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69 산옥 - 아수라 전편(6)
    2022년 09월 14일 02시 19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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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579 

     

     


     
    아몬은 엘레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면서, 크롬을 향해 작게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어떻게 거리를 좁힐 것인가.

     거리를 좁혀도 저 체술에 어떻게 대항할까.

     크롬을 공략하는 열쇠는 그것에 있다.

     하지만 뇌신과 풍신의 힘으로 육체를 강화했음에도, 현재의 귀신으로서는 접근전에 나서보았자 승산이 적다.

     

     그런 망설임이 엘레인한테도 전해졌는지, 그녀는 검지를 세우며 의연한 얼굴로 "제게 제안이 있어요." 라고 운을 떼었다.

     

     "먼저 제가 앞으로 나가 녀석의 자세를 무너뜨리죠. 아몬은 그 틈에 크롬의 턱을 [우지끈~!!] 해주세요."

     "............"

     막연하긴 하지만, 확실히 미끼가 있다면 틈을 만들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양동작전이라는 말이다.

     

     "...상관없지만, 실수하지나 마라."

     "뭐 보고 있어봐요."

     

     엘레인은 작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어느 틈엔가 발치에 나타난 은색의 봉을 빼냈다. 봉의 양끝은 금색의 장식이 새겨져 있는데, 길이는 육 척에 달하는 긴 무기다. 그런 장봉을, 가녀린 팔이 풍차처럼 돌린다. 정령을 중심으로 은색이 휘몰아치더니, 이윽고 중단의 위치에서 봉끝이 뚝 멈췄다.

     

     "피노키오의 코, 가동."

     순간, 크롬의 등줄기에 날카로운 오한이 달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기울이자, 방금 얼굴이 있던 공간을 지나가는 눈부신 섬광. 조금 뒤늦게 발생한 파열음에 한쪽 귀를 막으면서, 크롬은 봉을 든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엘레인을 주시했다.

     

     "...이것은..."

     묘한 이름으로 불렀지만, 저 모양과 특성, 잘못 보았을 리가 없다.

     옛날 제천대성이 휘둘렀던 신축자재의 무구.

     여의금테봉.

     

     "피했나요. 역시 당신은 대단해요 크롬."

     억양 없는 칭찬과 함께, 다시금 여의봉의 끄트머리가 악마 같은 속도로 가속했다. 목, 심장, 왼쪽 다리. 쏜살처럼 내지르는 삼연격을, 크롬은 깔끔하게 피해냈다. 가볍게 휘날리는 스커트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자세를 가다듬는다.

     

     "배속."

     

     짧게 내놓는 명령에, 여의봉은 더욱 속도를 늘렸다.

     기관총의 속도를 아득히 뛰어넘는 연속공격에, 갈라지는 대기가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크롬한테는 닿지 않았다.

     빗발치는 공격에서도 태연하게 피하는 그녀는, 아직도 초조함이 보이지 않는다.

     

     "4배속."

     거듭된 가속에는 막대한 충격파가 동반되었다.

     이제 여의봉의 속도는 귀신과 비슷하게 눈으로 볼만한 정도가 아니었고, 그 신속함에 크롬의 미간에는 드디어 작은 주름이 생겼다.

     

     '빨라...'

     

     이 정도까지 연속적이면 무박자를 쓸 틈이 없다.

     그렇게 판단한 크롬은 상체 이동과 발놀림으로 계속 회피했다.

     

     그러던 크롬은 여의봉의 찌르기 타이밍을 읽고, 수축하기 전에 끄트머리를 오른손으로 붙잡았다.

     그대로 잡아당기려던 찰나, 눈앞에 엘레인이 나타났다.

     

     "ㅡㅡㅡ읏."

     크롬의 눈이 약간 부릅뜨인다.

     지금 것은 전이가 아닌 물리적인 이동이다. 여의봉의 신축을 이용해서 순식간에 서로의 거리를 좁힌 것이다.

     

     "에이야아아아아아아!!!"

     선풍을 그리는 여의봉. 그리고 이상한 구령 소리와 함께, 엘레인이 안면을 향해 곤봉을 휘둘렀다.

     봉의 끄트머리는 날카로운 바람소리를 내며, 크롬의 옆머리를 스쳤다.

     

     "하잇! 야앗! 하앗!!"

     이격, 삼격으로 이어지는 장봉을, 크롬은 양손으로 하나하나 쳐냈다.

     엘레인의 힘 자체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거리를 좁힌 속도에는 놀랐지만, 접근전으로 몰고 간 것은 크롬의 입장에선 엘레인의 실책으로 보인다.

     

     연격의 도중ㅡㅡㅡ한껏 크게 휘두른 봉의 일격을 몸을 비틀어 깔끔하게 피하고서, 그 기세로 회전. 날카로운 휘돌려차기가 빛나며, 여의봉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앗."

     하늘을 나는 은의 봉.

     이때다 싶어 크롬의 다섯 손가락이 뼛소리를 낸다.

     등 뒤의 귀신이 전이로 달려오는 것보다 빠르게, 이대로 엘레인의 육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때 문득, 크롬의 육감이 경보를 울렸다.

     눈앞, 불과 수 센티 앞에 붉은 사선이 희미하게 빛난 기분이 들었다.

     

     "카라드 볼그."

     즉시 자세를 낮춘다.

     조금 뒤늦게 수평의 섬광의 일자를 그리며 배경을 베었다.

     숲의 나무들이 잡초처럼 뿌리째 뽑혀나간다.

     지금 것은 피하지 않았다면 일격사였다.

     크롬으로서는 의외의 반격. 검을 뽑을 틈도 없었을 텐데.

     그녀는 이 공간 자체가 성건의 칼집이라고 말했었다.

     [다그자의 곤봉]도 그랬던 것처럼, 자유자재로 무기를 꺼낼 수 있는 모양이다.

     

     "쿠리카라 류도."

     

     연속으로 휘두르는 쌍검의 대각선 베기.

     그 자리에서 뛰어 피하는 것으로 직격은 면했지만, 주위의 나무들을 불태우면서 크롬의 오른손 손끝이 작열에 그을렸다.

     

     '이 검은ㅡㅡㅡ'

     

     크롬의 마법장벽을 정말 간단히 관통했다.

     제대로 받아낼 수 없는 수준의 공격력.

     그것도 당연.

     한쪽은 전설의 영웅이 휘둘렀던 빛의 검.

     한쪽은 명왕의 일존이 가졌던 화염의 검.

     아무래도 진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술적인 무장을 지닌 모양이다.

     

     "계속 갑니다."

     오른손에는 감색의 대검. 왼손에는 외날의 장검을.

     엘레인이 새롭게 바꾼 두 무기의 성능을, 크롬은 모른다.

     

     그렇다면 선수필승. 크롬의 진수는 그 공격 속도.

     상대가 무한정으로 새 공격을 해온다면, 더욱 빠른 속도로 깨부순다.

     

     노리는 곳은 심장.

     제아무리 갑옷으로 몸을 두른 들, 그 가호와 함께 깨트린다.

     

     

     "무박자."

     

     자아내는 마언.

     날카롭게 내딛는 진각.

     움켜쥔 주먹.

     순간, 크롬의 손목부터 앞이 날아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크롬의 사고가 공백으로 물든다.

     전력의 중단찌르기가 베여버렸다.

     엘레인의 움직임으로 보면 있을 수 없는 속도다.

     지금의 움직임은 사토 소스케처럼 예비동작에서 추측한 것이 아닌, 미래 자체를 읽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안사라."

     

     엘레인이 든 한손검이, 크롬의 피를 빨아들여 붉게 빛나고 있다.

     

     짐작이 갔다. 이것은 사용자의 의사에 따라 혼자서 적을 요격하는 마검. 크롬의 움직임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보고, 오토 카운터로 전환했는가.

     

    오른손이 재생될 때까지 약 1초 남짓.

     그 틈을, 엘레인은 놓치지 않았다.

     

     "아스카론."
     "
    발뭉."

     십자의 궤도로 휘두른 드래곤 슬레이어의 참격에, 그 크롬조차도 후퇴를 강요당했다. 장벽을 돌파한 참격이 가슴과 허리를 짚게 베었지만, 이 정도라면 곧장 낫는다.

     

     "듀란달."
     "가라딘."가라딘."

     이어저 나오는 이중의 섬광.

     화경으로 흘려보지만 피부의 표면이 그을렸다.

     엘레인의 맹공은 그치지 않는다.

     

     "오르나!"

     "베가루타!"
     "브루트강!!"

     흩날리는 피분수.

     엘레인과 크롬의 온몸이 피로 물든다.

     

     된다.

     이대로 밀어붙인다.

     크롬은 [바슈랄]에서 끌어내는 성장과 마장의 연속 공격에 대응하지 못한다.

     

     뒤에는 아몬도 대기하고 있다.

     여기서 더욱 깊게 내딛어도 문제는 없다.

     

     "다인 슬레..."

     "느려."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둔탁한 금속음을 내면서, 엘레인이 든 장검이 근원부터 부러졌다.

     크롬의 오른발이 제비의 궤도를 그리며, 일격과 함께 성검을 파괴한 것이다.

     

     "오, 오오~~~!?"

     기세가 남은 몸을 멈추기 위해, 이번에는 엘레인이 전력의 백스텝을 밟으며 후퇴한다.

     아니, 후퇴했을 터였다.

     크롬은 마치 엘레인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는 것처럼 앞으로 내딛으며, 순식간에 그녀의 눈앞까지 몸을 이끈 것이었다.

     

     단숨에 좁혀졌다. 이것은 활보의 보법.

     엘레인의 기동력으로는 크롬의 범위에서 도망칠 수 없다.

     

     위험해. 이대로는 얻어맞는다.

     그보다 상반신이 날아갈 가능성까지 있어.

     

     "아, 안사라!"

     어느 사이엔가 지면에 생겨난 무기를 뽑고는, 이름을 부른다.

     

     이 검은 수초 뒤의 미래를 읽고 그것을 절단한다.

     이제부터 다가올 위협에 대해, 사용자를 적절한 행동으로 인도하는 보검.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이걸 들고 있으면 공격은 완전히 예측 가능ㅡㅡ한 것만이 아닌, 그대로 카운터에서 방어까지 전부 자동으로 해준다.

     

     다시 말해 들고 있으면 무적.

     조금 전처럼 공격을 피하고, 이번에는 한쪽 팔을 절단시켜 보이겠다.

     

     직후, 크롬의 왼손이 구불거렸다.

     뱀이 먹이를 붙잡는 것처럼, 기분 나쁜 궤도로 엘레인의 목을 노린다.

     

     왔다.

     

     이때다 싶어 백은의 칼끝이 왼손을 조준한다.

     양팔을 잃으면 크롬이라 해도 전투력을 대폭 낮아진다.

     그때 아몬과 둘이서 때려눕힌다면 이 불사신의 괴물이라 해도 승산은 있다.

     

     칼을 통해 수초 후의 미래가 전해져 온다.

     아무리 속도차가 절망적이라 해도, 타이밍이 맞으면 텔레폰 펀치나 마찬가지.

     

     '그곳ㅡㅡㅡㅡ'

     

     크롬의 공격을 맞추는 것처럼, 장검이 크게 호를 그린다.

     

     그와 완전히 같은 타이밍에, 위에서 손날이 내리쳤다.

     

     "어!?"

     손날과 칼끝은 정면으로 충돌.

     불꽃을 튀기며 자석처럼 튕겨 나는 안사라에, 엘레인은 눈을 부릅뜨며 경악했다.

     

     카운터가 막혔다.

     이것은 예지한 미래가 아니다.

     대체 무엇이ㅡㅡㅡ

     

     "미래를 자아내는 루의 보검. 확실히 이건 성가시네요. 아무리 저라 해도 대응할 수 없었습니다."

     왼손을 휘두른 크롬이 자세를 고치고는, 엘레인과의 거리를 더욱 한걸음 좁혔다.

     

     "처음 볼 때의 이야기지만요."

     절규할 틈은 없다.

     엘레인은 있는 무기를 죄다 현현시키며, 크롬에 맞서 정면에서의 대치를 이어나갔다.

     

     "이 녀석!"

     "뭔가요 당신!"
     "
    언제 오오시바를 만났던 거죠!?"

     슉, 슉, 슉.

     엘레인의 참격이 허무하게 공기를 가른다.

     저 몸놀림은 위험하다.

     본격적으로 이쪽의 움직임을 읽기 시작하고 있다.

     

     "젠장 큰일 났네...!"슬슬 마력이..."
     "
    아, 아직인가요 아몬!"

     맞지 않는다 

     공격이 전부 안 맞는다.

     엘레인의 실력이 둔한 것은 아니다.

     크롬의 몸놀림은, 이미 검의 정령을 상대로 완봉승이 가능한 영역까지 이른 것이다.

     

     "빨리 해 아몬!"
     "
    부탁이니 빨리 좀 아몬!"
     "
    적당히 하라고 아몬!"
     "
    어이 아몬!"
     "
    진짜 빨리 좀 해 아몬!"
     "
    아몬!?"

     "앗..."

     문득, 양손에 무기가 없음을 깨달았다.

     잘 보니 크롬에게 방금 휘둘렀을 터인 무기가 잡혀있다.

     

     이것은 칼날잡기.

     이 정도까지 기술의 차이가 난다는 건가.

     이 타이밍ㅡㅡㅡ무기의 환장이 따라가지 못한다.

     

     "끝입니다."

     마지막 한수.

     끝장내기 위해 들어 올린 크롬의 가느다란 손목을, 굵은 다섯 손가락이 움켜잡았다.

     

     "ㅡㅡㅡ읏!?"

     마치 클램프 같은 압력.

     거인에게 팔을 붙잡힌 듯한 느낌에, 크롬은 팔만이 아니라 온몸이 구속당한 감각에 빠졌다.

     

     "방심했군."

     이것은 귀신의 공간전이. 한순간의 힘 조절을 파고들었다.

     경계는 전혀 게을리하지 않았다.

     옆에 전이하면 언제든 반격할 준비는 되어있었다.

     하지만 전이와 함께 동시에 팔을 붙잡힐 것은 예상외였다.

     좌표 계산이 너무 정확하다.

     완전히 접촉하고 있어서, 곧장 떨쳐낼 수도 없다.

     다시 말해, 현재 크롬은 공간간섭을 쓸 수 없다.

     

     "역시 그 능력, 타인을 휘말리게는 못하는 건가."

     다시 말해, 크롬은 타인의 시간에 간섭할 수 없다. 천위 마술사라면 가능하겠지만, 그녀는 못한다. 그것이 그녀의 한계니까.

     

     "잘했어요 아몬! 여기선 저의 필살ㅡㅡㅡㅡ"

     그때, 앞으로 나서던 엘레인의 안면에 선혈이 묻었다.

     

     "어?"

     

     크롬의 왼쪽 팔꿈치부터 앞이 없다.

     그곳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구치고 있다.

     아몬에게 붙잡힌 팔을 스스로 절단한 것이다.

     크롬의 육체재생능력은 나인에 필적한다.

     말 그대로 팔이 떨어져 나갔지만 구속을 푸는 방법으로는 틀리지 않았다ㅡㅡㅡ하지만, 그럼에도 결단이 너무 빠르다.

     

     "무박자."

     그로부터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크롬은 남은 다리로 먼저 엘레인의 복부에 프론트 킥을 꽂았으며, 그 후에 물 흐르는 동작으로 휘돌려차기를 아몬에게 먹였다.

     

     "꺄악!!"
     "큭....!!"

     아몬은 가까스로 방어에 성공했지만, 완전히 당황해버린 엘레인은 반응할 여유조차 없었다.

     두 사람은 기세 좋게 후방으로 날아가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공처럼 굴러갔다.

     

     "음~ 지금 것은 꽤 진심이었는데 말인데요."

     나무에 안면이 박힌 채, 엘레인이 분하다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제대로 당했지만 아직 여유가 있는 모양이다. 아몬은 시선을 주지 않은 채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여자...'

     

     방금 전의 성검과 마검의 난무는 분명 엘레인의 본 실력이었다. 여러 무장을 연속으로 사용하여 속공을 감행하는 것이 호수의 여인의 진수다.

     

     그것을 완벽하게 걷어내다니, 그야말로 철벽이라 말할 정도의 대응력. 그것도 2대1인 이 상황에서.

     시공간에 간섭하는 힘과 압도적인 전투경험.

     이대로 가면 진다.

     

     "어이 정령. 어쩔 수 없지. 귀국을 꺼내.'

     

     아몬의 제안에, 엘레인은 "뭐~?" 라고 말하면서 나무에서 얼굴을 빼냈다.

     

     "당신 그거 쓰는 거 싫어하지 않았나요?"

     "느긋한 말이나 하면 너도 죽는다."

     "뭐 상관없지마요. ....잠깐 찾아볼 테니 기다려주세요."

     "뭐? 찾지 않아도 이 공간 내라면 자유자재로 꺼낼 수 있을 텐데."

     "그야 자주 쓰는 녀석은 재빨리 꺼낼 수 있지만, 사용빈도가 낮은 것은 그렇게 안 돼요. 그, 스마트폰의 어플도 안 쓰면 어디 있는지 모르게 되는 듯한..."

     "알았으니 죽기 싫으면 빨리 해."

     "히잉~ 이 사람 무서워~"

     엘레인이 작게 신음하면서, 손가락을 휘둘렀다.

     그러자 수십 자루의 거이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진다.

     아무래도 진짜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귀신의 무기가 있다면 승산은 있다.

     그때까지는 아몬이 시간을 벌 수밖에 없다.

     

     지금의 엘레인은 무방비다.

     크롬이 접근하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거리를 좁히자.

     

     "흡ㅡㅡㅡ"

     땅을 차고서, 일직선으로 크롬을 향해 돌진한다.

     크롬은 머리박치기를 당하기 직전에 아몬의 두 어깨를 정확하게 움켜잡고서, 그 기세의 전부를 멈춰서는 것만으로 상쇄하였다.

     

     "인간의 육체에 불과한 지금의 당신으로선, 절 이길 수 없어요."

     

     어깨를 양손으로 눌러서, 억지로 땅에 다리를 파고들게 한다.

     짓눌릴 수 없다면 아몬 또한 팔다리에 힘을 주지만, 근본적으로 힘의 스케일이 다르다.

     이 가녀린 팔로 이 괴력.

     만지면 부서질 것만 같은 그 몸으로, 오니의 왕인 아몬을 제압할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상하다.

     뭔가가 이상하다.

     조금 전부터 느껴지는 이 위화감은, 뭔가.

     

     롬그리스와도,

     스사노오와도,

     오오야마다 모모타로와도,

     사토 소스케와도 다르다.

     

     이 여자, 설마ㅡㅡㅡ

     

     "아, 아몬!"

     아몬이 크롬의 악력에 짓눌릴 것 같을 즈음, 뒤에 있던 엘레인한테서 가벼운 어조로 말을 걸었다.

     

     "뭐야!? 찾았나!?"

     "아몬의 막대기는 없었지만 주신의 벼락은 있었거든요. 이걸 던져서 저 녀석을 가루로 만들겠어요."

     "뭐!?"

     

     이 여자는 무기밖에 못쓴다.

     다시 말해 방금 말한 [벼락]그 자체가 누군가의 무기일 것이다.

     

     "앗...!?"

     그때, 아몬과 대치하던 크롬의 안면이 약간 새파래진 느낌이 들었다.

     뭐지, 지금.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바보는, 대체 뭘 들고 있는 것인가ㅡㅡㅡ

     

     "아몬, 위를 향해 그 녀석을 던지세요. 가능한 한 높게."

     "어이, 잠깐만. 뭘 할 셈인데 너."

     

     "그리고 호수의 모두를 여기서 날려주세요."

     순간, 아몬의 등 뒤를 막대한 마력이 뒤덮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이해했다.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이다.

     아직 신과 마신이 존재하던 시대의 잔해가, 지금 뒤에 있다.

     

     "그럼 하나 둘 하면 갑니다."

     

     이것은 그, 남구의 뇌신의ㅡㅡㅡ

     

     

     "하나, 둘."
     "ㅡㅡㅡㅡ으오오오오오오오오옷!!"

     

     동요에서 생겨난 찰나의 틈을 간파하고, 크롬을 억지로 상공을 향해 던져버렸다.

     대포와 같은 기세로 투척된 크롬을 조준하고서, 엘레인은 가벼운 도움닫기를 거쳐,

     

     그 [검]을 해방했다.

     

     

     "뇌정."

     

     

     빛이 달린다.

     그것은 마치 소용돌이치는 화염처럼,

     대지에서 떠오르는 별처럼.

     신의 번개가, 하늘을 향해 풀려났다.

     

     "ㅡㅡㅡㅡㅡㅡ읏."

     죽음을 눈앞에 두었음에도, 크롬의 사고는 냉정했다.

     

     직격당하면 죽는다.

     그리고 피할 속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하나.

     던져진 순간부터 대비하고 있던 술식을 전력으로 해방시켜서, 정면으로 쳐부순다.

     

     크롬의 금발이 약간 곤두선다.

     

     그 손바닥에 태양을 움켜쥐고서,

     땅에서 거슬러 오르는 빛의 용을 향해 내던졌다.

     

     "백봉 - 화벌."

     순간 하늘이 사리지고, 대지는 빛에 휘감겼다.

     그것은 우연히도 사토 소스케와 이가라시 겐조 두 명이 격돌한 순간과 거의 같은 타이밍에 발생했다.

     

     하늘로 솟구치는 거대한 빛의 기둥.

     그것도 둘.

     마치 세계의 끝인 것 같은 그 광경에, 싸우던 자들은 일제히 손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실, 그것들이 제어되지 않고 땅을 향해 폭발했다면, 진정한 의미로 세계는 끝나버렸을 것이다.

     지반은 소멸하고, 이 별의 자전은 흐트러졌을지도 모른다.

     

     

     

     

     정신 차리고 보니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고 있다.

     방금의 충격으로 비구름은 완전히 날아갔을 텐데, 그러에도 비가 내리고 있다.

     

     엘레인이 눈을 의심하고 있자, 크롬은 검은 연기를 두르면서 땅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쿨럭거리며 연기를 토해내는 그녀의 눈은, 기력의 쇠함이 전해지지 않았다.

     

     "신의 철퇴를 받고도 살아있을 줄은... 크롬. 당신 정말 강하니 이제 죽일 생각으로 갈게요."

     목소리는 여유만만했지만, 사실 엘레인의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지금의 일격을 버텨낸 것은 확실히 예상외였다. 이제 마력이 그다지 없다. 상처는 입힌 모양이지만, 과연 그 대가에 어울릴만한 성과일지.

     어쨌든 이제부터는 절제하면서 싸워나가야 한다.

     

     "당신이야말로, 역시 죽이지 않으면 이길 수 없어 보이네요."

     "그럼 저의 풀파워를 볼래요? 마지막은 제 승리겠네요."

     농담을 하는 두 미녀가 불꽃을 튀긴다.

     그 한편으로, 아몬은 분노로 떨고 있었다.

     

     "하아...하아...!"

     장소는 폭심지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숲 속.

     거기서 아몬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다.

     엘레인의 지시도 있어서, 서둘러 샘과 함께 안의 녀석들을 전이로 이동시킨 것이다.

     

     덕분에 상당한 마력을 소비했지만, 마술적 기점인 샘이 소멸된다면 칼집의 결계의 유지할 수 없다.

     샘 안의 펜릴(과 다른 인간)도 무사하다.

     

     "왜 내가 이런 짓을...!"

     이래서는 연계도 뭣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

     설마 주신급의 힘을 행사하다니, 차원이 붕괴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어째서 요마인 귀신이 지구의 걱정을 해야만 하는가. 그 여자는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은 아몬은, 참지 못하고 주먹을 지면에 때려박으며 외쳤다.

     

     "펜릴도 그렇고 그 녀석도 그렇고, 왜 그 시대의 여자는 바보들만 있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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