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 신수(神樹)가 탄생한다냐(2)2022년 09월 15일 22시 48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612
시선은 적한테서 떼지 않는 크롬이었지만, 의식의 절반은 방금 전의 굉음에 쏠려있었다.
공기에서 전해지는 진동으로 이해했다.
이 천년 동안 세계를 지켜봐 왔던 견문의 탑에서, 붕괴의 소리가 울린 것이다
견문의 탑은 현재, 멀리서 보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 이대로 나아간다면 탑은 이윽고 붕괴를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신수계획이 완수되는 것이다.
"다즈몬드 님..."
주인의 이름을 부르며, 몸을 떤다.
이제야 이때가 왔다.
모든 것은 세계 구제를 위해.
모든 것은 동포의 원통함을 풀기 위해.
비원을 위해 모습을 바꾸고, 몸을 바꾸고, 나이를 바꾸어 긴 세월. 그 모든 것은 다즈몬드 기라트를 위해.
"아아, 이제야.'
하얀 마력에 휩싸이면서, 크롬의 모습이 점점 변해갔다. 눈이 흐릿한 엘레인으로서는 그 모습을 파악할 수 없었지만,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었다는 것만은 어떻게든 보였다.
"이제야,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겠네요."
엘레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지 못했다.
이미 이쪽은 만신창이.
그런데다 배에 구멍이 나버려서는, 전투를 속행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여기가 승부처.
호수에 의한 치유는 언젠가 끝이 온다.
그 때까지 버텨낼 수 있다면, 형세는 바꿀 수 있다.
"아직 할 수 있나요, 아몬."
"그래........."
머리를 접착시킨 아몬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부외자임에도 불구하고, 오니 또한 필사적으로 싸워주고 있다.
"좋아요. 그럼 조금만 더 어울려주세요."
◇
견문의 탑의 이변은 전장 거의 전역에 전해졌다.
당연하다면 당연.
국외에서도 그 모습을 확인할 정도로 거대한 건축물이, 아주 조금, 하지만 확실하게 기울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원정대 멤버들은 일제히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무엇을 생각했어도 그 이상으로 큰 규모다.
하지만, 어쨌든 티파레트의 예상은 맞아 들었던 모양이다. 안 그랬다면, 대성군의 멤버들만이 저렇게나 조용할 리가 없다.
"왔는가..."
먼저 기데온이 미소를 지었고, 다음으로 우르테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제각각 견문의 탑을 주시했다.
전투의 분위기가 약간 이완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본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데온도, 우르테도 방심할만한 마술사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제한시간이 다 되었다는 뜻인가.
그 기척을 가장 빨리 느낀 티파레트였지만, 여기서 단번에 공세에 나서도 사태가 수습될 리는 없다. 먼저 서둘러 상사에게 연락을 취하기로 정했다.
"리더? 응답해. 듣고 있어?"
[ㅡㅡㅡ그래, 왜 그래? 쿨럭...]
텔레팟를 케텔한테 보내자, 의외로 대답은 빨리 돌아왔다. 하지만 전투음이 들린다. 역시 전투 중인 모양이다.
"탑의 상태가 이상해. 저거 어떻게 되는 거야?"
[...몰라. 각자 알아서 대처해. 최악의 경우 위험해지면 너는 주위의 멤버를 데리고 여기서 벗어나. 잇신사이도 그렇게 말했어]
"대성군을 여기 놔둬도 괜찮겠어?"
[어차피 못 도망가. 애초부터 여기서 결판낼 셈이니까]
"리더는 어떻게 할 건데?"
[이 할아버지가 자유로워지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난 여기 남아서 전투를 계속한다]
".............그래."
그렇다면 서브 리더가 할 말은 아무것도 없다. 필요하다면 리더의 걱정거리가 사라지도록, 다른 인원의 안전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건 그렇고ㅡㅡㅡ'
이후의 전망에, 티파레트의 얼굴이 흐려졌다.
대성군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된다는 것은 명백하다.
"어이, 정신 차려."
갑자기, 티파레트의 등을 커다란 손이 쳤다.
말은 짧은 것이었지만, 키드 나름의 격려일 것이다.
"내 부대의 몇 할을 보내서 철수의 준비를 시켜야겠어. 우린 기데온을 몰아세울 만큼 몰아세운다. 그걸로 알아 들었지?"
".........그래. 고마워 키드 군."
티파레트가 흔들리던 사고를 다잡은 순간,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던 마력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완전히 눈앞의 적에 집중하고 있던 감지 신경이, 마치 눈부신 것처럼 쑤셨다.
티파레트도, 키드도, 간지로도.
원정대 전원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죽음의 기척.
견문의 탑과는 또 다른 이상.
그리고 이것만은 대성군도 예상치 못했던 모양이다.
"뭐, 뭐야, 이거ㅡㅡㅡ"
참지 못한 티파레트가 목소리를 떨었다.
인간ㅡㅡㅡ은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마력이 아니다.
아마도 요마의 종류.
하지만 이 수준의 마력이면, 예전에 세피로트가 상대했던 야마타노오로치조차 가볍게 능가하는 존재다.
대체 누가 적대하고 있나.
지금, 누가 이걸 상대하고 있나.
이런 것을 상대하고도, 과연 살아있을 수 있을까.
누구나가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고 있는 와중, 기데온만이 유일하게 입이 찢어져라 미소를 지었다.
"아아...역시 저쪽이 재밌어 보인다고."
◇
티파레트 일행한테서 조금 떨어진 숲 속.
마르쿠트는 거친 숨결을 고르는데 전념하고 있다.
"저기, 슬슬 쿠쨩을 돌려줄 생각 들었어?"
인형을 연상시키는 무표정으로, 소녀가 또 한 걸음 마르쿠트한테 다가선다.
"쿠쨩을 돌려주고 죽을지, 죽고 나서 쿠쨩을 돌려줄지. 어느 쪽이든 좋으니 빨리 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어린 소녀의 발걸음은 마치 사신과 흡사했다. 정말로 죽일 각오가 있음이 틀림없다.
그때, 엉뚱한 방향에서 막대한 열파가 마르쿠트의 등을 그을리게 했다.
"앗ㅡㅡㅡㅡ!?"
갑자기 나타난 몸을 불태우는 듯한 열원.
마르쿠트는 반사적으로 검은 구슬을 전개시켜서, 온몸을 뒤덮었다.
뭔가가 일어났다.
아마도 케텔의 농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쓰는 농화와 어딘가 비슷하다.
대체, 누가ㅡㅡㅡ
"어?"
마르쿠트는 숨을 삼켰다.
시선 끝에는 눈을 둥글게 만들며 가만히 서 있는 수의 모습이 있었다.
왜, 방어하지 않지.
가능할 것이다.
피부에 스며드는 막대한 마력은 경이롭지만, 열파 자체는 막지 못할 위력이 아니다.
하지만 수는 얼굴을 새파랗게 물들일뿐, 전혀 회피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너무 놀라서 언령의 발동이 늦은 건지, 아니면 너무나 거대한 마력에 겁먹으 ㄴ건지.
아무리 적이라 해도, 여기서 어린이를 죽게 놔둘 수는 없다.
"아아~ 정말!"
마르쿠트는 고유 공간을 망토처럼 몸에 두르면서, 낮은 자세로 수를 향해 질주했다. 다행히 불꽃의 파도에 소녀가 삼켜지기보다 먼저,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괜찮아요?'
"으리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갑작스레 쳐올린 어퍼컷에, 마르쿠트의 턱이 튀어올랐다. 예상 밖의 기습은 이를 악물 틈도 주지 않았다.
시야에 하얀빛이 반짝인다.
잠깐이지만 사고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강화한 어퍼컷은, 마르쿠트를 몇 초 동안 행동불능에 몰아넣는 결과가 되었다.
"ㅡㅡㅡ이, 이런..."
[돌려내]
떨리는 손을 움직이는 것보다 빨리, 수가 지근거리에서 마언을 내뱉었다. 그러자 벨트에 고정되어 있던 검은 구슬 중 하나가 혼자 움직이더니, 수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었다.
수많은 구슬 중에서 어떻게 판단했는지, 빠져나간 것은 정확히 쿠를 봉인한 구슬이었다.
"아ㅡㅡㅡ!?"
갑작스러운 사태라 해도, 정말 간단히 인질을 빼앗기고 말았다. 처음부터 이걸 쓰지 않은 것은 거리가 관련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럼 이만~"
"아! 기다려ㅡㅡㅡ"
등을 돌리는 수에게 손을 뻗으며 따라가기 위해 한걸음 내디딤과 동시에, 후방에서 조금 전보다 커다란 마력의 진동을 감지했다. 이제 사람의 것이라 생각지 못할 그 규모에, 마르쿠트의 다리가 단번에 굳었다.
"ㅡㅡ윽~!?"
숨이 멎는다.
무겁고 짙은 마력이 온몸을 핥는다.
자신이 개미 사이즈로 수축된 듯한 착각에, 마르쿠트의 전의는 일시적으로 꺾였다.
쭈뼛거리며 마력의 근원을 향해 돌아본다.
그곳에는, 대지를 휘황찬란히 비추는 순백의 태양이 있었다.
◇
지배에는 흥미가 없다. 그것이 녀석들의 입버릇이었다.
생각해보면 악마치고는 너무나 이상한 일족이었다.
악마라면 누구나가 가져야 할 흉폭성도, 지배욕도.
악마한테 있어야 할 여러 조각이 빠져있었다.
점잔 빼는 녀석들이었다.
필요 이상으로 적을 괴롭히는 일 없이, 무슨 생각인지 약자한테도 손을 뻗었다.
인간계의 침략을 계획할 대도, 점잖은 표정으로 거절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족이 인간들한테 붙잡혔다고 들었을 때는 이상하게도 동정의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이후, 그 일족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귀신 또한, 얼마 안 지나 육왕 중 하나에 의해 봉인되어서다.
결과적만 놓고 보면, 그 시대의 왕들은 전부 인간에게 패배하고 같은 길을 걸었다.
그런 오래된 이야기를ㅡㅡㅡ어째서 이 여자와, 크롬과 싸우면서 떠올렸는가.
그 이유를, 아몬은 이제야 알게 된 기분이 들었다.
"ㅡㅡㅡㅡㅡㅡ하아ㅡㅡㅡ"
크롬이 천천히 숨을 쉬었다.
단지 그것뿐인 행위가, 아몬의 눈에는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흔들리는 백은의 장발.
눈보라를 연상시키는 그것이, 겨울바람을 맞고 눈처럼 공중을 떠다닌다.
감겨있는지 떠 있는지 알 수 없었던 두 눈은, 지금은 크게 개안하여 호박색 반짝임이 엘레인과 아몬을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이한 것은 정수리 부근에 돋아난 털에 덮인 귀. 잘 보면 옆머리에서 약간 보이던 본래의 귀가 사라져 있다.
변신을 끝낸 크롬의 분위기는, 말하자면 신의 피조물에 가까운 것이었다.
한 장의 그림과 비슷한 청아한 분위기가 이 자리를 채운다.
방금 전까지 사투를 벌였던 것조차 지워버릴 듯한 신성함이, 정말 기분 나빴다.
"고양이 귀 메이드라니, 언제 적 유행인가요."
엘레인의 말대로, 크롬은 여전히 시녀복을 입고 있다.
방금 이루어진 변화도, 기껏해야 머리카락의 색과 길이가 변한 정도고, 다른 사람이랄 것까진 아니다. 피부색도 체격도 그대로라서, 크롬 특유의 인형 같은 얼굴도 제대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이제는 다른 차원의 존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어찌저찌해도 인간이었던 시절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 정도로, 크롬을 뒤덮은 공기는 신성했다.
"...역시 네놈인가. 묘신 - 백겁."
"...................."
아몬의 물음에도 크롬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하지 않아도 결과는 나와 있다.
저것은 틀림없이 한때 마계를 다스렸던 여섯 기둥의 하나.
과거에 귀신과 몇 차례나 영토싸움을 벌였던 묘신의 혈족이 틀림없다.
"설마 네놈이 인간의 수하로 들어갈 줄이야. 폭왕의 목띠에 오염이라도 된 것이냐?"
"응냐아.'
"뭐?"
정말 얼빠진 대답에, 아몬은 말문을 잃었다.
"냐아냐우냐아냐니냐아."
"................"
"냐아냐우냐아냐니냐아냐아냐우냐아냐니냐아냐아냐우냐아냐니냐아."
크롬이 뭔가를 말하지만, 계속 영문 모를 목소리로 나온다. 이것은 아몬도 예상 밖이었는지, 진지한 표정 그대로 절규하고 말았다.
"어? 뭔가요 이게?"
엘레인의 말에, 아몬은 당혹해하면 대답했다.
"내게 묻지 마."
"어? 이랬나요? 이 여자 이랬었나요?"
"닥쳐."
하지만 엘레인의 말대로, 지금의 모습만 놓고 보면 완전히 바보 같다.
진지한 얼굴인 만큼 그 익살스러움도 배가된다. 변신할 때 뇌가 날아가버린 걸까.
"냐아! 냐냐우냐아!"
그건 그렇고 시끄럽다.
"응냐냐우냐오냐아.......!?"
거기서, 크롬은 뭔가 깨달은 것처럼 숨을 멈췄다. 입가에서 보이는 송곳니를 숨기려는 것처럼 입을 닫고는, 한 손으로 입을 살며시 눌렀다.
"실례. 이 모습으로 말하는 건 오랜만이라서."
그리고 크롬은 얼버무리려는 듯 얼굴을 돌리고는, 견문의 탑을 올려다보았다. 점점, 하지만 확실하게 무너지고 있는 순백의 거탑의 앞에서, 방금 드러낸 추태도 잊고 작게 몸을 떨었다.
"이제야, 여기까지 도달했습니다."
탑의 상태를 보아하니, 이미 봉인은 해제되었다 봐도 좋을 것이다. 이제는 적 세력을 섬멸할뿐. 그걸로 일단 하나의 관문을 거친다.
"아몬. 악마로서 당신과 상대하는 건, 이게 처음이네요."
크롬이 주먹을 든다. 단지 그것만의 동작조차, 어딘가 환상적이었다. 크롬한테서 나오는 마력이 입자가 되어 주위를 하얗게 물드는 와중, 엘레인은 남은 마력으로 한 자루의 장검을 무기고에서 꺼내 들었다.
"검의 정령. 당신은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실력이었습니다. 아몬도 익숙지 않은 인간의 몸으로 잘도 여기까지 버텼네요."
마치 이미 승패는 결정되었다는 듯한 말투였다.
크롬을 중심으로 천천히 소리가 사라진다.
어느 사이엔가 바람은 멎어 들었다.
"그럼."
슝.
엘레인의 옆머리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원래부터 자신의 힘으로 크롬의 속도를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 엘레인이 가진 무장의 특수능력에 의존하는 것 밖에 대항 수단은 없다.
오른손의 안사라를 휘두른다. 검봉이 이끄는 앞에는, 흰 구름 같은 것만이 남아 있었다. 요격에 대해 회피를 선택했는지, 들어간 느낌은 없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불확실하지만, 언제 어디에 크롬이 나타날지는 검이 가르쳐주고 있다. 확실히 속도는 저쪽이 위지만 못 따라갈 정도는 아니다. 이대로 반격을 하며 응수한다.
그때 이제야, 엘레인은 도신이 근원부터 부러졌음을 깨달았다.
"ㅡㅡㅡㅡㅡㅡㅡ읏."
너무나도 쉽게 무력화된 보검에, 엘레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땀이 배어 나왔다.
아무리 공격에 특화된 검은 아니라고 해도, 성검에 속하는 무기를 이렇게나 손쉽게ㅡㅡㅡ
"엎드려!!"
아몬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자, 주먹이 정수리를 스쳤다. 주먹은 번개를 두르면서 가속하여, 어느 사이엔가 옆에서 나타나 있던 크롬의 안면에 일직선으로 빨려 들었다.
귀를 막고 싶어지는 작렬음.
속도도, 타이밍도, 힘도, 전부 손색없는 일격이었다.
하지만 엘레인과 아몬은 즉시 이해했다.
지금의 일격이 맞은 것은, 단순히 크롬이 피할 것도 없는 공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주먹에 뒤덮인 얼굴에서 약간 보이는 호박색의 고양이 눈이, 두 사람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다.
이미 그녀에게 봐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1초 후, 두 사람의 육체는 산산조각 날 것이다.
이제 아낄 필요는 없다.
엘레인은 남은 마력의 거의 전부를 소비해서, 눈앞의 적을 향해 무기고의 문을 전개했다.
문에서 여러 시대의 무기를 꺼내서, 그 모든 것을 크롬의 급소로 향했다.
순식간에 공중에 나열된 무장의 수는 413 자루.
지금의 엘레인이 동시에 현현시킬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집중 화력. 신을 죽이기에는 충분한 밀도의 집중포화 공격. 이것이 직격 한다면 아무리 묘신의 혈족이라 해도 흔적도 안 남을 터.
하지만, 거리가 너무 가깝다.
그리고 그것은 아몬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귀신은 단번에 바람의 마력을 온몸에 두르고, 날카로운 기합소리와 함께 크롬을 향해 폭풍을 때려 박았다.
"으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노호성과 함께 내지르는 주먹을 맞이하자, 크롬은 그걸 받아내면서 후방으로 가볍게 도약했다. 예상한 대로 들어간 느낌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한 간격이 생겨났다.
엘레인이 흰 팔을 수직으로 내렸다.
그것이 공격의 신호였다.
부유한 채 미동도 않던 모든 무기가, 크롬을 향해 일제히 나아갔다. 사출 된 보검과 보창의 탄환은 오래 이어졌고, 그것 자체가 용의 턱인 것처럼 너울거리면서 대상을 삼키기 위해 신속의 성역까지 가속하였다.
그런 데다가, 엘레인은 수중에 비장의 마검을 남겨두고 있다. 묘신의 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이가라시 몬자에몽의 비장의 무기. 이미 무박자로 접근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거리는 파악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돌파해올 셈이라면, 이 검으로 이번에야말로 절명시킨다.
ㅡㅡㅡ그리고 그것이 안이한 계산이라는 것은, 엘레인도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할 수밖에 없다.
호수에 의한 치유가 끝나기까지 앞으로 십여 분.
그녀한테는 그때까지 시간을 벌 의무가 있다.
이윽고 선두를 빠져나온 무기 중 하나가 크롬에게 도달했다. 여기서부터 그녀의 행동에 따라 엘레인과 아몬의 행동이 결정된다.
정면에서 재주껏 방어한다면 이대로 공격의 기세를 실어 돌격하며 베어버린다.
시공간을 이동하여 접근한다면 요격한다.
"정말, 따분한 공격이네요."
크롬한테 화려한 전개의 동작은 없었다.
단지, 손톱이 돋아난 손가락을 가볍게 들어서는, 손끝으로 칼날을 쓰다듬는 것처럼 만지자 칼의 방향 자체가 반전된다.
과연 저것은 어떤 궤도를 그릴 것인가.
반전한 마검은 따라오는 검의 총알을 빠져나오는 것처럼 돌파하더니, 엘레인의 오른쪽 어깨를 깊게 찌르는 결과를 낳았다.
"아니ㅡㅡㅡㅡㅡ잇!?'
조금 늦게, 네 자루의 검과 창이 엘레인의 사지를 꿰뚫었다. 아직 이쪽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미 반격을 받아버렸다는 사실에, 아무리 검의 정령이라 해도 안색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추가로 다가오는 성검과 마검.
이번에는 옆구리와 가슴을 찔렸다.
배 밑에서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에, 엘레인의 시야가 빙글 돈다.
이대로 가면 확실하게 죽는다.
엘레인은 찰나의 판단을 내리고 무기고에서 이지스의 방패를 꺼내 들어서, 아몬과 엘레인의 주위를 전부 뒤덮었다.
연이어 울려 퍼지는 금속음.
방패 너머로 전해지는 필살급의 위력.
엘레인이 날렸던 것보다도 기세가 강해졌다.
설마, 이대로 전부 되돌릴 셈인가.
결국 크롬의 앞으로 하나의 예외도 없이 반사된 검과 창은, 다행히도 엘레인이 전개한 이지스의 절대 방어 앞에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구름의 모습을 한 변칙적인 디자인의 방패.
군데군데 금은 갔지만, 엘레인과 아몬에게 추가의 부상은 없다.
다만 그것은, 이미 결정된 결판의 행방을 늦출뿐인 연명에 불과했다.
"ㅡㅡㅡㅡ백봉 - 화전(火纏)."
순간, 공간이 떨릴 정도의 마력이 천지를 뒤덮었다.
정면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순백의 불기둥.
눈부신 그 빛은 창공에 떠오른 태양과 흡사하다.
하늘조차 불태울지도 모를 업화를 배경으로, 묘신은 천천히 주먹을 들었다.
"...조금은 시간을 벌어주마."
"뭐?'
"정령. 넌 펜릴의 치유가 끝날 때까지 도망쳐."
"기, 기다려봐요 아몬ㅡㅡㅡ!"
일방적으로 그렇게 고하고서, 먼저 움직인 것은 아몬이었다.
번개를 몸에 두르고서, 크롬의 사각으로 돌아간다.
고양이의 뒷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면서 확신한다.
이 여자는, 등을 향한 채로 나의 공격을 보고 있다고.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손바닥으로 살짝 공격의 궤도를 빗겨낸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팔꿈치부터 앞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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