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73 산옥 - 아수라 후편(3)
    2022년 09월 15일 14시 43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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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597 

     

     

     

     이미 충돌은 오십을 넘었을까.

     여러 번 거듭되는 격돌이 검사들의 팔에 둔통을 주고 있을 무렵, 약간 전황이 기울어지려고 한다.

     

     "ㅡㅡㅡ하아...."

     

     유운을 한손에 들고, 겐사이가 옆구리를 누르면서 얕은 숨을 반복한다.

     

     공세가 막히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겐사이 자신도, 압력이 줄었음을 자각하고 있다.

     

     켄자키가 가세했음에도, 특급 마술사 세 사람의 맹공은 점점 시키가미 겐사이를 압박하고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

     어펙션의 간부 두 사람을 쓰러트리고, 그 다음 나인을 상대했던 것이다. 역까지 했는데 지치지 않을 리가 없다.

     

     "후우ㅡㅡㅡ"

     백색의 맹화를 장도에 실어서, 세피로트의 리더인 케텔이 겐사이를 향해 서로의 칼을 통한 힘겨루기에 도전한다. 칼자루에서 전해지는 압력에서는 예전의 기세가 느껴지지 않는다.

     

     밀어낸다.

     

     "화참."

     손잡이를 축으로 검을 비끼며, 케텔이 크게 베어 올린다.

     겐사이가 몸을 웅크려 참격을 피했지만, 조금 뒤늦게 생겨난 폭염의 회피까지는 바랄 수 없었다. 장벽 너머로 몸을 그을린 겐사이는 불꽃에서 도망치기 위해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허리 아플 텐데 스승. 슬슬 항복해도 된다고."

     

     "작도 - 염마인가..."

     옛날 이가라시 몬자에몽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화염의 마검.

     

     공간소각술식 - 농화는, 그 도신에 깃드는 것으로 더욱 그 위력을 배가시킨다. 철조차 증발시킨다고 일컬어지는 막대한 열량은, 그가 육왕의 자손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 꼬마가, 꽤 하게 되었구만..."

     그것은 케텔한테만 던진 말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세 명의 제자는 물론이고, 프레데리카와 베르베느, 그리고 나인.

     

     결코 얕보았던 건 아니지만, 이제 여기까지 내몰리게 되었을 줄은 겐사이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

     

     "검의 선생을 불태우는 건 뒤가 켕긴다고, 정말."

     말과는 다르게, 케텔의 업화는 기세를 더해나갈뿐이었다. 조금 전부터 철저하게 잔잔한 태도를 무너뜨리러 오고 있다. 약간 무리하면 못 쓸 것도 아니다. 하지만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시키가미 쇼고가 항상 이 목을 노리고 있는 이상, 너무 화려한 움직임은 못 한다.

     

     확실히 이대로 가면 내몰린다.

     그 말이 뇌리를 스치던 그때.

     

     "겐사이 니임!"

     겐사이의 위기를 깨달은 켄자키가, 거의 동시에 백도를 납도한다.

     

     스승까지의 거리는 대략 50m.

     겐사이와 마주 보고 있어서 이쪽에 등을 보이고 있는 케텔을 향해, 켄자키는 조용히 그의 목을 조준했다.

     

     "잔잔한ㅡㅡㅡ"

     발도의 찰나, 칼날이 번쩍였다.

     반사적으로 몸을 젖힌 켄자키의 목을, 굉음과 함께 선풍이 통과했다.

     

     켄자키의 지원을 방해한 자는 모모야마다 잇신사이.

     오른손에 든 무기는 단도-귀수는 아니지만, 그것이 명검이라는 것만은 어떻게든 이해했다.

     

     "딴 곳을 보다니 여유롭구만."

     "거기서, 비켜어!!"

     살기를 드러내면서, 일직선으로 베어 든다.

     자아내는 기술은 [잔잔한 태도-비연(妃燕)].

     사각에서 파고드는 네 가지의 검섬을, 잇신사이는 전진하면서 어렵지 않게 쳐냈다.

     

     "ㅡㅡㅡ읏."

     거의 노 타임으로 공격을 떨궈버린 사실에, 켄자키의 몸이 주춤거린다.

     방어가 너무 정확하다.

     공격의 궤도를 일고 있다는 뜻일까.

     

     이래서는 상잔의 각오로 특공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

     이 몸 하나로 적을 하나 쓰러트린다면 여한은 없다.

     켄자키가 각오를 다진 그때,

     

     "잔잔한 태도 - 어뢰(御雷)."

     

     하얀빛이 전장을 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앗ㅡㅡㅡ"

     

     켄자키로서는, 잇신사이가 경악으로 눈을 부릅뜨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조금 뒤늦게, 그의 어깨에서 피가 튀었다. 그중의 몇 방울은 켄자키의 흰 피부를 붉게 물들였다.

     

     "어?"

     아니, 잇신사이만이 아니다.

     케텔도, 쇼고도 어느 사이엔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있다.

     그 발치에는 잇신사이와 같거나 그 이상의 피웅덩이가 생겨나 있었다.

     

     어느 사이엔가 휘두른 겐사이의 칼은 휘황찬란히 빛나고 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나.

     잔잔한 태도를 사용한 걸까.

     아니, 뭔가가 이상하다.

     겐사이한테는 거합베기를 펼칠 여유가 없었다.

     마치, 시간의 흐름이 이상해진 듯한 감각.

     

     생각나는 이유는 하나 뿐.

     그는 방금, 주위의 시간의 흐름을 극단적으로 느리게 한 것이다.

     

     "겐사이 님ㅡㅡㅡ"

     그때, 자신이 전장에 있는 것도 잊고, 켄자키는 목소리를 떨었다.

     

     "안 됩니다, 그건ㅡㅡㅡ"

     현재, 시키가미 겐사이는 시공간 왜곡을 한정적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 쇠한 몸으로는 쓸 수 없어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발동 시의 엄청난 몸의 부담이 겐사이의 목숨을 사정없이 좀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하게 놔둘 수는 없다.

     

     실용 범위에서의 사용은 애도의 유효 범위를 왜곡시키는 것과, 핀포인트의 방어.

     하지만 희생을 각오한다면 겐사이는 전성기의 공간간섭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켄자키의 약함 때문에 겐사이는 지금부터 목숨을 건다.

     결론적으로는 단지 그뿐일 이야기.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겐사이 님!!"

     옆에 잇신사이가 있어도 관계없다.

     켄자키는 완전히 공격을 그만두고, 힘닿는 한 외쳤다.

     

     "아직이에요! 전 아직 할 수 있어요!"

     "아니, 넌 잘해줬다."

     "하지만, ㅡㅡㅡ윽!"

     들이닥친 한 줄기의 검섬에, 켄자키는 반사적으로 칼을 맞댔다. 잇신사이의 힘은 여태까지의 전투로 꿈에 나올 정도로 이해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지지는 않는다.

     

     "................"

     약간 고통의 기색이 엿보이는 잇신사이를 노려보며, 켄자키는 딱딱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당신들은 왜 저분을 노리나?"

     

     "뭐?"

     

     "회장의 연설은 보았겠지? 말 그대로 이대로 가면 세상은 멸망에 길을 걷는다! 뭐라 말해도 우리의 행동은 세상을 존속시키는 일이 틀림없어! 너희들의 싸움에 대의란 없다!"

     켄자키의 말을, 잇신사이는 가벼운 비웃음으로 뿌리쳤다.

     

     "세계의 멸망을 자기들 사정에 맞게 이용하고 있을 뿐이면서."

     "그 녀석들과 같은 취급 하지 마! 적어도 겐사이 님은 진지하게 세계의 평화를 바라고 계신다!"

     그것은 아마 확실할 것이다.

     원로원의 생각이 어쨌건, 시키가미 겐사이는 세계를 멸망시킬 남자는 아니다. 그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잇신사이가 보기에, 이제 그런 일은 상관없는 사실이었다.

     

     "이제 와서 넋두리는 됐다."

     그렇다고 해도 원로원의 계획은 허용할 수 없다.

     

     "너도 각오를 다져라. 이제 누구도 물러설 수 없다."

     힘겨루기에서 벗어나, 재빨리 몸을 빼낸 잇신사이의 몸통이 뛰어간다.

     

     켄자키는 그걸 한손검으로 쳐내면서, 강하게 이를 악물었다.

     

     시간은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이 녀석의 목을 얼마나 빨리 베어야, 겐사이는 죽지 않고 끝날까.

     

     

     

     

     어느 사이엔가 다리의 인대가 베였다는 사실에, 케텔은 다시금 신경을 집중했다.

     

     "...후우..."

     기동력을 빼앗겼다.

     확인은 안 했지만 등 뒤에 선 쇼고도 무사하지는 않을 터.

     

     방금의 거합베기는 전성기의 잔잔함에 가까웠다.

     순간적으로 쓴 탓인지 정확도도 깔끔함도 부족하다.

     그런데도, 한번 휘둘러 형세를 뒤집었다.

     

     다시금 스승과의 격차를 느낀다.

     이것이 전 천위 마술사 서열 2위.

     

     "이제 와서 제자를, 아들을, 네놈들을 못 벨 거라 생각했나?"

     겐사이한테서는, 어느 틈엔가 피로의 기색이 사라져 있었다. 출혈도 없고, 호흡도 원래대로 돌아와 있다.

     

     하지만, 목덜미에 금이 간 듯한 균열이 나 있다.

     본래 살갗에 날 리가 없는, 무기질한 균열이.

     

     "이제 시간도 그리 없다. 빨리 죽일 기세로 와라. 안 그러면 늦을 게다."

     

     

     

     "구와ㅡㅡㅡㅡㅡㅡ앗!!"

     새된 비명을 지르면서, 엘레인이 돌벽에 등을 충돌시킨다. 성의를 두른 가느다란 몸은 돌벽에 파고들어서, 인간 크기의 구덩이를 만드는 것이었다.

     

     불과 몇 초 전의 이야기.

     접근전에서의 공방에서 져버린 엘레인은, 크롬의 붕권에 배를 직격. 그대로 대단한 기세로 날아갔고, 낙법을 취할 여유도 없이 볼품없이 벽과 부딪힌 것이다.

     

     거듭되는 구타의 직격은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른다.

     일단 태세를 정비하려고 아몬이 크롬을 경계하며 엘레인 쪽에 달려왔다. 추격을 할 기색은 없다.

     

     "쿨럭...쿨럭...배, 배 아파..."

     "어이, 괜찮은가?"

     "슬슬 돌아가서 연말연시 방송 좀 봐도 될까요?"

     "괜찮다면 빨리 일어서기나 해."

     아몬이 싸늘하게 재촉하자, 엘레인은 "어엿차." 라고 말하면서 지면에 내려섰다. 농담은 하고 있지만 이미 대미지는 막대하다.

     

     확실하게 내몰리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저 망할 할멈. 내몰면 몰수록 기운이 솟네요."

     아무리 불사신에 가까운 재생력이 있어도, 제우스의 뇌정은 확실하게 크롬의 육체를 불태웠을 터.

     

     그런데도 저런 움직임.

     아니, 오히려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녀석의 재생력 앞에서는 웬만한 공격은 안 통해. 이제 네 마력도 얼마 없고. 뭔가 봉인구 같은 것 없나?"

     "아, 그 아이디어 좋아요."

     아몬의 제안에, 엘레인이 손가락을 튕겼다.

     다음 순간, 두 사람의 옆에는 등신대 사이즈의 거대한 표주박이 나타났다.

     

     "이것은 금은 형제가 보유한 다섯 보패 중 하나... 부름에 대답한 상대를 이 표주박 안에 빨아들여 봉인하지요."

     "....그거 정말로 통할까?"

     

     "뭐 괜찮겠죠. 저 애는 한때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었던 바보니까요. 놀리면 간단히 이쪽의 노림수에 걸려들 거예요."

     

     "어이 잠깐 기다려. 제대로 안 될지도 몰라. 좀 더 단순한 걸로ㅡㅡㅡ"

     

     아몬의 제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엘레인은 표주박을 품고서 크롬과의 거리를 좁혔다.

     

     "크롬!"

     

     이름을 부르지만 대답이 없다.

     크롬은 단지 표주박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필살의 때를 기다리는 듯 주먹을 들고 있다.

     

     "저기, 크롬! 들리나요!?"

     

     "...................."

     

     "당신을 쓰러트릴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알고 싶으세요!?"

     "자금홍호로는 예전에 봤던 적이 있어서 효과는 알고 있습니다. 이름을 불러서 대답하지 않는 한 발동하지 않아요. 사용법이 틀렸다고요."

     "엥?"

     

     "애초에 그걸 제게 보였던 건 다름 아닌 당신이잖아요. 그런 것도 잊은 건가요?"

     "................"

     

     "여전히 지혜는 부족한 모양이네요. 인류는 진화하고 있는데, 당신은 원숭이 그대로인가요."

     "..........................."

     "이참에 원숭이의 정령으로 개명하는 게 어때요?"

     엘레인은 말없이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는, 마이크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hey Sori. 제일 잔혹한 살인 방법 가르쳐줘."

     

     "웃기지 말고 빨리 다음 수나 생각하자."

     

     그렇게는 말해도 한정된 마력으로 쓸 수 있는 수단은 적다.

     검신이라 불렸던 과거의 엘레인이라면 몰라도, 요 수백 년 동안 속세에 너무 젖어든 현재의 그녀로서는 이 공방이 최대일 것이다.

     

     "슬슬 마력도 다할 무렵이겠죠. 저희 측에 오겠다면 거친 짓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천천히 거리를 좁히는 크롬의 표정은 약간의 여유까지도 엿보였다. 여러 영적 무장을 때려 박았는데도 저 태연한 표정은 언제가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다.

     

     "바슈랄에는 성건 외에도 여러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알고 있어요. 검의 정령, 당신한테는 아직 이용가치가 있지요."

     "누가 당신 같은 꼬마의 말을 듣겠냐고요."

     양손에 창과 방패를 현현시킨 엘레인은, 낮게 자세를 잡았다.

     온몸에 두른 순백의 갑옷은 이미 곳곳이 해제되어, 내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제 마음을 꺾겠다니 정말 웃기기도 하지. 저를 복종시키고 싶다면 힘으로ㅡㅡㅡ"

     "애초부터 그럴 셈입니다."

     시간이 뒤트리는 소리가 난다.

     다음 순간, 눈앞에 나타난 크롬의 주먹은 엘레인의 배에 제대로 들어갔다.

     

     "무박자-철항."

     아몬이 즉시 도와주려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

     거의 밀착 상태로 내지른 무촌경은 엘레인의 갑옷을 산산조각 내었고, 중단의 붕권을 가감 없이 복부에 때려 박았다.

     

     "안돼~!!"

     

     타격부에 온몸이 이끌리듯이, 엘레인이 く자가 되어 음속으로 날아갔다. 뒤에 서 있던 아몬이 엘레인을 등 뒤에서 잡아줬지만, 그 충격은 보통이 아니었다.

     

     "큭ㅡㅡㅡ"

     

     이 기세는 다 받아낼 수 없다.

     지면을 발로 버틸 때마다 바닥이 파인다.

     정지하기까지 걸린 걸는 대략 50미터 정도.

     이만한 운동 에너지를 일으킬 정도의 타격.

     직격 당한 엘레인은 대체 얼마나 큰 대미지를...

     

     슬슬 호수의 해제가 현실성을 띄기 시작한다.

     

     "안돼~!! 이거 위험해~!!"

     눈을 까뒤집으면서 절규하는 엘레인은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도 의심스럽다. 얻어맞은 배에는 흰 피부가 드러나 있는데, 그곳에서 열에 의한 수증기가 일어나고 있다.

     

     "...어이 정령. 아직 할 수 있겠어?"

     "이런 일도 있을까 해서 갑옷 안에 책을 총 7백 권 넣어뒀으니 노 대미지였습니다."

     "이젠 됐어 닥쳐."

     애초에 외칠만한 기운은 있었던 것이다.

     치유의 호수를 보유한 이상, 그녀 또한 어느 정도는 은총을 받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계가 가까운 것도 사실. 빨리 끝내지 않으면 큰일 나버린다.

     

     하지만, 생각할 틈도 없이 크롬의 모습이 다시금 사라졌다.

     

     또 시간을 도약했다.

     일단 엘레인을 끌어안은 채 전이로 이동하려고 했을 때, 아몬의 등줄기에 오한이 달렸다.

     

     "아몬, 잠깐 숙여주세요."

     

     엘레인의 오른손에는 한 자루의 칼이 들려있었다.

     아무 특징도 없는, 회색의 직도가.

     

     "회도 - 시교(廻刀・時咬)."

     둔색의 검봉을 허공을 향해 휘두른다.

     이제는 참격이라 부를 기세조차 없었다.

     슝~ 하는 약한 소리를 내며, 회색의 일섬이 공중을 가른다.

     

     다음 순간, 눈앞의 공간에서 크롬이 나타났다.

     하지만 상태가 이상하다.

     뭔가에 차인 것처럼 그 몸을 기울이고 있다.

     공격을 시도한 것치고는 어중간한 위치다.

     그리고 이 현상은 크롬 자신도 예상 못했는지, 그 표정에 당혹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건 당신한테도 보여준 일이 없었네요."

     

     밸런스가 무너진 크롬에게, 엘레인이 재차 무기를 교환한다.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연두색의 장도.

     칼자루에는 시교라고 불린 칼과 같은 의장이 새겨져 있다.

     

     이 칼은 크롬도 본 적이 있었다.

     크롬만이 아닌, 옆의 아몬 또한 그 도신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예전에 전설의 사무라이가 휘둘렀던 마검을 목격하자, 크롬의 심장이 가속한다.

     

     저걸 맞으면 안 된다.

     제대로 맞으면 재생력을 무시하고 크롬의 존재 자체를 베인다.

     

     이것에서 이루어지는 신살은, 사토 소스케의 능력조차 능가하여 이 몸을 먼지로 만들 것이다.

     

     이제부터 무박자가 도움이 될지 아닐지는 반반이다.

     그런 확률 낮은 도박에 몸을 맡길 수는 없다.

     그럼 이대로 쓰러지는 기세를 이용해서, 엘레인이 휘두르기 전에 관통을 먹인다.

     

     "벽도-쿠사나ㅡㅡㅡ"

     

     칼을 휘두르려는 찰나.

     전질보로 가속한 크롬의 몸은, 어떻게든 엘레인의 품 내부까지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다행히도 엘레인의 참격은 가슴을 스치는 것만으로 끝나서, 거의 경상에 그쳤다.

     

     크롬이 안심하는 것도 잠시.

     근육의 이완을 노려서, 엘레인이 검을 휘둘러 이격을 날렸다. 주저 없이 목을 노린 그것을, 크롬은 몸을 낮춰 회피했다.

     

     하지만 이대로 반격은 안 한다. 할 여유가 없다. 발끝으로 가볍게 도약해서, 엘레인의 공격 거리에서 거리를 벌린다.

     

     "과연..."

     어깨에서 피가 배어 나온다.

     아마도 이것은 멎지 않는다.

     저 칼에 의해 입은 외상은, 크롬의 힘으로는 낫지 않는다. 저것은 그런 것이다.

     

     "...역시, 당신이 갖고 있었나요."

     조금 전까지 달변가였던 엘레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눈동자에서는 조용한 살의가 제대로 느껴진다.

     이제 와서 진심이 된다 해도 이미 늦었다.

     그걸 꺼낼 거였으면 더 빠른 단계에서 내놔야 했다.

     

     어쨌든 이번이 마지막이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양손을 몸의 중앙에 든다.

     보통은 무기질하던 표정에 점점 승부의 열기가 깃들기 시작했을 때, 크롬의 귀에 어떤 인물의 목소리가 도달했다.

     

     [ㅡㅡㅡㅡ]

     

     갑자기, 아무 전조도 없이.

     마술적인 수단을 거쳐, 크롬의 고막을 진동시키고 있다.

     목소리의 주인은 말 그대로 주인에서의 연락이었다.

     

     "다즈몬드 님. 어떻게 되셨나요?"

     엘레인에 대한 경계를 이어나가며, 크롬은 작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렇다고는 해도 단 두세 마디. 짧은 대화를 몇 번 되풀이하고서, 크롬은 단지 한 마디.

     

     "알겠습니다."

     그걸로 대화는 끝났다.

     어떤 지시가 내려진 모양이다.

     엘레인의 위치에서는 대화의 내용까지는 안 들린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크롬은 가면 같은 무표정으로 되돌아와있었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다 된 모양이네요."

     

     시녀복의 가인이 땅을 박찬다.

     그 도움닫기는 지금까지의 어느 것보다도 빠르고 날카로워서, 정말 간단히 엘레인의 시선을 뚫었다.

     그리고 번개 같은 굉음을 내며, 크롬의 손날이 엘레인의 어깨를 찔렀다.

     

     

     

     

     거의 같은 때, 이가라시 겐조의 귀에도 같은 지령이 내려왔다.

     

     "그런가..."

     전투 중 치고는 사뭇 감개무량한 얼굴로, 겐조가 중얼거렸다.

     그 정면에 있는 것은 사토 소스케의 모습이다.

     

     "사토 소스케."

     "왜."

     엄숙하게 이름을 부르는 겐조를 보며, 소스케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 모습은 처음 대치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모해 있었다.

     

     체구는 5미터 가까이까지 부풀어 올라서, 거인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피부는 새하얗게 물들었고, 온몸을 나선형의 문양이 뒤덮고 있다. 마치 검은 밧줄로 온몸을 휘감은 듯한 모습이다.

     

     얼마 전까지 셋이었던 팔은 지금은 다섯. 옆구리, 허리, 목에서 돋아났다. 장소는 상관없다는 듯 늘어나는 그것은 마치 잘못 만든 인형을 연상시킨다.

     

     덧붙여서 겐조의 오른쪽 뺨에서 튀어나온 두 안면.

     의식은 없는지 항상 분노의 표정을 지으며 미동도 안 한다.

     

     "미안하지만 볼일이 생겼다. 결판을 서두르도록 할까."

     그것만 전하고서, 겐조는 천천히 양손을 맞대었다.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겐조가 보인 마지막 동작이었다.

     

     [파헤쳐라, 폭로하라, 무너져라."

     마치 읊는 것처럼, 축사를 낭독하는 것처럼.

     갑자기 그것은 시작되었다.

     

     [섭리를 찢어발기는 광막의 왕]

     [구간지법을 행하는 나찰의 상]

     

     다시 두 마디를 이은 겐조의 주변에, 막대한 마력이 휘몰아친다.

     

     "....음?"

     

     이번 강화는 뭔가가 다르다.

     

     [사성을 회전하는 별]

     [양손에 새겨진 과오]

     [나의 인과가 윤회를 파고든다]

     

     소스케는 천천히 목을 꺾으면서, 이제부터 시작된 격전을 대비해 온 마력을 강화에 쏟았다.

     

     [전륜하라]

     [계약에 따라 나의 혈육은 열반에 이르리니]

     [이 영혼을 넘겨줄 것을]

     

     그 말을 끝으로 극광이 터져 나왔다.

     눈부실 정도의 섬광.

     겐조의 모습은 완전히 후광에 의해 뒤덮여서, 그 모습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예상대로 구속은 해제되었다.

     지금이라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이번에야말로 선수필승.

     최단최속으로 구타를 먹인다.

     

     "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푸욱.

     겐조의 안면이 크게 일그러졌다.

     

     주먹에 전해지는 확실한 느낌.

     완전히 안면의 급소를 꿰뚫었다.

     공간에 간섭하지 않았다지만, 소스케가 물리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 위력. 상당한 충격일 터.

     하지만 그것과는 모순된 모습이 되는, 확실하게 쓰러트리지 못했다는 감각.

     

     역시 조금 전과는 강도가 다르다.

     

     "소용없다. 하지만 칭찬해주마. 이 모습을."

     "아직이다아아아아아!!"

     소스케는 낮은 자세로 바꾸면서, 겐조의 등으로 돌아가 허리를 붙잡았다. 그대로 상반신을 일제히 뒤집어 브릿지의 자세로 이행. 발경의 요령으로 순간적으로 모든 근육을 가동해서, 겐조에게 폴[각주:1]의 자세를 시도했다.

     

     그리고 하늘 끝까지 울리는 파쇄음.

     부딪힌 겐조의 머리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대규모의 균열은, 그대로 던지기의 위력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확실하게 정수리부터 착지시켰다.

     소스케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홀드를 풀고, 오른 주먹에 모든 마력을 집중시켰다.

     

     이제 이 남자의 방어력 앞에서 봐줄 여유는 없다. 풀파워가 된다면 주위에 피해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공간의 영향은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어도, 아직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는 이 토지에서의 싸움을 끝내야만 한다.

     

     "어이, 잠깐ㅡㅡㅡ"

     "겁, 염."

     겐조의 제지도 안 듣고 준비하는 흑의 철퇴.

     

     "초작, 대포오오!!"

     온 힘을 다해 철퇴를 내리친다.

     겐조가 일어서면서 방어의 자세를 취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무리 강인한 방패로 몸을 지켜도, 그 방어와 함께 파괴한다.

     

     소스케의 오른손이 겐조의 두개골을 깨부수려는 찰나,

     

     "금강계 - 만다라."

     자아내는 마언.

     순간적으로 겐조가 황금빛에 휩싸인다.

     아니, 겐조만이 아니다.

     소스케의 시야조차 뛰어넘어서, 이 주위의 일대가 원형의 마법진에 둘러싸여간다.

     

     수천에 달하는 원이 전개된 결과, 나타난 것은 만다라 문양의 거대한 구체였다. 그 규모 때문에, 소스케의 위치에서는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별에 삼켜진 듯한 감각이 소스케의 피부를 억지로 진동시켰다.

     

     "ㅡㅡㅡㅡㅡㅡ윽."

     

     정신 차리고 보니 주먹의 흑염은 사라져 있었다.

     어느 사이엔가 거대한 손바닥에 손목을 붙잡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명백.

     이 금색의 마법진이 주위에 확산되던 그때, 공격에 소비하던 모든 마력이 흩어진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현실에 물든 환상처럼.

     

     "기다리라고, 말했건만."

     

     눈앞에서 서 있는 것은, 이미 이가라시 겐조라 부를만한 것이 아니었다.

     

     삼면육완의 거신ㅡㅡㅡ그야말로 그 말이 적절했다.

     무기질한 백자색 피부가, 때때로 유기적인 맥박을 치고 있다.

     

     딱 하나, 겐조의 얼굴과 비슷한 안면을 제외하고서.

     

     "산옥아수라까지 보여준 상대는 얼마 만인고."

     

     팔을 붙잡힌 채, 겐조가 남은 다섯 손날로 소스케의 온몸을 노렸다.

     

     이 수량, 이 거리, 이 마력.

     대처를 잘못하면 즉사할 것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부탁이니, 일격에 끝나지 말아주게."

     순식간에 온몸에 흑의를 두른다.

     이제부터 팔을 휘두를 여유는 없다.

     직격을 버틸 방패가 필요하다.

     전개시킨 파괴장을 전면에 모으며, 소스케는 이제부터 올게 될 공격에 대비했다.

     

     "금강장(金剛掌)."

     모든 창끝이 거의 동시에 파괴장과 격돌했다.

     찔러든 다섯 신창은, 그 모든 것이 비유할만한 대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행성 자체가 착탄한 듯한 막대한 에너지.

     별의 공전을 연상시키는 천문학적인 위력에, 소스케는 후퇴를 강요당했다.

     

     "큭ㅡㅡㅡ"

     겐조의 손끝이 파괴장에 파고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데몬스트레이션과는 다르다.

     완전히 공간파쇄술식의 저항을 능가하고 있다.

     우려는 확신으로 바뀐다.

     지금의 사토 소스케로선, 이 남자를 파괴할 수 없다.

     

     "과연..."

     소스케의 발치가 붉게 물든다.

     뻗어오는 손날의 오연격.

     그중 하나가 소스케의 옆구리에 들어간 것이다.

     내장은 빗겨났다.

     출혈도 복근에 힘을 주면 언젠가 멈출 것이다.

     하지만, 파괴장을 정면으로 부순 일은, 소스케로서는 거의 기억에 없는 일이었다.

     

     "이 나라를 소멸시킬 각오로 내게 저항하는가."

     밝은 황금색을 내뿜으면서, 백의 거신이 한걸음 앞으로 내딛는다.

     

     "그럼에도 여기서 볼품없이 죽는 건가."

     

     이제부터 목도하는 것은 틀림없는 신의 힘이다.

     이제 잔재주로 어떻게 될 차원의 전투가 아니다.

     기술에서 뒤지고, 마력은 전력을 낼 수 없다.

     유일하게 호각이었던 힘도 얼마나 통할지.

     

     슬슬, 물러설 곳이 없다.

     하지만 도망칠 수는 없다.

     여기서 물러나면 그 대가는 모두 동료가 지불하게 되니까.

     

     "뭐 나로서는, 네놈이 죽는다면 어찌 되든 상관없지만."

     

     

     

     봉인의 해제까지 10분도 안 되었을 무렵, 드물게도 그가 모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름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드디어인가, 라는 실감도 들었다.

     

     그조차도 지금 이 상황에서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보통은 크롬한테 맡겨두었던 지휘를 일시적으로 맡아서, 전체에 뭔가의 지령을 내렸다.

     

     그것이라고 한다면 그것뿐.

     맥 빠진다는 자도 있겠지만, 그를 아는 자가 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레어 케이스라고 말할 것이다.

     

     그 정도의 게으름뱅이인 것이다.

     다즈몬드 기라트라는 남자는.

     

     "저기, 아저씨."

     "왜."

     "모두한테 뭐라 말했어?"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하면서, 마린이 옆의 다즈몬드에게 물어보았다.

     

     "로긴스의 사망을 확인했다."

     "어? 정말?"

     

     "다른 녀석들도 좀 고전하는 모양이고."

     다즈몬드는 "그러니까." 라며 말을 잇고는,

     

     "제1봉인을 풀자마자, 신수(神樹)를 써서 사토 소스케를 죽인다. 그 녀석 좀 방해돼."

    1. 레슬링에서 두 어깨가 동시에 땅에 닿는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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