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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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1월 14일 08시 19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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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우리들은 짐을 싸며 피난 갈 준비를 진행했다.

     

     요르무의 마을 주민들한테 조디가 위험을 알리자, 내일이라도 피난 간다고 말하며 마찬가지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언제나 전쟁의 난민들의 모습은 이렇다.

     

     "오늘로 이 집과도 작별이다. 작별의 키스라도 해줄까?"
     "그만둬, 오빠. 기분 나빠."

     하지만, 그럼에도 존의 가족은 기운차게 지내고 있다.

     

     오늘도 조엘이 만든 저녁식사를 즐기고서, 우리들은 세리니안이 마차를 몰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조용한 공간에 파도 소리가 마음을 치유해준다.

     

     그때였다. 서쪽 하늘에 빛이 번쩍였던 것은.

     

     "지금 것은 설마......"
     "젠장. 전선이 돌파당했다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흉조의 빛. 주민들에게 전선이 뚫렸음을 알리는 빛이다.

     

     "지금부터 수도를 향해 나아가자. 세리니안과는 중간에 만나면 된다!"
     "알았어! 가자, 조디, 조엘!"

     우리들은 서둘러 집을 뛰쳐나와 큰길을 따라 나아갔다.

     

     다른 주민들도 묵시록의 천사가 나타난 것처럼 서쪽 하늘의 빛을 바라보고 있다. 그럴 틈이 있으면 서둘러 도망치라고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세리니안! 적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서둘러!"
     [알겠습니다! 이제 곧 도착합니다!]

     

     부탁이다. 세리니안. 너만 믿는다.

     

     이미 레이스 나이트는 이 마을에 들어왔을 것이다. 주민들을 죽이기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들한테서 도망칠 수 있을까.

     

     내가 그런 의문을 품었을 때, 전방에서 편자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마차다. 세리니안이 고삐를 쥔 마차가 저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여왕 폐하! 이쪽입니다!"

     세리니안이 소리를 내자, 나는 서둘렀다.

     

     "세리니안. 잘 와주었다. 위험한 상황이었거든."
     "이해하고 있습니다! 손님들을 태운다면 서둘러 주십시오!"

     마차에 짐을 던져놓은 내가 말하자, 세리니안이 그렇게 재촉한다.

     

     맞다. 존의 가족을 빨리 태워야 해.

     

     "존, 조엘, 조디! 빨리 마차에 타라! 시간이 없다!"
     "알았어! 조디, 너부터 타!"

     세 자매는 여동생인 조디부터 먼저 마차에 타기 시작했다.

     

     "조엘 오빠! 뒤! 위험해!"

     마차에 타는 걸 기다리던 조엘의 등 뒤에 레이스 나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 공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과 동시에 말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레이스 나이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짜증 날 정도로 드높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그것이 조엘에게 다가온다.

     

     "조엘! 도망쳐!"

     존이 그렇게 소리치지만, 전부 늦었다.

     

     조엘의 가슴에 레이스 나이트의 랜스가 박히자, 조엘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이젠 끝이다. 저래서는 즉사다.

     

     "존! 그는 죽었다! 너도 서둘러 마차에 타!"
     "누가 동생을 내버릴 수 있겠냐고!"

     내 말에 존이 그렇게 외치며 무기를 들었다.

     

     "안 돼! 그 무기로는 레이스 나이트를 쓰러트릴 수 없어!"
     "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 나는 동생이 죽었는데 가만히 있을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자, 덤벼라 괴물 자식!"

     내 설득도 안 듣고, 존은 레이스 나이트에게로 향했다.

     

     "하앗!"

     

     존이 레이스 나이트를 베었지만, 그것은 효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유령계 유닛에게는 평범한 무기가 통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랬다.

     

     "크윽......"

     존은 레이스 나이트한테서의 일격을 받고 입에서 피를 흘리며 지면에 쓰러졌다. 이제 일어설 수는 없으리라.

     

     "존 오빠! 조엘 오빠!"

     

     조디는 계속 외치고 있다. 자신의 가족을 순식간에 잃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으로.

     

     ".....세리니안. 출발해."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내가 조용히 명령하자, 세리니안이 마차를 출발시켰다.

     

     "잠깐! 오빠들이 살아있어! 일어나고 있어!"

     조디가 그렇게 고하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확실히 존과 조엘은 일어서 있었다. 다만, 시체로서.

     

     네크로맨서가 웃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잘 봐라, 조디. 저것은 정말로 네 오빠인가? 저 생기 없는 얼굴은 정말로 네 오빠들인가?"
     "하지만, 오빠들 일어났는걸......"

     

     조디에게 현실을 말해주지만, 그녀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저건 이제 네가 알던 오빠가 아냐. 네크로맨서한테 조종당하는 꼭두각시다. 네 오빠는 이제 없어. 날 맞이해준 오빠가 아니다. 그 점을 이해해야 해, 조디. 네가 지금 돌아가면 그들의 노력은 수포가 된다."

     "하지만, 하지만......"

     조디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이윽고 존과 조엘의 모습이 안 보이게 되자 혼자서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조디의 몸은 살짝 안아주었다.

     

     "세리니안. 추격자는?"
     "없습니다. 있었다 해도 뿌리쳐 보이겠습니다."

     내가 조디를 안아준 채 물어보자, 세리니안이 그렇게 대답했다.

     

     일단의 역경은 벗어났나.

     

     희생은 컸지만, 우리는 무사히 수도로 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수도도 이제 네크로퍼지의 사정권 내에 들어가 있다 서둘러 방어태세를 갖춰야 한다.

     

     나는 약속했다. 존에게.

     

     수도에 오면 안전하다고.

     

     그리고 존이 죽었어도, 조디라고 하는 그의 가족을 맡은 나는 그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조디가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안전지대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것이 현재 나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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