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76 신수(神樹)가 탄생한다냐(3)
    2022년 09월 16일 02시 09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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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619 

     

     

     

     그에 따른 격통은 아몬으로선 별 것 아니다.

     문제는, 찰나의 뒤에 올 무수한 연격.

     

     "무박자 - 만주(万奏)."

     빛이 달린다.

     무박자의 순간연속사용에 의한 중격의 감옥.

     한발 마다 상 1급 마술사 하나씩 무력화시킬 그것을, 아몬은 온몸을 번개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맞섰다.

     

     붕격, 주정, 부인각, 연환퇴.

     전방위에서 다가오는 다양한 타격을 뇌속으로 피하며, 기회를 보아 반격에 나선다.

     

     "크윽ㅡㅡㅡㅡ"

     구타에 의해 날아간 아몬의 살점을 손으로 쳐내면서,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고 크롬이 한걸음 앞으로 나선다.

     

     하지만 그녀의 자세가 허물어진 것은 그야말로 그때였다.

     

     "ㅡㅡㅡㅡㅡㅡ?"

     

     돌아보니, 날아간 아몬의 살점에서 팔 하나가 뻗어 나와 있었다.

     그것이 크롬의 목덜미를 움켜잡은 것이다.

     굵고, 통나무 같은 팔이다.

     팔은 점점 팽창하더니, 이윽고 1 마리의 오니의 모습이 되어 크롬의 뒤에 나타났다.

     

     "방심했네~"

     이를 드러내며 웃는 그 오니는ㅡㅡㅡ분명, 풍신이라 했던가.

     

     아마, 지금까지 아몬의 안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약해진 아몬을 조금이라도 본래의 실력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영체끼리를 잇는다는 술수다.

     공격에 의해 살점이 떨어져 나갈 때 함께 분단되었다는 걸까.

     

     변칙적인 기습이기 때문에, 크롬은 읽지 못했다.

     이렇게나 목을 강하게 붙잡히면 보통 반격할 수 없다.

     어느 정도 힘과 실력이 비슷했다면, 어쩌면 결정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ㅡㅡㅡㅡ너무나 무의미한 가정이지만.

     

     "백봉 - 괴신(傀神)."

     

     풍신의 육체가 먼지처럼 파괴되는데 1초도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무엇을 당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단지 약간 멀리서 보고 있던 아몬은 보았다.

     

     새롭게 나타난 또 한 명의 크롬이, 풍신의 몸을 옆에서 분쇄했다는 사실을.

     

     "그것은, 고양이의..."

     "네."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크롬의 옆에, 완전히 같은 모습의 여자가 나란히 섰다. 성능으로 보아 오니가시마에서 나인이 썼었던 공간복사. 이 여자는, 자신을 기점으로 육체를 '창조'하고 있다.

     

     "과연. 제0, 공간간섭인가..."

     

     "잘 아시네요. 그러고 보니, 당신도 한번 그녀와 싸운 경험이 있었네요."

     

     크롬은 "하지만." 이라고 덧붙이고는, 

     

     "제 것은 나인처럼 가짜가 아니지만요."

     

     아마도 나인과 같은 열화 분신.

     1체만 늘릴 수 있는 것은 의문이지만, 설령 양동을 늘린 것뿐일지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큰일이다.

     

     

     그때, 엉뚱한 방향에서 붕괴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커다란 소리에, 그 자리의 모두의 고막이 진동하였다.

     

     먼저 시선을 뗀 자는 크롬이었다.

     그에 따라 아몬도 음원을 향해 돌아보았다.

     

     시선 끝에 보이는 것은 견문의 탑.

     하지만 이미 원형을 유지하지 않고 있다.

     하얀 외벽과 함께 내부의 공간이 무너져서, 하부에서 위에 걸쳐 파괴의 연쇄가 이어지고 있다.

     

     내려오는 잔해의 양은 이미 몇몇 언덕을 형성하고 있다. 저만한 물량에 뒤덮이면 밑에 있는 마술사들은 그냥 안 끝날 것이다.

     거기다 만일 내부에 사람이 남아있었다면, 살아남기를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이다.

     

     그리고 부자연스러운 점이 하나.

     그것은 탑의 붕괴의 진행이었다.

     애초에 밑에서 위에 걸쳐 붕괴된다는, 도리에 안 맞는 파괴.

     

     그리고 저만큼이나 눈에 띄게 무너졌는데도, 아직도 부러지지 않고 기울어지지 않았다는 사실.

     

     "견문의 탑은 천년 전, 대전 후에 아덴로브에 의해 창조되었습니다."

     갑자기 내놓은 크롬의 말이, 아몬은 이상하게 멀리 느껴졌다.

     

     무너지는 견문의 탑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기시감을 느껴서다.

     

     "당시의 역사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섯 기둥의 악마를 봉인한 마술사 여섯 명은 본거지를 성지로 정하고, 세계의 안녕을 지향하는 마술사들의 조직을 설립했다]"

     

     애초에, 아몬 자신도 왜 잊고 있었던 걸까.

     견문의 탑의 형태를 보면 일목요연한 일이고, 여기가 프랑스라는 시점에서 그것이 시야에 없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표면상으로는 마술협회라는 조직에 상응하는 총본부를 건설했다는 것. 견문의 탑에는 아직도 해명되지 않은 마술적, 역학적인 구조가 짜여 있다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잔해가 떨어지면서 대량의 먼지를 일으키지만, 그럼에도 견문의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무너지는 벽의 안에 뭔가가 숨어있다.

     언뜻 보기로 질감은 나무.

     여기까지 오면, 아무리 아몬이라 해도 눈치챌 수밖에 없다.

     

     "과연... 어디에 숨겼나 생각했더니, 저것이었다는 건가."

     "네."

     크롬이 조용히 수긍했다.

     

     견문의 탑에는, 옛날부터 몰래 퍼지던 소문이 있었다.

     

     그것은 내부의 구조다.

     

     견문의 탑 중앙 부분에는 기둥에 해당하는 거대한 구조물이 존재하고, 그걸 축으로 원형으로 에워싼 공간의 설계로 되어있다.

     말하자면 김밥을 세로로 세운 듯한 구조다.

     

     그것은 너무나 부자연스러웠지만,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였다.

     

     아무리 마술적인 가공으로 세웠다 해도 구조의 계산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견문의 탑은 성층권까지 도달하는 높이. 아무리 마술의 힘을 빌렸다 해도, 합리적인 도리로 지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저 언밸런스한 건문이 지금까지 한 번의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과, 견문의 탑을 따라해봐도 반드시 건축물로서 실패한다는 모순.

     

     그리고 누구 하나 탑의 내부에 존재한다는 기둥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

     

     다시 말해 소문은, 견문의 탑을 구축하고 있는 중앙의 기둥은, 마술조차도 뛰어넘는 초상적인 힘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제2차 인마대전 때, 세계는 두 번째 멸망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크롬이 다시 말하기 시작한 무렵에는, 탑의 붕괴는 점점 그 속도를 늦춰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견문의 탑이라는 '껍질'이 전부 벗겨져서 그 정체가 드러난 것이다.

     

     나타난 것은 한 그루의 나무.

     그것도, 천공의 구름까지 관통해버릴 정도의 나무.

     어느 사이엔가, 파란색이 깃든 나뭇가지와 나뭇잎이라고 생각되는 거대한 물체가, 뚜껑처럼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그 위기를 회피하기 위해 만든 것은, 아덴로브가 고안한 초 거대한 봉인술식."

     

     ㅡㅡㅡ아아, 왜 잊고 있었던 걸까.

     

     "이 별에 자리 잡은 신수를 봉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박식(縛式)]. 그것이야말로 견문의 탑입니다."

     옛날 왕의 열매를 맺어서, 이 지구를 멸망까지 몰아넣은 원흉.

     

     마왕의 신수의 존재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대량의 잔해 더미 위에서 주위를 둘러보면서, 시키가미 겐사이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가까운 장소에 우뚝 서 있는 것은 하늘을 꿰뚫는 나무.

     봉인이 해제되어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아무래도 신수계획도 막바지인 모양이다.

     

     "켄자키."

     "옙."

     이름을 부르자, 곧장 제자가 옆으로 다가왔다.

     

     "곧장 생매장당한 세 사람이 기어 나올 게다. 마린과 연계해서 녀석들을 이곳에 붙잡아 둬라. 신수가 해방된 지금이라면, 방법은 있을 터." 

     "알겠습니다. 겐사이 님은 쉬도록 하세요."

     "아니."

     겐사이는 문득 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선 끝의 배경에는 흑과 백의 빛이 깜빡이고 있다. 그리고 충돌을 되풀이하는 막대한 두 마력. 켄자키로서는 아직 닿을 수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음은 쉽게 상상이 된다.

     

     "난 마지막 일을 끝내고 오마."

     넌지시 전한 그 대사에, 켄자키는 얼굴을 불안함으로 물들였다.

     

     "안 됩니다, 그 몸으로는..."

     스승은 저 사지로 향할 셈이다.

     

     "걱정 마라. 내가 가는 건 단순히 마무리를 돕기 위함이니."

     녀석을 타도하면 단번에 형세가 기운다.

     

     "이 일이 끝나면, 슬슬 은퇴인가..."

     

     겐사이는 인생의 태반을 싸움에 소비해왔다.

     두 자식이 고등학교에 다니게 되고 나서는 일선에서 물러났다고는 해도, 다섯 살에 검을 쥔 뒤로 긴 세월. 막대한 시간을 인마 불문하고 죽이는데 소비했다.

     

     대전에서 살아남고, 재단을 부흥시키고, 묘한 여자를 반려로 들였으며, 그것을 이유로 본가에서 도주했으며, 몰락하나 싶었더니 어느 사이엔가 천위 마술사까지 올라섰다.

     꽤나, 기복이 심한 인생이었다.

     

     "하..."

     

     겐사이는 자조 섞어 웃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미 목숨을 포기한 듯한 생각이 들고 있다.

     

     "조심하시길, 스승님."

     "그래."

     

     겐사이는 땅을 박차며 저편으로 향했다.

     

     

     

     

     귀신 아몬이 잿더미로 변하는 데 걸린 시간은 의외로 짧았다.

     

     다음으로 표적이 된 것은 당연히 엘레인이었다.

     아몬의 말대로 그 자리에서 전력으로 이탈한 그녀였지만, 이미 묘신이 된 크롬의 앞에서는 거북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말 열심히 도망친 모양이지만ㅡㅡㅡ"

     

     물론, 엘레인도 그냥 도망치던 것은 아니다.

     [하데스의 투구]에 의해 크롬의 인식을 방해하며, 검의 호수에 의한 회복이 끝날 대까지의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ㅡㅡㅡ

     

     "헛수고였네요.'

     

     엘레인은 이미 의식을 잃었는지, 옷깃을 잡힌 채 미동도 할 기색이 없다.

     그것도 그럴 터.

     침투경에 의해 육체의 내부를 철저하게 파괴한 것이다.

     지금의 엘레인의 체내는 스크램블 에그나 마찬가지.

     유일한 의문점이라고 한다면 검의 호수가 해제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제 그것에 생각을 할애할 시간은 없다.

     지금부터 다즈몬드의 지시대로, 그 남자의 장소에 향해야만 한다.

     

     크롬은 엘레인의 시체를 내던지고는, 불의 마술로 아몬처럼 그 육체를 완전히 불태웠다.

     검게 불타버린 아몬의 옆에, 탄화한 엘레인이 나란히 눕는다.

     조금 전까지 엘레인이었던 것은, 아직도 재생될 기색이 없다. 한때 신을 모시던 전설의 여인의 최후도, 의외로 싱거운 것이다.

     

     "............."

     마력이 완전히 소실되었음을 확인하고, 크롬은 그 자리를 벗어났다. 

     과연 이제부터 시작될 싸움은 조금 전 이상이 될 것인가.

     묘신의 힘을 해방시킬 기회란 그리 없다.

     바라건대, 전력을 내기에 어울리는 상대임을 바랄뿐이다.

     

     

     

     

     크롬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엘레인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야~ 위험했네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나타난 것은 어린 나이까지 줄어든 엘레인이었다. 10세 전후까지 퇴행한 엘레인은 검은 외투를 입고 있다. [아서의 망토]는 하데스의 투구와 마찬가지로 인식을 방해하는 계통의 장비다.

     

     "아몬. 일어나세요~"

     

     엘레인은 앞서 불탔던 자신의 사체를 밟으면서, 그 옆에서 경직된 또 하나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보는 대로 거의 죽어있다. 이걸 재생시키려면 웬만한 치유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음...암리타...포션...분명 용혈도..."

     톡, 톡, 톡.

     품에서 꺼낸 약병들은 전부 전설로 손꼽히는 영약들이었다.

     

     "이것들을 뒤섞고 애교의 퐁주스를 첨가하는 것으로 엘레인쨩 특제 [마시는 소생술식]이 된답니다!"

     말하자마자 아몬의 검게 그을린 입을 억지로 열고는, 병 속의 액체를 목으로 흘려 넣었다. 그러자 30초도 지나지 않아 탄화된 피부가 재생하였고, 아몬은 작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쿨럭...쿨럭...!!"

     "빠르네요. 역시 오니의 왕."
     ".................녀석은?'

     

     눈도 제대로 뜨지 않았는데, 아몬은 크롬의 행방을 물어보았다.

     

     "정말 급했나 봐요. 생사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가버렸어요. 아마, 소스케를 찾아갔겠죠."

     "그런가..."

     힘없이 대답을 하고서, 옆에 있는 시체에 시선을 옮긴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재주껏 사망을 위조한 모양이다.

     

     "하지만 오공 씨의 마술이 이런 곳에서 도움이 될 줄이야."
     "손오공? ...그런가. 저 시체는 제천대성이 쓰는 분신술인가."

     분명 신외신의 술이라는 이름이었던가.

     이 정도로 손상을 입어도 사라지지 않는 정밀한 육체라니, 그 원숭이만 다룰 수 있는 묘기일 것이다.

     

     "그 괴팍한 자한테서 잘도 배웠군."
     "예전에 배웠어요. 인강의 취미강좌에서."
     "그런가."

     무슨 의미는 모르겠지만, 거짓이 아님은 확실히 전해졌다.

     

     

     

     

     이마를 닦자, 생각보다 땀을 흘리고 있었다.

     제멋대로 경종을 울리는 심장의 고동이 여실히 느껴진다.

     호흡을 진정시키려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자, 입 안의 피맛이 더욱 선명해지는 기분이 든다.

     

     반면 하얀 괴물은ㅡㅡㅡ이가라시 겐조는 아직도 여유를 보이고 있다.

     

     "왜 그런가? 휴식은 끝났나?"

     

     그렇게 말하는 겐조에게 대답할 말도 없다.

     그는 맹공을 되풀이하고는 있지만, 점점 도발의 움직임이 많아졌다.

     

     뭔가 재빨리 이 녀석을 처리할 방법은 없는 걸까.

     그런 때, 문득 내 등줄기에 싸늘한 오한이 달렸다.

     

     "아직도 못 끝냈나요."

     겐조의 옆에 여자가 서 있었다.

     눈부시게 하얀 장발의, 왠지 거룩해 보이는 여인이다.

     신성한 분위기를 내보이는 그 녀석은, 인간이라기보다 소환마에 가까운 마력이 느껴진다.

     

     "왔는가, 크롬."

     

     겐조의 말에 눈썹이 찌푸려진다.

     저거, 크롬 씨인가.

     

     "그 모습, 상당히 내몰린 모양이네요."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 아닌가."

     가볍게 대화하는 두 사람이지만, 내게서 의식을 떼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좋아.

     이렇게 되었다면 조금 능력을 해방시켜줄까.

     

     "어이. 잡담은 이 녀석을 죽인 뒤에 해라."

     낮고 엄한 목소리와 함께, 나막신의 소리가 울렸다.

     지금 나타난 자는 시키가미 겐사이였다.

     

     겐사이까지 나타나버렸다.

     거짓말이지?

     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우쭐대다가 독립되었구나, 사토 소스케."

     스으윽.

     겐사이가 천천히 유운을 빼든다.

     확실히 빅토르와 분단된 것은 문제였다.

     일기토로 쓰러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은 과신이었을지도 모른다.

     

     "꽤나, 따분한 폐막이로군."

     목을 꺾으며 중얼거린 것은 겐조였다.

     이 상황.

     자신이 질 것은 추호도 생각하고 있지 않는 모양이다.

     뭐 확실히, 이만큼이나 전력을 집중시키면 무리도 아닌가.

     

     "하지만 아깝구려. 이 정도의 맹자는 그리 없는 것을."
     "저로서도 숫자의 힘에 기대는 건 본의가 아니지만... 이것도 다즈몬드 님의 명령."

     초조함이 가속되는 와중, 나의 소환문양이 갑자기 들떴다.

     엘레인인가.

     

     [소스케, 들리나요?]

     "엘레인. 마침 잘 됐다. 지금 어딨는데?"
     [탑 근처예요. 그쪽에 크롬이 오지 않았나요?]

     "그래, 왔어. 거기다 겐사이도 있고. 혼자선 힘들어. 누가 도와주러 올 수 없을까?"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 주변 일대에 결계가 쳐져서 다가갈 수 없어요]

     "뭐?"

     

     먼 배경을 바라보니, 확실히 반투명한 벽이 돔 모양으로 둘러쳐져 있다.

     이 느낌, 설마 태극결계인가?

     나 한 명에 얼마나 전력을 투입할 셈이냐.

     

     [아마 신수의 힘이겠죠. 얏코 씨는 정말 소스케를 죽이고 싶은 모양이네요]

     

     아마 파괴에 특화된 공간간섭을 쓰는 날 제거해두고 싶은 모양이다.

     

     [앞으로 몇 분만 있으면 호수 속에 있는 사람들의 치유가 끝나요. 결계도 바로 빅토르가 해제해주겠죠. 저도 심한 부상을 입었지만, 어떻게든 전투가 가능할 정도로는 회복해둘게요.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이 멤버를 상대로 과연 얼마나 시간을 벌 수 있을까. 너무나 미지수라서 상상도 안 된다.

     쪽수에서 불리한 상태로 상대하는 건 싫지만...

     그래도, 해낼 수밖에 없다.

     

     "알았어. 어떻게든 할게."
     [불길한 말 같지만, 죽지 말아 주세요]

     "난 안 죽어."
     [그 기세예요 소스케! 그럼 힘내 주세요!]

     

     그래, 난 안 죽는다.

     여태까지 여러 죽음을 뛰어넘어 여기에 있다.

     

     그리고 난 이런 곳에서 아직 죽을 수 없다.

     집에 돌아가서 하고 싶은 일이 산더미처럼 있다.

     취직도 못했다.

     좋아하는 여자한테 고백도 못했다.

     그러니 난 죽을 수 없다.

     

     죽을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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