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5 만찬회
    2022년 11월 20일 18시 47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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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이 네크로퍼지의 마수에서 포톤을 구원한 일은 곧장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기분 나쁜 괴물 취급이었던 스웜들도, 지금은 구국의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하지만 스웜으로서는 인간이 칭찬한들 전혀 기쁘지 않겠지만.

     

     나는 뭐하고 있냐면, 자재의 잔량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네크로퍼지의 포톤 총공격에 사용된 시체 전부를 고기경단으로 만들어 육장고에 넣어뒀지만, 그럼에도 드레드노트 스웜을 생산하기에는 부족하다. 고기가 더욱 필요하지만, 이 나라의 가축은 이미 다 먹어치워서 구입할 수 없다.

     

     곤란한다.

     

     구 대륙에서 물자를 운송하고 싶어도 도중에 씨 서펜트가 버티고 있다. 아마도 닐나르 제국이 네크로퍼지를 막기 위해 풀어놓은 것들이다.

     

     구 대륙과 좀더 간단히 오갈 수 있다면, 그곳에 있는 수십 만의 유닛과 함께 가축의 고기도 운반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오갈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만 한다.

     

     그럼 어떻게 할까......?

     

     "여왕 폐하."

     내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세리니안이 말을 걸어왔다.

     

     "왜 그러지, 세리니안."

     "포트리오 공화국 것들이 와 있습니다. 여왕 폐하를 알현하고 싶답니다."

     알현이라니 거창하기는. 아마, 세리니안이 그렇게 해석한 거겠지.

     

     "만날게. 어디 있는데?"
     "저쪽입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내가 묻자, 세리니안은 나를 데리고 나아갔다.

     

     "오오! 우리 포톤의 구제주 아니신가!"

     

     기다리고 있던 자는 맥켄지 대통령이었다.

     

     "아직 그렇게 부르기에는 일러. 일단의 공격은 막아냈지만, 이후의 일은 모른다. 적이 신성 오구스트 제국의 신민들을 전부 꼭두각시로 만들었다면, 더욱 대규모의 공격도 해올지 몰라. 뭐 레이스 나이트는 상당한 수를 줄여줬지만."

     "그럼에도 당신 덕분에 포톤의 마을과 피난민은 구원받았네. 우리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오던 승리를 거머쥐었지. 병사들의 사기도 역대 최고로 올라가 있으며, 국민들은 내일에 희망을 보기 시작했네. 당신 덕분일세."

     흠. 그렇게 말하니 나쁜 기분은 안 드네.

     

     "그래서 어떤가. 우리들은 이번 승리를 축하하며 만찬회를 열었는데, 거기에 참석해 주지 않겠나. 뭐 대단한 식사는 나오지 않지만. 그래, 생선만의 만찬회가 되겠군. 포트리오는 어업이 발달한 나라니까."

     

     생선이라. 생선은 싫지 않다. 초밥도 회도 정말 좋아한다. 뭐, 이 세계의 주민들이 날 것으로 생선을 먹을지는 의문이지만.

     

     "상관없다. 출석하지. 승리를 축하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 나는 다음 전투만 생각하고 있어서 기분 전환이 잘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오오. 이거 고맙군. 만찬회에는 주빈으로서 맞이하겠네. 내일 저녁에 열릴 테니, 그전에 안내자를 보내면 그에 따라서 영빈관으로 와주시게."

     생선 요리라. 어떤 걸까. 아아. 해물 덮밥이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만찬회에 해물 덮밥이 나올리는 없겠지.

     

     "그럼, 그때."
     "그때 봅세나."

     나와 맥켄지 대통령은 그렇게 인사하며 헤어졌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여왕 폐하. 전쟁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자들이 우리의 승리를 축하하다니요."

     "우리들은 이 나라를 구하러 온 거다. 우리의 승리는 곧 그들의 승리. 그리고 그들도 전혀 도움이 안 되었던 건 아냐. 피난민의 유도 덕분에 희생자를 막을 수 있었다. 그 임무로 레이스 나이트한테 당해버린 병사도 적지 않고."

     포트리오 공화국군은 앞으로도 피난민의 보호에 전념하게 하자.

     

     "그래. 그러고 보니 전투가 끝났으니 워커 스웜한테 가주택을 짓게 해야겠구나. 피난민의 수는 많지만, 워커 스웜과 공화국군이 협력한다면 순식간에 완성될 거다."

     "여왕 폐하. 인간들에게 너그러워졌군요."
     

     "나는 예전부터 인간한테 너그러웠는데. 단지, 저쪽이 배신하는 패턴이 많아서 그랬지. 이번에는 배신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엘프의 숲. 마린의 마을 사람들. 이자벨.

     

     내가 잘 대해준 사람들은 모두 배신당해서 죽고 말았다.

     

     "세리니안은 지금의 내가 마음에 안 드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여왕 폐하께서 행복하시다면 그게 제일이니까요."

     스웜들은 인간을 지키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금의 적은 네크로퍼지다. 쓸데없이 적을 늘리고 싶지는 않아. 포트리오 공화국과는 우호관계를 유지하자."

     네크로퍼지.

     

     그 게임에서 내가 가장 꺼려하는 진영.

     

     이것이 라스트 보스일지도 모르겠어.

     


     

     

     피난민들이 입주할 가주택의 건설이 급속히 이루어지는 와중에, 나와 세리니안과 라이사는 드레스 차림으로 만찬회의 자리로 향했다. 드레스를 갖고 온 자는 나 뿐이라서, 세리니안과 라이사는 빌린 상태다. 세리니안은 빨강, 라이사는 보라. 둘 다 잘 어울리고 귀엽다.

     

     "안녕하십니까, 이쪽으로 오십시오."

     영빈관에서는, 대통령 수석보좌관인 다니엘 딘이 맞이해주었다.

     

     "라이사는 생선을 좋아하나?"
     "좋아해요! 하지만 제가 먹었던 것은 민물고기지만요."

     다니엘의 안내로 영빈관 안을 나아가면서, 나는 라이사한테 그렇게 물어보았다.

     

     "세리니안은?"

     "저는 좋지도 싫지도 않습니다."

     세리니안이 피망을 싫어한다면 귀여울 텐데.

     

     "이쪽이 연회장입니다."

     우리가 대화하고 있자, 다니엘이 문을 열어주었다.

     

     "아라크네아의 여왕 그레빌레아 님, 세리니안 님, 라이사 님 오셨습니다."

     다니엘이 그렇게 고하자, 연회장의 시선이 우리들한테 쏠렸다.

     

     괜찮은 연회장이었다. 샹들리에의 조명이 반짝이고, 화려한 군복과 드레스 차림의 참석자들이 늘어서 있다.

     

     "이쪽 자리입니다."

     다니엘이 말하자, 우리들은 대통령과 장군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안내되었다.

     

     "잘 왔네, 우리의 동맹이여! 오늘은 앞선 포톤 방어전의 승리를 축하면서, 당신들을 환영하는 의미를 담아 만찬회를 개최하겠네!"

     맥켄지 대통령은 그렇게 고했다.

     

     환영이라니 꽤나 뒤늦은 환영이구만. 솔직하게 전승 축하연이라고 해도 될 텐데.

     

     "그 환영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가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군."

     나는 맥켄지 대통령의 환영사에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현재 우리 포트리오 공화국은 존망의 위기에 처해있다. 네크로퍼지라는 세력이 신대륙에 발생한 뒤로 2년. 신대륙의 나라들은 모두 멸망하고, 최후의 동맹국이었던 신성 오구스트 제국도 함락되어, 결국 우리들만 남게 되었다."

     

     네크로퍼지는 2년 만에 대륙을 제패했는가. 그것도 그렇겠지. 영체계 유닛을 사용한다면 이 세계의 평범한 무기로는 상처하나 나지 않고, 시체는 곧장 적으로 쓸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난 네크로퍼지가 싫다.

     

     "우리들은 신대륙에 여러 번 원군을 요청했다. 동부상업연합에서 프란츠 교황국, 그리고 닐나르 제국까지도. 하지만 구원의 손길은 여태까지 오지 않았다. 그들도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그 전쟁을 일으킨 것은 우리들 아라크네아였지만.

     

     "하지만, 이제야 구워이 찾아왔다. 믿음직한 아라크네아다. 그들은 무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그 유령기사도 쓰러트리고, 사자의 군세조차 물리쳤다. 그들이 있다면 우리들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거다! 이 포톤만이 아닌, 대륙의 국토 탈환도 가능할지 모른다!"

     맥켄지 대통령은 정말 기뻐 보인다.

     

     그리고 참석한 사람들도. 우리들 아라크네아도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구나.

     

     "포트리오 공화국과 아라크네아에 건배!"

     그리고, 건배가 이루어진다.

     

     "건배."

     나도 잔을 들어 건배한다.

     

     "따분한 연설이라 미안했네, 여왕 폐하. 하지만, 민중들은 기뻐하고 있다네. 장군들도 그렇고. 이제야 승리했다면서, 여태까지는 계속 내일이 없는 후퇴만을 계속해온 우리들이 말일세."

     이제야 승리했다니, 기쁘기는 하겠다.

     

     "우리한테 승리를 가져다주었네. 그런 데다가 피난민들한테는 주거지까지 주고 있다지? 그 보답으로 무엇을 해주면 좋겠나?"

     

     맥켄지 대통령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렇게 물어보았다.

     

     뭐, 무상의 친절을 경계하는 건 당연하가. 국가에 진정한 친구란 없다. 있는 것은 이해가 일치하는 다른 나라나 이해가 대립하는 다른 나라.

     

     "그럼, 우리의 계속된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을 원한다."

     나로서는 이 신대륙을 덮친 재앙을 이겨내는 일이야말로 원하는 일이다.

     

     "우리들은 고기가 필요하다. 막대한 고기를. 그걸 얻을 수 있다면, 나로서는 더 할 말이 없다. 뭔가 막대한 고기를 손에 넣을 방법은 없을까?"
     

     "고기라......"

     내가 무리라고 생각하면서도 고기를 원한다고 하자, 대통령은 생각에 잠겼다.

     

     "고기가 있기는 있지만, 그걸 얻으려면 매우 어렵다고나 할까. 적어도 우리들만으로는 할 수 없네."
     "방법은 있는 건가? 어떤 방법이면 고기를 얻을 수 있지?"

     나는 맥켄지 대통령의 예상 밖의 반응에, 무심코 달려들 것처럼 그를 보았다.

     

     "씨 서펜트. 바다의 괴물인 씨 서펜트를 잡아서 고기를 얻는다면, 막대한 양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네."

     과연. 씨 서펜트라니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씨 서펜트의 고기를 손에 넣는다면, 충분한 양의 스웜을 만드는 것도, 드레드노트 스웜을 만드는 일도 불가능하지는 않게 된다. 괜찮은 아이디어일지도 모른다.

     

     "좋아. 우리가 낚시에 참가하지. 그쪽도 협력해줬으면 한다만."
     "그야 물론일세. 동맹을 위해서라면 협력을 아끼지 않을 셈이니."

     이걸로 고기를 확보할 길이 열린 것이다. 좋은 일이다.

     

     "그래서 하나 당신들한테 묻고 싶은 일이 있네만."

     "흐음?"

     대통령이 내 쪽을 향해서 그렇게 물었다.

     

     "당신들 아라크네아는 어디에서 왔는가? 네크로퍼지에게 통하는 힘. 그건 어디에서 왔는가?"

     "이세계에서 왔다. 여기와는 다른 세계. 그것뿐이다."

     "여기와는 다른 세계라. 그런 곳이 있을 줄이야. 네크로퍼지도 그곳에서?"

     "그래. 네크로퍼지도 그곳에서 왔다."

     다만 네크로퍼지를 조종하는 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닐나르 제국에서는 황제 맥시밀리언이 그레고리아의 유산을 쓰고 있었다.

     

     네크로퍼지도 현지의 주민이 자신의 야망을 위해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네크로퍼지의 힘에 매료되어서, 대륙 제패를 노리는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네크로퍼지가 출현하기 전후에 기묘한 일은 없었나?"

     

     "아니. 대륙은 평화 그 자체였다네. 오랜 전란에도 종지부가 찍혀서, 누구나 평화를 누리고 있었다네. 네크로퍼지가 나타날 때까지는......"

     전란에 관련된 인물일까?

     

     아니, 잠깐. 상대는 네크로퍼지의 유닛을 잘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해 네크로퍼지를 잘 아는 인물이 컨트롤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역시 네크로퍼지를 조종하는 자는 나와 같은 이세계의 주민일지도?

     

     그렇다면 엄청난 녀석이구나. 네크로퍼지를 확대시키기 위해 계속하여 나라를 함락시키고 사람들을 학살하다니.

     

     뭐, 그걸 말하자면 우리들 아라크네아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럼, 식사를 즐겨주시게, 아라크네아의 여왕. 꽤 맛있을 걸세."

     실제로도 요리는 정말 맛있었다.

     

     연어 뫼니에르는 매우 뛰어났다. 카르파초 샐러드도 최고로 맛있었다.

     

     다만, 나는 잘 못 마시는 와인을 마시고 말아서, 곧장 헤롱거리게 되어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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