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 핌불베트르(4)2022년 09월 11일 03시 07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504
"부모를 잃은 날 주워준 샤리아 씨를 괴롭히고, 전 세계 사람들한테 민폐를 끼치고, 내 친구들을 휘말리게 하고ㅡㅡㅡ"
중얼거리는 비비안의 주위가 일그러진다. 뭔가가 왜곡되기 시작하고 있다.
날카로운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끼이이이잉, 하는 고음이 귀를 긁는다.
무심코, 켄자키가 한쪽 귀를 손으로 덮었을 정도로.
"너희들이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세상은 지금도 별 탈 없이 돌아가고 있었어. 그런데도 뭘 잘났다고 전사니 뭐니..."
그치지 않는 고음에, 이번에는 수도 귀를 막았다.
야앵은 밀리미터 단위로 진동하고 있는데,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설마, 그 때의...'
문득, 켄자키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비비안과의 싸움이었다. 공간을 계속 튀어 다니는 검기. 모션을 최소한으로 억눌러서 [모으고] 있다고 한다면ㅡㅡㅡ
"그리고, 죽이느냐 마느냐의 이야기 말인데."
천천히, 비비안이 야앵을 들었다.
팽팽해지는 긴장감에, 수가 호흡을 가다듬는다.
켄자키 또한 예비의 칼을 고유공간에서 발도한다.
"부정해두고서 이러긴 뭣하지만, 살인을 [어쩔 수 없다]는 것은, 뭐 그렇다고 생각해.
코즈미는 상냥하니까, 잠든 아이를 끝장내는 일은 도저히 못하겠지만."
순간, 비비안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적어도 나는, 그때 죽일 생각으로 베었거든."
옆에서 울리는 목소리.
반응하지 못했다.
켄자키는 서둘러 칼을 휘둘렀지만, 이 타이밍에서는 늦어버린다.
검은 칼끝에, 청색의 검이 다가간다.
그러자 비비안의 검은 급격하게 그 궤도를 바꿔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지나갔다.
흘려버렸다.
그것도 정말 간단하게.
수와 켄자키의 의식의 틈새를 노린 공격이었다.
다시 말해 이것은 제삼자에 의한 개입.
"훌륭한 위력이다.
하지만, 너와 나의 유수검은 상성이 좋은 모양이네."
눈앞에 있는 것은 남자였다.
커다란 망토와 화려한 색의 도검.
누구야 이 남자는.
비비안이 마음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네가 로긴스 님의 인형이 되는 일이 아쉬ㅡㅡㅡ"
"방해돼."
검을 손으로 붙잡고서, 그대로 야앵의 손잡이로 배를 친다.
표정이 고통으로 바뀐 지드는 주춤거리며 후퇴하였고, 두 무릎을 부들부들 떨었다.
놓치지 않고 발목을 걸어서, 지드의 자세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마지막 일격은 목을 향해 일자를 그린다.
"지드...!"
파트너의 위기에, 우르테가 수중의 모클을 전탄 내보냈다. 그보다 빠르게, 하얀 섬광이 비비안을 부드럽게 쓸었다.
"앗...!"
비비안이 무릎을 꿇었다.
갑자기 사라진 다리의 감각.
눈을 부릅뜨며 원인을 찾자, 달의 힘줄이 잘린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힘줄 뿐이다. 뼈와 피부는 전혀 베이지 않았다.
이 검술은ㅡㅡㅡ
"너무 날뛴다, 계집."
겐사이가 비비안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그녀의 필사적인 저항도, 이 검귀의 앞에서는 [날뛴다]는 것과 마찬가지인가.
밉다.
이 무력함이.
역경을 헤쳐나가지 못하는 무력함이.
"끝났군요~"
갑자기, 로긴스가 비비안의 옷깃을 잡고는, 티아한테 던졌다. 접촉한 순간, 미세하게 프리즈를 당해버린 비비안은 부딪힌 티아와 함께 일시적으로 행동불능이 되었다.
서 있던 레벤을 다시 가동해서, 두 소녀를 향해 다가가게 하는 로긴스. 의식은 있지만, 정지술식 탓에 몸이 둔하고 제대로 안 움직인다.
"비비안 씨...!"
코즈미가 달려감과 동시에, 오른손에 정지탄을 얻어맞았다. 조금 전처럼 인형에 의한 정지는 아니지만, 코즈미를 그 자리에 묶어두는 목적으로는 넘치고도 남는 마술이었다.
"이익ㅡㅡㅡ"
이를 악물며 팔을 움직이려고 힘을 주지만, 공간에 붙들린 것처럼 꿈쩍도 안 한다.
팔, 만이 움직이지 않는다.
"당신은 거기서 친구가 죽는 모습이나 보시죠."
"죽는...다니..."
"영원히 움직일 수 없으니까요.
저도 해제는 못합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죽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멍하니, 얼어붙은 미코와 아즈마 쿄코를 바라본다.
로긴스는 가벼운 어조로 그렇게 말하지만, 정말로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막아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마력도 바닥난 이 상황에서, 무엇을 무기로 싸우면 좋을지.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할아버지인 시키가미 겐사이였다.
코즈미만 이 정도로 끝난 것은, 아마 겐사이가 대성군에게 미리 말해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말이 통하는 건 가족밖에ㅡㅡㅡ
코즈미는 자존심도 버릴 각오로 입을 열려고 했지만.
"언니, 소용없거든?"
어느 사이엔가 다가온 수가, 코즈미를 정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당황해서는 말이 목에 걸려, 무심코 입을 닫아버렸다.
"겐사이 씨한테 도움을 청해도 소용없는 건, 손녀인 언니가 제일 잘 알지 않아?
그보다, 이제 와서 적한테 도움을 요청하다니, 치사해, 언니. 응, 치사해.
치사하고, 추해.
나보다 연상인데도, 그런 일밖에 못해?"
수는 술술 말하고서, 땅에 붙박여있는 비비안과 티아를 가리켰다.
"언니들은 말야, 졌으니까 어쩔 수 없어. 알아? 지면 상대의 말은 뭐든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 몰라?
그런데도 언니들은 언제까지나 쓸데없이 저항이나 하고."
"그만...하세요... 부탁할게요... 이제, 이 이상은...!"
"이번에는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바보야? 언니, 그것밖에 못해? 정말ㅡㅡㅡ추해."
수는 차가운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서, 비비안 쪽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다행이네, 어니.
겐사이 씨가 있는 덕분에, 이렇게 혼자만 살아났잖아. 좀 더 기뻐하는 게 어때? 아니면, 초조한 척을 하면서도 사실은 안심하고 있어?"
"무슨..."
"안심, 하고 있겠네. 왜냐면 정말로 저 두 사람이 소중하다면 더 필사적이었을 텐데."
수는 그런 말을 일방적으로 내뱉고는, 검은 눈동자 그대로 떠나갔다.
말이 안 통한다.
그것은 이제 충분히 이해했다.
지금부터 코즈미가 무엇을 하든, 로긴스는, 아니 대성군은 저 두 사람을 정지시키는 일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공간에 붙잡힌 것은 왼팔.
팔 전체에 새겨진 계약문을 바라보며, 정지된 것이 오른쪽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코즈미는 약간의 요행에 감사했다.
◇
몸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속박되었다는 표현도 썩 와닿지 않는다.
이 몸이 움직이는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비비안과 티아는, 그런 상태로 로긴스와 인형을 앞에 두고 있다.
"힘을 내면, 조금은 움직일 수 있지요.
원한다면 포즈 정도를 고르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만."
"웃...기지..."
지금이라도 주먹을 날리고 싶지만, 힘이 안 들어간다.
목부터 밑부분이 무기물이라도 된 듯한 착각이 든다.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되었을지도.
'젠....장....!!'
영구적으로 못 움직인다고 들었는데, 비비안의 입장에서는 농담이 아니다. 이런 곳에서, 이런 녀석한테 좋을 대로 당할쏘냐.
하지만 그럼에도 현실은 현실.
여기까지 내몰린 비비안과 티아에게 역전의 한 수가 있을 리도 만무해서, 단지 쓸데없이 시간만이 지나간다.
결국 최후까지 원군은 오지 않았다.
이만한 이변.
다른 마술사들이 모여서 도와주러 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버텨도 그럴 징후는 없었다. 아니, 그런 남한테 맡길 생각만 해서 지금의 상황이 되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티아...미안..."
"비비안...씨..."
가능한 것은 발버둥 정도다.
사뭇 꼴사납게 비칠 것이다.
이것이, 이 전투의, 여태까지의 결말.
비비안은 이 세계가 어떻게 되든 알바 아니지만, 그럼에도, 가족과 친구의 향후는 그런대로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만일 대성군이 이대로 계획이라는 걸 진행시킨다면, 세상은 대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로긴스의 것과는 다른, 하이힐과 비슷한 발소리가 들렸다. 눈앞에서.
"뭔가 남길 말은 있으신지?"
"......................."
"그럼, 진행시키세요, 레벤."
손가락을 내젓는다.
온다.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가 온다.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ㅡㅡㅡ아아아아악!!!"
들어본 적이 없는 외침이었다.
귀에 잘 들리는 비명.
한 박자 늦게, 비비안의 얼굴에 선혈이 튀었다.
티아는 눈을 의심했다.
코즈미가 소도를 로긴스의 어깨에 찔러 넣은 것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비비안도 마찬가지다.
코즈미는 완전히 움직임을 봉인했을 터.
즉석의 수갑으로 팔을 고정시켰으니, 그 자리에서 이동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
티아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무서운 가능성이었다. 쭈뼛쭈뼛. 천천히. 완만한 움직임으로, 티아는 조금 전까지 코즈미가 있던 장소에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팔ㅡㅡㅡ그것만이 공중에 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팔꿈치부터 조금 앞부분이.
지금도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그것은, 인형의 것이 아님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시키가미, 씨..."
코즈미는 역수로 든 소도를 로긴스의 어깨에서 빼내고는, 그대로 물 흐르는 동작으로 복부를 찔렀다.
장벽에 막혔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로긴스의 어깨에서는 피가 철철 나오고 있다.
그리고.
"하아...하아...!"
폭포수 같은 땀이 핼쑥한 얼굴을 뒤덮고 있다.
코즈미한테는 왼팔이 없었다.
"시키가미 씨, 뭐... 하는 거야..."
"괜찮아요."
괜찮을 리가 없다.
이것에는 겐사이도 동요했는지, 날카로운 눈이 약간 커져 있다. 설마 이런 행위까지 저지를 줄은 생각도 못했으리라.
"내장을...하악...찔렀습니다..
움직이면 그냥 안 끝나요."
숨을 헐떡이면서, 두 번째 소태도를 품에서 꺼내 든다. 로긴스는 얼굴을 숙인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두 사람은, 반드시...제가."
숨을 삼킨다.
"흠, 과연..."
로긴스가 기분 나쁜 움직임으로 고개를 들더니, 코즈미를 바라보았다.
"친구를 위해서라면 팔 하나 정도는 아깝지 않다는 말입니까."
소태도는 배에 제대로 꽂혀있다.
하지만 로긴스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그걸 빼들더니, 칼날에 묻은 피를 혀로 할짝거렸다.
"당신, 아름다워.
저기 있는 목상보다도, 덧없고, 보다 세련되었어."
로긴스가 사라진 것은, 그 직후였다.
사실 고속으로 움직였을뿐.
그것조차도, 코즈미한테는 확실하게 안 보인다.
로긴스의 커다란 다섯 손가락이, 코즈미의 작은 얼굴을 정면으로 움켜쥐었다. 그대로 기세에 맡겨서, 뒷머리를 지면에 패대기쳤다.
"ㅡㅡㅡ윽."
뇌가, 흔들린다.
뒤늦게 쳐놓은 장벽이 없었다면 토마토처럼 으깨졌을 것이다. 머리를 손쉽게 분쇄할 수 있는 위력. 기본적인 힘이 너무 다르다.
"멈추고 싶은데...아아, 멈추고 싶어.
멈추고 싶구만. 멈춰서, 내 것으로 삼고 싶어.
고양이와 무녀로 참으려고 생각했는데, 왜 일부러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짓을 하는 겁니까."
"ㅡㅡㅡ로긴스 메이브리드...!"
"그 눈. 어우 이런. 그런 눈으로 보면, 정말로 멈춰버릴 것만 같군요.
지금은 아직 억누를뿐이라고 생각하겠지만....아아아아아악!!
이 자리에서 겐사이 씨와 싸우게 된다 해도, 당신을 멈추는 매력에는 저항하기 어려워!!"
로긴스는 "어쩔까나~" 라며 어린애처럼 중얼거리더니, 뭔가 깨달은 것처럼 껄껄 웃기 시작했다.
"차라리 겐사이도 멈출까요?
덤으로 당신 부모도.
시키가미 가문 모두를 멈춰서, 제 집에 장식하죠.
분명 최고의 작품이 될 것입니다. 틀림없어, 틀림없습니다!!"
이제는 광기 그 자체였다.
하지만 코즈미는 로긴스한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끊임없이 승산을 찾아서 눈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정했습니다. 역시 정지시키죠.
그 후의 일은 운명에 맡기겠습니다.
이런이런, 참을성 없는 사람이라 미안하네요, 시키가미 코즈미."
"로긴스 천위 마술사."
"아아ㅡㅡㅡ왜요? 지금 좋은 때란 말입니다!"
코즈미를 억누른 채 돌아보자, 시큰둥한 표정의 크롬이 멀리서 말을 걸고 있었다.
"크롬 씨.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아니, 그건 그거대로, 당신을 멈출 구실이 생겨서 좋겠지만."
"로긴스 천위 마술사."
"짜증나게...! 말리고 싶으면 말려보시던가! 그렇게 한다면 저도 거리낌 없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거기 있으면 죽습니다."
"예?"
우드득.
뭔가가 부러지는 쇠가 났다.
코즈미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뭔가 한 기색은 없다.
애초에 무슨 소리인가.
문득, 옆에 서 있던 레벤에게 이변이 생겼음을 깨달았다.
천천히 그 방향으로 눈길을 주자,
흑발의 남자가, 레벤의 머리를 꺾어버리고 있었다.
"......."
흐느적, 흐느적.
목을 잡힌 레벤이, 시소처럼 좌우로 흔들린다. 남자는 그대로 악력을 높여서, 인형의 목에 손가락을 파고들게 하여 절단시켰다.
"아?"
로긴스가 눈썹을 찌푸렸다.
대체, 언제부터 여기 있던 걸까.
애초에 어떻게 여기까지 다가온 걸까.
기억에 있는 얼굴이다.
이름은 기억 안 난다.
이지스의 멤버.
시시도와 사이가 나빴던 남자.
누구지.
그렇게 묻기보다 전에, 남자는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주먹을 휘둘렀다.
"손, 치워."
싸늘한 소리로 그리 전하고서, 팔이 사라졌다.
퍼억.
충격은 그대로 안면의 살점에 전달되었다.
볼에 꽂혀든 주먹.
정신 차리고 보니 아래턱은 산산조각으로 분쇄되어 있었다.
예비동작에서 이미 팔이 빛으로 변한 남자의 구타는, 이를 악물 여유도 주지 않았다. 끝내 벌어지기 시작한 턱은 그의 흉기를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여서,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압착되어갔다.
그때, 시야에 하얀 뭔가가 비쳤다.
선혈을 뿜으면서 공중을 나는 그것은, 방금 근원부터 부러진 로긴스의 어금니였다.
어금니가 부러졌다고 자각한 순간, 찌를 듯한 아픔이 내달린다.
그걸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안저골이 단번에 부서졌다. 마치 쿠키라도 부서지는 것처럼, 주먹이 점점 파고들어간다. 마치 드릴의 감촉.
드릴에, 얼굴을 파이고 있다.
남자는 더욱 깊게 내딛으며, 로긴스를 내려치는 것처럼 때려서 날려버렸다.
운석.
거의, 운석의 직격과 같은 위력이었다.
그런 것을 기습의 타이밍으로 당하면, 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어서.
로긴스의 온몸은 물수제비를 하는 것처럼 지면을 통통 튀더니, 그대로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한 박자 늦게, 대지가 크게 폭발했다.
분출하는 돌멩이가 분수처럼 하늘을 뒤덮자, 광범위하게 걸쳐 땅의 갈라짐이 종횡무진으로 질주한다.
[...............]
그 자리가 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제각각이 제각각의 이유로, 그를.
사토 소스케를 응시했다.
"소...군...?"
"미안, 늦었지."
소스케는 코즈미의 어깨에 손을 대면서 깊게 숨을 내쉬고는,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전장에는 많은 동료들이 있다.
엉망진창이 된 나인.
상처투성이인 비비안.
움직이지 않게 된 아즈마 쿄코.
미코.
엘리제.
미리온.
팔이 사라진 코즈미.
누구도 무사한 자는 없었다.
아직 상황은 모르겠지만, 여기서 싸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대성군의 멤버를 보면, 쉽게 상상이 간다.
소스케는 오른손으로 얼굴을 덮고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입가를 약간 떨면서, 감정을 근원부터 끌어올리는 것처럼,
"네놈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겐사이와 크롬도 예외가 아니어서, 반사적으로 전투태세에 들어가게 하기에는 너무나 충분한 위협이었다.
그리고.
"....힉."
분노로 몸을 불태우는 소스케와 우연하게 눈이 맞은 것은, 멍하니 서 있던 수였다.
전체를 둘러보던 소스케와 시선이 맞은 것은 아주 잠시였지만, 전날의 기억이 떠올라서 어깨가 작게 떨린다.
"...부상이 심하구나. 안심해. 바로 낫게 해 줄게."
소스케가 코즈미를 안은 채 품에서 뭔가를 꺼내려고 한다. 그걸 본 수가,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우, 움직이지 마!]
언령을 보냈다.
마력이 담긴 대기의 진동은 코즈미와 소스케를 감쌌고, 신경을 통해 뇌에 직접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소스케는 멈추지 않았다.
단지 수를 냉담한 눈으로 바라보고는, 긴 판자 같은 꺼내서 코즈미의 팔에 갖다 대었다.
[움직이지 마!!]
"어이, 팔은 어딨어?"
수를 못한 채 코즈미에게 물어본다.
코즈미는 숨을 몰아쉬면서, 천천히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공중에 뜬, 아니 공중에 고정된 코즈미의 팔이 있었다.
마치 팔만 정지된 것처럼.
".............."
저 능력ㅡㅡㅡㅡ
소스케의 얼굴에서 감정이 빠져나간다.
보다 어둡게, 보다 차갑게.
그럼에도 코즈미의 앞에서는 태연하게 있으려고, 소스케는 애써 분노를 삭이고는 미소를 가장하여,
"잠깐, 거기서 기다려."
코즈미는 소스케의 경직된 얼굴에서 어둠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몇 년 만일까, 저 얼굴을 보는 것은.
이 음울한 상황을 목격하고서, 진심으로 화내고 있다.
소스케는 코즈미의 팔을 회수하려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아직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말라고, 말했잖아!!]
"시끄러."
한 마디.
작게 중얼거리자, 다가오던 마력이 튕겨 나서ㅡㅡㅡ
"악....!?"
수의 몸을,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구속했다.
속박당한 것처럼.
"왜...내가...!?"
언령을 [반사당했다].
수에게는 완전히 미지의 경험.
".............지드, 준비해."
걸어가는 소스케를 보며, 먼저 켄자키가, 지드가, 우르테가 일제히 자세를 취했다. 경고해서 멈출 상대는 아닌 모양이다.
공격 간격에 들어오자마자, 주저 없이 공격을ㅡㅡㅡㅡ
순간, 눈앞에서 소스케가 사라졌다.
소리 없이, 먼지도 일으키지 않고.
전이는 아니다.
술식은 보이지 않았다.
".............읏!"
어느 사이엔가, 소스케는 켄자키의 옆을 걷고 있었다.
바로 옆이라기보다는 켄자키와 지드의 사이를, 산책하는 모습으로 걷고 있다.
이 이상 없을 도발에, 켄자키가 이를 악물며 분노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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