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4 사교계(4)
    2022년 10월 08일 10시 49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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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4568el/26/

     

     

     

     "샤론 공. 정말로 우리나라는 위기로구려."

     "서쪽은 괴물. 남쪽은 닐나르 제국. 사면초가란 이런 거지요."

     제13대 슈트라우트 공작인 세자르는 참석자들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그가 정말로 참석자의 말에 흥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 그는 어느 이야기나 흥미롭게 듣고 있지만, 어디까지 흥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정치가로서 상대의 말을 흥미롭게 들어주는 습관을 들였을뿐일지도 모른다.

     

     "샤론 공작 각하......"

     그때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리니안이다.

     

     세리니안은 드레스의 가슴을 한계까지 내리고, 얼굴을 붉히면서 세자르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다가가자 세자르의 주위에 있던 참석자와 세자르는 무심코 눈을 부릅뜨며, 그리고 서둘러 세리니안의 가슴에서 시선을 돌렸다.

     

     "너, 넌 누구지? 어딘가에서 만났었나?"
     "아니요. 뵙는 것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제 주인님께서 부디 샤론 공작 각하와 대화하고 싶어 하셔서....."

     세자르가 얼굴을 붉히며 물어보자,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며 내 쪽을 가리켰다.

     

     "그, 그래. 그럼 시간을 내어보지. 제군들, 잠시 실례하겠네."

     세자르도 남자다. 세리니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리가 없다.

     

     세자르는 세리니안에게 이끌려 내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한껏 거짓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

     

     "안녕하신가, 샤론 공각 각하. 나는 그레빌레아. 모험가를 하고 있다."

     "그래, 네가 소문의 그 모험가구나. 등록 첫날부터 그리폰을 정벌하고 이어서 맨티코어도 정벌했다지? 항간에서는 여왕이라는 예명으로 불린다던데. 우리나라의 마수의 피해는 무시할 수 없으니, 모험가가 활약해주는 건 흐뭇한 일이지."

     내가 가볍게 자기소개를 하자, 세자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난 이 나라의 모험가임과 동시에 다른 역할도 있다. 그대도 관심 있을만한."

     "내 관심이 있을만한.....?"

     내 말에 세자르가 경계의 빛을 드러낸다.

     

     "나는 아라크네아의 여왕. 마르크 왕국을 멸망시킨 괴물의 수장이다."
     "앗......!"

     예상했던 대로의 리액션이다. 눈을 부릅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어떻게 그걸 증명할 수 있지?"

     "지금부터 슈트라우트 공국에 마르크 왕국을 멸망시킨 스웜의 집단을 들어오게 해서 증명할 수 있다. 물론 난 그런 짓을 안 해도 귀공이 내 말을 믿어줄 거라 생각하지만."

     세자르의 말에, 난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고했다.

     

     "별실에서 대화합시다. 확실히 내 관심을 끌만한 일이군."

     그렇게 고한 세자르는 나와 세리니안을 데리고 영빈관 내에 있는 별실로 향했다.

     


     

     "그럼 아라크네아의 여왕, 이었나. 마르크 왕국을 멸망시킨 이유를 여쭤도 될는지?"

     세자르가 안내한 별실에는 나, 세리니안, 세자르만 있다.

     

     "단순해. 보복과 본능. 나는 엘프 친구가 있는데, 그자를 마르크 왕국의 기사단이 죽였다. 그 보복이 첫째. 그리고 둘째는 우리 아라크네아는 본능대로 계속 외부를 향해 확장해나가는 야만족이다."

     세자르의 질문에, 난 가벼운 어조로 그렇게 대답했다.

     

     "보복은 이해하지만, 본능이라니..... 본능이 침략을 원한다는 건가?"

     "그래. 침공하고, 먹고, 멸망시키고, 빼앗는다. 그것이 아라크네아를 구성하는 스웜의 본능. 여왕인 내가 억누르고 있어서 아직 이성이 남아있는 정도다."

     세자르의 물음에 내가 그리 대답했다.

     

     "그럼, 이 슈트라우트 공국도 멸망시킨다는 뜻인가?"
     "그거야 교섭에 따라 다르지. 샤론 공, 나로서는 무의미한 희생은 원하지 않아. 나도 너희들과 같은 인간이니까."

     "그럼 우리나라에 뭘 원하지?"
     "프란츠 교황국까지의 길을 열어줬으면 한다. 우리들은 프란츠 교황국을 공격할 생각인데, 그때 이 나라를 지나는 게 제일 쉽다."

     

     프란츠 교황국은 그 배타적인 빛의 신을 모시는 녀석들의 총본산이다. 전쟁이 벌어질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전쟁을 대비해서 이 슈트라우트 공국을 억누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같은 요구를 프란츠 교황국에서 듣고 있다. 마르크 왕국을 해방시키기 위해 군을 통과시키라더군. 지금은 보류하고 있지만, 언젠가 대답을 해야겠지."

     

     오, 프란츠 교황국도 같은 생각이구나.

     

     "그럼, 어느 쪽과 손을 잡을지 고민해 보던가. 다만 우리들을 적으로 돌리면 마르크 왕국처럼 될 것은 보증해도 좋다."

     "정말 힘든 선택이로군. 우린 프란츠 교황국을 적으로 돌려도 타격을 입는단 말이다. 프란츠 교황국의 군대도 무시못할 규모라서."

     내가 작게 웃으며 고하자, 세자르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딜레마구나. 그 고뇌는 이해한다. 하지만 결정해야만 해. 우리 측에 설지, 프란츠 교황국 측에 설지. 결정하지 못하면 양측에서 공격받는다는 비참한 사태가 벌어질 테니."

     불쌍한 세자르. 

     

     "그에 더해 닐나르 제국에서도 압박을 받고 있다. 닐나르 제국군의 주둔을 인정하라는 요청이 왔다. 사실상의 군사점령의 요구인데, 만일 요구를 무시한다면 마르크 왕국을 멸망시킨 괴물이 침공해도 무시한다고 하더군."

     어머나. 사태는 한층 더 복잡한 모양이네.

     

     "닐나르 제국의 요청은 기한이 있나?"
     "그래. 대륙만국회의가 끝날 대까지는 결론을 내라고 했다."

     "대륙만국회의? 그런 것도 있었나?"
     "있다. 소집되는 것은 10년 주기지만 대륙의 모든 나라를 소집해서 이 대륙에 닥친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우리나라도 초대받았지."

     대륙만국회의라. 사정을 알 수 있다면 유익해 보이는데.

     

     "그럼, 이쪽도 기한을 달지. 대륙만국회의가 끝날 때까지는 기다리겠다. 끝난 후에는 선택해야 할 것이야. 닐나르 제국을 주둔시킬지, 프란츠 교황국에 통행 허가를 부여할지, 아니면 우리들한테 통행허가를 부여할지."

     

     "그쪽에 허가를 주면 아마 우리나라는 프란츠 교황국과 닐나르 제국에서 몰매를 맞을 텐데, 그쪽은 우리나라에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지? 군사적인 보호를 해줄 수 있을까?"

     내가 선택을 강요하자, 세자르는 씁쓸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어봤다.

     

     "군사적인 지원은 해주마. 우리 아라크네아의 군사력은 마르크 왕국을 멸망시킬 정도이니, 두 나라의 공격을 받아도 충분히 보호할만한 힘이 있다."

     

     "그걸 믿고 싶은 거다. 하지만, 우리한테는 외교 외에도 다른 문제가 있다. 국내 문제인데, 프란츠 교황국에 통행 허가를 주고 마르크 왕국을 침공하자는 파벌이 존재하며 그들을 다루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흠. 그럼 귀공은 어떤 형태의 전쟁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전쟁은 돈이 안 돼. 상인이 할 일이 아냐."

     정말 교역국가다운 대답이다. 확실히 전쟁은 돈이 안될지도 모른다. 국민을 전부 죽이고 고기를 먹거나, 전부 약탈하는 게 아니라면.

     

     "흥미 삼아 묻겠는데, 그 파벌을 자세히 말해봐."
     "로렌 후작가가 프란츠 교황국과 이어져 있다. 그 나라의 대변자라고나 할까. 사실상 우리나라의 귀족이 아닌 프란츠 교황국의 귀족이라고 말하는 편이 올바를 정도다."

     로렌. 아아, 우리들한테 시비를 걸었던 삼류 귀족.

     

     "어떻게 해야 정치적 자유를 얻을 수 있겠나?"
     "정치적 자유를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역대 슈트라우트 공작 중에서 파벌의 말을 듣지 않았던 자는 없었으니까."

     아무래도 국가주석은 그다지 힘 있는 자리가 아닌 모양이다.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귀공은 어디를 선택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난 마르크 왕국을 멸망시킨 상대와는 전쟁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프란츠 교황국도 닐나르 제국도 완전한 보호는 약속하지 않았고. 그럼 당신들한테 걸어보는 게 적절하다고 해야겠지."

     

     좋아. 일단 세자르는 우리 편이다.

     

     "그런데 대륙만국회의에 우리들이 출석할 수는 있을까?"
     "귀공들이? 아라크네아로서 출석하는 건가. 꽤 어려운 이야기라 생각하지만....."

     

     나는 스스로도 어처구니없는 얘기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럼, 마르크 왕국으로서는 어떤가?"
     "마르크 왕국으로서 출석한다면, 마르크 왕국의 인간이어야 할 텐데."

     "그거라면 준비할 수 있지. 문제는 멸망되었다고 생각되는 나라가 출석할 수 있느냐인데, 어떻게 하면 좋다고 생각하나?"
     "이쪽에서 준비해줄 수 있다만, 보답은 나중에 요구하도록 하지."

     너무 큰 보답을 원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럼 서로 잘 생각해서 결론짓자.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이다."

     

     세자르는 그렇게 고하며 회담을 끝냈다.

     

     "여왕 폐하.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일부러 교섭할 필요 없이 군대를 보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입으로 해결해도 되잖아. 폭력만으로 해결하면 머리 쓰는 일을 잊게 돼."

     

     불만스러워하는 세리니안에게, 내가 그렇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적이 다리와 길을 파괴해버리면 모처럼의 통로의 의미가 사라져. 무혈입성이 가능한 것이 제일 좋아. 최악은 이 슈트라우트 공국을 무대로 프란츠 교황국과 닐나르 제국과 전쟁을 벌이게 되는 거겠지만."

     사실 이 슈트라우트 공국에는 애착심이 생겼다. 전쟁으로 파괴되는 일은 피하고 싶다. 어쩔 도리가 없다면야 전부 파괴할 각오는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가하며 세리니안과 함께 만찬회로 돌아갔다.

     

     그 후에는 딱히 얻은 정보가 없이 그대로 끝나버렸다.

     

     슈트라우트 공국이 맞닥뜨린 힘든 상황. 과연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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