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4 혁명, 그 후
    2022년 11월 11일 07시 27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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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은 기억을 토대로 랄로가 경영하는 여관으로 향했다.

     

     그의 가게는 변함없이 그곳에 있었다. 간판도 그대로다.

     

     "실례한다."

     난 그렇게 말하며 랄로의 숙소 현관을 지났다.

     

     "어서 오세요~!"

     

     우리를 맞이한 자는 우리가 전에 갔을 때의 점원이었다.

     

     "앗! 당신들은......"
     "그래. 랄로를 만날 수 있을까?"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랄로 씨는 이제 정치에는 돌아가지 않을 텐데요?"

     "그건 알고 있지만, 만나보고 싶을 뿐이다."

     점원이 그렇게 주의를 주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앗, 주문하실 것은 있나요?"

     "오므라이스를."

     "저도 오므라이스."

     

     "저기. 그럼 저도 오므라이스로!"

     내가 전에 먹었을 때 맛있었던 오므라이스를 주문하자, 세리니안과 라이사도 같은 것을 주문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점원은 주문을 받자 주방으로 돌아갔다.

     

     "랄로 씨는 어떤 분이세요?"
     "네가 마녀의 일격으로 누워있을 때 그 해독제를 조달해준 사람이다. 라이사의 생명의 은인이랄까."

     "저의 해독제를 마련해준 분이요! 정말 생명의 은인이네요!"

     라이사는 천진난만하게 말하고는 생글거리며 오므라이스를 기다렸다.

     

     "기다리셨습니다! 오므라이스예요!"

     

     음~ 이곳의 오므라이스는 식욕을 돋운다. 치킨라이스를 뒤덮은 알은 부드럽고, 안에는 맛있는 치킨라이스.

     

     내가 열심히 치킨라이스를 먹자 세리니안도 먹기 시작했고, 라잇도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오무라이스를 입으로 가져갔다.

     

     "맛있어! 정말 맛있네요, 여왕 폐하!"
     "그래. 이곳의 오무라이스는 미미(美味)다."

     

     나는 벌써 절반 정도 오무라이스를 비우고서 라이사한테 대답했다.

     

     "랄로 씨께서 오셨어요."

     그때 점원이 그렇게 말해왔다.

     

     "......오랜만입니다. 아라크네아의 여왕 폐하."

     

     랄로는 전에 보았을 때보다 조금 야윈 모습으로 보였다.

     

     "여어, 랄로. 네가 마중하러 오지 않아서 이쪽으로 왔다. 누가 뭐래도 이곳에 있는 라이사의 해독제를 마련해준 생명의 은인이니까."

     "이렇게나 귀여운 아가씨의 도움이 되었다니 영광이군."

     랄로는 그렇게 말하고서 라이사를 보며 웃었다.

     

     "네가 새로운 정권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지?"
     "조금 다툼이 있었다. 그보다도 나는 정치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깨달아서 그래."

     내가 본론을 꺼내자, 랄로는 그렇게 대답했다.

     

     "혁명은 처음에는 잘 되었다. 왕족이 숨긴 재산을 써서 나라가 돌아가게 했고. 상당한 양이라서, 당분간은 이걸로 해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랄로는 우리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새 정책을 펼칠 때마다 그 재산이 사라지고, 이윽고 바닥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혁명정부는 사람들을 위해 싸워야만 했지. 그래서 증세라는 형식으로 보충했다."

     

     그렇게 말하는 랄로는 매우 유감이라는 표정이었다.

     

     "증세를 하려고 해도, 돈이 있는 녀석들은 혁명정부의 리더한테 헌금하는 것으로 증세에서 벗어났다. 그 몫을 보충하는 건 누굴까? 헌금할 정도의 재산이 없는 일반 시민이다. 혁명정부는 나라를 좋게 만든다며 여러 정책을 펼쳤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어디까지가 시민을 위한 일인지 모르겠더라."

     그런가. 부유층의 헌금은 왕족에서 혁명정부로 계승되었다는 말이구나.

     

     "혁명정부는 당초의 목적을 잃었다. 우리들은 왕족을 타도할뿐만이 아닌, 일반 시민을 해방시키기 위해 봉기한 것인데. ㅏ지만 지금은 부유층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으니, 이래서는 왕정 시절과 아무것도 다르지 않아."

     랄로를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넌 혁명정부에서 물러난 거구나. 그 이상의 더러운 일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의 이상을 지키기 위해서."

     "그래, 맞아. 나는 썩어가는 혁명정부에서 물러났다. 그럼에도 혁명정부에서는 정치로 복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 하지만 누가 지금의 혁명정부에 힘을 빌려주고 싶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너는 혁명정부로 돌아가야 한다고 보는데.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서라도 정치를 하려고 한다면."

     

     "뭐라고?"

     

     나의 말에, 랄로가 눈을 부릅떴다.

     

     "혁명정부에 필요한 것은 너희 같은 청렴결백한 인재다. 헌금을 받지 않고 그걸 규제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혁명정부에 있지 않으면, 이 나라는 썩어가기만 할 거다. 그런 사실은 알고 있지 않나?"

     내가 묻자, 랄로는 말없이 날 바라보았다.

     

     "네가 혁명정부를 추방하는 일도 있을지 몰라. 그때는 제2의 혁명이다. 시민은 정말로 시민을 생각하는 널 따라올 거다. 반드시 잘 될 거야."

     나는 아무 근거도 없이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하지만 내가 배운 지구의 역사를 보면 그럴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래. 정치의 세계에 다시 한번 돌아가 보지. 그들이 폭주한다면 막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이해했다.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

     "그렇게만 해."

     내 말에 랄로는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포트리오 공화국에 대해 뭔가 정보는 없나?"
     "포트리오 공화국? 때때로 난민이 흘러드는 정도인데."

     "난민은 뭐라 말하고 있지?"
     "포트리오 공화국은 함락 직전이라더라. 듣자 하니 네크로퍼지 제국이라는 게 신대륙에서 맹위를 떨친다더군."

     과연. 역시 포트리오 공화국으로 서두르지 않으면 함락인가.

     

     "정보 고맙다. 이건 정보료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약간 많은 금화를 놓고, 이미 오므라이스를 다 먹은 세리니안과 라이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부터 포트리오 공화국으로 향하려고?"
     "그럴 셈이다. 네크로퍼지라는 녀석을 쳐부숴야만 하니까."

     랄로가 물어보자,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럼, 이걸 갖고 가도록 해."

     그렇게 말한 랄로는 가게 안에서 한 자루의 장검을 들고 왔다.

     

     "포트리오 공화국의 난민이 여관비로 두고 간 거다. 표면이 은으로 가공되어 있어서, 네크로퍼지 제국의 괴물들한테 잘 듣는다더군. 작별 인사 대신이다. 내가 갖고 있어도 의미가 없으니 받아줘."

     "그럼 고맙게 받겠다."

     

     은제 무기인가. 네크로퍼지의 레이스계 유닛한테는 크리티컬이 나오는 무기구나. 이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럼 무사한 여행을 기원하지. 요즘은 포트리오 공화국에서 오던 난민도 끊겼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몰라. 무사히 돌아오기만 해."
     "그래. 그럴 셈이다."

     랄로의 말에,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여관을 나왔다.

     

     랄로의 여관에서 배로 돌아갔을 때에는 이미 물자의 적재가 끝나 있었다.

     

     식량과 물. 식량 중에는 괴혈병이 생기지 않도록 사워크라우트와 비슷한 음식이 있었다. 그 외에는 말린 고기와 딱딱한 빵이다. 여행 중의 식사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구나. 방금 먹었던 오므라이스가 최후의 만찬이었다고 생각해두자.

     

     "그럼, 제군. 지원에 감사한다. 우리는 신대륙의 위협을 제거하고 나서 돌아올 셈이다. 그리고ㅡㅡ"

     내 시선이 이 나라의 대표단 뒤에 나타난 랄로에게로 향했다.

     

     "이 나라가 더욱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서로 노력해보자. 우리의 목적은 어느 의미로 일치하니까."

     나는 그렇게 고하고서, 배를 출항시켰다.

     

     함대는 나브릿지 군도를 벗어나 신대륙으로 향했다.

     

     아아. 빨리 땅에 발을 디디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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