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2 하플 습지대의 전투2022년 10월 22일 08시 20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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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상업연합의 남서부에는 습지대가 있다.
하플 습지라고 불리는 장소로 정말 자연이 우거진 장소지만, 군대의 행군에는 적합하지 않다. 습지가 발목을 잡아서 군대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닐나르 제국도 이 습지에 고생하고 있다. 병사들은 스웜 대책을 위한 중장보병이 대부분이라서, 그 무게 때문에 발이 습지에 파고든다. 여기를 돌파하는 것은 정말 곤란하다고 여겨진다.
"어이, 우리는 이렇게나 전선을 펼쳐서 어쩌려는 거야?"
"내가 알겠어? 그런 건 높으신 분한테나 물어봐."
닐나르 제국의 일반병들은 어째서 자신들이 이렇게나 확장정책을 펴는지를 의문으로 느끼고 있다. 구 마르크 왕국령을 빼앗고 지금은 슈트라우트 공격을 침공하고 있다. 거기다 프란츠 교황국에 동부상업연합까지.
전쟁을 너무 많이 한다. 닐나르 제국이 아무리 군사강국이라지만 한도가 있다.
"그런데, 이 습지는 걷기 어려워서 못 참겠어."
"코끼리들도 같은 느낌인 모양인데."닐나르 제국에는 전투코끼리 부대가 있다. 단단한 갑주로 온몸을 두른 무적의 존재로서 전진하는 동물들이다. 그 코끼리들도 이 습지에 발목을 잡혀 제대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 빨리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계속 외국 땅에 있는 건 진절머리가 나."병사들은 그렇게 불평하면서도 상관의 명령에 따라 전진한다.
"어이. 무슨 소리 안 났냐?"
"기분 탓이겠지. 나한테는 아무것도ㅡㅡ"한 병사가 귀를 기울이고 다른 병사가 고개를 내저을 때, 화살의 폭풍이 습지를 덮쳤다. 무수한 화살이 쏟아지며 병사들을 꿰뚫었다. 중장보병이라 해도 고속으로 날아드는 화살은 완전히 막아낼 수 없었다.
"겁먹지 마! 전진! 적이 가깝다!"
그런 와중에 지휘관이 호령을 내리자, 닐나르 제국군의 보병부대는 진군했다.
하지만 보병도 전투코끼리도 습지에 발을 붙잡혀 제대로 나아갈 수 없었다. 화살만이 제국군을 향해 쏟아지자 보병이 쓰러지고 코끼리가 고통에 날뛰었다. 그 전투코끼리한테 짓밟힌 보병도 있어서, 그야말로 대혼돈이다.
"뭐 하고 있나! 전진해라! 전진!"
지휘관은 필사적으로 전진을 명하지만, 그 명령은 허무하게 메아리칠뿐이다.
"전진, 전진!"
가까스로 방패를 들며 화살에서 몸을 지켜낸 중장보병의 일부가 습지를 돌파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스웜이 아니었다.
"외눈의 흑랑단! 돌격!"
용병단이다. 핼버드로 무장한 경장보병 집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대열을 갖추고 닐나르 제국군을 향해 전진했다.
"반격해라!"
"적은 단순한 용병들이다! 아라크네아가 아냐! 때려눕혀!"닐나르 제국군은 상대가 스웜이 아님을 알고서 안도했다.
하지만, 그 안도는 착각이었다.
"닐나르 제국 녀석들한테 우리의 무서움을 알려줘라! 덤벼!"
단장인 콘라드가 명하고서, 제국의 중장보병을 향해 핼버드를 찔렀다. 제아무리 중장보병이라 해도 이 강철의 묵직한 공격을 완전히 막아낼 수 없어서, 살이 베인 병사들이 피를 흘린다.
"뭘 우물쭈물대는 거냐! 적은 눈앞이라고!"
"하지만 지휘관님! 이 갑옷의 무게로는!"
지휘관이 외치자 중장보병이 대답한다.
그렇다. 중장보병은 리퍼 스웜을 막아내기 위해 필요한 유닛이지만, 평범한 보병 간의 전투에서는 너무 느린 것이다. 그들은 만족스럽게 움직이지 못하여 콘라드의 용병단에 의해 연이어 쓰러져갔다.
"크로스 보우병! 화살을 먹여줘라!"
이어서 콘라드 용병단의 크로스 보우병이 재빨리 핼버드병의 뒤로 전개하여, 크로스 보우의 조준을 제국병에게 향한다.
"쏴라!"
콘라드가 호령하자 크로스 보우병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았고, 화살이 닐나르 제국군에 쏟아진다.
"크악......!"
"아니! 우리 궁병은 뭘 하고 있어!"여태까지 리퍼 스웜과 제노사이드 스웜 등을 쓰러트려온 크로스 보우의 위력은 중장보병을 쓰러트리기에 충분하다. 크로스 보우에 머리가 꿰뚫린 병사는 경련하면서 지면에 쓰러졌고, 가슴에 화살을 받은 병사가 기포 섞인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이쪽의 궁병은 아직 후방에 있습니다! 습지대에 발이 묶였습니다!"
"서두르게 해! 이대로 가다간 전멸한다!"
부하의 보고에 지휘관이 짜증을 낸다.
"자, 슬슬 시간이다. 기병 돌격!"
콘라드가 드높게 외치자, 말발굽 소리가 울린다.
"기병이라고!? 겨우 용병단 따위가 기병을 보유했다는 말이냐!?"
닐나르 제국군의 지휘관이 말한 것처럼, 간소한 장비만 갖춘 경기병들이 발굽 소리를 울리면서 습지를 막 나온 닐나르 제국군을 향해 돌격하고 있었다.
"대기병방어! 대기병방어다! 원진을 짜라!"
지휘관이 필사적으로 외치자 보병들이 움직인다.
하지만 이미 핼버드병과 크로스 보우병으로 너덜너덜해진 제국군의 보병부대로서는 기병한테서 완전히 몸을 지킬 수가 없었다.
"돌겨억!"
"히야아아아아!"기병이 함성소리를 내면서 제국군의 보병부대에 돌입한다.
기병의 창에 제국군의 보병이 꼬챙이가 되자, 피 분수가 뿜어져 나온다. 방패를 들었던 병사도 기병의 충돌 앞에서 허무하게 방패가 튕겨나갔고, 후방에서 쫓아온 기병에 꼬챙이가 된다. 그리고 쓰러진 시체는 다른 기병에 짓밟힌다.
"지휘관님, 궁병이 도착했습니다."
"이미 늦었다. 너무 늦었어......!"닐나르 제국군의 궁병이 도착했을 때는 전열의 중장보병은 전멸해 있었다.
"전투코끼리를 내보내! 그게 있으면 이 녀석들한테 한방 먹일 수 있다!"
니나르 제국군의 전투코끼리는 이 혼란 속에서 몇 마리가 도주했지만, 아직도 100마리에 달하는 수가 남아있다. 그것을 적의 대열에 돌격시킨다면 충분히 유린해줄 수 있을 것이다. 전투코끼리의 돌격은 핼버드병 따위로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궁병, 사격 시작! 전투코끼리, 앞으로!"
닐나르 제국군의 지휘관의 명령에 궁병이 활을 쏘기 시작하고, 그 앞을 전투코끼리가 돌진한다. 코끼리의 그 거체 앞에서 용병단은 압살 당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ㅡㅡ
"전원, 회피!"
핼버드병은 아슬아슬하게 스텝을 밟으며 옆으로 피하여 코끼리의 돌격을 피해냈다.
"아니! 피해냈다고!?"
전투코끼리의 약점은 기병과 다르게 날렵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번 돌격을 시작하면 그 방향으로만 나아가게 되어버린다. 그런 뻔한 돌격을 회피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다.
"옆구리를 찔러라! 코끼리들을 끝장내버려!"
콘라드가 명령하자, 전투코끼리의 옆에 서 있던 핼버드병이 코끼리의 옆구리를 찔렀다.
전투코끼리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서, 날뛰다가 지면에 쓰러졌다.
"전투코끼리와의 전투는 닐나르 제국과 질리도록 싸웠으니까 알고 있다고. 자, 새로운 수를 써봐. 다음은 뭔데?"
중장보병은 괴멸하고, 전투코끼리 부대도 전멸하자 남은 것은 궁병만 남게 된 닐나르 제국군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젠장! 후퇴다! 우회로를 찾자!"
"예!"
그리고 드디어 닐나르 제국군은 후퇴하기 시작했다. 궁병이 화살을 쏘면서 다시 습지대를 향해 후퇴해간다.
"놓치지 마라! 쫓아! 닐나르 제국에 본때를 보여줘!"
중장보병이라 발이 느렸던 닐나르 제국과 비교해, 콘라드의 용병단은 경장갑이라서 발이 빠르다. 그들은 성큼성큼 나아가서 제국군의 궁병을 추격했다. 다시 습지대에 들어가 발이 느려진 닐나르 제국군의 명운은 절망적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리 간단히는 되지 않았다.
상공에서 포효가 들리더니, 무언가가 급강하한다.
"젠장! 와이번이다! 대공방어! 대공방어!"
그렇다, 닐나르 제국군이 자랑하는 와이번 부대가 콘라드 용병단을 향해 급강하한 것이다. 그 사실에 콘라드는 용병들에게 방패를 들게 하여, 틀림없이 찾아오게 될 하늘에서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리고, 충격.
와이번 12기가 일제히 화염을 방사하여 콘라드의 용병단을 불태운다.
와이번의 화염은 방패를 들고 있어도 방어할 수 없다. 화염은 지상을 핥듯이 퍼져나가서, 핼버드병과 크로스 보우병을 구워버린다.
"크로스 보우병! 반격이다!"
와이번이 급강하 공격을 끝내고 상승할 때, 크로스 보우병이 화살을 쏜다. 몇몇 화살이 명중하자 와이번은 비명을 지르고 기수는 부상은 입어 떨어진다.
하지만 입힌 대미지는 미미한 것. 와이번은 승리를 자랑하는 듯 유유히 날아갔고, 닐나르 제국군의 궁병 부대도 장비를 버리며 도망치고 말았다.
"젠장. 개 같은 와이번. 저걸 어떻게 하지 않으면 이 전쟁은 못 이기겠어."
"와이번을 어떻게 하면 되나?"콘라드의 불평에 대답하는 자가 있었다.
"그래. 와이번만 없으면 호각으로 싸울 수 있어. 하지만 저걸 격추시키려면 바리스타라도 없는 한 무리야. 야전에서 발리스타를 일일이 짜 맞추는 것도 무리니까."
"그럼, 우리가 나설 차례구나."
콘라드의 말에 아라크네아의 여왕 그레빌레아가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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