네. 잠시 동안의 작별을. 하지만, 언젠가 또 당신과는 만나게 될 거예요. 당신을 인도할 그때에."
시야가 점점 뿌옇게 되다가, 산달폰의 모습이 사라지며 나는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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