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3 사교계(3)
    2022년 10월 08일 08시 45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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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4568el/25/

     

     

     

     우리들은 데리러 온 마차에 올라타서 만찬회 자리인 영빈관으로 향했다.

     

     그렇다, 마차다. 친절하게도 바질은 우리가 마을에서 미아가 되지 않도록 마차를 숙소까지 보내주었다. 이 정도까지 친절하면 되려 흑심이 있나 의심하고 만다. 세리니안도 라이사도 미소녀니까.

     

     어쨌든 우리들은 마차를 타고 영빈관에 도착했다.

     

     "여기가 영빈관인가."

     영빈관은 널찍한 정원이 딸린 하얀 건축물이었다. 이 마을의 가장 높은 장소에 있어서, 여기에서는 마을의 경치와 항구를 오가는 배가 다 보인다. 손님맞이에 좋은 장소다.

     

     "초대장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들이 마차에서 내려와 영빈관의 현관으로 향하자, 집사 같은 남성이 초대장의 확인을 하였다.

     

     "그레빌레아다. 초대장은 이거."
     "그레빌레아 님이시군요. 확인했습니다. 지나가시면 됩니다."

     우리는 초대장을 보여주고 안에 들어섰다.

     

     영빈관은 외면도 훌륭했지만 인테리어도 대단했다. 머리 위에는 커다란 샹들리에가 빛나고, 바닥에는 붉은 융단이 깔렸다. 그리고 청결감이 느껴지는 대리석의 벽과 조각상.

     

     "대단한걸. 그야말로 선택받은 자의 궁전이라는 느낌이다."
     "맞아요. 이런 거 처음 봤어요. 신전인가 싶었다니까요."

     내가 감탄의 말을 늘어놓자, 라이사가 맞장구친다.

     

     "원하신다면, 거점도 이런 식으로 개축할 수 있습니다만."
     "아니. 난 침대가 푹신하고 청결하다면 족해."

     워커 스웜들한테 부탁하면 거점을 이런 호화로운 건물로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만족을 위해 워커 스웜들의 귀중한 시간을 앗아가는 건 아까운 일이다. 그들은 현재 마르크 왕국 전역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까.

     

     "자, 역할분담대로 움직이자. 라이사는 경계를. 매스커레이드 스웜은 탈출 경로의 확보. 세리니안은 나와 함께 가자."

     "예."

     그렇게 우리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이사는 자연스럽게 주위를 관찰하며 경비병을 감시하기 시작했고, 매스커레이드 스웜은 뒷문으로 향하여 탈출 경로를 확보했다. 뒷문에는 동원한 매스커레이드 스웜들이 배치되어 있다. 여차하면 뒷문을 통해 강행돌파다.

     

     "실례."

     그리고 나와 세리니안이 정보수집을 하려던 때, 먼저 말을 거는 자가 있었다.

     

     "못 보던 얼굴인데, 어딘가의 영애이신가?"

     말을 건 자는 그야말로 미남다운 얼굴이었다. 우리들을 조금 무시하는 듯한 시선에는 열받았지만.

     

     "나는 크레빌레아다. 어딘가의 영애가 아닌, 모험가다."
     "호오. 당신이 소문의 실력자. 정말 그렇게는 안 보입니다만."

     내가 고하자, 미남은 작게 웃었다. 무시하고 있잖아.

     

     세리니안 쪽을 바라보니 검이 있다면 베어 죽일 기세로 노려보고 있다.

     

     "그쪽은 누군가?"
     "실례. 저는 레오폴드 드 로렌 후작입니다. 제10대 로렌 후작. 부디 잘 부탁합니다, 어설픈 모험가 씨."

     내가 조금 짜증내며 물어보자, 미남은 레오폴드라고 소개했다. 하나하나 거슬리는 남자다.

     

     "뭐, 내가 어설프게 보이는 건 당연하다. 나는 지휘관이지 병사는 아냐. 싸우는 건 이쪽에 있는 세리니안과 동료들이다."

     "호오. 여성이 검을 휘두릅니까. 재미있는 세상이 되었군요."

     내가 세리니안을 가리키자, 레오폴드는 과장된 리액션으로 놀랐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떻지요? 사실은 다른 모험가가 해낸 공적을 돈으로 샀다고 들었습니다만. 당신들은 마르크 왕국에서 온 불쌍한 난민이며, 사교계에 진출하기 위해 모험가의 공적을 돈으로 사서 이렇게 만찬회에 왔다던데요."

     

     "네놈!"

     레오폴드의 말에 세리니안이 화났다.

     

     "세리니안. 물러나. 쓸데없는 도발에 속지 마. 기껏해야 삼류 귀족의 허튼소리다."
     "뭐라고!"

     

     내가 그렇게 고하며 세리니안을 달래자, 이번에는 레오폴드가 화났다.

     

     "내가 삼류 귀족이라고!? 이전 슈트라우트 공작 선거에서 거의 당선이었던 날 삼류귀족이라 부르나! 주제를 알아라, 모험가 주제에!"

     아아. 저질러버렸다. 원만하게 넘어갈 셈이었는데 쓸데없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래. 당신은 대단한 귀족이겠지. 하지만 그 신분과 태도가 걸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 예절을 배우는 게 어떤가? 그런 태도를 취하니까 나 같은 비천한 신분한테도 무시당하는 거다."

     "네, 네년이!"

     난 달랠 생각으로 말한 것이지만 역효과가 난 모양이다.

     

     "이 나를 우롱한 것은 기억해두마! 마르크 왕국을 탈환할 때는 네년의 영지였던 장소는 전부 몰수해주마! 그리고 네년 같은 마르크 왕국의 난민은 괴물이 있든 없든 강제송환이다!"

     

     "그래? 그거 유감이네."

     어찌 되든 내게는 상관없다.

     

     "그리고 옆의 기사는 노예로 만들어 팔아주마. 저 몸매를 보니 창관에서 잘 벌겠지. 나도 손님으로서 와줄 테니, 그때는 그 몸으로 정성껏 봉사하라고."

     "뭐라고......"

     나의 분노도 최고조에 달했다.

     

     "세리니안을 모독하고 싶다면, 그녀와 검을 나눈 뒤에 하지 그래. 그 썩은 나뭇가지 같은 손으로는 검과 함께 손이 부러져버릴 테니까."

     "또다시 날 우롱하는가! 여자가 검을 들어봤자 이 나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나는ㅡㅡ"

     열받은 나의 말에, 레오폴드가 대답하려던 때다.

     

     "거기까지다."

     세리니안의 오른팔이 레오폴드의 목을 거머쥐었다.

     

     "이대로 부러뜨려도 괜찮겠습니까, 여왕 폐하?"
     "그 정도만 해, 세리니안. 이제 주제를 알았겠지."

     눈에 안 보일 속도로 급소를 잡힌 레오폴드는 놀라고 있다.

     

     "형! 뭐 하고 있어!"

     세리니안이 레오폴드의 목을 움켜쥐자,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무례한 년들이 내게 시비를 걸었다! 누군가한테 부탁해서 이 녀석들을 여기서 내쫓게 해!"

     "형, 진정해. 보나 마나 형이 시비를 걸었지? 그녀들 같은 숙녀가 형한테 시비를 걸 리가 없잖아."

     레오폴드를 말린 자는 그와 닮은 인물이었다.

     

     "시비를 튼 것은 그였다. 난 그에 응했을뿐."
     "죄송합니다. 형이 민폐를 끼쳤네요."

     내가 발끈해서 따지자, 그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 자기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로랑 드 로렌입니다. 레오폴드 형의 동생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호오. 이 남자는 시비조는 아닌 모양이다.

     

     "나는 그레빌레아. 그녀는 세리니안이다. 이쪽도 잘 부탁한다."

     정중한 상대한테는 정중히 답하는 게 예의다.

     

     "자, 가자, 형. 싸움은 하지 말고."
     "젠장. 기억해둬라!"

     레오폴드는 마지막으로 막말을 내뱉으며 떠나갔다.

     

     "저런 자는 그냥 베어버리면 됩니다. 여왕 폐하께 대한 저런 태도는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상관없잖아, 세리니안. 예의 바른 사람이 제대로 뒤처리를 해줬니까. 난 뒤끝 없는걸."

     

     세리니안이 화를 내며 고하자, 난 어깨를 으쓱거렸다.

     

     "여왕 폐하께선 너무 부드러우십니다. 때로는 무자비해지는 일도 필요하다 봅니다."
     "지금 여기서 날뛰면 전부 수포야. 그렇지, 세리니안?"
     "......죄송합니다."

     나는 이미 충분히 무자비해졌다. 마르크 왕국을 멸망시킨 그날부터.

     

     "여러분. 주목 부탁드립니다."

     

     나와 세리니안이 그런 말을 나누던 때, 와인잔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13대 슈트라우트 공작 세자르 드 샤론 공작님께서 입장하십니다!"

     사회자 같은 남자가 그렇게 고하자, 젊은 남성이 원형 단상에 올라섰다.

     

     "여러분. 이번 연회에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번 만찬회는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고귀하고 책임 있는 분들과 대화의 자리에 오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번 만찬회도 슈트라우트 공국의 발전의 기회가 되겠지요."

     나는 세자르가 그렇게 연설하는 것을 들으면서, 주위로 시선을 주었다. 조금 전 내게 시비를 걸었던 레오폴드는 미움의 눈길로 세자르를 바라보고 있다.

     

     "최근 인접국인 마르크 왕국이 멸망하여 힘든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이 어려운 시대를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그리고 우리 조국을 찬미하도록 합시다. 슈트라우트 공국 만세!"

     "슈트라우트 공국 만세!"

     나도 일단은 슈트라우트 공국에 만세라고 외쳐줬다.

     

     "여왕 폐하. 저 자가 목표의 남자입니까?"
     "그래, 맞아, 세리니안. 어떻게든 원만하게 접촉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나는 레오폴드 같은 삼류 귀족이 아닌, 세자르처럼 책임과 권력이 있는 인간한테 용건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접근하기가 꽤 어려워 보여......"

     세자르는 참석자들에 둘러싸여서 다가갈 수 없어 보인다.

     

     "어쩔 수 없지. 네 차례다, 세리니안."
     "저 말입니까?"

     내가 고하자, 세리니안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세리니안. 여기선 부디 기사로서의 자신을 억눌러라. 그리고 내게는 없는 것을 활용해서 싸워줬으면 해. 이건 필요한 일이다."

     "아,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하지만 제게 있는 것이라니 대체 뭐지요? 어떻게 싸우면 되는 거지요?"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네 몸을 쓰는 거야, 세리니안. 정말 미안하지만 애써줘."

     그렇게 부탁한 나는 세리니안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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