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 핌불베트르(5)2022년 09월 11일 15시 16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513
양측은 거의 동시에, 중앙에 있는 소스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태도와 검이 서로 교차했지만, 이미 소스케의 모습은 없었다. 허무하게 공중을 지나가는 두 검이, 단지 선풍만을 일으킨다.
"무슨..."
이 거리에서 헛손질을 해버렸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확실하게 소스케의 움직임을 좇는 자가 있었다.
겐사이는 아직도 느긋하게 걷는 소스케를 조준하고서, 유운의 손잡이에 손을 대었다. 그대로 약간 앞쪽으로 몸을 기울이고는, 신속의 오의를 발도한다.
"잔잔한 태도."
빛이 달린다.
노리는 것은 당연히 목.
필살의 일념으로 자아낸 비검의 번쩍임은 손쉽게 간파되었다. 코즈미의 팔을 회수하던 도중의 소스케가, 손등으로 쳐낸 것이다. 궤도를 바꾼 참격은 전투기처럼 휘어져서는 그대로 길고 긴 참격흔을 새겼다.
갑자기, 소스케와 눈이 맞았다.
"..............흠."
전에 비해서 움직임이 다르다.
체력을 소모한 기색도 없다.
이것은 성가시게 되겠다고, 겐사이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결국 소스케는 코즈미의 팔만을 회수하고서, 분노의 표정을 지은 채 중얼거리듯이,
"엘레인."
"네네~"
코즈미가 들고 있던 황금의 칼집에서, 얇은 성의를 입은 미녀가 기어 나왔다. 아무리 봐도 사람이 출입할만한 크기가 아닌 그 칼집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확장되어서 정령의 아름다운 몸을 토해내었다.
"무슨 일인가요, 소스케."
"칼집의 치유 범위는 확장시킬 수 있어?"
중상자의 수가 많다.
미세하게 호흡은 느껴지지만, 한꺼번에 치유하지 않으면 늦어버릴 자도 있을 것이다.
"가능해요. 부작용이 있지만요."
"부탁해."
"알겠습니다.
샘의 검령 엘레인쨩, 전투 모드로 들어가용."
엘레인이 한 손을 올리자, 칼집이 눈부실 정도의 섬광을 내뿜었다. 그에 맞춰 격류하는 막대한 마력. 눈뜨고 볼 수 없는 눈부심의 앞에서, 기데온과 크롬이 가장 빨리 움직였다.
"저건 위험하겠어."
"네."
메이드복의 미녀와 거대한 흑인이 질주한다.
저것은 억지로 멈추게 하지 않으면 큰일 날 느낌이 든다.
크롬은 먼저 소스케를 막는 데에만 전념했다. 그 사이 기데온이 엘레인의 술식을 저지하면 그걸로 끝난다.
"자 스톱."
문득, 두 질풍 사이에 뭔가가 끼어들었다.
남자다.
가면을 쓴 장신의 성인 남성.
체격이 좋고, 오른손에는 붉은 태도를 들고 있다.
그리고 만지지 않아도 느껴지는 열기.
망가진 스토브 같은 남자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당신은..."
크롬의 놀람에 맞춰서, 남자는 홍련의 태도를 크게 휘둘렀다. 잠시 화경으로 막을까 생각했지만, 도신에 흐르는 열량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그것은 기데온도 동의하는 모양이어서, 가면의 남자에게 내쫓기는 쥐새끼처럼, 두 사람은 칼의 궤도에서 몸을 피해서ㅡㅡㅡ
"케텔라르크 세베...!"
ㅡㅡㅡ어떻게든 도시괴멸급의 폭염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올려베기에 의해 방출된 화염은 승룡처럼 하늘로 올라갔고, 프랑스 전역을 두르고 있던 장벽과 충돌하고서 폭발. 잠깐이기는 하지만, 하늘에 두 태양이 빛났다.
"음... 맞았다면 한방이었는데."
"리더는 기본적으로 크게 휘두르니까요."
"시끄러."
어디에선가 나타난 마르쿠트가, 농담을 하며 케텔의 옆에 나란히 섰다. 두 사람에 이어서 새롭게 금발 유녀가 소스케의 등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아, 후쨩. 저거 귀신님 아냐? 왠지 멈춰있지만."
"어라 정말. 음후후후. 이렇게나 빨리 찾아내다니 운이 좋네~"
뇌신의 말에 대답한 것은 소스케의 어깨에 올라탄 손바닥 사이즈의 중년남이었다. 푸른 피부를 한 그것은 단순한 악마가 아니라는 점을, 크롬은 순식간에 간파했다.
"드디어 왔나요..."
"크롬 씨, 저건 대체..."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크롬에게, 지드가 물어보았다.
"잔당을 사냥할 때 굳이 겐조 님을 부를 리가 없잖아요. 모든 것을 다가올 제2진을 대비하기 위해."
크롬은 스읍, 하고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기분을 진정시킨 뒤, 체내의 마력의 흐름을 가속시켰다.
여기서부터가 승부처.
여러 장해를 제거하고, 반드시 계획을 이행한다.
그리고 주인에게, 다즈몬드에게 보답하는 일이야말로,
크롬 G 로젠베르그의 유일하고도 최대의 목적.
"전원, 전투개시.
적이 모두 모이기 전에 정령의 마술을 제지하세요."
"제지? 아가씨가 이젠 그런 말도 하게 되었네~"
기세 좋게 내뱉은 크롬을 보고, 엘레인은 코웃음 쳤다.
"소용없어요!
몇 명이 와도 저의 진심은 멈출 수 없어요!"
깔깔대는 엘레인에게, 켄자키가, 그리고 우르테가 술식을 쏘았다. 모클의 불덩어리와 참격은, 어디에선가 나타난 네 자루의 도검에 의해 가로막혔다.
그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두 사람을 쫓아낸 엘레인은, 명백하게 그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잘도 날 몇 년 동안이나 구속했겠다, 대성군! 이 원한, 제대로 갚아주겠어요!"
일렁이는 마력이 더욱 팽창한다.
위기감을 느낀 겐사이가 빛을 휘두르기 위해 손잡이에 손바닥을 갖다 대자, 누군가가 갑자기 끼어들어서는 손바닥으로 제지했다.
이 조용한 걸음ㅡㅡㅡ
휘두르려는 칼을 멈추고서, 겐사이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어린 시절의 자신과 닮은 남자가 서 있었다.
"...쇼고인가."
"이제야 만났네, 아버지."
아들과 대치한 노인은, 씁쓸히 혀를 찼다.
이 남자가 여기까지 다가왔다면, 이제 정령의 마술은 저지할 수 없을 것이다.
"나의 이름은 엘레인!
여신의 권속이자 신의 연못의 왕!
신대의 의사를 계승하여, 삼라만상의 무장을 통솔하는 자!
제아무리 무적의 칼날이라 한들, 넣을 검집은 오로지 하나."
바람이 불어온다.
동시에 크롬은 기묘한 광경을 목격했다.
코즈미가 안고 있던 황금의 칼집의 안과 밖이 뒤바뀌고 있다.
'역시 이것은ㅡㅡㅡ'
샘의 해방.
저 정령, 이계 자체를 소환할 셈인가.
"그렇겐 안 됩니다."
기세 좋게 내디딘 크롬은, 어느 사이엔가 두 사람으로 늘어나 있었다. 두 명에서 네 명, 네 명에서 여덟 명. 배수로 늘어나는 크롬은 몇 초 안지나 그 수를 50이 넘게 늘리고서, 모두가 일제히 엘레인에게로 향했다.
포위공격을 감행하는 크롬을 보고, 마르쿠트는 미소 지으며 맞섰다.
아마 숫자로 혼란시키면 가능할 거라 짐작한 모양이다.
방금 나타난 몇 사람을 보고 아직 모두 모이지 않았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크롬은 한 수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스윽.
마르쿠트가 입고 있던 상의를 말았다.
옷의 뒷면에는 유리구슬 사이즈의 검은 공이 빼곡히 모여있었다. 마르쿠트는 기세를 실어 상의를 벗어던지고는, 콩을 뿌리는 것처럼 검은 공을 주위에 흩뿌렸다.
"여러분~ 나설 차례예요~!"
순간, 지면에 닿은 구슬이 일제히 터졌다.
안에서 나타난 것은 구슬 사이즈와는 걸맞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었다.
계산으로는 백여 명 남짓.
전 이지스의 이리자키가,
육가 당주, 모모야마다 잇신사이가,
베놈 레기온을 지휘하는 키드가,
세피로트의 멤버들이,
이름난 호걸들이 빼곡히 내려섰다.
크롬이 발을 묶을 때보다는 수가 약간 줄어들었지만,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온 모양이다. 모을 수 있는 만큼 모아서는 작게 만들어 옮겼다는 뜻이다.
이 물량의 앞에서는, 그 크롬조차 다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소스케가 있는 지금, 섣불리 들이대다가 당할 수도 없다.
그럼 어찌할까.
그런 갈등은 상관없다는 듯, 엘레인은 소리 높여 세계를 만들어갔다.
"괄목하라!"
갑자기, 잔해의 산더미가 숲으로 바뀌었다.
"나의 원샘!"
"나의 원전!"
하늘은 파랗고, 광장은 샘으로.
배경이 통째로 바뀌어, 현실이 이계로 변모해간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엘레인의 비장의 수였다.
소환술 중에서도 특이한 편인 [이계소환].
현실세계를 촉매로, 이공간 자체를 구현시키는 상위마술.
"나의 [제한없는 무기고바슈랄]를!"
그리고ㅡㅡㅡ
어찌 된 일인지, 견문의 탑은 샘의 숲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그보다도, 칼집 안에 견문의 탑이 갇혔다는 편이 올바르다.
그렇다, 이것은 칼집 안의 광경.
이 공간에서는 엘레인의 임의로 어떤 부상도 고칠 수 있다.
앞선 싸움에서 쓰러진 나인은 물론이고, 중상자도 모두 살아 돌아올 것이다.
이것에는 크롬도 말문을 잃었는지, 아무 말 없이 놀라고만 있다. 천년의 때를 지났음에도 이 포텐셜. 이 정령, 조금도 쇠약해지지 않았다.
"흐흥~ 어떤가요 소스케? 그때는 제가 전혀 진심이 아니었다는 거, 조금은 아셨나요?"
"그래, 널 데리고 와서 다행이야."
소스케는 여전한 무표정으로 엘레인을 칭찬하고서, 조용히 손가락을 꺾었다.
두두둑, 하는 소리가 주위에 울린다.
가늘고 날카로운 뼛소리가, 대성군을 때렸다.
공간이 갈라진 것은 그때였다.
아름다운 숲의 배경을 억지로 바깥에서 비집고 들어오려고, 무언가가 양손으로 배경을 열고 있다.
"모두들 너무한데~ 저만 왕따시키다니요."
갑자기 나타난 것은, 얼굴의 절반을 피로 물들인 로긴스였다. 한쪽 눈을 감고 입가에서 피를 흘리는 로긴스가, 주저하지 않고 소스케에게 초점을 맞췄다.
"아아, 생각났습니다, 당신."
섬뜩해지는 목소리였다.
적어도, 코즈미한테는 유령의 속삭임과 마찬가지로 들렸다.
"사토...사토 소스케다. 맞습니까?"
로긴스가 얼굴에 손바닥을 갖다 대자, 안면의 피부가 점점 재생된다.
어떤 마술인가ㅡㅡㅡ사실 무슨 마술이든 상관없었다.
그걸 보고 소스케가 품은 감정은, 더 때려도 죽지 않겠다는 안도의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신세를 졌군요.
설마, 신역의 무녀를 아무런 대가 없이 구출하다니 훌륭합니다."
문득, 소스케의 시야에 정지된 미코가 들어왔다.
칼집의 회복은 통하고 있을 터.
하지만 나을 기미가 없다.
공간간섭 부류일까.
소스케는 입을 다문 채 미코에게로 걸어갔다.
"으음?"
정지된 채인 미코를 어떻게 하려는 소스케에게 흥미가 동했는지, 로긴스가 실실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제 인형이 마음에 들었습니까, 사토 소스케."
"...인형?"
"예, 그렇습니다."
로긴스는 수긍하고서,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구요, [그건]."
무기물을 가리키듯이, 로긴스는 미코를 손가락질했다.
"달려오는 게 조금 늦었네요.
이제 저도 해제하지 못합니다. 영원의 시간을 손에 넣은 무녀의 저의 밑에서ㅡㅡㅡ"
"그냥 공간채로 정지시켰을 뿐이면서."
주먹 뒤로 노크하는 것처럼, 소스케가 미코의 가슴에 새겨진 술식을 톡 두드렸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검은 문양은 산산조각났다.
"어ㅡㅡㅡㅡ! 아앗...!"
갑작스러운 해방에 몸의 밸런스가 무너진 미코를, 소스케가 살짝 지탱해준다. 부상은 그리 심하진 않다. 아무래도, 정지되는 것 이외의 일은 당하지 않은 모양이다.
"어라, 난... 아 사토 군!? 어!? 어떻게 여기에 있어!?"
"사사미네 씨가 위기에 빠졌다길래 부리나케 왔지."
이만큼 말할 기운이 있다면 걱정은 필요 없을 것이다. 소스케가 그렇게 생각하는 한편, 로긴스는ㅡㅡㅡ
"ㅡㅡㅡ아앙?"
이마에, 이 이상 없을 정도의 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어이, 너.
왜 이몸의 장난감을 부수는 건데."
"..........."
분노 때문에 어조가 바뀐 로긴스의 발언에, 소스케 또한 다시 분노의 불길이 몸을 뒤덮었다. 대치한 양측은 마력을 일으키며, 서로의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너ㅡㅡㅡ"
소스케는 [아니], 라고 고개 젓고는, 눈앞에 있는 모두를 둘러보았다.
"너희들 모두, 편히 죽을 거라 생각 마라."
그 한 마디에, 공기가 얼어붙었다.
누구도 말하려고 하지 않았고, 그것이 가능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서.
"ㅡㅡㅡ편히, 죽는, 다아?"
로긴스의 눈알이 데굴 움직여 소스케를 바라본다.
바뀐 것은 눈매와 분위기.
그리고 말투 뿐.
그것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이렇게나 바뀔 수 있구나 하고, 사사미네 미코는 소스케의 옷자락을 붙잡으려 겁먹었다.
"그건, 이쪽의 대사입니다.
누구의, 누구의 사유물을 부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부들부들, 부들부들.
로긴스의 온몸은 어깨부터 손끝까지 부르르 떨려서, 왠지 경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뭔가를 견디고 있다.
완전히 분노한다고도 보이지만, 이것 또한 분노를 삭이고 있는 것일까.
"모처럼 의욕이 솟았던 참이었데 말이죠~ 고양이의 동료들이 적당히 절 즐겁게 해 준 덕분에, 인형 제작에도 흥이 난 참이었는데ㅡㅡㅡ 뭐, 됐다. 저런 졸작은."
분노가, 갑자기 끊겼다.
갑자기 귀찮아졌다는 듯, 왠지 어린애 같은 행동으로 로긴스는 머리를 긁기 시작했다.
"어차피 금방 질렸겠죠.
부숴줘서 오히려 잘 됐습니다.
사토 소스케, 그녀를 다시 한번 멈추게 할 기회를 준 점에 감사합니다."
로긴스는 그렇게 끝맺고서, 표정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생각해보면 저의 인형 만들기는 고칠 수 없는 게 단점이라서요. 지금 여기서 당신을 쓰러트리고 조종한다면, 이후의 작업이 편해지겠지요."
후우~ 하고 긴 한숨을 내쉰 다음, 로긴스는 있는 힘껏 자신을 다독였다. 이것 또한 인연. 여길 이겨낸다면 모두 잘 될 것이다. 소스케의 능력이 있다면 인형의 정교함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 틀림없다. 그에게 다시 한번 [목띠]를 건다면 그걸로 끝난다.
"라고, 말할 리가 있겠어."
로긴스가 갑자기 땅을 박차더니, 농담 같은 속도로 소스케와의 거리를 좁혔다. 지금까지의 간들거리던 경박함과는 일선을 달리하는, 진심 어린 살의. 오른손에는 공인을, 왼손에는 정지탄을 들고서. 단지 똑바로 소스케ㅡㅡㅡ가 아닌 사사미네 미코를 노려서, 로긴스를 그것들을 내밀었다.
파고 들어서, 튕겨낸다.
미코에게 닿기 직전, 소스케가 옆에서 손을 휘두른 것이다. 로긴스는 마치 핀볼 같은 기세로 공간을 날아서, 이윽고 하늘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럼."
소스케는 어깨를 빙빙 돌리면서,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케텔에게 입을 열었다.
"일단 저는, 저걸 끝장내 둘게요."
"그래? 조심해라 소스케."
"예."
수긍하고서, 소스케는 다음으로 엘레인에게 시선을 옮겼다.
"넌 여길 부탁해. 팔도 제대로 고쳐주고."
"상관없지만, 괜찮은가요?
제 진심은 농담 거르고 천년만이라서, 그걸 보지 않으면 진짜 아쉬울 텐데요."
"그건 나중에."
소스케는 그대로 떠나갔다.
어조는 평온했지만, 엘레인과 케텔은 지금의 소스케에게서 약간 서늘한 것을 느꼈다.
뭔가, 제대로 표현은 못하겠지만 엄청나게 대단한 기백을 느낀다.
단순히 예를 들자면,
"큰일 났다고 마르쿠트 군. 저 녀석 진짜 꼴받았다고."
"놀라지만 말고 일 좀 하세요 리더.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니까요."
마르쿠트는 검은 구슬을 손가락으로 굴리며 놀면서, 대성군의 멤버들을 시야에 담았다.
이건 성가시게 되겠구나.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다시 구슬을 손바닥 위에서 굴렸다.
◇
연못을 빠져나오자, 목적의 남자는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엘레인이 소환한 세계의 범위도 넘어서 날아간 모양이다.
"여어."
다가가서 바라보니, 어째선지 로긴스는 멀쩡했다.
기껏해야 옷이 진흙으로 더러워진 정도일까.
그러고 보니, 방금 때린 느낌도 이상했던 기분도 든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정말 머리 왔는지, 사람의 기척이 없다.
여기라면 마음껏 할 수 있겠다고, 소스케는 멍하니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너한테는 여러 가지로 신세를 졌었지. 이쯤에서 결판을 내자."
"아앙?"
소스케의 말에, 로긴스는 험악한 표정으로 시선을 맞췄다.
"기어오르기는.
모기 같은 펀치나 맞추고 우쭐대는 겁니까?"
확실히, 처음과는 다르게 통하지 않은 모양이다.
치유한 흔적도 없다.
제대로 방어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주먹 쪽은 괜찮습니까? 제 장벽은 섣불리 공격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특히 로긴스 메이브리드처럼 불합리한 마술의 사용자를 상대할 때는, 정면으로 도전해도 거의 확실하게 패배한다. 기습은 충분히 통했지만, 그럼에도 그를 죽일 수는 없었다.
"당신과 저는 태생이 다릅니다.
약간은 공간간섭을 쓸 수 있는 모양이지만, 육문의 비석에도 실리지 않은 시점에서 실력차는ㅡㅡ"
"예예, 이제 알았다니까."
대화는 이제 충분하다.
이대로 주절거리기보다, 빨리 끝내고 여길 뜨고 싶다.
"너랑 이렇게 대화하는 것도 질렸어. 대화는 됐으니, 빨리 끝내보자고."
그래서, 빨리 죽어줘.
소스케는 조용히 고하고서, 검은 마력을 내부에서 방출시켰다.
검은 연기와 비슷한 마력의 덩어리는, 넘실대면서 소스케를 뒤덮기 시작했다.
"죽어줘, 인가요"
로긴스는 입가를 들고서, 소스케를 바보 취급하는 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당신은 절 혐오하는 모양이지만, 실상 하는 짓은 변함없지 않을 텐데요?"
"뭐?"
"하지만 그렇잖아요.
구속이 아닌, 죽일 생각이라니.
당신의 동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익한 살생은 안 된다] 라고 말이죠."
"널 죽이는 건 무익하지 않다고."
진지하게 대답하자, 로긴스는 눈을 점으로 만들며 굳어버렸다.
"뭘 놀래."
소스케의 말에, 로긴스는 눈썹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인형으로 만들까 했습니다만ㅡㅡㅡ
당신, 역시 죽여야겠습니다.
아름답고 아니고 이전에, 존재가 마음에 안 드는군요."
"아아, 그거 나도 그래.
나도, 네가 맘에 안 들어."
죽일 이유는 그것만으로 충분.
칠흑의 오오라가 피어오르며, 소스케의 두 주먹을 건틀릿처럼 두른다.
반면 로긴스는 두 손을 지면에 대면서, 낮게 웅크렸다.
후우~
로긴스의 낮은 호흡소리가 거슬렸다.
땅에 밀착한 두 팔은 펌프에 아까운 움직임으로 팽창과 수출을 반복했다. 뭔가를 땅속에서 빨아들이고 있다. 예전에 츠치무라 나에가 했던 마력의 보급인가 싶었지만, 다르다.
저것은 좀 더,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다.
"ㅡㅡㅡㅡ하아."
팔의 꿈틀거림이 뚝 멈추자, 로긴스의 두 눈이 검게 변색되었다. 분명히 무리하게 힘을 행사하고 있다. 하고는 있지만, 상관없었다.
"영맥의 일부를...제 몸에 담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말해, 이렇다는 뜻입니다."
가볍게 팔을 휘두르자, 그 풍압으로 지면이 양탄자처럼 들고일어났다. 근력이 강해졌다. 담긴 마력도 눈을 부릅뜰 정도로 강인하다. 지금까지의 무한정의 스태미너와는 또 다른, 근본적인 육체강화. 아무래도 어느 정도 몸을 다룰 수 있는 모양이다.
"지금의 저는 마력로 그 자체.
솟구치는 마력을 어떠한 것으로도 변환할 수 있지요.
그것은 재생력이며, 완력이며, 반응속도이며ㅡㅡ"
갑자기 로긴스가 손을 앞으로 들었다.
그에 반응한 소스케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자, 빈 공간에 엄청나게 빠른 것이 통과했다. 한 박자 늦게, 등 뒤의 지형이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엘레인이 전개한 숲은 그다지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앞에 있던 지형과 잔해들은 먼지처럼 날아가고 말았다.
"마술이기도 합니다."
마력을 방출한 손을 움켜쥐자, 안에서 흰 연기가 넘실대며 떠올랐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올마이티하게 능력을 강화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공간정지의 수준도 올라갔다고 봐야 할까.
"지금 것은 빙산의 일각.
영맥의 저의 몸에 완전히 스며들기까지 약 3분 정도입니다만... 과연 그때까지 당신이 버틸 수 있지는 의문이군요."
로긴스의 말에, 소스케는 표정도 없이 대답했다.
"너, 앞으로 3분이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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