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1 제도 베지아 결전(2)
    2022년 11월 08일 07시 23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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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은 드디어 제도 베지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성문에 다다르자 투석기와 발리스타가 드레드노트 스웜을 두드린다. 하지만 효과는 전혀 없다. 단단한 외골격은 적의 공격을 튕겨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성문으로 다가간다.

     

     이윽고 드레드노트 스웜은 반신을 들어 올렸다 내리는 기세로 성문을 파괴했다. 그곳에 배치되었던 병사는 즉사 아니면 심한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다.

     

     "도, 도망쳐! 싸울만한 상대가 아냐!"
     "적은 괴물이다!"

     성문이 부서지자 병사들은 앞다투어 도망쳤다. 도망치는 그들한테서는 전의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혼란에 빠진 군중에 불과한 것이다.

     

     "제노사이드 스웜. 몰살이다."

     나는 그 도망치를 병사들을 추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금은 위협이 안 되는 존재여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크로스 보우 하나라도 든다면, 나도 죽을 수 있고, 스웜도 죽는다. 그러니 살려둘 수 없다. 한 명도 살려둘 수는 없다.

     

     "상공에 와이번!"

     로랑의 외침소리가 들린다.

     

     그의 말대로, 드레드노트 스웜을 향해 12체의 와이번이 급강하하고 있었다. 그들을 요격하는 케미컬 스웜의 대공사격을 받아 몇몇이 추락했지만, 남은 것들은 공격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다.

     

     내 귀여운 드레드노트 스웜은 화염방사 따위로 어떻게 될 만큼 연약하지 않은 것이다. 그 대가는 목숨으로 지불하도록 하라.

     

     급강하에서 탈출하려는 와이번에게 케미컬 스웜의 대공사격이 명중하여, 전부 격추되었다.

     

     드레드노트 스웜은 제도 베지아의 광경을 파괴해나갔다. 중앙시장도 대광장도 전부다 유린해나갔다. 다음에 남은 것은 잔해뿐이다.

     

     하지만, 이제야 이걸로 끝나는 것이다.

     

     기나긴 전쟁도, 이제야 끝.

     

     "여왕 폐하."

     내가 감개무량해하고 있자, 세리니안이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었다.

     

     "그 자가 있습니다. 여왕 폐하를 납치한 놈입니다. 기척으로 느껴집니다."
     "그런가...... 게오르기우스가 왔는가......"

     세리니안이 고하자, 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마지막 난관이다.

     

     내가 두려워해마지 않는 적 게오르기우스. 그가 상대라면, 드레드노트 스웜이라 해도 상대가 안 될지도 모른다. 세리니안, 라이사, 로랑, 그리고 다른 스웜들은 이길 수 있을까?

     

     지금, 그야말로 그걸 시험당하는 때가 찾아왔다.

     

     내 시야에 그리운 남자의 모습이 비친다. 게오르기우스다.

     

     "꽤나 화려한 재회가 되었구만, 그레빌레아."
     "그래. 맞다, 게오르기우스. 이런 형태로 재회하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게오르기우스가 웃자, 나도 무심코 웃어주었다.

     

     "지금부터 돌아가 주지는 않을 거지?"

     "그래. 난 황제 맥시밀리언을 죽이고 이 나라를 멸망시킬 거다."

     "그럼, 싸울 수밖에 없겠구만. 각오는 되었냐. 이번에는 살려두지 않을 거라고."
     "물론 되었고말고. 그쪽이야말로 전처럼 될 거라 생각하지 마라."

     게오르기우스가 클레이모어를 뽑자, 세리니안이 검은 장검을, 라이사가 장궁을, 로랑이 장검을 뽑았다.

     

     "그럼 시작해볼까."

     게오르기우스는 그렇게 고하고서 순식간에 가속했다.

     

     "드레드노트 스웜! 밀어붙여!"

     

     아무리 게오르기우스라 해도 이만큼 거대한 상대한테 짓눌리면 그냥 안 끝날 거라고 생각한 나는 명령을 외쳤다. 그러자 드레드노트 스웜은 일으키고 있던 반신을 단번에 내리쳐서, 지면과 충돌했다.

     

     자, 어쩔 테냐, 게오르기우스.

     

     내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 갑자기 드레드노트 스웜이 경련하더니 날뛰면서 그 자리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설마.......

     

     "이 정도인가, 아라크네아."

     게오르기우스는 드레드노트 스웜의 머리를 클레이모어로 베어 가르며 날뛰는 드레드노트 스웜의 머리를 붙잡더니, 그대로 갈라버렸다.

     

     대단한 녀석이다. 규격 외의 영웅 유닛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게오르기우스는 드래드노트 스웜의 머리를 완전히 파괴하고서, 움직임이 멈춘 것을 확인하자 머리를 던져버리고는 우리들한테 도전적인 시선을 보내왔다.

     

     "세리니안, 라이사, 로랑.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개인에게 맡기는 전략은 최악이지만,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

     

     "간다, 그레고리아의 영웅. 네놈은 여기서 죽는다."
     "내게 지기만 했던 잡병이 무슨 말을. 넌 날 못 이겨."

     세리니안이 장검을 들며 말하자, 게오르기우스가 코웃음 친다.

     

     "그건 어떤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자, 간다!"

     "와라."

     

     세리니안이 가속하여 게오르기우스에게 덤벼들자, 그도 가속하여 세리니안을 베려고 한다.

     

     양측의 칼날이 교차하자, 서로의 대미지 없이 금속음만이 울려 퍼진다.

     

     "라이사! 지금이다!"

     세리니안이 외치자, 장궁을 들고 있단 라이사가 반응했다.

     

     그녀는 장궁으로 화살을 쏘았고, 그것은 게오르기우스를 노려 날아갔다.

     

     "어딜."

     하지만, 게오르기우스는 날아든 화살을 쳐내며 코웃음 쳤다.

     

     그때 로랑이 뛰어올랐다. 라이사의 저격으로 주의를 돌린 차에 로랑이 등 뒤에서 공격하자는 작전이다. 게오르기우스는 무방비하게 당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정도냐?"

     하지만, 게오르기우스는 앞을 바라본 채로 뒤에서 공격하던 로랑의 장검을 클레이모어로 받아내어 튕겨버리고는, 빙 돌며 로랑을 베었다.

     

     "크윽......!"

     로랑은 뒤로 물러나면서, 갑옷 채로 베여 생긴 가슴의 상처를 눌렀다.

     

     "호오. 내게 완전히 베이기 전에 스스로 후퇴해서 몸을 지켰나. 꽤 하는구만. 하지만 그래도 전투불능으로 보이는데?"

     

     게오르기우스의 말대로, 로랑은 전투불능이다. 이제 싸울 수 없다.

     

     "하아앗!"

     그때, 공기를 뒤흔드는 외침 소리와 함께 세리니안이 공격하였다.

     

     "소용없다, 파란 것. 너로선 날 못 이겨."

     게오르기우스는 클레이모어를 한 손에 들고 세리니안의 장검을 받아내 튕겨내고는, 바로 반격을 가했다.

     

     클레이모어는 세리니안의 갑옷을 부수며 살점을 갈랐고, 당해버린 세리니안은 선혈을 내뿜으면서 쓰러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그녀는 크게 뒤로 물러나서 게오르기우스의 사정거리 바깥으로 도망쳤다.

     

     "세리니안 씨!"

     라이사가 세리니안의 위기를 보고 화살을 쏘았다.

     

     "소용없다고 말했을 텐데?"

     하지만 게오르기우스는 날아온 화살을 쉽게 쳐내고는, 손에 든 클레이모어의 칼끝을 라이사에게로 향했다.

     

     "2명 전투불능. 남은 것은 너뿐이다. 그 목을 날려버릴 테니 각오해라."

     게오르기우스는 라이사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서,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손에는 시위를 당긴 장궁이 있지만, 쏘지 않고 있다. 쏘려고 해도 쳐내버릴 미래만 보이기 때문이다.

     

     "게오르기우스......!"

     그런 와중, 세리니안이 장검을 지면에 꽂으며 게오르기우스를 노려보았다.

     

     "여왕 폐하. 저는 진화의 길을 찾았습니다. 새하얀 갑옷.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세리니안은 그렇게 말하더니 신음소리를 내었다.

     

     "세리니안......!?"

     그와 동시에 세리니안의 몸을 두른 갑옷이 벗겨지면서, 새로운 갑옷이 생겨났다. 그녀의 온몸을 두른 그 갑옷은 눈처럼 새하얀 색이었다.

     

     세리니안은 진화한 것이다. 화이트나이트 스웜 [세리니안]으로.

     

     그렇게 진화할 경험치가 있었다면 미리 알려주지 그랬어, 세리니안. 나를 놀라게 할 셈이었는지, 진화의 타이밍을 재지 못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심장에 나쁘잖아.

     

     "게오르기우스! 네놈의 상대는 나다!"

     세리니안이 그렇게 외치면서,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속도로 게오르기우스에게 육박한다.

     

     "뭐지......? 갑옷 색깔이 바뀌었는데......!?"
     

     그는 당황하면서도 세리니안 쪽을 바라보았다.

     

     "트아앗!"

     세리니안이 외치면서, 게오르기우스는 말없이 클레이모어가 교차한다.

     

     또 흘려지나 싶었던 세리니안의 장검은 게오르기우스의 클레이모어를 제대로 눌러서, 그에게 대미지를 입혔다. 갑옷도 없는 게오르기우스의 몸에 한줄기 붉은 선이 남겨졌다. 치명상은 아니지만 공격은 성공했다.

     

     "하핫! 꽤 하는구만!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없지!"

     게오르기우스가 클레이모어를 휘둘러 세리니안의 갑옷에 참격을 먹여보지만, 그녀의 갑옷에는 상처 하나 나지 않는다.

     

     "아직이다!"
     "쓰러지는 운명이 찾아오는 건 네놈이다!"

     

     게오르기우스는 동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즐겁게 클레이모어를 휘둘렀고, 세리니안은 그에 응해 장검을 휘둘러 틈을 보아 게오르기우스에게 대미지를 입혔다.

     

     양측의 기량은 호각. 어느 쪽이 이길지는 자신의 실력에 달렸다.

     

     금속음을 여러 번 되풀이하며 호각의 싸움을 벌이는 둘. 승패는 좀처럼 나지 않는다. 세리니안이 압도하나 싶으면 게오르기우스가 받아쳐서, 전황이 고착화되어간다.

     

     "세리니안 씨, 도와드릴게요!"

     

     여기서 움직이는 라이사. 그녀가 장궁에 화살을 메겨서, 게오르기우스의 등을 노린다.

     

     "라이사! 아직이다! 이 남자와의 승부는 내가 낸다!"

     하지만, 세리니안이 라이사의 지원을 거부했다.

     

     라이사는 깜짝 놀라 몸의 힘을 풀고는 장궁을 내리며 대결의 행방을 지켜보았다. 나와 마찬가지로.

     

     "하앗!"
     "흡!"

     

     세리니안과 게오르기우스의 대결은 계속된다.

     

     어느 쪽도 치명상에 이르지 못하는 공격을 되풀이하여, 승패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

     

     "로랑. 괜찮은가?"

     "지금 케미컬 스웜의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전선에는 곧 복귀할 수 있을 겁니다."

     로랑은 무사한가. 다행이다.

     

     "여왕 폐하. 공격은 아직 안 될까요?"

     "세리니안의 자존심이 걸려있다, 라이사. 조금만 더 지켜보자."

     라이사는 게오르기우스의 무방비한 등을 쏘고 싶어 하지만, 세리니안이 호각으로 싸우고 있으면 스스로 지원을 거부한다면 그걸 존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차하면 등 뒤에서도 일격을 가할 것이다.

     

     "하아아아앗!"
     "흐읍......!"

     

     세리니안이 특대의 일격을 자아낸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녀의 일격은 게오르기우스의 장검을 베어버리며 게오르기우스의 몸에 깊숙한 참격의 흔적을 해졌다. 그야말로 혼신의 일격이다.

     

     "크윽.......!"

     세리니안의 칼은 게오르기우스의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옆구리까지 베어버리며 게오르기우스한테 치명상을 입혔다. 게오르기우스는 뒤로 물러나면서 숨을 헐떡였다. 그 숨에는 피가 섞여 있었다.

     

     여기서 내가 게오르기우스한테 동료가 되겠냐고 물어봐도, 그는 거부할 것이다. 그는 승부에 임했고, 거기서 져버렸으니 종착점은 하나밖에 없다.

     

     내가 아무리 그에게 호감을 품고 있어도, 이미 결말은 정해져 있다.

     

     "세리니안, 쳐라."

     나는 냉정하게 명령했다.

     

     "그레빌레아......"

     세리니안이 장검을 휘두르려는 도중, 나는 그의 말을 들었다.

     

     "재밌었다고."

     게오르기우스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세리니안이 장검을 내리쳤다.

     

     게오르기우스의 목이 날아가서 지면에 구른다.

     

     "......이겼다! 이겼습니다, 여왕 폐하!"
     "그래. 이겼구나, 세리니안."

     그녀의 기쁨과는 별개로, 나한테는 친구를 죽여버린 것 같은 죄책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승리했다. 우리는 승리했다. 이걸로 제도 베지아에서 우릴 방해할 존재는 사라졌다! 남은 것은 노이에 베지아 성을 제압하는 일! 나아가라!"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는 적의 영웅이며 나는 아라크네아의 여왕. 이렇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다. 그래, 이 이외의 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몸부림쳐도, 이것 이외에는.

     

     "여왕 폐하.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네가 갑자기 진화해서 놀랐을 뿐이야."

     세리니안이 부드러운 말을 건네자, 난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세리니안. 언제부터 진화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나?"
     "여왕 폐하께 다음 진화 형태를 여쭈었을 때입니다. 마음속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전과 같은 열기와 충동이 없어서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 세리니안의 진화 시의 감각이 희박해지는 건가.

     

     "이제부터는 진화할 수 있어 보이면 나한테 제대로 전해라. 갑자기 진화해버리면 이쪽도 깜작 놀라니까."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죄송합니다."

     

     나로서는 그녀가 진화할 타이밍을 파악해두고 싶다.

     

     "그래서, 저 남자의 시체는 어떻게 합니까?"

     "구멍을 파서 묻어줘. 고기경단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나는 그렇게 고하고서, 게오르기우스의 시체에서 시선을 돌렸다.

     

     게오르기우스, 넌 상냥했다. 그래서 나도 네 사후는 정중히 장례 지내주마. 너는 스웜의 군세에 가담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을 테니, 평범하게 장례 지내서 평범하게 썩어 문드러지도록 해. 그것이 내 나름의 배려다.

     

     "자. 노이에 베지아 성으로 향하자. 전진이다. 황제 맥시밀리언의 목을 취해야 비로소 전쟁이 끝나는 것이다."

     

     우리들은 게오르기우스의 죽음을 지나 나아간다.

     

     게오르기우스. 너는 정말 괜찮은 녀석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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