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 소스케 죽다(1)2022년 09월 17일 01시 09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626
나인이 상체를 일으켜보니, 주위는 황야로 변해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이가라시 겐조한테 두들겨 맞은 부분까지다. 그 이후로는 기억이 애매하다.
부상은ㅡㅡㅡ이상하게도 치유되어 있다.
대체 무슨 기적을 쓴 걸까.
재생 불가능할 정도로 부서진 온몸에는 상처 하나 없고, 오히려 마력이 온몸에 충만하다.
잘 보니 주변에는 몇몇 동료들이 있는 모양이지만, 막 일어난 탓에 아직 의식이 또렷하지 않다.
나인 주위에 누가 몇 명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그때 따끔한 마력이 느껴져서, 저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백과 흑의 거인과, 검붉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
크롬이 소스케의 내부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것이 전투의 신호가 되었다.
"백봉."
크롬의 한손이 눈부시게 번쩍거린다.
그것이 눈앞에서 작렬하는 것보다 빠르게, 소스케는 오른손에 지피고 있던 검은 마력을 후려치는 것처럼 정면으로 부딪혔다.
순간, 세계의 색이 반전되며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찰나의 정숙을 지나, 주위 일대를 빛의 파도가 핥고 지나갔다.
"ㅡㅡㅡㅡㅡ읏."
충격에 의해 양측이 십수 미터 날아갔다.
약간, 하지만 확실하게 기세가 밀린다는 사실에 소스케는 눈썹을 찡그렸다. 파괴장으로 모두 지우지 못했다는 말은, 다시 말해 그만큼 고밀도의 일격이었다는 뜻이다.
약간 등뒤로 돌아간 겐사이가 거합베기를.
겐사이의 대각선에서 협공하는 형태로 겐조의 정권찌르기가 온다.
크롬의 기척은 이미 없다.
나타나는 것은 아마 0.8초 후ㅡㅡㅡ미래에서 단번에 접근하여. 영거리에서 숨통을 끊을 셈이다.
[잔잔한 태도]
온다.
듣지 않아도. 소스케는 그 살의를 민감하게 느끼고 있다.
겐사이의 참격은 그때의 싸움으로 이미 보았다.
그리고 지금은 완벽하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컨디션이다.
결과적으로 겐사이의 백도는 소스케의 오른손 손바닥에 의해 엉뚱한 방향으로 비틀려서, 그대로 공기만을 가르는데 그쳤다.
그리고 곧장 접근하는 겐조.
빠르다. 너무 빠르다.
이제는 테이크 백의 예비동작이 없다.
그렇다 해서 정면으로 방어해도 날아가서 자세가 무너질 것은 눈에 선하다.
다시 말해 이것은, 이제부터 오게 될 크롬에게 뼈아픈 추격타를 당한다는 뜻이다.
막으려면 최소한의 동작으로 거의 영거리까지 끌어들인 다음 타격을 날릴 수밖에 없다.
뇌리에 미리온의 동작을 떠올리면서, 겐조의 주먹을 막아내는 형태로 종권을 들었다.
크게 움직이는 것은 팔꿈치부터 앞만ㅡㅡㅡ다시 말해 촌경으로 대항한다.
저 무술의 원리는 이해했다.
결국은 정에서 동으로 이어지는 극소의 전개 동작.
그 자리에서 하반신을 가동해서 대지를 박차고, 생겨난 응력을 남김없이 본격으로 변환. 힘의 흐름을 전부 주먹에 모아서 혼신의 주먹을 자아낸다.
주먹과 주먹이 맞닿은 순간, 귀를 거슬리게 하는 굉음이 그 자리를 감쌌다. 발치에서 흐르던 용암은 광범위하게 튀었고, 대지가 비명을 지르면서 균열을 더욱 늘려나갔다.
겐조의 입장에선 생각도 못한 반격.
이 한수로 끝낼 셈으로 내지른 [윤회정권]은, 그러나 그 규격 외의 위력을 완전히 봉쇄당하는 결과가 되었다.
'발경이라고...!?'
지금의 주먹은 완전히 크롬이 쓰는 무술의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날카롭다. 생각해보면 앞서 겐조한테 썼던 내부의 일격도 완전히 내경 그 자체였다.
이 남자의 무술은 이세계에서 유래된 것 일터. 하지만 어째서 쓸 수 있는가를 고찰한들 의미는 없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일격으로 자세가 약간 무너졌다.
그리고 그 잠깐의 틈을 파고들 속도가, 현재의 크롬한테는 있다.
"무박자.'
마치 순간이동하는 것처럼, 소스케의 옆에 시녀복의 가인이 나타났다. 이미 공격은 이루어지고 있어서, 예리한 손바닥이 지금 그야말로 소스케의 관자놀이를 타격하기 직전이다.
몸을 뒤로 기울여서, 스웨이로 피한다.
손바닥의 끄트머리와 소스케의 코끝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마찰하자, 순간적으로 불꽃이 튀긴다.
다음 순간, 소스케가 즉시 반격의 자세에 돌입했다.
자아내는 것은 [천조초작대창(千条越灼大槍)].
크롬의 뒤에 있는 겐사이와 함께 조준하여, 먼지 하나 남김없이 날려버릴 기세다.
"천조ㅡㅡㅡㅡㅡ"
크롬을 향해 내딛는다.
오른쪽 주먹을 휘두르려고 뻗은 그 찰나, 그녀 또한 왼쪽 손바닥을 뻗었다.
상쇄,를 노리는 것은 아니다.
이 호흡, 자세, 무게중심.
소스케는 크롬이 모든 러시를 받아낼 생각이라는 것을 순식간에 깨달았다.
"무박자 - 뇌공대창(雷公大槍)."
하얀 번개를 두른 크롬의 손바닥이, 소스케의 주먹을 정면에서 받아낸다.
흐드러지게 꽃피는 백과 흑의 섬광.
'이 녀석ㅡㅡㅡㅡㅡ'
이 선을 긋는 것처럼 우직하고도 독특한 손바닥의 궤도.
이차원의 속도로 연타를 실현하는 근육의 탈력과 이완.
폐가 작렬할 정도로 고농도의 호흡.
몸이 불타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마력의 고속 순환.
어째서.
어째서 이 여자가, 라디컬 아츠를 쓰는 거지.
◇
"주, 죽는 줄, 알았네........."
힘겹게 얼굴을 들면서, 비비안은 땀을 닦았다.
견문의 탑 내부로 잠입하던 도중, 바닥이 단번에 붕괴한 것은 조금 전의 일이다.
굉음과 진동이 실내를 휘감나 싶더니, 견문의 탑이 하층부터 순서대로 무너지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일에 이리자키와 비비안도 서둘러 천장을 파괴. 비비안이 티아를 들고서 황급히 탑을 수직으로 올라가기를 몇 분.
대략 수십km를 올라가 도달한 곳은 특급 마술사인 이리자키조차 출입이 허락되지 않은 영역. 세 사람은 '마술협회 원로원'이 존재하는 최상층까지 침입에 성공했다.
"...좋아."
숨을 가다듬고, 이리자키가 일어선다.
아무리 봐도 비상사태지만, 동시에 이리자키는 확신했다.
역시 위에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
붕괴와 동시에 탑 내부에서 나타난 하늘 끝까지 닿을 나무가 그 증거다.
충만한 이 마력.
뭔가, 엄청나게 거대한 의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있어."
동공이 열릴 정도로 집중한 티아가, 누구에게랄 것 없이 중얼거렸다.
여기서부터 그리 머지않은 장소에 그녀들이 있다.
"아나스타샤 씨랑, 미즈키가 이 위에 있어."
티아는 그렇게 말하고서, 눈앞에 있는 거대한 계단의 끝을 바라보았다.
◇
러시에서 진 것은 오랜만의 경험이었다.
"하아..."
소스케는 작게 기침하면서, 목에서 치밀어 오른 피를 뱉어냈다.
파괴장을 쓰고서도 크롬의 기술에 졌다.
정면, 에서다.
막대한 마력량을 끝내 다 없애지 못하고, 그대로 구타의 파도에 삼켜지는 결과가 되었다.
늑골에 금이 들어간 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이었지만, 확실히 말해 사소한 일이다.
지금의 연타는 틀림없이 소스케와 동등한 것이다.
왜 크롬이 라디컬 아츠를 쓰는 걸까.
저 체술은 소스케의 스승인 갈팡스 에리온 고유의 것이다.
그 신부의 제자는 소스케를 포함해 몇 명에 불과하다.
격투술 쪽의 오의를 전승받은 자는 소스케 단 한 명이다.
다름없다.
있을 리가, 없다.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나요?"
크롬의 물음에, 소스케는 이제야 제정신을 차렸다.
생각을 옆으로 제쳐둬야만 한다.
지금은 싸움에 집중하자.
"무박자."
컴팩트하게 소스케의 오른쪽 볼을 찌른다.
최단의 궤도를 그린 붕권은, 정확하게 머리통을 꿰뚫고 뇌를 격하게 뒤흔들었다.
이대로 연격에 나서기 위해, 크롬이 더욱 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와 함께 겐사이와 겐조도 소스케의 좌우에서 협공하기 위해 접근.
젼력을 드러내기 전에 끝내는 것이 가장 효율 좋은 방법이라고 세 명은 이해하고 있다.
아니, 이 남자는 완벽히 죽여야만 한다.
안 그러면 아마 신수가 버틸 수 없다.
이 남자의 능력은 신수를 붕괴시킬만한 힘이 있다.
그리고 자아내는 삼자의 동시 공격.
겐조의 주먹이, 크롬의 백염이, 겐사이의 흉날이 여러 각도에서 소스케의 목숨을 노린다.
어느 것 하나도 쉽게 받아낼 수 없다.
즉사급의 위력을 자랑하는 그것들은, 설령 소스케가 정면으로 방어한들 쉽게 밀릴 것이다.
그리고 겐조한테는 공간파쇄를 관통하는 힘도 있다.
순수한 기술로 이겨낼 수밖에.
숨을 멈추고, 시야와 의식을 최대한 전개한다.
좌후방의 사각에서.
겐사이의 역동은 손날로 쳐내면 된다.
약 1초 후의 미래에서.
크롬의 백염은 공간간섭으로 덧칠한다.
정면에서.
겐조의 우정권은 피할 방도가 없다.
지금까지 길러온 기술과 힘을 총동원하지 않으면, 몇 초 후의 생존조차 따낼 수 없다.
반짝이는 백날. 그 순백의 궤도에 손바닥을 슬쩍 갖다 댄다.
힘은 약간 주는 정도면 충분.
병행하여 한쪽 손으로 흑염을 발동.
하얀 폭염이 작렬할 때까지는 눈도 깜빡이지 않는다.
슉 하는 소리를 내며 휘두르는 유운.
촌경의 거리에서 확산하는 하얀 섬광.
하지만, 백은의 칼날이 대상의 살점을 베는 일은 없었고, 또한 크롬이 쓴 불의 마술도 소스케가 방출시킨 검은 화염에 삼켜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겐조의 주먹만큼은 피해낼 수 없었다.
"윤회정격삼련(輪廻正拳三連)."
지각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드는 철권.
어떻게든 몸을 휘어서 두 발은 피했지만, 남은 한 발은 오른쪽 어깨에 비틀어 넣듯이 얻어맞았다.
주먹에 얻어맞은 소스케는 가벼운 인형처럼 날아갔고, 수백 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바위벽에 격돌했다. 그럼에도 아직 타격에 의해 생겨난 기세는 줄지 않아서, 결국은 자신이 대기를 박차는 일로만 제동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완벽하게 피하지 못했음에 혀를 찼다.
좀 더.
좀 더 집중해야만 한다.
저 세 사람은 방심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확실하게 기분이 풀려있다.
희망이 있다면 그 부분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소스케를, 겐사이는 기분 나쁜 것이라도 보는 양 내려다보고 있었다.
확실하게 죽일 기회를 놓쳤다.
두 번째의 일제 공격은 그뿐만 아니라 반격의 기회까지 노리고 있었다.
압살의 감옥에서 빠져나와서, 아마 이쪽의 인원을 줄일 셈일 것이다.
"겐사이."
문득 크롬의 목소리가 고막을 친다.
돌아보니, 어느 사이엔가 크롬은 하얀 화염을 등에 두르고 있었다.
이 정도로 진심인 크롬을 보는 것은 대전 때 이래다.
그녀 또한 진심으로 소스케의 목숨을 끊을 셈이다.
"계속해서 제가 앞에 나서서 휘젓을게요. 당신은 항상 목을 노려주세요.'
그런 말 안 해도.
겐사이는 부풀린 살기로 그렇게 대답하고서, 유운을 조용하게 납도 했다.
그와 동시에, 겐상의 주변 공간이 천천히 왜곡되었다.
쩍, 하는 메마른 소리를 내며, 겐사이의 눈 주변에 균열이 생긴다.
"겐사이, 그것은..."
겐사이의 필사적인 모습을 목격했지만, 크롬은 즉시 앞의 적에게로 의식을 집중시켰다.
저 마력, 공간간섭을 최대로 사용할 생각이다.
잔잔함의 오의를 해방할 셈이다.
확실히 그 판단은 옳다.
사토 소스케만은 여기서 확실하게 끝장내야 한다.
"무박ㅡㅡㅡㅡ"
마언을 영창하려던 찰나, 크롬은 갑작스레 몸을 웅크렸다. 한 박자 늦게, 방금 얼굴이 있었던 위치를 소스케의 예리한 발이 쓸고 지나갔다. 발차기에 맞춰 발끝에서도 흑염이 방사되어, 크롬의 후방의 대지를 검은 파도로 삼켜버렸다.
"ㅡㅡㅡㅡㅡㅡ"
무박자 발동의 순간에 발차기를 날렸다.
빠르다.
한숨 돌리는 타이밍을 읽힌 것인가.
아니, 어차피 상관없다.
크롬은 한쪽 무릎을 굽힌 자세에서 일어나는 기세를 살려, 모든 [경(勁)]을 주먹에 실어, 그대로 소스케의 턱을 향해 날렸다.
자아내는 것은 팔대초 - 입지통천포.
이 거리, 이 간격.
아무리 이 남자라 해도 피할 타이밍이 아니다.
이대로 두개골을 산산조각 내주마.
"초작, 대포."
크롬이 전력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곳에 소스케의 모습은 없었다.
완전히 기척이 사라졌다.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을 터.
대체 무슨 짓을 했나.
무엇을 당해ㅡㅡㅡ
"오라앗!!"
오른쪽 옆구리에 무겁고 단단한 무언가가 파고들었다.
이렇게 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소스케일 것이다.
하지만 이유를 모르겠다.
어떻게 사각으로 돌아갔을까.
그 자세ㅡㅡㅡ회피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다 반격은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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