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72 산옥 - 아수라 후편(2)
    2022년 09월 15일 00시 02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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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589 

     

     

     

     어쨌든 엄청난 압력이다.

     큰일인데. 이 이상 강해지면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들어져.

     

     장악과 왜곡, 진동.

     공방 전부에 공간간섭이 포함되어 있다.

     거기다 신급의 체술에다 괴물 같은 신체능력.

     

     마장에 의한 부스트는 오늘 크롬 씨와 로긴스에게 썼기 때문에 솔직히 사용은 자제하고 싶다.

     하지만 위험부담을 각오하고 피지컬만이라도 풀파워로 나가지 않으면 되려 내가 죽을 가능성이 있다.

     

     할 수 밖에 없다.

     

     이제 와서 수련의 부족함이 아쉬워진다.

     조금 더 힘의 컨트롤을 연습해뒀어야 했다.

     아피아나 오오모리 씨의 보조 없이는 내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전력으로 싸울 정도의 기술이, 지금의 내게는 없다.

     

     이 정도까지 내몰린 싸움은 겐사이 이래다.

     상위의 천위 마술사는 허명이 아니라는 것인가.

     

     

     

     

     고막을 긁는 듯한 기묘한 소리에, 비비안은 참지 못하고 귀를 닫았다.

     

     "아파아아아아아....."

     

     제야의 종소리와 비슷한 그것은, 귀만이 아니라 골수까지 울린다. 이 소리에 노출된 것만으로도 뼈마디가 비틀리는 기분이었다.

     

     "조금만 더 떨어지자... 이대로는 귀가 이상해질 것 같아."

     "....으, 응."

     소스케와 이가라시의 전투가 시작된 지 약 30분.

     싸움의 여파로 싱그럽던 삼림은 점점 황폐해졌고, 지금은 보이는 배경의 태반이 분화구처럼 용암이 흐르고 있다. 아직 1시간도 안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옥 같은 광경으로 변해버렸다.

     

     소스케한테서 상당히 떠어졌지만, 이만한 전투 규모가 되면 아직 안심할 수 없다. 과연 그는 무사할지ㅡㅡㅡ안 좋은 예감이 비비안의 가슴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그러자, 그때.

     

     "둘 다 무사해!?"

     

     뒤에서 들리는 높은 목소리에, 비비안과 티아가 동시에 돌아보았다. 시선 끝에는 긴 갈색 머리를 트윈 테일로 묶은 소녀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건..."

     옆의 티아의 표정이 안도에 감싸일 무렵에는, 비비안에게도 소녀의 정체가 짐작되었다. 애초에 며칠 동안을 함께 도망 다녔던 사이. 잘못 볼 리가 없다.

     

     그녀는 그야말로ㅡㅡㅡ

     

     "미키! 무사했었구나!"

     "그래, 둘 다 무사한 모양이네."

     

     우토 미즈키는 옷이야 너덜너덜하지만, 안색과 외모를 보면 아무래도 경상에 그친 모양이다.

     

     그때ㅡㅡㅡ누군가의 힘에 의해 견문의 탑에 강제적으로 모였을 때 이래, 티아는 헤어진 미즈키를 계속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다... 계속 모습이 안 보여서, 걱정했어."

     티아가 가슴을 쓸어내린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왠지 어색하다는 것에, 비비안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미즈키의 앞에서, 대체 뭘 경계하는 거람ㅡㅡㅡ그런 의문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뭔가가 이상하다.

     

     비비안은 여태까지의 경위를 한번 정리하고서, 티아한테서 전해지는 약간의 눈짓을 끝으로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아, 그렇구나."

     발도.

     즉시 칼을 뒤집어서, 칼자루 부분으로 미즈키의 배를 노렸다.

     거의 딜레이 없이 자아낸 무음의 거합베기에, 어찌 된 일인지 미즈키는 손으로 응수했다.

     야앵과 바람의 칼날이 충돌하자, 주위에 폭풍이 몰아친다.

     끼잉.

     공간이 삐걱이는 소리가 난다.

     

     미즈키는 야앵의 도신을 흘끗 바라보고는, 천천히 비비안에게 시선을 주었다.

     

     "갑자기 무슨 짓이야?"

     

     "미키는 말이지, 미키라고 불리는 걸 싫어한다고."

     "그랬구나."

     

     미즈키의 어조가 바뀜과 동시에, 그 얼굴도 무기질 한 것으로 변모해갔다.

     

     "물러나자."

     비비안이 티아의 몸을 한 손으로 안고서, 뒤로 도약했다. 그런 두 사람을 점잖게 바라보면서, 미즈키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지. 이쪽으로서도 소녀를 연기하는 건 좀 그러니까."

     

     "당신, 누구?"

     

     담담히 물어보는 티아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초조함이 들기 시작했다.

     

     해답은 옆의 비비안이 찾아냈다.

     

     "...아마 그 쌍둥이는 아냐."

     

     "어? 왜? 저거 쌍둥이 아냐?"

     

     "아마, 어떤 빙의 같은 것으로 미즈키의 몸을 빼앗았을 거야."

     

     꿈틀거리는 이질적인 마력이 무엇보다 큰 증거.

     쌍둥이와 다르게 마력의 위장도 되어있지 않고, 변장 목적인지도 의심스럽다. 어쨌든 용서할만한 일이 아니다.

     

     "근육만 자를게. 치유는 티아가 해줘."

     티아가 말없이 끄덕인 것을 인식하고서, 비비안은 야앵을 조용히 진동시켰다.

     

     키이잉.

     금속이 마찰되는 듯한 소리가 주위에 울린다.

     극소의 초진동을 반복하는 비비안의 흑도를 목격하자, 우토 미즈키의 얼굴을 한 무엇인가는, 감탄했는지 입을 열었다.

     

     "...놀라운데. 그거 참진 아냐?"

     

     "...........참진......?"

     낯선 단어에 비비안이 눈썹을 찌푸린다.

     아마도 마음가짐에 관한 일은 아니다.

     

     "왜 마술사가 된 지 2년인 네가 그 검기를 쓰지? 그것도 프레데리카 셰스타 같은 가짜가 아닌."

     

     "무슨 말 하는 거야 당신."

     

     "설마 자력으로 그 영역에 도달한 거야? 그럼 대단해. 지금에도 그의 검을 다시 볼 수 있다니ㅡㅡㅡ"

     직후,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비비안은 미즈키의 다리의 표층을 베었다.

     

     "그 얼굴로, 주절대지 마."

     칼자루에서 전해지는 확실한 손맛에, 비비안은 더욱 한걸음 간격을 좁혔다. 지금의 한 수로 그녀의 기동력은 낮아졌다. 이대로 밀착해서 타격으로 기절까지 끌고 간다.

     

     "빠르네."

     가벼운 신발 소리를 내며, 미즈키의 작은 몸이 공중으로 뛰었다.

     비비안이 칼자루의 타격을 먹이는 것보다 빠르게, 그녀와의 사이가 벌려진다.

     왜 움직이는 걸까ㅡㅡㅡ내부만을 잘랐을 터. 그러면 서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미즈키는 착지한 뒤에도 태연하게 있었다.

     그 중심도 안정되어 있어서, 주춤거리지도 않는다.

     단지 눈에 걸린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쓸면서, 의미심장한 눈으로 비비안을 바라보고 있다.

     

     "내부만을 베었나... 겐사이의 잔잔한 태도와 비슷해. 본 것만으로 배웠다면 학습능력은 높은 모양인데."

     

     다음 순간, 비비안의 시야에서 미즈키의 모습이 사라졌다.

     비비안의 마음속에 초조함이 생겨난다.

     

     진정해.

     자신은 더욱 고차원의 마술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 모습이 사라져도, 그 기척까지는 쉽게 지울 수 없다.

     

     이지스에서 활동할 무렵, 은밀의 달인인 이리자키가 했던 말을 떠올려ㅡㅡㅡ

     

     [나 말이야, 자동문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야앵을 지면에 내리친다.

     대략 120톤까지 배가된 중력검이, 비비안 앞의 대지를 갈라버렸다.

     

     동시에 일어나는 대량의 흙먼지.

     부자연스럽게 흔들리는 장소는 바로 찾아내었다.

     

     "거기네."

     

     간단한 신호를 내자, 비비안의 뒤에서 빛의 띠가 나아갔다. 티아의 박식이 채찍 같은 궤도로 흙먼지를 가로질렀지만, 구속까지는 하지 못했다.

     

     대상을 휘감기 직전, 갑자기 일어난 선풍이 띠를 쳐내고는 추격타를 가하려는 비비안까지도 한꺼번에 날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깨달은 사실.

     

     "....티아, 이 녀석 그거야. 쌍둥이랑 함께 공격해온 녀석."

     비비안의 말에, 이제야 티아도 눈치를 챘다.

     확실히 저 고도의 바람 마술은 본 적이 있다.

     베르베느와 전선에서 탈출을 시도하려 할 때, 쌍둥이와 켄자키를 이끌었던 남자다.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금 야쿠모의 검을 보게 되다니."

     여전히 모습은 안 보이지만, 이상하게 말소리는 잘 들린다. 대기를 조종하고 있는지, 음원은 비비안조차 알 수 없었다.

     

     "인질을 잡을까 했었지만, 지금의 너희들을 상대하는 건 조금 힘들지도ㅡㅡㅡㅡ"

     

     그때.

     귀를 막고 싶어지는 폭음이 들렸다.

     비비안의 정면에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광륜. 그것이 엄청난 속도로 수축해서는, 중심을 향해 줄어든 것이었다.

     

     박식 - 대천륜.

     하지만 티아가 쓴 그 술식에 붙잡은 느낌은 없었다.

     상당히 광범위로 확대시켰는데도 먹잇감이 걸려들지 않았다.

     

     그보다, 적의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데.

     

     "...도망쳤어."

     티아가 씁쓸히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직 쫓아갈 수 있다.

     티아의 감지 반경 내라면 크게 이탈하지 않는 한, 탐색은 가능하다.

     

     "난 이대로 미즈키를 쫓을게."

     

     "잠깐, 기다려 티아. 혼자선 무모해."

     "아마, 그 녀석은 견문의 탑을 오르려 할 거야. 그럼 바로 쫓아야 안 늦어."

     견문의 탑은 적의 본거지 같은 곳이다.

     지금의 난전에서 생각하기에 아군의 전력이 미즈키를 구출할 여유는 없다. 지금 여기가, 그녀를 확실하게 붙잡을 마지막 기회다.

     

     "비비안 씨는 이 일을 모두한테..."

     "무슨 말 하는 거야. 둘이서 쫓아가자."

     

     "뭐? 꺄악...."

     티아의 시야가 빙글 도나 싶더니, 어느 사이엔가 비비안의 어깨에 타고 있었다.

     

     "내가 달릴 테니, 색적을 부탁해."

     

     "으, 응. 알았어."

     

     당황하면서도 티아가 수긍한다.

     확실히 이러는 편이 빠르다.

     비비안의 각력이라면 따라잡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소스케는ㅡㅡㅡ아니, 그의 안부는 우리가 신경 쓸 때가 아니다. 그라면 반드시 이가사리 겐조를 타도 할 것이다.

     

     "가자. 함께 미키를 구해내는 거야."

     

     

     

     

     왠지 바깥이 소란스럽다.

     아피아 디 그리피아가 그런 위화감을 느낀 것은 조금 전의 일이었다.

     

     들려오는 것은 사람들의 떠들썩한 소리다.

     번화가의 술집이라면 몰라도, 아피아가 있는 장소는 왕성의 지하실. 이건 성내에 국민들이 몰려들어 왔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임계문의 준비는 이미 끝나 있다.

     신역에는 길이 개척되어 있고, 강도도 유지시간도 충분하다.

     이제는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검사를 기다릴뿐이라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다.

     

     어째서 성에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나.

     대략 예상은 간다.

     아마, 그들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왠지, 생각보다 사람이 모였는데..."

     아피아는 차가운 돌벽에 몸을 기대면서, 어두운 방을 둘러보았다. 몇 시간 전이라면 몰라도, 이 지하실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모여든 것은 마왕대전의 동료들이다.

     그 수는 대략 20명.

     이 짧은 시간에 전 세계에서 잘도 이만한 사람들이 달려왔다며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덕분에 침착하게 지낼 공간도 사라지고 말았다.

     

     "공주님과 면식이 있는 분은 여기 보냈지만, 용사 님의 무사함을 듣자마자 왕성 부근에 왕도 내...아니, 국내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모양입니다. 보고에 의하면 갑자기 공중에 숲의 정령의 모습이 나타나서, 이번의 사실을 고했다던가.... 각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안경의 여성의 보고를 받고, 아피아는 못마땅한 얼굴로 옆의 마녀에게 물어보았다.

     

     "...캐럿. 대중의 발표는 아직 멀었다고 했는데..."

     "뭐 그런 말 말게나 아피아여. 모처럼 꼬마의 고향으로 가는 거다. 화려한 여행이 더 낫지 않겠나."

     

     "그건 뭐, 그렇지만..."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한 위대한 숲의 마녀에게, 아피아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문제는 왕녀 자신이 지구로 향한다는 점이다. 소스케를 찾으러 반년 이상이나 공무를 내버려 둔 것은, 확실히 말해 찜찜하다. 마왕대전의 상흔도 가시지 않은 지금, 이 사실은 조금 더 진정된 뒤에 민중에게 알릴 생각이었다.

     

     "그건 그렇고 우리들까지 숨길까진 없었잖아. 제대로 배웅 정도는 시키라고."

     근처에 서 있던 눈매가 나쁜 짙은 피부의 남자의 말에, 몇 명이 이어 말했다.

     

     "맞아요 전하."
     "애초에 전하의 힘이 없으면 신역에 들어갈 수 없으니, 누구도 불만 없다니까요."
     "공주님, 이상한 쪽에서 게으르시다니깐."
     "사토 씨의 일이니 나라에서 제대로 보내드려야죠."

     

     "음..."

     실제로는 문의 정제만으로도 힘들었다. 전날까지 수중의 부하들 모두가 건너갈 수 있게 하는 일에 매달렸던 탓에, 다른 일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

     

     이것도 현지에서 정찰을 하였던 보로스의 보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죽을뻔했다는 사실은, 아피아로서는 그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그러자 그때.

     갑자기 아피아의 옆에 작은 사람이 나타났다.

     순진무구한 눈의 은발 소녀가, 천천히 아피아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공주님. 스케스케, 또 위험해?"

     "보로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래."

     "스케스케, 맨날 큰일 나네."

     "그러니 동료인 내가 도울 필요가 있어. 그가 이 세계를 구해준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그를 구할 차례다."

     

     "공주님, 왠지 멋있어."

     "그리고 방해하는 녀석은 죽인다. 아무 문제없어."

     "그런 면은 여전하네."

     그렇게 말하며, 은발 소녀는 왠지 그리운 것처럼 미소 지었다.

     

     "공주님, 스케스케를 잘 부탁해."

     "그래."

     소녀의 말에, 아피아 또한 미소 지으면서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슬슬 가 올 때다.

     디 그리피아에 머무는 것은, 앞으로 조금.

     

     "캐럿."

     "왜 그런가."

     갑자기 이름을 불린 마녀가, 미세하게 기울어진 삼각모자를 손끝으로 고쳤다.

     

     "지금부터 가는 장소는 적의 본거지다. 도착하고 나서 바로 전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알고 있네만."

     "앞으로, 내가 꼭 무사하다고 할 순 없어. 길을 여는 자가 사라지면, 당분간 디 그리피아에 못 돌아가겠지. 아니, 어쩌면 한평생ㅡㅡㅡ"

     "명심한 바일세. 혹시 아피아, 이제 와서 그런 일로 두려워할 거라 생각했나?"

     위험성은 전부 각오했다.

     이곳의 평화는 용사의 은총과 다름없다.

     그리고, 지구인이 꾸미고 있는 계획도 이제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수를 계승해온 자로서, 이번 원정은 반쯤 필연. 캐럿으로서는 자신의 숙명과 마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원계왕의 손에서 이 세계를 구한 정전(征躔)의 용사의 위기라면, 이 목숨을 거는 것도 아깝지 않네!"

     

     그때.

     캐럿 주위에 갑자기 질풍이 휘몰아치더니, 형형색색의 빛구슬이 나타났다. 빛구슬은 점점 그 모습을 변형시키더니, 이윽고 소녀의 모습이 되어 마녀의 주위에 일제히 무릎 꿇었다.

     

     "나의 조상, 빌베르 빌헤르미나 빌헬름에게 맹세한다! 반드시 용사 소스케를 구출해낼 것을!"

     

     마녀의 드높은 선언에, 소녀들은 박수로 보답했다.

     

     [마녀님~!]

     [마녀님 멋져~!]

     

     "푸하하핫! 더욱 칭찬해라! 나의 권속들이여!"

     

     [마녀님 귀여워~!]

     [마녀님 다리 길어~!]

     [마녀님 예뻐~!]

     [마녀님 쨩이야~!]

     [마녀님 섹시해~!]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너털웃음을 짓는 마녀의 옆에서, 아피아는 손목시계를 흘끗 보았다.

     

     그의 고향으로 이번 연락을 고한 뒤로 반나절 가까이 지났다.

     바로 승낙해준 것은 고맙지만, 역시 조금만 더 여유를 가졌어야 했다.

     디브라는 결코 몸이 튼튼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력상 그를 제외할 수는 없다.

     

     도중, 묘한 사건에 휘말리지는 않은 걸까. 부디 무사히 도착해줬으면 한다. 그 또한 용사에 뒤지지 않는 트러블 체질이니까.

     

     

     

     

     어느 사이엔가 하늘에는 옅은 붉은 기운이 감돌고, 평야의 지평선에서 아침 해사 떠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일출을 향해 길을 달리는 것은 한 대의 마차였다.

     마부석에 앉은 여자와, 뒤의 짐칸에서 위를 향해 누워있는 남자.

     나이는 성인이 막 되었나 싶은 정도의 젊은 남녀 2인조는, 왕도 올트린데로 가는 길을 달리고 있다.

     

     "디 씨. 왕도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여자는 짐칸에 누운 그의 이름을 부르고서, 졸음기가 깃든 눈꺼풀을 한 손으로 문질렀다.

     대삼림이 가까운 탓인지 맑은 공기가 코를 지나, 기분 좋게 폐에 녹아든다. 바다를 수영하는 것처럼 바람에 휘말리는 여자의 검푸른 머리카락은, 아침 안갯속에서도 한층 더 잘 보인다.

     

     "...그런가."

     짐칸의 창문으로 야윈 남자가 얼굴을 드러낸다.

     흰머리에 흰 피부, 혈색이 나빠 보이는 장신의 남자는 아침해에 시선을 주었지만, 눈부신 태양한테서 바로 눈을 돌렸다.

     

     저편에 흐릿하게 보이는 번화가의 경치는, 이 먼 곳에서도 그 광대함을 짐작할 수 있다. 조금만 더 말을 달리면 도착할 것이다.

     

     남자가 고향을 떠난 것은 어젯밤.

     전우인 마녀한테서의 소식을 듣자마자, 날이 밝는 것도 안 기다리고 도장을 뛰쳐나왔다. 편지에는 중대사가 적혀 있었다. 내일 있는 귀족가의 자제들에 대한 검술 지도를 빼먹을 정도로.

     

     하룻밤만에 천리를 달리는 특별한 준마에 마차를 끌게 하여, 남자는 지방도시에서 왕도로 가는 길을 나아갔다. 평소에 신세 지고 있는 여의사까지 따라온 것은 예상 밖이었지만, 병약한 그에게 있어 든든한 여행길 동무가 생긴 것은 다행이었다.

     

     "바람이 기분 좋아... 조금 전에는 이렇게 길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큰일이었는데."

     

     "...그래."

     "복구도 순조로운 모양이니, 역시 평화란 좋네요."

     

     다크 블루의 옆머리를 살짝 귀에 걸고서, 여자는 뭔가를 그리워하는 눈으로 조용히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문득 옆을 바라보니, 어느 사이에 남자가 옆에 앉아있었다.

     아무래도 완전히 눈이 뜨인 모양이다.

     

     "...디 씨, 여기까지 왔는데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역시 이번 참가는 빠지는 게 어때요? 오늘은 조금 몸상태가 좋지 않은 모양이기도 하고."

     평소에도 안색이 창백한 그이지만, 매일 그를 진찰하는 그녀는 알 수 있다. 오늘의 숨결이 미세하게 흐트러져 있음을.

     

     "위기라고는 해도, 그 용사님이 간단히 당할 리가 없잖아요. 공주님과 마녀님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안 돼."

     여자의 제안에, 남자는 딱 잘라 말했다.

     

     "내가 안 가면, 안 된단 말이다."

     

     확실히 대답하고서, 남자는 작게 기침했다.

     역시 몸상태는 나쁜 모양이다.

     여자는 질렸다는 듯 한숨을 짓고서, 남자의 등을 천천히 쓸어주었다.

     

     "아무리 불사라고 해도, 막 죽지는 마세요?"

     "난 안 죽어."

     "약속이에요?"

     

     "그래."

     강하게 끄덕이는 남자에게, 여자는 이제 그 이상 아무것도 할 말이 없었다. 애초에 이 정도로 막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안 했다. 그럼 적어도 흔쾌히 보내주는 정도는 하자.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조만간 돌아올 것이다.

     

     "기다려라, 친구여."

     

     남자의 이름은 디브라 구르나리아.

     이명은 [단두의 디브라].

     용사를 필두로 하는 신살의 영웅, 그 마지막 한 사람이었다.

     

     

     

     

     전투가 시작된 지 약 1시간이 지나자, 거의 모든 전장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초반과는 달리 대성군의 멤버들이 수세로 돌아섰다. 그것은 이리자키 일행의 전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인원 차를 살린 공세도 허무하게 그 자리에서 계속 버티고 있다.

     

     문제는 기데온의 방어능력이었다.

     그를 최전선에 두어 방어의 기점으로 한 진형은 그야말로 철벽 그 자체여서, 물리, 마술 할 것 없이 모든 공격이 봉쇄되고 있었다. 그것도 장벽마술이 아닌, 육체 하나만으로.

     

     우르테와 수가 공격 범위 바깥에서 집요하게 키드를 향해 견제를 하고 있어서 독날에 의한 일격필살의 기회도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마르쿠트의 진흙방으로 구속해도 단시간만 통하고, 그 사이에 입히는 이리자키와 티파레트의 구타로는 결정력이 부족하다.

     

     이대로 가면 견문의 탑에 향하는 것도 다른 전장을 도와주는 것도 못한다.

     

     하지만 모르겠다.

     이 전황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쓸데없이 시간만 소비하는 것은 대성군으로서도 좋지는 않을 텐데.

     

     기묘고 신중한 대처에,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부자연스러운 처신.

     

     그렇다면 답은 하나.

     

     "...히힛...소스케의 말대로, 이 녀석들 역시 묘한 짓을 생각하고 있구나."

     

     이리자키의 뇌리에 스친 것은 브리팅 때의 소스케의 말이었다.

     

     그의 말로, 원로원은 매우 위험한, 그야말로 세계에 위협이 되는 존재를 소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마력의 징수야말로 그 증거.

     

     하지만 그들의 행동을 관찰해보니, 이미 그 제한시간은 머지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뭐, 저쪽이 내구전을 노린다면 일부러 어울려줄 필요는 없겠지만."

     적한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티파레트가 옆의 이리자키를 향해 말했다.

     

     "이리자키 군."

     "....왜."

     "네 능력이라면 적에게 안 들키고 탑의 위까지 오를 수 있지?"

     "뭐 그렇긴 한데...."

     못할 것은 없다. 라는 것이 이리자키의 진심이었다.

     한정적으로 노바디를 쓰면 들키지 않고 탑의 최상층까지는 갈 수 있을 터.

     

     "나와 키드 군이 틈을 만들 테니 그 사이에 가줄래? 내부의 상황을 보고해주면 좋겠어."

     

     "아앙!? 이쪽은 어떡하고!?"

     

     "간지로 씨도 마르쿠트 씨도 있으니 괜찮아."

     소리 지르는 키드에게 티파레트가 대답한다.

     이리자키가 빠져도 숫자의 유리함은 변함없다.

     

     "일단 우리들로 틈을 만들게. 그 사이에 가."

     티파레트는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이리자키에게 그렇게 고하고서, 자세를 낮췄다.

     

     직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면이 부서졌다.

     대지에 균열만을 남기고서, 티파레트는 대단한 기세로 가속. 그대로 적진을 향해 돌진하며, 운동 에너지의 전부를 기데온을 향해 때려박았다.

     

     "ㅡㅡㅡ옷."

     그 자리에서 위력을 상쇄하지 못한 기데온이 세 걸음을 후퇴했다. 하지만 떠오르는 것은 대담한 미소ㅡㅡㅡ아직 몸의 밸런스는 무너지지 않았다. 올려다볼 정도의 거체와 강력한 강화술식에서 오는 압도적인 단단함은, 티파레트의 몸통박치기에 의한 충격을 거의 무력화시켰다.

     

     "길었구만. 작전회의는 끝났고?"

     

     "그래. 네 온몸의 뼈를 부숴주기로 했어."

     농담하는 기데온의 팔을 손으로 홀드하고는, 그대로 한판승의 요령으로 거체가 공중에 호를 그린다. 하지만 기데온은 바닥에 닿기 직전에 몸을 경쾌하게 비틀어서, 두 다리로 착지. 둔중한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균열이 생겨난다.

     

     "훗ㅡㅡㅡ"

     

     티파레트는 호흡을 멈추고, 기데온의 배에 혼신의 구타를 먹였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무거운 금속의 질감 뿐.

     

     처음보다도 더욱 경도가 늘어났다. 티파레트가 아니었다면 공격한 손발이 파괴되었으리라. 이래서는 키드의 독칼도 튕겨 날 것이다.

     

     이리자키가 전역에서 이탈할 때까지는 거의 10초가 걸린다. 그때까지 그를 추격시키게 놔두지 않는다. 먼저 전장을 혼란시킨다.

     

     "하아아아앗!!"

     팔을 쳐올리고는, 밑의 땅을 두들긴다.

     이미 무너지고 있던 발판은, 티파레트의 주먹에 의해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붕괴했다. 파괴의 영향에 의해 기데온은 자세의 회복을 강요당했다. 그것은 멀리서 보고 있던 우르테와 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르쿠트. 발판 좀 부탁해!"

     

     "알았어요."

     공격을 끝낸 티파레트의 등 뒤에서 가면을 쓴 소녀ㅡㅡㅡ마르쿠트가 뛰어나왔다. 몸을 기울이며 즉시 손을 대지에 갖다 대자, 녹아든 발판의 틈새에서 진흙 같은 것이 나타났다.

     

     "진흙영역."

     

     간헐천에서 분출되는 열탕처럼. 검은 진흙이 지면에서 대량으로 새어 나왔다. 진흙은 몇 초 지나지 않아 광범위하게 칠흑의 늪을 형성했고, 기데온 일행의 발목 근처까지 침수시켰다.

     

     '저 여자ㅡㅡㅡ'

     

     기데온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마르쿠트를 응시했다.

     조금 전의 공간간섭자.

     그 자그마한 구슬을 던질 뿐인가 싶었는데, 예상 이상의 마술을 쓴다.

     기데온을 상대로 몇 초나 발을 묵는 강도와 이 범위.

     이래서는 만족스레 이동할 수 없다.

     

     "수, 이리자키의 술식을 벗겨."

     기데온이 짧게 지시를 내렸다.

     여기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리자키의 기습.

     

     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냉랭한 목소리로 한 마디.

     

     [나와]

     

     수가 발동한 [해(解)]의 언령이 이리자키의 술식을  해제했다. 손쉽게 모습이 드러난 이리자키였지만, 이미 전장에서 500m 정도 벗어난 위치에 있었다.

     

     "ㅡㅡㅡㅡㅡ음."

     여태까지 여유의 미소를 짓고 있던 기데온의 얼굴이, 그제야 처음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이쪽의 노림수를 간파당했다.

     눈치챈 티파레트가 기데온에게 다시금 접근해서, 양손을 해머처럼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큰 대미지가 안 되는 것은 알고 있다.

     지금 여기서 접근전을 시도하면 마르쿠트의 늪에 발을 들이게 되지만 어쩔 수 없다.

     여기서 몇 초 동안, 발을 묶는 한이 있더라도 기데온을 저지한다.

     

     "우르테, 가게 두지 마."

     "알고 있어."

     아직 이리자키의 사선은 뚫려있다.

     보이는 사이 추격한다.

     우르테는 모클을 공중에 띄워서, 축구선수의 몸놀림으로 그 전부를 차 버렸다.

     

     날카로운 발차기에 의해 가속된 총 7체의 고위 신수가, 제각각 다른 궤도를 그리며 이리자키를 추격한다.

     

     서로의 속도차는 절대적.

     이 거리에서도 아마 도망칠 수 없다.

     그걸 내다본 키드가 품에서 같은 수량의 단도를 꺼내고는, 단번에 투척.

     

     "그렇게 놔둘까 보냐."

     총알 같은 속도로 던져진 단도는 하나도 빗나가는 일 없이 정확하게 모클에게 적중하였고, 그 궤도를 이리자키의 사선에서 대폭 빗나가게 했다.

     

     그 사이에도 이리자키는 점점 전장에서 멀어져 갔다.

     갑자기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것은 수의 언령의 범위 바깥으로 탈출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리자키의 능력과 이동속도를 고려한다면, 이미 뒤쫓기보다는 동료끼리 이 정보를 공유해서 나포하는 쪽이 더 효율적이다.

     

     기데온은 무표정하게 우르테와 수에게 손짓으로 제동을 걸고는, 은연중 이 이상 소용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저 반응. 정말로 탑에 접근시키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요."

     마르쿠트의 고찰에, 티파레트 또한 자신의 견해를 명랑하게 드러낸다.

     

     "여길 놔두고서까지 안으로의 침입을 막으려 하는 걸 보면, 견문의 탑 내부는 의외로 허술할지도 모르겠어."

     그 생각은 전부 맞아 들었다.

     

     

     [우르테. 유감이지만 마린한테 연락해서 대응하도록 해]

     

     티파레트의 맹공을 버텨내면서, 기데온은 텔레파시로 우르테한테 지시를 내렸다. 이제 모클로는 쫓아갈 수 없음을 깨달은 그녀는, 한숨을 쉬며 그의 의견에 따랐다.

     

     "...그렇게 할게. 그 사람, 지금은 의식으로 바쁘겠지만."

     

     하지만 실수는 실수. 이렇게 된 이상 빨리 손쓰지 않으면 본격적으로 의식을 방해받고 만다.

     

     그런 두 사람의 생각과는 반대로, 수는 마르쿠트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마르쿠트가 갖고 있는 검은 구슬 중 하나. 마르쿠트가 마술을 쓸 때마다 흘러나오는 마력의 파동을, 수는 조금도 놓치지 않고 전부 느끼고 있다.

     

     있다.

     한쪽이 저곳에 있다.[각주:1]

     

     수가 엘리제한테 패배하고 나서 동료의 도움을 받는 사이, 쿠 또한 마찬가지 상태였음을 막연히 추측하고 있었다.

     

     여태까지의 전투로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쿠쨩을 가진 사람은 너였구나."

     

     조용히 손가락질한 끝에는 마르쿠트가 검은 늪의 위에 서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늪의 영향을 안 받는 모양이다.

     

     "아하. 비슷하다 생각했더니 그 애의 쌍둥이인가요."

     

     "질문에나 대답해."

     "네, 그녀의 신병은 제가 맡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안에 들어있죠."

     "그러셔."

     

     마르쿠트가 질문에 대답하자, 수의 눈동자에서 광채가 사라졌다.

     

     "그럼 죽일게."

     


     

    1. 작가가 설정을 기억해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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