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9 거수 vs 거수(2)2022년 11월 05일 14시 57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쓰러져가는 드레드노트 스웜.
베히모스는 승리를 자랑하는 듯 콧김을 내뿜는다.
내게 남겨진 수는 이제 없다. 쓸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썼다. 파이어 스웜도, 케미컬 스웜도, 드레드노트 스웜도 전부 썼다.
그럼에도 난 졌다.
베히모스는 다음 먹잇감을 노려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나는 망연자실하게 그걸 보고 있다.
"후퇴할 수밖에 없나......"
후퇴한다면 또 하나의 드레드노트 스웜과도 합류할 수 있다. 다른 전력과도 합류할 수 있고. 다만, 여태까지 돌파해 온 도시와 성채와 다시 싸우게 된다. 상처 입고 죽어가는 드레드노트 스웜을 주력으로 삼아서.
안 돼. 후퇴는 이쓸 수 없어. 희생할 것이 너무 많아.
어떻게든, 어떻게든 해서 눈앞의 괴물을 쓰러트려야만 해.
하지만, 어떻게?
이미 드레드노트 스웜은 없다. 케미컬 스웜도 괴멸했다. 파이어 스웜도 전멸했다. 내가 취할 방법은 없지 않은가.
베히모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다가, 내 모습을 발견했다.
아마 직감일 것이다. 베히모스는 내가 지휘관이라고 알아차렸는지, 낮은 울음소리를 내고는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죽는 건가...... 여기서 죽는 건가......
즐거운 일은 여러 가지로 있었다. 세리니안 일행과 해수욕장에 갔던 일도, 온천에 갔던 일도 즐거웠다. 그리고 하르하에서 놀았던 일도. 전부 즐거웠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 세계는 즐거운 일로 가득했다.
"ㅡㅡㅡ씨!"
어딘가에서 산달폰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녀는 부르는 게 아니다. 나를 싸우도록 재촉하는 것이다.
싸워야만 해. 하지만, 어떻게?
드레드노트 스웜이 쓰러진 지금, 내게 가능한 일은 아무것도 없잖아. 그런데도 뭘 하라는 거야?
"하아앗!"
갑자기 후방에서 외침 소리가 들리더니, 다음 순간 베히모스의 오른쪽 눈에 칼날이 꽂혔다.
"세리니안!?"
베히모스의 오른쪽 눈을 앗아간 자는 세리니안이었다. 그녀의 파성검이 베히모스의 눈을 부수자, 세리니안이 베히모스의 몸 위를 달려 나간다.
그리고 베히모스의 왼쪽 눈에도 화살이 꽂혔다.
라이사다. 그녀가 장궁으로 베히모스의 남은 눈을 꿰뚫은 것이다. 베히모스가 미쳐 날뛰었지만, 라이사는 다음 화살을 겨누고는 베히모스의 안면을 노려 다시 왼쪽 눈에 화살을 명중시켰다.
"하앗!"
그리고 로랑까지도 베히모스의 무방비해진 안면에 뛰어올라서, 코에 칼날을 박아 넣고는 그대로 드레드노트가 찢어놓은 목의 상처를 향해 돌진했다.
베히모스의 포효는 대단했다. 공기가 저릿하게 진동하자, 내 고막이 터질 것 같아서 급히 귀를 막았다.
"여왕 폐하! 아직 저희가 있습니다! 포기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래요! 저희는 아직 싸울 수 있어요!""그래, 저희라면 도울 수 있습니다!"
세 사람이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미안. 너희들만 믿는다."
자신의 실수를 부하의 기량으로 보충하다니. 최악의 지휘관이구나.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마음이 든든하다. 그들이 있으면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라이사! 안면을 향해 집중 사격이다! 녀석의 주의를 정면으로 돌려라!"
"네, 여왕 폐하!"
라이사가 내 지시에 따라 무방비한 베히모스의 안면을 향해 독화살을 날린다. 베히모스는 고통에 날뛰었지만, 세리니안도 로랑도 떨어지지 않았다.
"제노사이드 스웜! 녀석의 다리를 교란시켜라! 녀석이 서 있을 수 없게 해! 어쨌든 최대한 물어! 그리고 그대로 뜯어버려!"
나는 베히모스의 등에 있는 로랑과 세리니안을 지원하기 위해 후방에 대기시켜놓았던 제노사이드 스웜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제노사이드 스웜은 베히모스의 단단한 갑옷으로 뒤덮인 다리를 깨물었고, 베히모스가 그 고통을 가져다주는 벌레들을 내쫓으려고 그 자리에서 크게 다리를 들며 주의를 주변의 제노사이드 스웜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노사이드 스웜은 벗어나지 않았다. 베히모스를 깨문 채로 짓이겨져도 제대로 베히모스의 다리를 깨물며 공격을 계속한다.
"로랑! 너는 뒷부분을 공격해라! 녀석의 꼬리의 밑동을 노려 공격해! 주의를 돌리는 거다! 부탁한다!"
"맡겨주세요, 여왕 폐하!"
내 명령에 로랑이 대답하더니, 베히모스가 날뛰고 있는 등을 달려 나가 그 꼬리의 밑동에 칼날을 박았다.
내 예상대로, 꼬리의 밑동은 가동 부위라서 비늘이 얇았다. 장갑이 약하다. 로랑의 장검은 베히모스의 꼬리를 베었고, 새빨간 피분수를 흩뿌렸다. 로랑이 꼬리를 베어내려고 하자 베히모스가 날뛰며 꼬리를 휘젓는다.
하지만 로랑도 그 정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꼬리에 착 달라붙은 그는, 여러 차례 꼬리를 향하여 참격을 가했다.
안면에는 라이사가, 다리에는 제노사이드 스웜이, 그리고 꼬리에는 로랑이 공격하고 있는 와중에 나는 드디어 그녀에게 명령을 내렸다.
"세리니안, 그 괴물의 목을 베어버려!"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세리니안은 드레드노트 스웜이 베어놓은 베히모스의 목의 상처에다 칼늘 찔러넣고서, 그대로 단번에 헤집었다.
드레드노트 스웜의 공격은 목의 표면과 살점을 떼어내는데 그쳤지만, 세리니안은 그 안쪽의 살을 베어버렸다.
베히모스는 죽음의 두려움 때문인지 날뛰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세리니안은 온 체중을 실어서 베히모스의 목을 베었다. 혈관과 신경까지. 그리고 그대로 지면에 착지했다.
베히모스는 목에서 거품 섞인 혈액을 흘리면서, 지면에 쓰러졌다.
해치웠나?
나는 신중하게 베히모스의 모습을 관찰했다.
베히모스의 몸은 심하게 경련하고 있지만, 일어날 기미는 없다.
이윽고 경련이 그친 베히모스는, 지상에 드러누운 채 완전히 움직임을 멈췄다.
"해냈다, 제군. 승리다. 우리는 승리했다!"
난 무심코 외치고 말았다.
"예. 여왕 폐하, 승리입니다!"
"이겼어요!"
"위험했군요."
세리니안, 라이사, 로랑도 제각각 대답했다.
"여왕 폐하 만세!"
제노사이드 스웜도 복종의 자세를 취하며 우리의 승리를 축하했다.
"우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을 해내었다. 우리는 드디어 베히모스까지도 이겨냈다! 이제 우리를 가로막는 건 아무것도 없을 터! 이대로 제도 베지아로 향하여 전진하라! 우리에게 승리를!"
"우리에게 승리를!"
베히모스는 내 아이들이 물리쳤다고, 맥시밀리언.
또 하나의 드레드노트 스웜도 베지아 공략작전에는 참가할 수 있다.
이제 대항할 수는 없겠네?
아니. 있구나.
아직 녀석들한테는 게오르기우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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