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 핌불베트르(3)2022년 09월 10일 21시 29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494
인형은 순식간에 쿄코에게 빨려 들어갔고, 검은 문장이 되어 쿄코의 가슴 중앙에 새겨졌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걸로 영원을 손에 넣었습니다."
볼을 만진다.
로긴스도, 레벤을 꺼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쿄코가 그 정도의 상대였다는 뜻이다.
마력을 계속 공급받는 덕분인지, 몸상태가 좋다.
아직 반동다운 반동도 안오고 있다.
이거라면ㅡㅡㅡ
"흥이, 올랐군요."
로긴스는 입가를 강하게 들면서, 멀리 모여있는 코즈미 일행을 바라보았다.
◇
느낌은 있었다.
그리고, 겐사이의 검은 닿지 않았다.
먼저 공격은 맞았다.
찰나였지만, 나인은 그만큼 앞섰다.
촌경ㅡㅡㅡ위를 나아갔을 터.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손톱 끝에 딱딱한 뭔가를 느낀다.
겐사이의 것이 아니다.
질감은 돌, 하지만 돌의 단단함이 아니다.
열에 의해 생겨난 검은 연기가 걷히자, 그곳에는 둥그스름한 돌벽이 있었다.
아니, 벽이 아니다.
시야 한쪽에 관절 같은 것이 보인다.
이것은 뭔가의 손가락ㅡㅡㅡ?
"잘 했다고, 말해야 할까."
무겁게 거는 목소리에, 나이은 심장을 잡힌듯한 기분이 되었다.
돌벽에 뭔가가 기대고 있다.
남자ㅡㅡㅡ중년 남성..
백발이 뒤섞여 회색으로 보이는 짧은 머리카락.
검은 기모노.
목에 건 긴 염주.
맹금류와 비슷한 두 눈.
천위마술사 서열 3위.
[산옥] 이가라시 겐조.
"당신ㅡㅡㅡ"
승부에 끼어들었다.
겐사이는 험상궂은 얼굴로 겐조를 노려보고 있지만, 그는 잠깐 바라보았을뿐, 곧장 나인을 돌아보았다.
"칭찬해주마. 받아라. 포상이다."
이가라시가 가볍게 내젓는다.
그러자 나인의 몸은 붕 뜨더니, 공중으로 높게 날아갔다.
속박? 염동력?
앞선 일격으로 너무 소모해버렸다.
술식애 대한 대항을 할 수 없다.
강제로 올라가게 된 상공에는, 8체의 지장보살이 나인을 둘러싸며 기다리고 있었다.
"나인 씨!"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며, 위를 향해 손을 뻗는다.
코즈미에게 가능한 일은, 단지 그것뿐이었다.
열여섯에 달하는 돌의 눈이 나인을 포착한다.
지장보살들은 마찰음을 내면서, 단단한 관절에 점점 속도를 내어 오른팔을 크게 당기고는,
"ㅡㅡㅡ"
때렸다.
그냥 일관되게.
사방팔방에서 덮쳐 드는 거대한 덩어리가, 나인을 떡방아 찧듯이 메친다.
도망칠 곳은 없다.
그것에는 자비란 전혀 없이, 주먹의 감옥에 갇혀버린 나인을 단순한 고깃덩이로 바꿔가려고 팔을 휘두를뿐이다.
"카, 아아아악....!?"
지장보살의 주먹은 폭풍 같은 기세였지만, 반면 섬세하게 나인을 부수어갔다. 주먹끼리는 결코 부딪히는 일 없이, 나인의 살만은 짓이겨간다.
죽는다.
이대로 가면 정말 죽는다.
재생이 따라가지 못한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서, 가까스로 주먹의 러시에서 탈출한다. 그럼에도 사지가 완전히 낫지는 않았다.
전투불능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부상.
이제는 움직임도 쉽지 않다.
인간의 모습은 유지하고 있지만, 그건 이제 나인의 모습을 한 껍데기 같은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들은 기억이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 쪽을 향하기 전에, 뭔가가 나인을 베어버렸다.
"정말로, 잘했습니다.
이젠 쉬세요. 누구도 당신을 탓하지 않습니다."
"크롬..."
반짝이는 듯한 금발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잘 보인다.
크롬은 휘날리는 스커트를 손끝으로 붙잡으면서, 나인의 명치에 손바닥을 살짝 갖다 대었다.
팡.
뭔가가 파열하는 소리가 났다.
있는 힘을 전부 내부로 흘려 넣었다.
지금의 나인한테는 충분할 정도의 추격타였다.
"큭ㅡㅡㅡ"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났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게 된 나인은, 중력에 저항하지 않고 낙하했다. 그러자 지장보살이 사료에 몰려드는 물고기처럼 모여들어서, 다시금 나인을 주먹의 감옥에 몰아넣었다.
그 모습을, 크롬은 냉랭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
"저기, 우르테. 옷이 더러워졌어."
"그건 나도 그래.
그러니까 군복으로 입으라고 말했는데."
특급 2명과 싸운 것이 그렇게나 부담이 될 줄이야, 이것은 슬슬 은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건 그렇고ㅡㅡㅡ"
어느 사이엔가 겐사이의 옆에 서 있던 겐조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잡병, 요마, 용머리, 그 모든 것을 쳐부수고 잘도 이 정도까지 파괴해버린 것이다.
네코구미와 어펙션의 전력은 상당한 것이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뒤, 겐조는 이 말을 입에 담았다.
"내가 나설 필요는 있었나?"
주위를 둘러본다.
모두가 침묵하는 와중에, "전 덕분에 살았어요." 라며 우르테가 감사의 말을 했다. 그 이외에는 조용하다.
켄자키도 수도, 그리고 지드도 이 중년은 대하기 껄끄럽다.
그때 문득,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가라시 천위 마술사님.
의식으로 바쁜 와중, 수고를 끼쳐드렸군요."
"흥."
농담하는 로긴스에게 가볍게 코웃음친다.
아무래도 바깥이 시끄럽다고 생각해서 일을 끝내고는 서둘러 달려와봤더니 이런 상태. 이미 대부분 끝나지 않았는가.
"어이, 로긴스 꼬마. 이제 난 돌아가도 되지?"
"예? 아뇨, 모처럼 오셨으니ㅡㅡㅡ"
"이가라시 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로긴스의 말을 막고서, 어디에선가 크로이 나타났다. 그 어깨에는 피로 온몸을 물들인 나인이 걸쳐져 있었다.
"뭐야, 원형이 남아있지 않은가."
"그것이 묘신의 무서운 부분입니다.
이가라시 님, 이제부터는 방심하지 마시길."
"음..."
본래 먼지로 바뀌었을 공격 빈도.
직격당하고도 이렇게 인간의 형체를 유지하다니, 무서움조차 느낀다.
하지만, 역시 힘이 다했는지, 나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나인의 모습을 보고, 코즈미 일행은 진심으로 떨고 있었다.
불사신의 이명을 지닌 나인이 완전한 전투불능이 되어있다. 아니, 일어서지 못할뿐이라면 그나마 낫다. 코즈미의 우려는 더욱 앞.
"나, 나인, 씨..."
"죽지는 않았답니다.
하지만, 충격을 주면 죽을 정도로는 약해져 있지요."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크롬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서, 짊어진 나인의 목에 손을 갖다 댔다.
"그만해!!"
소리친 자는 미코였다.
눈을 부릅뜨고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을 새파랗게 만들고는 왠지 매우 험악한 눈동자로 크롬을 노려보고 있다.
미코의 모습을 보고, 로긴스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음? 당신, 그 뭐냐, 미코 씨였었나?"
전날까지 수중에 두었던 신역의 무녀.
하지만 쉽게 부를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건, 아무래도 어려웠다.
"뭐, 뭔가요...!?"
"벽왕의 봉인, 거진 다 풀어졌지요?"
"ㅡㅡㅡ"
수와 쿠가 신역의 힘에 봉인을 건 것은 얼마 안 되었다. 최고급의 술식을 설치했으니 거의 영원히 해제 불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무엇을 했는지 빗장이 느슨해져 있다.
"자각은 있는 모양이네요~"
목소리는 온화했지만, 로긴스의 얼굴은 웃고 있지 않았다. 마술에 무지할 터인 미코가 눈에 띄게 긴장하고 있다. 그렇다는 말은, 역시 뭔가의 수단으로 메리가 눈을 뜨기 시작하고 있다는 뜻.
지금 여기서 그녀와 싸우는 건 좋지 않다.
몇 명은 반드시 사망할 것이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재주껏 숨기도록 하세요. 그녀의 마력이 다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손가락을 튕긴다.
그 소리를 듣고, 먼저 수가 자신을 끌어안으며 뒷걸음질쳤다.
공간에 새겨진 시침 없는 시계형 마법진.
그곳에서 한 걸음, 검은 인형이 나타났다.
이것은 인식할 수 있는 건 몇몇 실력자 뿐.
하지만 대성군의 멤버들은 알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마술인지를.
"어, 무ㅡㅡㅡ"
그것이 미코의 마지막 말이었다.
인형에게 포옹당한 그녀는 입을 연 채, 아무 저항도 못하고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정지되는 모습이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그 사실은, 코즈미와 티아도 알 수 있었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는데, 미코의 기척을 느낄 수 없다. 대체, 무엇이ㅡㅡㅡ
"...30점이네요."
못마땅한 표정으로, 로긴스는 머리를 긁었다.
조금 더 두려움을 준 뒤에 멈췄어야 했다.
"이런이런, 미의 순간을 붙잡는 건 꽤나 어렵군요."
"로긴스 천위 마술사."
이 자리의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살기의 출처는 크롬한테서 나오고 있다.
"장난은, 그쯤에서.
소녀에게 쓸 마술이 아닙니다."
"놀이? 말도 안 되죠.
지금 이 자리에서 메리 노트가 날뛴다면, 당신 책임질 수 있습니까?
제가 잘못된 대응을 했다면, 부디 말해보시던가요."
"아아, 이제 그만. 시끄럽다 너희들."
조금 위험한 분위기가 된 두 사람 사이를, 겐조가 보다 못해 나섰다.
"미코...씨..."
인형으로 바뀌어버린 동료들.
죽음 직전까지 내몰린 나인.
눈앞에서 일어난 몇몇 일들에, 코즈미는 자신에게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나쁜 감정이 단번에 솟구쳤다.
소환할 마력도 남지 않은 지금, 코즈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어도, 저항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것이 어떤 결과가 되든 간에.
비비안을 살며시 지면에 내리고서, 발을 한걸음 앞으로 내딛는다. 직감적으로 위험하다고 느낀 티아가, 코즈미의 뒤로 돌아가 겨드랑이를 껴안으며 코즈미를 말렸다.
"시키가미 씨, 안 돼ㅡㅡㅡ"
순간, 눈앞의 경치가 칠흑으로 물들었다.
검은 뭔가가 파도처럼 눈앞의 대지를 삼키고 있다. 뭐가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두 사람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무슨ㅡㅡㅡ"
놀라서 중얼거리는 티아.
직후, 전방에 펼쳐진 어두이 단번에 걷혔다.
빛나는 8체의 지장보살이 원형으로 진을 짜서, 겐조를 중심으로 한 대성군의 멤버들을 지키고 있다.
검은 파도에서 조금 뒤늦게, 더욱 농밀한 검정이 지장보살의 장벽에 충돌했다.
찔러든 것은 초로의 남자.
그가 찌른 흑창의 끄트머리에서, 검은곰팡이와 비슷한 뭔가가 균사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눈부시게 빛나는 팔각형의 장벽을 조금씩 침식하고 있다.
빅토르ㅡㅡㅡ아직 이 남자가 남아있었다.
겐조는 사뭇 짜증 난다는 듯 혀를 차고서, 지장보살 하나를 손으로 조종하여 아직도 장벽에 달라붙은 빅토르에게로 향했다.
"아직도 살아있었나. 야마타는 죽었는가?"
"이가라시, 겐조!"
양손에 힘을 주며, 장벽에 균열이 달리게 한다.
그제야 빅토르의 두 눈이 뜨여있음을 확인한 겐조가, 가증스럽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지금의 네놈을 상대하기는 솔직히 힘겹겠지만ㅡㅡ뭐 좋다."
겐조는 가볍게 땅을 차올랐다. 그에 의해 생겨난 열풍이, 잔해의 파편을 공중에 띄웠다.
빅토르의 목을 손으로 움켜쥔 것은 그다음이었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겐조가, 그의 목을 틀어잡고는 그대로 장벽에서 떼어내었다.
그에 따라, 검게 물든 눈이 겐조를 바라본다.
하지만 갑자기 전개된 범자의 마법진이, 검은 그림자를 모조리 튕겨냈다.
"살육의 마안인가. 하지만 지장보살과 계약한 내 몸을, 그리 간단히 [변환] 시킬 거라 생각하면 큰코다칠 게다."
"거기서, 비켜라!!"
흑창을 돌리며 겐조를 물리치고는, 주위에 그림자를 배치했다. 코즈미 일행한테서 멀어진 것은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다. 어느 정도 떨어진 덕분에, 전력으로 일기토를 할 수 있다.
겐조의 뒤를 쫓는 형태로, 여덟 지장보살이 빅토르에게 주먹을 날린다. 빅토르는 그 하나하나를 꼬챙이로 만들려고 그림자를 뻗었지만, 표층이 부서질뿐이고 심층까지는 창이 닿지 않았다.
단단하다ㅡㅡㅡ
어쩔 수 없이 벽을 몇 겹이나 둘러서 공격에 대비한다.
수십 년이 지나도 지장보살의 강함은 역시 변함없다.
아니, 이가라시 겐조의 무서움은 이것이 아니다.
"산옥지장에 상처를 내다니.
역시 네놈은 위험한 남자렷다."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빅토르는 곧장 대비했다. 그림자들을 일제히 조작하여, 여러 무장으로 겐조가 있을 위치에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그림자의 장벽이 소리 내며 허물어졌다.
"윽ㅡㅡㅡ"
"이몸이 손수 상대하는 일은 최근 거의 없었지.
이 나이가 되면 몸이 말을 안 들어서 말이여.
서로 노년인 건 마찬가진데, 네놈은 아직도 건강한 모양이다만ㅡㅡㅡ"
흩어지는 그리자의 파편 중심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이가라시 겐조의 모습을 발견한다. 지금의 일제 공격은 어느 정도 진심이었다.
이걸 보면, 전성기와 변함없는 힘을 갖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어디, 나도 아직 정정한지 아닌지, 이쯤에서 재확인해볼까."
다시금, 겐조의 모습이 사라진다.
빅토르는 그걸 동체시력만으로 쫓아가서, 사각에서 뛰어든 겐조에게 창끝을 향했다.
"호오, 역시 재깍재깍 움직이는 것 좀 보게."
주먹과 창끝이 마찰한다.
겐조는 내지른 손끝을 돌려서 창을 경쾌하게 무너뜨리고, 그대로 창의 손잡이를 잡고는 억지로 잡아당겼다.
그리고 내지르는 오른 주먹.
빅토르는 고개를 비틀어 아슬하게 피했지만, 그때 목과 어깨의 살점이 조금 뜯겨나갔다.
1초 정도 늦게, 빅토르의 뒤에 있는 분지의 언덕 일부가 소리 내며 폭발했다. 고막이 마비되는 그 폭음에, 노병 3명은 얼어붙은 눈으로 양측을 응시했다.
"변함없군요, 당신."
"아직 현역 아니겠나."
이가라시 겐조.
신수와는 다른 [신]자체를 사역하는 최강의 소환술사.
그의 무서운 점은,
그 자신이 산옥지장보다도 강하다는 점에 있다.
◇
"티아 씨!"
외침도 허무하게, 코즈미의 눈앞에서 티아가 잔해의 산더미에 얻어맞았다.
"ㅡㅡㅡ...하아...."
항복을 선택했을 터였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 이들이 도망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나인을 두고 갈 수는 없다. 비비안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빅토르한테는 미안하지만, 여기서 쓸데없이 저항하는 것이 가장 어리석다고 생각해서다.
그렇게 다녀하고 무저항을 드러내자, 사이드 테일의 소녀가 말없이 티아의 앞으로 걸어와서는 먼저 공격을 가한 것이 일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지면에 쓰러진 티아에게, 이렇게 조용히 물어보았다.
"너, 쿠쨩과 싸웠던 사람이지?"
소녀의 목소리는 분노를 띄고 있었다.
쿠가 이 자리에 없고, 다가오는 기척도 없음에 의문을 품은 모양이다.
"쿠쨩은 어딨어?"
어디냐고 무어봐도.
대성군이 소유한 전이술식으로 날려버렸으니, 대성군만 안다. 오히려 대성군이 아직도 그녀의 장소를 인지하지 못했음이, 티아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응? 어딨는데?"
"몰...라..."
언령을 받은 옆구리가 작렬하는 것처럼 아프다.
[부러져]
둔탁한 소리가, 확실하게 들려왔다.
너무 아파서 식은땀이 솟구친다.
너무 아파서, 잠시 어디가 부러졌는지 구분도 못했다.
다리... 정확히는 발목이 깔끔히 부러졌다.
손쉽게 자유를 빼앗겼다.
"저기, 로긴스."
"예?"
"이 녀석들, 멈춰도 돼."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수의 말에 따라, 로긴스가 술식을 전개했다.
땅을 기어가는 것 밖에 못하는 티아와, 멀리서 보고 있던 티아의 등줄기가 얼어붙었다.
코즈미는 완전히 움직이지 않게 된 미코를 흘끗 바라보고는, 그 자리에서 도주했다.
확실한 타개책이 있는 것이 아닌, 단지 무궤도로, 감정에 따르는 채.
[움직이지 마]
언령이 고막에 닿은 순간, 코즈미의 온몸을 보이지 않는 뭔가가 옭아매었다. 직립은 할 수 있지만, 손가락 하나도 만족스레 움직일 수 없다.
문득, 코즈미와 수의 눈과 눈이 마주쳤다.
소녀의 눈동자는, 바닥이 없는 구멍처럼 검게 물들어 있다. 예를 들자면 심연.
로긴스가 손가락을 젓는다.
균열이 생긴 돌바닥에서, 뭔가가 경쾌한 발소리를 울렸다.
뭔가가 있다.
그 뭔가가, 지금 티아를 쫓고 있다.
"제대로 보라고.
이 언니, 이제 평생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
수는 시선을 돌려, 무저항의 티아를 지긋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기동력을 잃은 티아를 레벤이 끌어안을 때까지, 앞으로 3걸음.
"아아아아아아아아앗!"
노호성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
폭격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강렬한 폭풍이, 잠깐이지만 대성군의 멤버들을 주춤거리게 했다. 그 틈에 티아를 안고서 벗어난 것은, 누구일까. 조금 전까지 전혀 의식이 없었던 비비안이었다.
[비비안ㅡㅡㅡ]
코즈미와 티아가 거의 동시에 비비안을 응시했다. 호쾌하게 눈을 떠서, 적들의 눈을 멀게 하고는 재빨리 동료를 구한 다음 자신의 흑도를 뽑아 든 그녀는ㅡㅡㅡ
"ㅡㅡㅡ하아...하아...."
아무리 보아도, 빈사였다.
외상은 아물었다.
낫기는 했지만, 그것뿐이다.
가장 대미지가 심한 내부의 치유에는 아직 시간이 걸린다.
"그만둬라, 비비안 맥켄지."
늠름한 목소리가 그 자리에 메아리친다.
켄자키 토우카가 한걸음 앞을 막아섰다.
"그 이상은 죽는다."
".......시끄러."
"개죽음은 그만두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도 한번 싸운 사이. 추태를 보이는 건 적당히 해라."
"...그보다 너, 팔이 엉망이 되었을 텐데.."
"너희 동료가 칠칠맞아서 말이지.
부끄럽지만 이렇게 오래 살아남고 말았다."
원래대로 돌아간 팔을 보여주고서도, 켄자키는 비비안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럼, 쿨럭... 다시 한번 부술게."
"지금 것은 최후통첩이었다."
서로에게 무기를 드는 양측을, 로긴스는 성가시다는 듯 교대로 바라보았다.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로 방관하는 모양이라서, 비비안을 쓰러트리는 일을 서두르지는 않았다.
갑자기, 두 사람을 바라보던 수가 입을 열었다.
"저기, 백발 언니. 조금 묻고 싶은 일이 있는데."
"뭐? 백발? 아아..."
비비안은 막 떠올랐다는 듯 자신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대고서, 옆머리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백발이었지..."
"언니들 말이야, 왜 우리를 안 죽였어?"
당연하다는 듯 물어보아서, 비비안은 잠시 침묵했다.
"토우카 언니도, 나도, 그냥 죽였으면 좋았잖아. 우리들은 졌으니까,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는걸."
"저 켄자키는 몰라도, 넌 꼬마잖아."
"그게 어째서? 왜 끝장을 안 냈어? 정말, 의미를 모르겠네."
미동도 안 하는 수의 두 눈을, 비비안 또한 시선을 흘리지 않고 대답했다.
"목숨까지 빼앗을 의미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그걸 적한테 말하는 걸 보면, 넌 전사가 아니라는 뜻."
켄자키가 말한 대사에, 비비안은 솔직하게 수긍했다.
"딱히 나는...쿨럭...그런 대단한 게 아니라서."
"그래서 살인은 긍정할 수 없다?"
"그건, 그래...
그런 거 대놓고 말할 일은 아냐."
"살인의 도구를 쓰고서, 살인의 기술을 쓰면서, 그런데도 살인을 하고 싶지 않다?"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게 아니라, 애초에 요마 사냥을 위해 배운 힘이었어. 뭐, 범죄자한테도 쓰긴 하지만."
비비안은 치밀어 오른 피를 퉤 하고 내뱉고서, 자신의 한계가 다가왔음을 재확인했다.
"죽일 각오가 없다면 처음부터 시비 걸지나 말지."
"뭐?"
수가 바보 취급하는 것처럼 말하자,
비비안의 얼굴에 한 줄기 푸른 핏줄이 떠올랐다.
"시비 건 쪽은 너희들이잖아."
야앵에 마력을 주입한다.
동시에 팔을 검으로 바꾼다.
무게는 팔에 스며들면서 친숙해져서, 비비안의 팔의 연장선이 되었다.
"저기 말이야, 내가, 좋아서 사람을 다치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지잉.
야앵이 갑자기 진동한다.
그에 따라서, 대기가 일제히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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