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8 숙청
    2022년 10월 09일 20시 41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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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4568el/30/

     

     

     

     "안 좋아."

     아라크네아의 거점에서 집합의식을 들여다보던 내가 중얼거렸다.

     

     "적은 억지스런 방법으로 통행 허가를 습득했다. 탄핵을 했을 줄이야. 샤론 공과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 레오폴드라는 삼류 귀족과는 싸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삼류 귀족은 임시 공작으로 취임함과 동시에 프란츠 교황국에게 통행 허가를 내줬다.

     

     거기다 삼류다운 짓을 시작했다.

     

     숙청이다.

     

     자신에게 반항적이었던 귀족을 목매달고 영지를 불사르는 짓을, 레오폴드는 시작했다. 그에 찬성하는 삼류 귀족의 무리도 있어서 전혀 손쓸 수 없는 상황이다.

     

     "세리니안. 예정 변경이다. 이렇게 된 이상 실력으로 슈트라우트 공국을 제압한다. 출격 준비는 끝났나?"
     "옙. 끝내 놓았습니다, 여왕 폐하."

     내가 세리니안에게 묻자, 세리니안이 그렇게 대답했다.

     

     "또 전쟁이다. 전쟁은 스웜의 삶의 보람이겠지만, 나로선 너무 아쉬워. 그 나라는 꽤 마음에 들어 했는데."

     

     내가 그렇게 고하는 옆에는, 대량의 리퍼 스웜과 새로 생산된 스웜. 그리고 세레니안과 라이사가 출격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침입은 내부에 잠입한 매스커레이드 스웜이 지원해주게 되어있다. 그들이 경비병을 죽이고 성벽을 여는 것이다.

     

     "제군. 맹약을 깨졌다. 우리 우방이었던 국가는 비겁한 약탈자에 의해 빼앗겨, 우리의 적이 되었다."

     나는 집합의식을 통해 연설했다.

     

     "비겁한 약탈자들은 어리석게도 자국에 자신의 적들을 맞이하려고 한다. 이제 그 나라는 우리의 우방국이 아니다. 적국이다. 그리고 적은 멸망시켜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 아라크네아의 규칙인 것이다."

     아라크네아는 모든 것을 삼킨다. 적이라 단정지은 모든 것을.

     

     "우리들은 적을 찢어발기고, 집어삼키고, 게걸스레 먹어치운다. 자비는 필요 없다. 철저하게 적을 유린하라. 아라크네아에 승리가 있기를."
     [여왕 폐하 만세!]

     

     집합의식은 나를 찬미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공격하라. 나는 정말 유혈사태 없이 그 나라와 손을 잡을 셈이었다. 나는 실패했다. 나는 어리석은 자였다.

     

     "여왕 폐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세리니안이 내 앞에 나타났다.

     

     "갑시다. 노력이 결실을 못 맺은 것은 여왕 폐하의 실수가 아닙니다. 비겁한 약탈자의 소행입니다. 자, 지금부터 그 약탈자를 물리치러 갑시다."
     "그래, 세리니안. 가자."

     ㅡㅡ아라크네아, 슈트라우트 공국으로 침공 개시.

     


     

     "여기는 마린이구나."
     "불과 조금 전의 일이었는데 그립네요."

     우리들은 국경을 경비하던 전력을 괴멸시키고서, 국경선을 넘어 슈트라우트 공국의 침공을 시작했다. 각지에 매복시킨 매스커레이드 스웜의 보고로, 적은 군대를 동원하려는 모양이지만 반발이 일어났다고 한다. 삼류 귀족 꼴좋다.

     

     그리고 우리들은 현재 우리가 처음 방문했던 슈트라우트 공국의 도시 마린의 앞에 서 있다. 성벽은 매스커레이드 스웜에 의해 열렸지만, 왠지 상태가 이상하다.

     

     "여왕 폐하."
     "그래, 세리니안. 피와 철의 냄새다. 녀석들 저질렀구나."

     우리들은 마린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은 변해버렸다.

     

     건물은 불타서 무너져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도 다 불타버린 뒤여서, 무너진 천장으로 보이는 고가의 가구가 안타깝다. 우리들은 이곳을 거점 삼아 모험가 활동에 임했지만, 그곳은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술집도 불타버렸다. 우리한테 정보를 줬던 주점의 손님과 점주는 화살에 맞아 죽어있다. 나한테 술 마시기에는 이르다며 주의를 줬던 드워프도 피바다 속에 잠겨 있다.

     

     그리고, 모험가길드.

     

     그곳도 철저히 파괴되었다. 우리와 맺었던 모험가 파티는 지면에 널브러져 있었고, 수다쟁이 접수원은 폭행당한 끝에 모험가길드의 간판에 목매달려 있었다.

     

     녀석들이 무엇을 했다는 거지? 그들은 조용히 지냈을 뿐인데.

     

     내 속에서 확실한 증오와 분노가 들끓어 오른다.

     

     "이곳의 영주는 누구였지?"
     "바질이라는 남자입니다."

     아아. 그 아저씨. 여러 가지로 돌봐줬었지.

     

     그리고, 나와 바질은 재회했다.

     

     그는 광장에서 목매달려 있었다. 교수형을 당한 바질의 몸이 바람에 좌우로 흔들거린다.

     

     "내려라."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내 명령에 리퍼 스웜이 대답했다.

     

     "그리고 이곳 주민으로 고기경단을 만들어라. 증오와 멸시가 아닌, 그들의 의지를 이은 고기경단으로 바꿔라. 그것이 그들에게 경의를 바치는 방식이다."

     나는 그렇게 명령했다.

     

     여기를 이렇게 만든 것은 그 삼류 귀족이 틀림없다. 녀석은 반대자를 계속 숙청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하는 귀족을 죽이고, 그 영지를 파괴한다.

     

     여기서 죽은 그들은 미울 것이다. 자신들을 불합리한 이유로 살해해가는 삼류 귀족의 병사들이. 자신들한테 더욱 힘이 있었다면 맞설 수 있었다며 원통했으리라. 나라면 적어도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안심해달라. 너희의 죽음은 소용없지 않다. 하나도 남김없이 고기경단으로 바꿔서, 삼류 귀족과 프란츠 교황국을 쓰러트리기 위한 전력으로 바꾼다. 그것이 내 나름의 장례 방식이다.

     

     우리들은 마린에서 고기경단을 만들었다. 숙소 주인의 시체로, 주점 주인의 시체로, 모험가길드의 접수원의 시체로, 바질의 시체로.

     

     그리고 그걸 써서 전력을 늘려나간다.

     

     전진기지를 마린에 설치하고, 거기에 설치한 수태로 안에 고기경단을 집어넣어 리퍼 스원과 디거 스웜을 만들어서 전선에 끊임없이 보낸다.

     

     나도 너무 심한 장례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제일 적절하다. 그들은 스스로를 장례 지낼 수 있으니까.

     

     자, 나아가자, 제군.

     

     오늘의 나는 조금 화가 나 있다.

     


     

     

     침공하는 우리 아라크네아의 군세를 막아내기 위해, 삼류 귀족이 이제야 군대를 파견했다. 긁어모은 제후군이라서 장비도 제각각이고, 훈련도도 제각각인 군대다. 그렇게 10만 명이 전개되어 있다.

     

     장소는 사무르 평원이라는 시야가 트인 평원. 싸우기에 좋은 장소다.

     

     그렇다, 짓밟기에 정말 좋은 장소다.

     

     "리퍼 스웜, 준비는 되었나?"
     "되었습니다, 여왕 폐하."

     리퍼 스웜의 준비 OK.

     

     "라이사, 준비는 되었나?"

     "네, 폐하."

     라이사의 준비 OK.

     

     "세리니안, 넌 언제든 가능하겠지?"
     "옙. 준비는 끝났습니다, 폐하."

     세리니안의 준비 OK.

     

     "그럼, 시작해보자."

     나는 가벼운 어조로 그리 고하고서, 준비가 끝난 것들을 전선으로 보냈다.

     

     "세리니안, 라이사, 전진."

     먼저 이 둘을 보낸다.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리퍼 스웜, 전진."

     이어서 리퍼 스웜을 전진시킨다. 약 30만 마리.

     

     그렇다, 30만이다. 마르크 왕국을 멸망시켜 손에 넣은 것은 30만 마리의 리퍼 스웜이라는 대군세. 그럼에도 이건 군단의 일부에 불과하다. 아직 내 군대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세리니안, 라이사. 리퍼 스웜한테 지지 않도록 점수를 벌어라."
     "알고 있습니다, 여왕 폐하!"

     솔직히, 이 전투는 리퍼 스웜을 밀어 넣기만 해도 끝난다. 10만 대 30만은 너무 수의 차이가 커서 전혀 승부가 안 된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적을 괴멸시키고 끝나버린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세리니안의 경험치를 벌어두고 싶고, 물량으로 유린하는 것도 풍류가 없다.

     

     정중히, 정중하게 준비하면서 하는 섬멸전을 하자.

     

     "하앗!"
     "야앗!"

     세리니안은 장검을 휘두르며 병사들을 베어나갔고, 라이사도 그에 이어 장궁으로 화살을 쏘아 병사들의 머리를 꿰뚫고 있다.

     

     "1대1로 상대하지 마! 여럿이서 둘러싸! 이 녀석들 보통이 아냐!"
     "포위해, 포위!"

     좋아. 이걸로 정면의 적들은 세리니안과 라이사를 주목하게 되었다. 상대는 움직일 수 없다.

     

     "양익 전진. 에워싸."

     

     나는 적의 정면이 세리니안과 라이사에 못 박힌 것을 확인하고서, 그 틈에 양쪽 날개를 전진시켰다. 리퍼 스웜의 대군이 밀고 들어와서 상대의 양익을 붕괴시킨다. 그리고 그 양익을 리퍼 스웜이 유린해간다.

     

     이렇게 하면 다음은 간단하다.

     

     두 날개를 떼어낸 리퍼 스웜은 긁어모은 10만의 군대를 포위하여 그대로 완전히 괴멸시켰다. 완벽히, 한놈도 남김없이.

     

     그 10만의 군세 안에는 마린을 불태운 녀석도 있을 것이다. 그런 녀석들이 있는데 생존자를 남겨둘 수는 없다. 당한 것은 갚아준다. 녀석들이 죽음을 선사했다면, 우리들도 죽음을 선사하자.

     

     "도, 도와줘. 도와줘......"

     오. 아직도 생존자가 남아있었나.

     

     "세리니안. 어째서 그 녀석을 살려뒀지?"
     "예. 이것은 본보기로 삼을 수 없을까 싶었습니다."

     내가 묻자, 세리니안이 그렇게 대답했다.

     

     "본보기라. 목이라도 매달려고?"

     "아니요. 살아있는 채로 리퍼 스웜한테 해체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적은 이쪽을 단순한 짐승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학습시켜주는 겁니다. 우리들은 지성과 그에 따른 잔혹함을 지닌 집단이라는 것을요."

     "그거 나쁘지 않네. 나쁘지 않아, 세리니안. 우리는 지성 있는 집단. 단지 적을 쓰러트리기만 하는 게 아닌, 본보기를 위한 처형도 한다고 녀석들한테 가르쳐주자. 다음 전투까지 살려둬라."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우리들은 지성 없는 짐승이 아니다.

     

     "하지만, 단지 처형하는 것도 맛이 없겠어. 여기선 죄의 고백을 하도록 해볼까."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세리니안과 라이사와 리퍼 스웜들을 데리고 슈트라우트 공국의 동쪽으로 나아갔다.

     

     도중에 있는 도시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제후군이 약탈한 도시를 여럿 보았다. 레오폴드한테 반대하는 귀족으로서 처형된 귀족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불타버린 영지도 여럿 보았다.

     

     불쌍한 귀족들. 가련한 신민들. 하지만, 괜찮다.

     

     너희들의 원한은 내가 대신 풀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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