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4 포톤 방어전 (6)
    2022년 11월 20일 15시 41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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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0 시.

     

     멀리서 죽은 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유령기사의 발굽 소리도.

     

     시작된 것이다. 드디어 네크로퍼지의 포톤 대공세가.

     

     "라이사. 수는 확인되었나?"

     "엄청나요, 여왕 폐하! 2만, 아니 3만은 있어요!"

     젠장. 역시 우리가 확인했던 이상의 적이 있었나.

     

     "전 부대! 바로 지정된 위치로!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 프레임 스웜은 전선으로! 케미컬 스웜은 후방지원 준비! 절대 여기를 돌파하면 안 된다!"

     공기가 팽팽하다. 나도 스웜들도 긴장한 것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은 긴장할 때가 아니다. 승리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해야.

     

     "세리니안. 이제 움직일 수 있나?"
     "언제든 움직일 수 있습니다, 여왕 폐하."

     쉬게 하였던 세리니안에게, 내가 말을 걸었다.

     

     "세리니안은 레이스 나이트에 대응하며 움직이도록 해. 지금은 레이스 나이트가 큰 위협이다. 녀석들은 방어벽을 뚫고 후방으로 침입해오니, 스웜들이 꼭두각시의 상대를 하는 사이 네가 레이스 나이트를 상대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세리니안이 그렇게 말해주면 안심된다.

     

     "아라크네아의 여왕."

     그때, 내가 스웜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자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맥켄지 대통령? 여기에 무슨 일로?"
     "여기 있는 자들은 우리나라의 국민이네. 우리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나 싶어 찾아왔다만, 뭔가 도울 일은 없겠나?"

     

     맥켄지 대통령은 그렇게 고하면서 데려온 병사들을 가리켰다.

     

     "그렇다면, 피난민의 유도를 부탁한다. 전투가 벌어지면 방어벽 안쪽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장소로 피난시켜줬으면 하는데, 가능할까?"

     

     "그 정도야 쉽다네. 제군, 우리가 지켜야 할 국민을 지키자!"

     맥켄지 대통령이 기세 좋게 함성을 지르자, 병사들이 그에 대답하고는 피난민들의 주위에 전개했다.

     

     "라이사. 적은 앞으로 어느 정도면 방어벽에 도달할까?"
     [전방의 집단은 5분 후면 방어벽에 도달해요! 이제 이쪽도 공격 준비에 나서도 되나요!?]

     

     앞으로 5분. 남겨진 시간은 그것뿐.

     

     "적당한 때에 공격해. 잘 부탁한다!"
     [알겠어요, 여왕 폐하!]

     

     내가 명령하자, 라이사한테서 승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슬슬 시작되었다.

     


     

     다가오는 3만의 꼭두각시들.

     

     "라이사. 되도록 네크로맨서를 노려서 저격해. 꼭두각시를 전부 상대하는 건 어려워. 이쪽의 전력은 밀리고 있으니, 되도록이면 네크로맨서를 쓰러트려서 전력을 단번에 줄이도록 해."

     

     [네, 여왕 폐하]

     

     나와 라이사가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도, 꼭두각시의 무리는 방어벽을 지키는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에게 다가가고 있다.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은 상위 유닛인 만큼 꼭두각시 따위의 통상공격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 하지만, 꼭두각시가 파성추나 핼버드로 무장했을 경우에는 아무리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이라 해도 대미지가 들어간다.

     

     이번의 적은 간이적인 파성추를 대량으로 들고 있다. 앞을 깎은 통나무를 든 꼭두각시 무리가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을 향해 돌격하여, 쐐기를 때려 박는다.

     

     하지만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도 당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공격해오는 꼭두각시에게 반격하여, 그 썩어가는 시체를 가르고 찢어 산산조각으로 해체해버렸다.

     

     그리고 성벽 위아래에서 프레임 스웜이 화염방사를 써서, 꼭두각시들을 잿더미로 바꿔놓았다. 적의 수가 많으면 범위 공격이 가능한 프레임 스웜이 편리하다. 한꺼번에 적이 쓰러지자, 적의 대열이 무너진다.

     

     거기에, 베히모스를 상대했을 때처럼 디거 스웜이 파놓은 구덩이에 파이어 스웜이 매복해 있다가 작렬한다. 그러자 꼭두각시들은 하늘 높이 날아갔고, 전열에 공백이 생겼다.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했다. 남은 것은 이길지 말지다.

     

     "하지만, 이렇게나 수가 많으면......"

     격파당하는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이 속속 나오고, 급기야 대열이 뚫려 꼭두각시가 성벽을 향해 파성추를 부딪힌다. 방어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울리는 와중, 달려온 플레임 스웜이 화염방사를 쏘아 돌파를 저지한다.

     

     "아슬아슬한 싸움이네......"

     

     나는 스웜과 네크로퍼지의 전투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돌입해오는 꼭두각시를 상대로,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과 플레임 스웜이 필사적으로 응전하여 가까스로 적의 성벽 돌파를 막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싸우이다. 왜냐면 적의 규모는 3만에 달하니까.

     

     그리고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적은 꼭두각시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왕 폐하! 레이스 나이트예요! 방어벽을 돌파했어요!]

     "알겠다, 라이사. 대처는 이쪽에 맡겨라."

     드디어 가장 성가신 레이스 나이트가 출현했다.

     

     하지만, 상대가 네크로퍼지라는 걸 알게 된 이상 이쪽도 제대로 레이스 나이트를 경계하고 있다.

     

     "세리니안. 적이 돌파했다. 처리해."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바로 대처하겠습니다!]

     

     집합의식으로 세리니안의 확실한 목소리가 울리더니, 그녀의 일행이 레이스 나이트를 향한다.

     

     방어벽을 돌파한 레이스 나이트의 수는 약 60체. 상당한 수다.

     

     녀석들은 방어벽을 지키는 스웜들만이 아닌, 무방비한 피난민들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도망쳐! 이쪽이다! 이쪽으로 가!"

     

     피난민에게 다가가는 레이스 나이트와 대피를 유도하는 공화국의 병사들. 병사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주어진 임무를 다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런 상황에 레이스 나이트가 난입했다.

     

     피난을 유도하던 병사들을 노려 랜스를 들어, 그 가슴을 꿰뚫었다. 가슴에 구멍이 나버린 병사는 입에서 피를 뿜으려 쓰러지고는 말 못 할 시체로 변했다.

     

     그리고 네크로맨서에 의해 시체가 부활하여 피난민을 덮치려 한다.

     

     "하아앗!"

     하지만, 완전히 녀석들의 생각대로는 안 되었다. 세리니안이 꼭두각시의 머리를 날리자, 그제야 꼭두각시는 진정한 시체로 돌아갔다.

     

     "각오해라, 녀석들! 이 피난민은 여왕 폐하께서 지키겠다고 결정하셨다! 그러니 기사의 명예를 걸고 너희를 저지하리다!"

     세리니안은 그렇게 선언하더니, 레이스 나이트를 베었다. 장검을 휘두르자, 레이스 나이트는 그에 맞서기 위해 랜스를 들었다.

     

     그리고 충격.

     

     세리니안은 레이스 나이트의 랜스를 날려버리고는 그것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곧장 다른 레이스 나이트의 가슴에 장검을 찔러 넣어 쓰러트렸다.

     

     쓰러진 레이스 나이트는 액체가 증발하는 것처럼 수증기를 내면서 하늘로 올라갔다. 네크로퍼지의 주박에서 혼이 해방되었다는 증거다.

     

     하이 제노 사이드 스웜들도 침입해 온 레이스 나이트와 교전하고 있다. 피난민을 지키기 위해 이를 드러내면서 레이스 나이트를 저지한다. 상대는 기동력이 높지만 60체만 있기 때문에, 이쪽도 세리니안을 더해 어떻게든 물량이 갖춰져 있다. 정면으로 싸우면 이기지 못할 상대가 아니다.

     

     [여왕 폐하! 레이스 나이트가 또다시 돌파! 수는 조금 전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역시 적도 진심인가.

     

     레이스 나이트가 60체 정도만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적의 공격은 계속된다. 세리니안과 성벽 내의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들이 힘내 줘야겠다.

     

     

     

     "라이사, 네크로맨서는 발견했는가?"

     [아니요! 아직이요! 찾고는 있지만, 적의 수가 너무 많아서......]

     

     꼭두각시 안에 숨어있는 걸까? 비겁한 짓을.

     

     "라이사. 네크로맨서는 야윈 몸을 하고 있어서 거의 미라처럼 생겼다. 그리고 다 떨어진 로브를 입고 있고, 그에 해당하는 적을 찾을 수 없을까?"

     나는 네크로맨서의 자세한 정보를 전하고는, 라이사의 대답을 기다렸다.

     

     [.....있어요! 적 네크로맨서를 발견! 공격합니다!]

     

     좋아. 나쁘지 않아. 이걸로 꼭두각시의 수를 줄인다면 좋겠지만.

     

     "라이사. 공격은 성공했나?"
     [성공했다, 고 생각해요. 적은 쓰러트렸거든요. 하지만, 꼭두각시의 수는 변함이 없어요! 이대로 간다면 성벽이 돌파당하겠어요!]

     

     젠장. 예비 네크로맨서를 준비해왔나. 꽤 하는데.

     

     "라이사. 네크로맨서를 발견하는 대로 공격을 계속해. 지금, 그쪽에 지원을 보낼 테니."

     나는 라이사와 세리니안이 싸우고 있는 사이, 스웜을 더욱 생산해두었다.

     

     수량은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이 600체. 그리고 프레임 스웜 400체 총 1000체.

     

     아직 만 단위의 적이 남아있는 상태에서의 지원 치고는 부족하지만, 이게 최대다. 이 이상 생산하게 되면 전략에 필요한 예비 지원을 잃어버린다. 이미 드레드노트 스웜을 생산할 수 없을 만큼 자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적이 예비의 네크로맨서를 준비하고 있을 경우, 그걸 어디에 둘까?"

     난 혼자서 생각에 잠겼다.

     

     나라면 서로를 다른 장소에 배치한다. 그것도 다른 네크로맨서가 쓰러트린 것이 잘 보이는 위치에.

     

     "라이사. 그 방어벽 정면에 높은 곳이 없나 찾아봐. 아마 적의 네크로맨서는 그 부근에 있을 거다."
     [알겠어요, 여왕 폐하!]

     

     라이사와 시야를 공유하며, 방어벽 정면의 꼭두각시가 몰려드는 장소에 네크로맨서가 없나 찾아본다.

     

     있다. 하지만, 그것은 네크로맨서가 아니다. 상위 호환인 리치다. 시체를 꼭두각시로 조종하는데 더해 공격마술도 사용하는 성가신 상대다.

     

     "라이사. 지금 자리에서 노리는 건 가능한가?"
     [어렵겠네요. 적이 너무 멀어서......]

     

     적은 라이사의 장궁으로도 안 닿을 위치에 있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는 그녀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세리니안. 지금부터 적의 대열 위로 날아서, 저 위치에 있는 적을 쓰러트렸으면 하는데,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여왕 폐하. 침입한 레이스 나이트는 거의 전멸. 이쪽이 손을 쓰기에는 적절한 기회입니다]

     

     내가 묻자, 세리니안이 싱긋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하였다.

     

     "좋아. 부탁한다, 세리니안. 이 방어선의 승패는 네게 달렸다. 돌아오는 길은 반드시 라이사와 내가 준비할 테니, 지금은 적의 목을 날리는 데에만 집중해."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세리니안은 내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방어벽 위로 뛰어올랐다.

     

     "라이사, 적은 저 녀석이 맞지?"
     "네. 저거라고 생각해요. 해주실 수 있나요, 세리니안 씨?"
     "그야 물론. 맡겨만 둬."

     

     세리니안은 라이사와 대화를 나누고는, 방어벽을 박차며 날개를 펴고는 날아오르더니, 단번에 리치가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앗......!"

     나는 세리니안의 시야를 통해, 리치가 그 해골 같은 얼굴에 놀람의 표정을 짓는 것을 바라보았다. 꼴좋다. 여태까지 시체로 갖고 논 업보를 청산하도록 해라.

     

     "하아앗!"
     "크윽!"

     

     세리니안이 장검을 내리치자, 리치가 방어마술 같은 것을 발동했다. 그러자 리치의 몸이 녹색 빛이 휩싸이더니 장검이 리치에 닿지 않는다.

     

     "이노옴. 벌레 따위가 건방지게!"

     리치는 그렇게 고하고는 손바닥에서 전류를 발생시켜 세리니안에게로 향했다.

     

     "느려!"

     하지만, 그런 공격에 명중될 정도로 세리니안은 허술하지 않다. 그녀는 리치가 펼치는 공격마술을 피하고 가드하면서 리치에게 다가들었다.

     

     리치는 초조해졌는지 조준이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그 틈에 세리니안이 단번에 거리를 좁혔다. 그것은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다.

     

     리치의 공격마술을 피한 세리니안은 다시금 장검을 들어, 리치의 목을 노리고 장검을 휘둘렀다.

     

     이번의 리치는 방어마술을 발동시킬 틈도 없었다. 리치의 목은 날아갔고, 시체는 지면에 쓰러졌다.

     

     [여왕 폐하. 해냈습니다]

     "정말 수고했나, 세리니안. 지금, 네가 돌아올 길을 만들도록 하마. 든든한 아군도 왔으니까."

     세리니안의 보고와 동시에 나는 어떤 보고를 받았었다.

     

     전황을 역전시킬만한 보고다.

     

     그것은 하늘에서 찾아왔다.

     

     "와이번! 그리고 그리폰!"

     

     내 근처에 있던 포트리오 공화국의 병사들이 소리쳤다.

     

     그렇다, 우리의 항공전력인 와이번 스웜과 그리폰 스웜이 도착한 것이다.

     

     그리폰 스웜은 똑바로 세리니안 쪽을 향했고, 와이번 스웜 6체는 지상을 불바다로 만들기 위해 화염방사를 썼다.

     

     적들한테는 대공 전력이 없는지,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와이번에 의해 불타버렸다. 다른 네크로맨서가 그 공격에 휘말렸는지 꼭두각시들이 한꺼번에 시체로 되돌아간다.

     

     "여왕 폐하! 이겼습니다!"
     "아직 일러, 세리니안. 적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그리폰 스웜을 타고 돌아온 세리니안이 기뻐하며 고하자, 나는 신중하게 지도와 각 스웜들의 정보를 읽어 들였다.

     

     다행히 항공정찰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그리폰 스웜의 시야의 정보는 매우 도움이 되었다. 그에 따르면 공격 지점은 이 라이사 쪽에서 버티고 있는 한 곳만이며, 다른 곳에 적이 숨어있는 기색은 없다고 알 수 있었다.

     

     "라이사. 공격은 버틸 수 있어보는가?"
     [네, 여왕 폐하. 몇몇 레이스 나이트가 남아있지만, 꼭두각시는 전멸했거든요]

     

     좋아. 이걸로 승리를 축하할 수 있겠어.

     

     남은 레이스 나이트는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과 프레임 스웜의 공격을 받고 소멸했고, 남겨진 것은 불타오르는 시체의 산더미와, 꼭두각시에 당해버린 스웜의 시체만이었다.

     

     "시체는 전부 고기경단으로 만들고, 아군의 시체는 정중히 장사 지내. 이상이다."

     나는 전투 종결의 지시를 끝으로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이걸로 포톤을 일시적이나마 지켜낼 수 있었다. 수십 만에 달하는 피난민한테서 희생자를 내지 않고 끝났다. 이걸로 이제야 전쟁에 일단락이 난 것이다.

     

     남은 것은 네크로퍼지의 공격을 물리치면서, 네크로퍼지의 수도 그레이브를 습격하여 괴멸시킬뿐.

     

     하지만, 그게 어렵다. 육장고의 재료는 대부분 소진하고 말았다. 이래서는 드레드노트 스웜을 만들 수가 없다.

     

     어떻게든 재료를 조달해야.

     

     [여왕 폐하. 저희들은 전쟁에 이긴 겁니까?]

     "모르겠다. 지금은 아직."

     

     어떤 하이 제노사이드 스웜이 그렇게 묻자, 나는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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