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3 신대륙을 향해
    2022년 11월 08일 15시 25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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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는 이거면 되겠습니까?"
     "그래. 이렇게나 준비해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대륙의 전쟁이 종결된 지 나흘.

     

     나는 동부상업연합의 선착장에서, 연합이 준비해 준 함대에 가까운 상선의 줄을 바라보았다. 대형 상선 5척, 중형 상선 8척이 아라크네아가 신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함대다. 이걸 무상으로 준비해줬다.

     

     그들은 신대륙의 위협을 설명하자, 이미 정보를 쥐고 있었는지 즉시 납득하고는 아라크네아가 이 대륙을 지켜줌에 감사함과 동시에, 신대륙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해준다고 제안했다.

     

     그들도 맥시밀리언과 마찬가지로 신대륙에서 꿈틀대는 무언가가 무서웠던 모양이다. 교섭은 별탈없이 진행되어, 내가 요구한 것들이 거의 갖춰졌다.

     

     "저희들로서도 단절된 신대륙과의 교역이 재개된다면 이익이 될 거라 판단하고 있어요. 그를 위한 지원에 불과하지요. 신대륙에서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든, 아라크네아라면 타파할 거라 믿고 있답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지."

     케랄트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신대륙까지의 항로는 항해사가 알고 있어요. 그들한테 맡기세요. 그럼 건투를 빕니다, 아라크네아의 여왕 그레빌레아."

     케랄트는 그렇게 고하고서, 우리들이 출항하는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선창을 벗어났다.

     

     "그럼, 또 바닷길인가......"

     나는 진저리가 난다는 기분으로 배를 올려다보았다.

     

     수도 드리스 제압을 위해 배에 탔었는데, 흔들림이 심하여 뱃멀미로 죽을 뻔해서 다시 경험하기 싫다.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하니 진저리가 난다.

     

     "여왕 폐하. 준비는 되셨습니까?"

     "난 언제든 준비되어 있다, 세리니안. 내가 가져갈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내 드레스와 일용품은 라이사가 들어주고 있다. 여왕이니 그런 일 정도는 맡겨달라고 해서 맡기게 되었다.

     

     "신대륙은 어떤 장소일까요?"
     "글쎄. 이 대륙과 교류는 있었으니 그렇게 특이한 장소는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가보면 알겠지."

     이 대륙에 없는 진귀한 것이 있을까. 아니면 이 대륙의 복사판 같은 장소일까.

     

     "하나 말할 수 있는 건 신대륙에는 포트리오 공화국과 신성 오구스트 제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먼저 동부상업연합에 구조요청을 보낸 포트리오 공화국으로 향한다."

     신대륙에는 두 국가가 있다. 아니, 둘만 남았다고 해야 할까.

     

     "포트리오 공화국으로 향하기 위해 나브릿지 군도를 경유한다. 그 혁명이 잘 되어 새로운 국가체제가 생겼다고 하니, 다소나마 지원은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몰라. 식량 등도 사두고 싶고."

     "포트리오 공화국입니까. 그들은 순순히 우리의 지원을 받을까요."

     "안 받아들이면 스웜들한테 협박하라고 하면 돼."

     "그때는 저도 가세하겠습니다."
     "되도록 그렇게 되지 않기를 빌고 있지만 말이야."

     

     의욕이 가득한 세리니안에게 그렇게 말해준다.

     

     "그런데 세리니안. 너는 어째서 뱃멀미에 걸리지 않는 거지?"

     "예? 저로서는 뱃멀미라는 게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만......."

     세리니안한테 물어봐도 소용없나......

     

     "여왕 폐하~!"

     그때 라이사가 다가왔다. 자기 짐에 더해 내 짐도 준비해줬다.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슬슬 출발하나요?"
     "그전에 일단 스케줄을 정해둘까 싶은데."

     라이사의 물음에, 난 그렇게 대답했다.

     

     "먼저 이 동부상업연합에서 받은 소개장을 들고, 포트리오 공화국의 수장에게 면회를 요청한다. 그러고 나서 공화국에 있는 빈터를 제공받아서, 그곳에 신대륙의 거점을 구축한다. 그리고 신성 오구스트 제국에도 일단 연락을 취해서 공동전선을 구축할 수 있을지 물어본다."

     제국과도 연락을 주고받아 정보를 교환하고, 가능하다면 전력을 받았으면 한다. 그게 어렵다면 자원이라도.

     

     "그러고 나서는 네크로퍼지와 싸운다. 네크로퍼지는 강력한 진영이지만, 쓰러트리지 못할 상대는 아냐. 반드시 쓰러트리고 승리를 손에 넣자."

     "예. 승리를 손에 넣읍시다."

     "승리해요!"

     내 말에 세리니안과 라이사가 수긍한다.

     

     "우리가 부재중에는 로랑한테 일을 맡기게 된다. 그는 닐나르 제국 부지에서 시체를 모아 고기경단을 만드는 작전의 지휘를 맡게 될 거다."

     닐나르 제국에서 수확할 수 있는 고기경단의 수는 정말 많을 것이다. 여태까지의 전쟁으로 소모한 전력과 신대륙에서의 새 전력의 생산에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럼, 슬슬 출발이다. 너무 항해사를 기다리게 하면 미안하니, 배에 올라타서 출항 준비를 하자꾸나."

     그렇게 우리들은 배에 올라탔다.

     

     우리 외에도 제노사이드 100체, 케미컬 스웜 100체를 싣고 출발한다. 이것은 만의 하나 포트리오 공화국이 이미 네크로퍼지의 손에 함락되었을 경우를 생각해서다.

     

     신대륙에서의 작전은 잘 진행될까.

     

     그것은 내 손에 달려있다. 책임이 막중하다. 어떻게 해서든 성공해야 한다.

     

     하지만, 네크로퍼지라. 꺼림칙한 적이 상대가 되는구나......

     


     

     우리들은 동부상업연합과 로랑의 송별을 받으며 출발했다.

     

     연합의장 케랄트, 용병단장 콘라드, 은행장 호나산. 그들한테서 이번 출발을 위해 여러 가지로 지원을 받았다. 뭐 호나산한테서는 자원으로서 고기를 대량으로 제공받았다. 육장고는 가득하다.

     

     그런 우리들의 항해는 순조로워서, 태풍도 마수도 만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 나도 흔들림이 적은데 안도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전에 나브릿지 군도로 향했을 때도 바다가 평온했었지. 좋은 일이다.

     

     그렇게 우리들은 나브릿지 군도에 도착했다.

     

     "잘 왔어, 우리 혁명의 전우들!"

     그런 말로 우리를 맞이해 준 자들은 전부 낯선 얼굴.

     

     "여어, 제군. 오랜만이다."

     나는 조금 놀라면서도 환영을 받아들였다.

     

     "우리들은 당신들을 환영해! 우리 혁명에 힘을 보태준 당신들의 은혜는 잊지 않았지! 부디 사양 말고 머물렀으면 해!"

     그렇게 열의에 찬 환영을 해주고는 있지만, 내가 나브릿지 군도의 혁명에 가담했을 때 지도자였던 랄로는 없었다. 그때의 혁명에 참가했던 다른 사람이 랄로 대신으로 그곳에 있었다.

     

     "나도 나브릿지 군도에서 받은 은혜는 잊지 않았다."

     

     "그로부터 저희 삶은 더욱 나아졌답니다! 이것도 당신들께서 혁명을 도와준 덕택이에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 여성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인다.

     

     "그거 다행이로군. 그런데 랄로는 어디 있지?"

     

     내가 그리 묻자,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랄로는 혁명이 성립되자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잃고 말았어. 본래라면 국가원수가 돼야 할 입장인데도,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여관의 점주로 돌아가고 말았거든."

     그런가. 랄로한테 그런 일이.

     

     "부탁이 있다. 이 배가 신대륙에 갈 수 있을 만큼의 식량과 물을 보급해줬으면 한다. 선창 안에는 짐만 있으니 우리와 항해사들이 지낼만한 양이면 돼. 부탁할 수 있을까?"

     

     나는 나브릿지 군도의 새 지도자들에게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야 물론! 바로 보급해줄 수 있어!"
     "그리고 혁명의 전우들이 돌아왔음을 축하해야지!"

     

     새 지도자들은 서둘러 그리 말하고는, 우리들 앞에서 떠나고 말았다.

     

     "정말로 보급은 받을 수 있을까?"
     "받지 않으면 베어버리면 됩니다."

     내가 의문을 느끼고 있자, 세리니안이 그런 대답을 해줬다.

     

     "그렇게 뒤숭숭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야지. 모처럼 얻은 동맹을 잃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랄로는 어째서 그런 게 된 걸까?

     

     있는 힘껏 혁명에 열의를 가졌던 남자가 어째서 혁명 후의 정치에 흥미를 잃은 것일까.

     

     "세리니안, 라이사. 랄로의 가게로 가보자."

     나는 자연스레 그런 말을 꺼냈다.

     

     나는 정말로 랄로가 어떻게 되어버린 건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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