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4 팔 겔프(2)2022년 10월 22일 19시 45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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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린트부름의 무리. 파국의 상징.
그것을 막기 위한 변변찮은 성벽 위에서, 나는 무리를 보고 있다.
"폐육포, 쏴라!"
배치된 폐육포가 단번에 불을 뿜으며 썩은 고기를 린트부르을 향해 쏜다.
눈에 보이는 효과는 없다. 하지만 틀림없이 독은 들어갔을 것이다. 이대로 독에 당하게 하여 적의 체력을 줄이고, 성문에 도달할 즈음에는 쓰러트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여왕 폐하. 머지않아 파이어 스웜의 공격 범위입니다."
"그래. 알고 있다, 세리니안."폐육포의 공격을 잇는 것은, 파이어 스웜의 자폭공격이다.
자폭이라는 것은 너무 쓰고 버린다는 느낌이 들어 싫지만, 지금은 불평할만한 여유가 없다. 어떻게든 저 뱀의 행진은 저지시켜야만 한다. 미안, 파이어 스웜. 너희들의 역할을 해줘.
난 그렇게 생각하며 집합의식을 통해 폭파 명령을 내렸다.
쾅 하는 무거운 폭음과 함께 파이어 스웜이 잠복해 있던 지면이 날아가자, 린트부름에게 충격이 도달한다. 린트부름은 몸부림을 치며 틀림없이 대미지를 받았음을 드러내었다.
자폭공격은 그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이격, 삼격으로 되풀이되어 린트부름을 휘청거리게 했지만, 쓰러트릴 정도는 안 되었다. 역시 게임에서 최고 수준의 단단함을 자랑하는 유닛이야, 정말 성가셔.
"세리니안. 나설 차례다."
"맡겨만 주십시오, 여왕 폐하!"세리니안은 성벽에서 가볍게 뛰어내리더니, 린트부름을 향해 돌격하였다.
뱀들은 적의 접근을 깨닫고서 화염방사를 써보지만, 와이번보다 못한 위력인 화염방사로는 세리니안을 막을 수 없다.
세리니안은 한 린트부름에 뛰어들어서 장검으로 목을 찔렀다. 두꺼운 린트부름의 장갑은 순간 그 공격을 튕겨내려 했지만, 끝내는 세리니안이 승리했다.
목이 베이자 피 분수가 솟구친다. 이걸로 끝장낸 것처럼 보이지만, 린트부름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 괴물은 영웅 유닛의 공격에도 견디는 것이다.
그리고 세리니안이 한 린트부름을 상대하는 동안, 다른 것들은 아군을 도우려 하지 않고 계속 전진하고 있다.
"세리니안! 끝낼 수 있을 것 같나!?"
"어떻게든 해 보이겠습니다!"
초조해하지 마. 세리니안은 강하다. 린트부름은 강력하다지만 일반 유닛이다. 영웅 유닛과 정면으로 싸우면 지는 것은 명백하다. 린트부름 상대로 세리니안이 지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제때에 맞출 수 있을까?
린트부름의 집단은 이미 성벽을 향하고 있다. 선두의 린트부름이 성벽에 접촉하기까지는 대략 7~8분밖에 없는 것이다.
"여왕 폐하! 해냈습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세리니안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남은 것은 59마리의 린트부름이다.
절망적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이를 말함이다. 세리니안은 다음 린트부름의 목에 뛰어들어 공격을 감행했지만, 그 공격은 튕겨났고 몇 번을 되풀이해서야 겨우 살에 도달했다.
세리니안이 하나의 린트부름에 고전하는 사이, 나머지 린트부름의 대군은 서서히 진격해 간다. 자신들에 방해될 것은 없는 것처럼, 자신들을 막을 것은 없다는 것처럼.
그리고, 충돌.
내가 서 있는 방어벽 건너편에 린트부름이 몸통 박치기를 하자, 성벽이 소리를 내며 석재로 돌아간다. 린트부름의 대군이 성벽을 파괴하려고 힘을 쓰고 있다.
아아, 안 돼. 돌파당하겠어.
포이즌 스웜들도 독침을 쏘고는 있지만, 린트부름의 터프함 때문에 유효타가 안 된다. 비늘에 튕기던가, 명중해도 약간 체력을 소모할뿐이다.
"너희들! 준비는 되었나!"
"옙!"내가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방어벽 아래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곳에는 콘라드의 용병단이 즉석의 파성추를 만들어 린트부름에 대항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을 죽을 것이다. 린트부름의 공격은 성벽조차 뒤흔들 정도다. 인간이 당하면 그냥 안 끝난다. 지면에서 붉게 변해버릴 것이 뻔하다. 이렇게 되면 말려야 할지도.
아니,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있는 힘껏 하려는 것이다. 나도 최선을 다해야 해. 안 그럼 그들을 볼 낯이 없어. 아라크네아는 뱀에 내몰릴 정도로 나약한 문명이 아닌 것이다.
"포이즌 스웜, 공격 개시."
내 명령에 이중 성벽의 뒤에 숨어있던 포이즌 스웜이 일제히 독침을 날렸다.
폭풍처럼 쏟아지는 독침은 린트부름 무리에 명중하였다. 독침 한두 발로는 가렵지도 않은 린트부름도 이만한 독침을 받으면 그냥 끝날 리가 없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린트부름은 여전히 성벽을 공격하고 있다.
"하앗!"
그 사이에도 세리니안이 세번재 린트부름에 달려들어 끝장을 냈다. 왠지 세리니안이 린트부름을 쓰러트리는 속도가 빨라진 기분이 든다. 독이 돌아서 그런가?
"가자, 얘들아!"
"도마뱀 괴물을 죽여버려!"
드디어 콘라드의 용병단이 즉석 파성추로 공격을 감행했다. 파성추는 성벽의 제1층을 돌파한 린트부름에게 충격을 입혀 그 거체를 뒤흔들었다. 치명상은 아니지만, 시간 벌이는 된 모양이다.
이대로만. 이대로만 버틴다면......
"와이번이다!"
감시병의 소리가 났다.
최악이다. 이 상황에서 와이번이라니.
"포이즌 스웜, 공격 목표를 와이번으로 변경이다. 요격해."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여기서 와이번이 화염사를 쓰게 되는 날에는 세리니안과 용병단이 위험하다. 아쉽지만 유일한 대공 유닛인 포이즌 스웜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포이즌 스웜의 독침이 계속 하늘로 날아오르자, 와이번은 회피를 하며 지상으로 접근했다. 몇몇 와이번은 독침에 직격 당해 추락했지만, 몇 기는 독침의 세례를 돌파하고서 지상으로 접근했다.
"계속 쏴라! 지상군을 지원해야 한다!"
내가 포이즌 스웜을 독려하자, 포이즌 스웜은 그에 응하려는 듯 다시 독침의 폭풍을 날렸다.
역까지의 공격으로 날아온 와이번 중 3분의 2가 격파되었다. 남은 것들은 그대로 지상에 다가갔다.
화염방사.
무정하게도 와이번은 같은 편인 린트부름을 포함하여 화염방사를 썼고, 그 불길에 의해 지상의 것들이 불타올랐다.
당한 것은 주로 포이즌 스웜이다. 세리니안과 용병단이 화염방사에 안 당해서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와이번은 다음 공격의 준비에 들어섰고, 포이즌 스웜들은 불길 속에서도 다시금 요격의 준비를 마쳤다.
하늘과 땅에서 난전이 되풀이되었을 때, 지상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세리니안은 7번째로 린트부름을 격파했다. 상당히 빠른 페이스로 격파해나가고 있다. 용병단의 파성추도 린트부름을 겁먹게 하여, 성벽을 완전히 돌파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조만간.
린트부름이 고개를 크게 휘두르자, 파성추가 얻어맞고 날아갔다. 역시 인간으로 괴물의 상대를 하는 건 무모했나......
파성추를 날린 린트부름은, 다음으로 아라크네아의 방어벽의 파괴에 돌입했다. 남아있는 마지막 방벽이다.
"포이즌 스웜, 후퇴. 제노사이드 스웜, 앞으로."
이렇게 되면 끝까지 해주마.
"우오옷! 겁먹지 마라! 용병의 의지를 괴물들한테 보여봐!"
이때 날아갔어야 할 용병단의 파성추가 다시 일어서더니, 린트부름의 옆구리를 향해 돌진했다.
"기이이이이!"
옆굴라고 하는 가장 장갑이 얇은 부분을 찔린 린트부름은 포효하면서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주위의 것들을 닥치는 대로 짓밟았다.
"겁먹지 마라! 우리는 외눈의 흑랑단! 이 정도로 뒈지지는 않는다고!"
콘라드는 그렇게 외치고서 다시금 린트부름의 옆구리에 일격을 가했다.
이대로 가면 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성벽이 또 파괴되었다.
새로운 린트부름이 고개를 내밀더니 파성추를 향해 화염방사를 쓴다.
"젠장! 여기까진가!"
아아. 아깝다. 조금만 더 하면 됐는데.
"여왕 폐하! 피해 주십시오! 그곳은 위험합니다!"
이미 10번째 린트부름을 쓰러트린 세리니안이 외쳤다.
확실히 지금 내가 서 있는 장소는 새롭게 얼굴을 드러낸 린트부름의 진로상에 있다.
도망가야 해.
나는 한심한 기분을 느끼면서 방어벽 위를 달리며 내려가려고 했다. 이제 내게 가능한 일은 도망치는 일뿐이다.
하지만, 거기에 충격이 가해졌다.
내 몸은 방어벽에서 튕겨나가서 지상을 향해 낙하했다. 낙하의 충격으로 잠시 숨을 쉴 수 없게 되고, 몸에 아픔이 느껴졌다. 이건 죽을지도 모를 듯한 아픔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제때 도착했음을 알았다.
내가 비장의 수로 대기시켰던 유닛이 도착한 것이다.
"자, 가라 드레드노트 스웜. 전부 밀어붙여."
나는 싱긋 웃으면서, 거대한 검은 그림자를 향해 그렇게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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