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74 신수(神樹)가 탄생한다냐(1)
    2022년 09월 15일 17시 21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604

     

     

     

     견문의 탑에 잠입.

     그 시작은 맥 빠질 정도로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이리자키가 외부의 작은 창문을 통해 안으로 침입한 이후, 아직 방해다운 방해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안이 허술하다는 예상은 맞아 든 모양이다.

     그 증거로 이 층계의 경계를 서는 인원의 태반은 하급 마술사로 채워져 있다.

     

     여기에는 이리자키에게 대항할만한 마술사가 없다.

     

     결과적으로 1층의 공략은 너무나 쉽게 끝났다. 침입자의 존재를 눈치챈 자는 한 사람도 없었고, 이리자키는 손쉽게 상층으로 향하는 전이진에 도착했다.

     

     하지만 섣불리 이것을 쓸 수는 없다. 마력인증에 의한 락이 걸려있는 이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섣불리 뛰어들면 이리자키의 침입이 전체에 알려진다.

     

     "음?"

     갑자기 뒤쪽에서 기척을 느꼈다.

     마법진이 있는 방의 바깥에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다.

     

     수는 두 명.

     끼이익, 하고 비틀린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자, 들어온 것은 두 소녀였다.

     

     놀랍게도 아는 얼굴이다.

     한 사람은 비비안.

     또 한 사람은 녹색 머리의 소녀.

     이쪽은 이름까지는 모르지만, 신역을 탈출할 때 얼굴을 잠깐 본 기억이 있다.

     

     왜 두 사람이 여기 있는 걸까.

     하지만 동료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여기서 갑자기 이리자키가 나타나면 비명을 지를 상황이다. 뭔가 완충제 같은 걸로 넌지시 존재를 전하는 편이 좋다.

     이리자키는 소스케가 목욕탕에서 자주 했던 그 모습을 떠올리면서, 천천히 두 사람한테 말을 걸었다.

     

     "와옹~! 언니~! 오랜만이다냐~! 미는 여기엑."

     이리자키는 배를 찔렸다.

     

     

     

     

     이리자키의 부상은 보기보다 옅어서, 티아의 치유술로 1분여 만에 회복되었다.

     

     "보통 찌릅니까?"

     

     "아니 글치만, 이리자키 씨 진짜 이상한 소리를 내길래 그만..."

     

     복부를 문지르는 이리자키에게, 비비안이 겸연쩍어하며 대답했다.

     

     "...뭐 됐어. 너희 사정은 얼추 알았다. 일단 협력해서 탑을 오르자고."

     

     비비안과 티아는 누군가에게 육체를 빼앗긴 우토 미즈키의 구출.

     한편 이리자키는 탑 내부의 상황을 확인하면서, 대성군이 시간을 버는 이유를 해명.

     

     "그런데 비비안. 게르첸은 지금 어디 있는데?"

     

     이리자키가 전장에 도착한 뒤로 그녀의 모습을 아직 못 보았다. 마력의 잔향은 느껴지지만 그것뿐이다.

     

     "함께 탑의 광장에서 싸우고 있었지만... 어라? 그러고 보니 안 보이네... 호수 속에도 없었고... 안나 씨도 포로가 되었다는 뜻이야?"

     "아니면 벌써 죽었을지도."

     이리자키의 말에, 비비안은 무심코 말문이 막혔다.

     

     조금, 실언했다.

     이리자키는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두 사람한테서 눈을 돌려서, 엉뚱한 방향으로 시선을 주었다.

     

     "...뭐, 지금 것은 극단적인 예지만, 그런 각오는 해두라는 말이다. 지금부터 구하러 가는 우토 미즈키도 무사하다는 보증도 없고."

     일단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그럼 너희들, 지금부터ㅡㅡㅡ"

     지시를 하려던 그때, 이리자키가 시선을 문쪽으로 옮겼다.

     

     "잠깐만."

     

     이리자키는 스윽 일어서더니, 그대로 재빨리 퇴실했다.

     

     티아가 무슨 일인가 싶어서 멍하니 닫힌 문쪽을 바라보고 있자, 이리자키는 30초도 안 지나 돌아왔다.

     

     기절한 대성군의 남자를 두 사람 들고서.

     

     "이것들 중 하나로 마력 인증을 패스하며 올라가자."

     

     그는 순찰하러 이 방에 들어오려고 했던 남자일까.

     나가자마자 바로 혼절시킨 느낌이다.

     

     "그리고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지금부터 하는 것은 잠입이다."

     남자 중 한 명을 전이진에 던지고서, 이리자키는 목뼈를 풀며 설명을 시작했다.

     

     "솔직히 지금의 너희들로는 불안해. 그러니 이제부터 내 마술로 둘 다 모습을 감춰줄게."

     "뭐? 그런 일도 가능해?"

     

     가볍게 놀라는 비비안에게, 이리자키는 조용히 수긍했다.

     

     "그건 원래 공기 중의 분자를 조종할 뿐이다. 하지만 가능한 것은 투명화만. 노바디는 나한테만 쓸 수 있으니, 기척과 마법은 그대로다. 다음은 자력으로 어떻게든 해."

     "언뜻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리자키 씨의 그거 공간간섭이야?"

     

     "...뭐, 그 부분은 제쳐두고서."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은 걸까.

     이리자키는 비비안한테서 고개를 돌리고서, 시선을 방황시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처음부터 말해두지만 들키면 즉시 철수해. 위험한 녀석들은 바깥에서 전투 중이지만, 아직 대성군 간부 몇 명이 안에 남아있어. 특히 다즈몬드를 만나면 게임오버라고 생각해. 전투도 도망도 하지 말고 순순히 투항해."

     "...그렇게나 강해? 그 아저씨."

     "너희들도 알기 쉽게 예를 들자면, 네코구미와 어펙션 모두가 덤벼도 승산이 희박해. 원정대 전원으로 상대해도 모를 정도라고."

     "뭐...? 그렇다고는 해도 고작 한 명인걸."

     너무 과장되었다.

     비비안은 반신반의의 눈길로 이리자키를 흘겨보고서, 옆의 티아한테 "글치?" 라고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티아는 매우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지, 잠시 침묵한 다음 이렇게 입을 열었다.

     

     "사토 씨도 못 이겨?"

     

     "그러고 보니 그 녀석도 네코구미였지..."

     이리자키는 신중한 얼굴로 침묵했다.

     금세기 최강의 마술사와 사토 소스케.

     확실히 어느 쪽이 강한지 흥미는 있다.

     있지만.

     

     "...뭐 지금 그런 생각을 해도 별 수 있나. 시간이 아까워. 슬슬 가보자.'

     

     이리자키는 거기서 일단 대화를 끝내고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전이진의 입체 패널을 조작했다.

     

     등록된 행선지는 한 곳뿐.

     이리자키가 선행한다면 적에게 들킬 일은 거의 없다.

     전이할 곳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지만 주저할 틈은 이제 없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뿐.

     이리자키는 각오를 다지고, 먼저 마력 인증에 의한 락을 해제하기 위한 조작부터 시작했다.

     

     

     

     

     17번.

     

     그것은 엘레인이 치명상을 입은 횟수였다.

     

     "저기 아몬, 뭇쨩만쥬가 뭔지 아나요?"

     

     "................"

     

     이번만은, 아몬도 엘레인의 농담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크롬의 손에 의해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엘레인의 모습은, 이미 시체나 마찬가지다.

     

     웬만한 정령이었다면 말 그대로 17번 죽었다.

     그녀가 아직도 목숨을 부지하는 이유는 한 마디로 검집의 가호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붕어빵 같은 모습의 먹을 것인데요. 이게 정말 맛있다고요. 뭇쨩만쥬 정말 좋아요. 큐슈에 여행 갈 때는 반드시 사고는 한답니다. 아몬도 한번 먹어보세요. 정말 마음에 들어 할 걸요 뭇쨩만쥬."

     하지만 슬슬 한계다.

     엘레인의 기행이 박차를 가하는 것이 그 증거.

     

     머리를 계속 얻어맞은 것이 문제였던 걸까.

     이제 제대로 된 대화도 성립되지 않는 모습이다.

     

     "물러나라 정령. 지금은 회복에 전념해. 내가 시간을 벌겠다."

     아몬은 빈사상태의 엘레인을 억지로 물러나게 하면서, 온몸에 마력을 두르고는 앞으로 나섰다. 유감이지만, 지금은 몸을 앞장 세우고서라도 정령을 지키는 일이 최선이었다.

     

     "아직도 발버둥인가요."

     금발을 휘날리며, 시녀복의 가인이 천천히 걸어온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군요. 이제 와서 그녀가 어떻게 한들, 멸망은 막을 수 없는 것을."

     눈앞에 선 아몬한테는 눈길도 안 주고, 크롬은 선 채로 흰 눈을 까뒤집은 엘레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당신은 창세기에 만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신한테서 들었겠죠. 아무리 연명을 시켜도, 이 세계는 언젠가 확실히 멸망한다는 것을."

     엘레인의 반응은 없다.

     

     "솔로몬이 일으킨 신마대전. 제물이 된 스사노오와 오오노카미. 신수를 봉인한 아덴로브. 왕의 부활을 저지한 아서."

     어느 사이엔가 크롬은 공격을 멈추고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도발하는 것은 실력차에 따른 여유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인가.

     

     "쓸데없는 노력을 한 그들과는 다르게, 저희 대성군한테는 멸망을 받아들이고 인류를 다음 세계로 잇게 할 방법이 있답니다."

     크롬은 잠시 뜸을 들이고서,

     

     "그렇기 때문에 저희들은 올바르지요."

     "흥."

     크롬의 당당한 말투에, 아몬은 참지 못하고 코웃음 쳤다.

     

     "설마 너희들, 그것을 이용할 셈인가? 그만둬. 그것은 이 세상 사람이 다룰만한 존재가 아니다. 속아서 일방적으로 빼앗길 것이 눈에 선하군."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신이 그 왕한테 이용당해서 버림받았기 때문 아닐까요?"

     

     갑자기 내뱉는 불손한 말이었지만, 아몬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놈들은 예외라고 말하는 건가?"

     

     "네. 저희들은 달라요. 강림한 왕을 억제하고 교섭할만한 수단이 있지요. 제0공간간섭을 이룩한다. 단지 그것만을 위해, 저는 영구한 시간을 거슬러 준비해 왔답니다."

     대화가 귀찮아졌는지.

     거기서 크롬은 "후우." 라며 한숨을 짓고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다.

     

     "뭐, 길게 말하긴 했지만... 전 단지 주인님의 힘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다른 것은 솔직히 흥미가 없네요."

     그렇게 말한 크롬은 무슨 일인지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확실히 적이 시야에 있든 없든, 지금의 그녀한테는 전혀 관계없다.

     

     저 여자한테 한방 먹이기 위해서는, 역시 아몬의 무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엘레인이 저 상태여서는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전, 인간이 딱히 보존되어야 할 종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일부 예외를 제외한다면, 언제든 멸망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옛날 저의 일족은 인간들의 손에 의해 붙잡혔답니다. 이유는 당신도 알 테죠, 귀신."

     "뭐?"

     

     "제 일족의 육체는 당시 고가로 팔렸거든요."

     뜬금없이 시작된 크롬의 말에, 아몬은 무심코 눈썹을 ㅉ푸렸다.

     

     "아시는 대로 저는 웬만한 일로는 죽지 않습니다. 손발이 날아가도 새로운 사지가 돋아나고, 내장이 뜯겨도 즉시 재생되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크롬은 한쪽 팔소매를 걷어서 흰 도가지 같은 살결을 드러냈다.

     

     그것은 앞서 크롬 자신이 궁지를 탈출하기 위해 잘라냈던 팔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이음매는 없다. 있어야 하 파괴의 흔적은 전혀 없고, 눈에 비치는 것은 윤기 있는 피부 뿐이다.

     

     아몬이 아는 한, 저런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한하게 소재를 만들어내는 저희들은 말하자면 무한한 금광. 인간들은 저희 일족을 매일처럼 해체하고, 털을, 뼈를, 피부를, 내장을 팔아치워서 거액의 부를 쌓아 올렸다고 들었습니다."

     

     일방적으로 말하기 시작한 크롬이지만, 그녀는 그 사이에도 전혀 아몬 일행의 얼굴을 보려 하지 않았다.

     

     "저희들이 붙잡힌 날로부터 10년인지, 20년인지. 되풀이되는 육체의 부담을 못 견디고, 불사로 일컬어지던 동포들은 그 대부분이 죽었습니다.

     인간의 자식을 낳아서 살아남은 쪽도 있다는 말도 들었지만, 현재 순혈종은 저 이외엔 남지 않았지요. 전부, 살해당했습니다."

     그녀의 옆얼굴에서 언뜻 보이는 눈동자가, 아름다운 금색으로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한때 인간들이 저희들에게 한 것처럼, 이번에는 그들의 혈육으로 이 별의 죄를 청산하게 한다... 그 정도의 권리 정도, 제게는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시끄러."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엘레인이, 손에 든 장창을 투척했다.

     

     슝 하는 소리를 내며, 검끝이 크롬의 가슴 중앙에 박혔다.

     

     엘레인이 투척한 창 또한, 보구의 종류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눈에 띄는 효과는 없었다.

     크롬은 가스에 꽂힌 창을 한 손으로 가볍게 뽑아 들고는, 악력만으로 손잡이를 분쇄했다.

     

     관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처에서는 피도 안 나온다.

     창끝을 빼냄과 동시에, 이미 치유가 끝난 모양이다.

     

     "...원숭이한테는 어려운 이야기였나 보네요."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분노가 깃든 음성.

     크롬한테서 나오는 마력이 두 사람의 피부를 그을린다.

     

     떠오른 것은 농화와는 또 다른 특이한 불의 냄새.

     이제 숨길 생각도 없는지, 크롬은 아낌없이 신화(神火)의 열기를 흘리고 있다.

     

     "아몬."

     문득 불린 이름에, 아몬은 아무 대답도 없이 살의의 시선으로 응수했다.

     

     "한 번만 말하죠. 다즈몬드 님의 밑으로 들어오세요. 그 대신 오니들의 영혼은 해방시키고, 당신 동료의 목숨도 보증할게요."

     "까불기는."

     그것은 아몬의 입장에선 교섭조차 되지 않는, 너무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동포의 영혼은 내가 해방한다. 남은 동료도 내가 지킨다. 그리고 넌 내가 죽인다. 덤으로 다즈몬드라는 녀석도."

     그래서 제안에 따를 필요는 전무하다.

     하지만 그런 아몬을 이해하지 못하겠는지, 크롬은 탄식을 하며 공허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왜, 이제 와서 인간의 편을 드나요? 여섯 악마 중에서 가장 인간을 혐오했던 당신이."

     

     "난 너희들이 토 나올 정도로 싫은 것 뿐이다."

     

     "그, 런가요."

     

     그럼 어쩔 수 없다.

     크롬은 아주 약간 눈을 내리깔고서, 다시금 주먹을 들었다.

     

     "지금 것이 최후의 양보였습니다. 헛되이 할지 말지는 당신의 선택."

     "크롬, 제게는 양보가 없었는데요?"

     

     "동족의 온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네요. 오니의 피는 여기서 근절하도록 하겠습니다."

     

     "크롬 듣고 있나요? 어이~?"

     

     흰색의 오오라가 크롬의 온몸을 감싼다.

     지금까지의 것과는 분명하게 강도를 달리하는 마력.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이질성.

     인간의 것이 아님은 명백했다.

     

     반면 엘레인은 한 손에 마이크를 들며 한 마디.

     

     "그럼 노래하겠어요. 레미오로멘의, 가루눈."

     다음 순간, 엘레인의 복부를 크롬의 손날이 꿰뚫었다.

     

     "어?'

     

     깜짝 놀란 얼굴로, 엘레인이 자신의 배를 확인했다.

     크롬의 팔은 팔꿈치 부근까지 파고들어 있었다.

     

     "어? 잠깐, 아몬."

     돌아본 곳에 있는 아몬한테는 머리가 없었다.

     크롬이 맨손으로 베어낸 것인지, 이제 막 목이 지면에 떨어지려 하고 있다.

     

     지금, 무엇을 했지.

     무엇을 당했나.

     여태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속도에, 엘레인의 눈이 돌아간다.

     

     지금 것은 시공간 도약이 아니다.

     순수한 스피드다.

     다시 말해 크롬의 신체능력에 의존한 속도라는 말이다.

     

     "가능하다면, 목숨은 빼앗고 싶지 않았습니다."

     엘레인의 귀가 점점 멀어진다.

     이제는 눈앞에 있는 크롬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안 들린다.

     

     눈이 흐려진다.

     치명상이다.

     

     "하지만 말했잖아요. 이젠 시간이 다 되었ㅡㅡㅡ"

     대사를 말하려던 순간, 크롬의 어깨에 참격이 들어갔다.

     

     비취색의 도검이 살을 깊게 파고든다.

     예상 밖의 반격.

     하지만 경악은 그것만으로 안 끝났다.

     다음에 나온 일격은, 머리를 잃은 아몬에 의한 구타였다.

     

     "ㅡㅡㅡㅡㅡ읏."

     크롬의 옆구리에 아몬의 주먹이 작렬한다.

     작격당한 크롬은 그대로 지면을 파면서 100m 정도 날아가게 되었다.

     반응은커녕, 가드할 틈도 없었다.

     

     설마 뇌와 몸이 분리된 상태에서도 움직일 줄은, 크롬으로선 상상밖의 일이었던 것이다.

     

     "좋아요."

     그 정도까지 저항한다면 별 수 없다.

     어차피 사토 소스케를 죽이기 위해 지금 시운전을 할 필요가 있다.

     

     크롬이 더욱 마력을 끌어내려고 한 그때,

     귀를 찢는 듯한 폭음과 함께, 견문의 탑이 크게 흔들렸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