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 핌불베트르(2)2022년 09월 10일 15시 29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485
순간의 찰나, 야마타의 목이 셋, 소리 없이 썰려나갔다.
[ㅡㅡㅡ읏!]
야마타의 시야에 종횡무진하며 달리는 것은 검은 낫 같은 무기다. 하지만 그것들에는 무기질 같은 분위기가 없다. 핏줄과 비슷한 맥박을 되풀이하면서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야생의 느낌이 든다.
자유자재로 약동하는 그 모습은, 일종의 생물처럼도 보인다.
[ㅡㅡㅡ카아아아아아아아앗!!]
목을 베여도, 야마타에게 동요란 없었다.
전혀 겁먹지 않고, 눈앞의 빅토르를 향해 독을 내뿜는다. 보라색의 그 연기는 부채꼴로 퍼져서, 빅토르를 덮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독무를 가로막은 것은 그림자로 구성된 벽이었다.
그것이 몇겹으로 중첩되어, 빅토르에 대한 공격을 완전히 저지하고 있다.
본래라면ㅡㅡㅡ
야마타의 성질상, 평범한 마법장벽이라면 [썩어문드러질] 터. 그런데 이렇게 버티는 이상, 빅토르의 간섭력은 야마타에 필적한다는 뜻이다.
갑자기 빅토르가 손가락을 흔들었다.
그에 따라 지면에 전개해놓은 그림자가 일제히 야마타를 향했다. 그 속도는 야마타의 움직임을 완전히 상회하고 있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야마타의 등에서 거대한 창이 돋아났다.
하나, 둘..
잡목처럼 마구 도다난 칠흑의 기둥이, 야마타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늘어난다.
그렇다면 하늘로.
그렇게 생각한 야마타가 꼬리로 지면을 치면서, 그 반동으로 아득한 상공을 향해 도약했다.
야마타는 빅토르의 능력을 눈치채고 있다.
그림자에서 생겨난다면, 그림자가 없는 장소로 가면 된다. 하늘에 뜨면 그림자는 없다.
하지만 그 생각은 경솔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하늘 밖에 도망칠 길은 없지요. 하지만."
주먹을 편다.
빅토르는 완만한 동작으로, 하늘로 날아가는 야마타에게 손바닥을 향했다.
"제 그림자는 전염됩니다."
야마타의 움직임이 둔해진 것은 그때였다.
속에서 올라오는 어찌할 수 없는 구토감.
뱃속에서 점점 부풀어오르는 것의 정체를 고찰하는 것보다 빨리, 빅토르가 편 다섯 손가락을 굳게 오므렸다.
"안됐지만,
이미 당신 속은 제 어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짜여진 술식을 전개한다.
짜여진 마언에는, 명백한 살의가 깃들어있었다.
"사연(死淵)."
◇
제비 같은 궤도로 날아간 순백의 칼날을, 백은의 손날이 쳐낸다.
자석처럼 마주친 손톱과 칼끝에서 나온 여파가 충격의 격류가 되어 비명을 지른다. 고리형으로 펼쳐지는 힘의 파도는 잔해더미를 날려버렸고, 또한 주위에서 원호에 힘쓰던 지드 일행 3명의 견제도 되고 있다.
"후우ㅡㅡㅡ"
한 호흡.
한 박자 시간을 두고서, 나인이 조용히 가속했다.
겐사이의 뒤에서, 정면에서, 위에서, 혹은 땅을 기면서,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착란을 노렸다.
그럼에도 겐사이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눈동자만으로 고양이를 계속 쫓았다.
다음 순간, 짧고 작은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겐사이에게 움직임은 없었고, 심지어 칼집에 수납된 칼의 손잡이ㅡㅡㅡ그곳에 올려놓고 있던 오른손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ㅡㅡㅡ읏!"
고기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검을 든 지드가 그 음원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보이는 것은, 갑자기 나타난 붉은 비말이 지면에 떨어진 장면뿐.
우르테와 수도 마찬가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싸움에 손을 댈 수 있는 자가 있을까ㅡㅡㅡ그 정도로 차원이 다르다.
"잔잔한ㅡㅡㅡ"
발도하여, 날아다니는 파리를 쳐낸다.
하지만 빼앗은 것은 옷자락 뿐.
여기 와서 더욱 속도가 올랐다.
그럼에도 거듭된 연전으로 겐사이의 몸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는지. 어펙션의 간부들과의 싸움은, 노년의 무골한테서 마력과 체력을 상당히 깎아놓고 있었다.
"으윽ㅡㅡㅡ!!"
소모라고 말한다면 고양이 쪽이 훨씬 높은 부하를 받고 있을 터. 하지만 아직 버티고 있는 이 저력, 역시 하나의 팀의 수장을 맡을 정도라고 해야 할까.
겐사이는 싱긋 입가를 들어 올리며, 검에다 빠르면서도 복잡하게 가속시켰다. 한 호흡에 네 번 검을 휘둘러, 나인을 참격으로 베어버린다.
상하좌우 사방에서 엎쳐오는 질풍을, 나인은 더욱 빠른 신속으로 피해 보였다.
회피의 대가는 왼쪽 팔 하나였다.
이미 피는 안 나온다.
뼈와 살까지는 돋아나도
혈액의 재생까지는 따라가고 있지 않다.
아픔에 부르르 떠는 것이 아닌, 나인은 공중을 박차며 겐사이를 향해 똑바로 가속한다.
그럼 끝장을ㅡㅡㅡ
칼날을 다시 납도 하고서, 칼집에 미끄러트리며 발도 한다. 아름답게 번쩍이는 칼끝이 하얀 목덜미에 빨려 든다.
여기서 목을 떨어트리면 잠시나마 의식을 잃는다.
겐사이라면 그 사이 나인의 잔존 마력량을 상회하는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다시 말해 여기가 승부처.
대신할 자도 없는 속도 대결.
함께 죽는 일은 논외.
상대하는 대적에게, 내가 먼저라며 칼을 뻗는다.
"백봉ㅡㅡㅡ"
술식 전개.
막대한 마력이 휘몰아치며, 하얀 격류가 되어 나인의 주위에서 물결친다.
순수한 관통 공격.
온몸을 하나의 창으로 만들어, 공기가 작렬할 정도의 속도로 파고든다. 그것에는 후퇴의 의사가 없었고, 또한 다음 공격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야말로 혼신의 일격.
"잔잔한 태도 - 어뢰(御雷)."
오른팔에서 칼끝까지를 뇌광으로 변화시킨다.
신속을 자랑하는 잔잔함 속에서도 최고의 검기인 이것은, 유운에 의해 더욱 가속한다. 그야말로, 물리법칙까지 무시해버릴 정도의 속도로.
'간이공간간섭ㅡㅡㅡ'
역시 유운은 단순한 마검이 아니다.
명백하게 겐사이의 [공간왜곡]과는 다른 간섭이 발생하고 있다.
육장검이 전부 저러한지, 아니면 유운이 특별한지.
아니
지금은 그런 일은 상관없다.
나인이 해야 할 일은, 눈앞의 장애물을 쓰러트리는 일. 단지 그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한다.
"대섬갑(大殲甲)."
빛을 뛰어넘는다.
신속으로 온다고 하면, 그 신속을 능가한다.
서로의 무기는, 지금 그야말로 상대의 목숨에 닿으려 하고 있다.
◇
얼음의 폭풍을 두르면서, 쿄코는 일사불란하게 해머를 휘두르고 있다.
계속하여 생겨나는 빙산.
쿄코가 지면을 칠 때마다, 빌딩이라고 착각할 사이즈의 얼음덩이가 출현한다. 그것은 이제 작은 산맥이라 말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후ㅡㅡㅡ하하핫!"
웃는 로긴스지만, 회피 자체에 여유는 없었다.
무호흡 운동의 초난타가, 로긴스의 코를, 옷소매를, 망토 자락을 스치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 조금이면 끝난다ㅡㅡㅡ아직 그런 예감은 없다.
쿄코는 집중력을 극한까지 연마해서, 항상 최선의 일격을 정중하게, 그러면서도 고속으로 되풀이하고 있다.
그것들은 피하거나 혹은 장벽으로 튕겨 나서, 아직 로긴스의 살에는 닿지 않고 있다.
하지만 로긴스가 반격에 나서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 그 또한 쿄코의 거친 맹공에 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쿄코가 호흡을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이미 심장은 정지하고, 뇌에는 혈액도 돌지 않고 있다.
하지만 쿄코의 육체는 여태까지 없을 퍼포먼스를 실현하고 있다.
감각도 예민.
로긴스의 행동을 예지하여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포텐셜 이상의 힘의 대가는 쿄코 본인의 목숨.
출력을 최대로 내는 것으로, 쿄코의 육체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목숨이 연마되어가는 속에서, 쿄코는 매우 냉정하게 망치를 휘두른다.
"하하핫ㅡㅡㅡ"
계속 웃는 로긴스.
대기를 고정시켜서 대검의 모양을 만들어, 망치의 타격부에 갖다 댄다.
두 무기에는 점점 균열이 달렸고, 제각각 파편이 되어 공중에 흩어졌다.
양측은 거의 동시에 술식에 의해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내고는, 눈앞의 적을 향해 휘둘렀다.
다시 맞붙는 검과 망치ㅡㅡㅡ본래 결코 부서질 일이 없는 무기의 충돌은, [모순]의 고사의 재현이었다.
"정말 좋아! 짜릿해!"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공인(空刃)]
마검을 쓰는 로긴스지만, 공기를 정지시키는 걸로 만들 수 있는 이 검 쪽이 백배는 강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공인에 비한다면 마건 따윈 [장난감]이나 마찬가지. 이 투명한 도검이야말로 로긴스의 진짜 무기.
손쉽게 이길 거라 생각했던 여자가, 그 힘과 호각으로 겨루고 있다. 나름대로 힘을 해방했는데도 아직 인형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로긴스는 흥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까지 버틴 사람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손잡이가 없는 투명한 칼날을 10자루 등 뒤에 만들어 낸다.
팔을 지휘봉처럼 내려서, 검의 무리를 춤추게 한다.
칼날의 파도는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불규칙한 궤도로 쿄코를 뒤쫓았다.
모두 막아내지 못할 거라 직감한 쿄코는, 장미 모양의 얼음덩이를 창조하여 몸을 지켰다. 충돌할 때 몇몇 꽃잎은 스러졌지만, 칼날이 쿄코를 다치게 하는 일은 없었다.
발바닥에서 얼음의 꽃을 피우고서, 그대로 로긴스를 향해 달려간다. 기세를 전부 망치에 실어서, 로긴스의 몸통을 쓸어버리려고 일자를 그린다.
가로막은 것은 공기의 기둥.
로긴스는 해머의 거대한 타격부와 긴 손잡이의 이음새를 정확히 조준해서, 그곳에 걸쳐지도록 기둥을 지면에서 솟구치게 한 것이다.
생각은 멋지게 먹혀들어서, 기세가 줄어든 해머를 절반으로 부러뜨리고 쿄코의 양손에 둔한 저릿함만을 남겼다.
"틈을 보였군요."
[공인]을 꺼내서, 어깨에서 허리에 걸쳐 비스듬히 벤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확실한 느낌. 튀어 오르는 선혈. 이 싸움을 리드한다는 실감을 체감하면서ㅡㅡㅡ
"컥...!"
거대한 망치가 우반신을 때린다.
해머, 라기보다 이제는 벽과의 충돌이었다.
반사적으로 장벽을 만들어 망치와 몸 사이에 끼웠지만, 얇은 유리로는 쿄코의 일격을 막아낼 수 없어서, 로긴스는 트럭에 치인 것처럼 날아갔다.
"방금의 상처, 얕지는 않았건만."
몸을 비틀어 착지하자, 피를 휘날리며 질주하는 쿄코가 보였다. 표정은 없지만, 분명 초조해하고 있다. 제한시간이 머지않다.
"정면승부를 원한다면, 좋습니다."
계속하여 공인을 창조하여 칼날의 총알을 발사한다. 쿄코는 싸늘한 눈으로 그것들을 바라보며, 망치를 부채처럼 휘둘러서 한 번에 총 10개의 칼날을 부쉈다.
하지만 여러 방향에서 공격해오는 모든 칼날의 대응은 불가능에 가깝다. 망치의 맹위를 피한 칼날이, 어깨와 옆구리에 하나씩 박힌다.
통각이 차단되어있다면, 신경을 끊으면 된다.
쿄코의 행진을 막은 것은 장딴지에 박힌 하나의 칼날이었다. 뇌의 신호가 단절된 몸의 파츠는 매우 느려져서, 쿄코를 그 자리에 붙들어 매었다.
기회로 본 로긴스가 한 손에 공인을 들고 쿄코를 덮친다.
이번에는 정중앙ㅡㅡㅡ정확하게 배를 찔렀다.
검끝은 척추에는 닿지 않았지만, 충분한 대미지다. 고양이라면 태연한 표정으로 받아 흘리겠지만, 이 여자는 그렇게 안 된다.
"끝입니다."
팔을 편다.
직접 마력을 흘려 넣어서, 완전히 멈춘다.
이 외상으로는 제대로 저항도 못할 터.
이겼다.
"ㅡㅡㅡ아."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상온의 공기가 따스하게 폐를 채웠고, 텅 비었던 쿄코의 눈동자에 생기를 깃들기 했다.
뻗어오는 오른손에는 흉악한 마력이 깃들어있다.
목적지는 목일까.
탁.
뻗어오던 손을 쳐낸다.
기세를 돌렸다.
자세가 무너진 로긴스가, 흐트러진 두 다리를 정돈하기 위해 발바닥을 강하게 내딛는다.
폭풍이 일어난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쿄코를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태풍.
달리는 회오리는 대지를 깎고, 바닥을 빈약한 것으로 바꿔나간다.
이건 위험하다.
그렇게 직감한 로긴스가 반사적으로 후퇴.
하지만 순식간에 전개한 빙결의 구속진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푸른 마법진은 겹겹이 로긴스의 몸에 달라붙어서, 일시적이나마 완전히 자유를 빼앗았다.
지금밖에 없다.
막대기 같은 손발에 힘을 넣자, 여러 곳에서 피가 솟구쳤다. 목숨이 고갈되어가는 감각. 하지만 촛불은 다하기 전이 가장 잘 불탄다고 한다.
마력이란 마력을 쥐어짜내서, 그 전부를 망치에 싣는다.
다중마법진을 연속으로 가동시켜서, 두 번 다시 움직일 수 없도록 영혼까지 얼려버린다.
이 남자만 쓰러트리면, 다음은 동료들이 어떻게든 해주리라. 천위 중에서도 최악이라 일컬어지는 마술사를 쓰러트린다면, 이 목숨 아깝지 않다.
"아, 아아아ㅏ아아ㅏ아아ㅏ아!!"
절규와 함께 해머를 가속시킨다.
먼저 일타.
로긴스의 옆구리를 두른 마법진을 때린다.
망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파고들어서, 그의 몸을 く자로 휘어지게 했다.
쿄코는 망치를 뽑아서는, 궤도를 바꿔 관자놀이에 있는 힘껏 박아버렸다.
마비에 가까운 느낌으로 움직이던 로긴스의 팔을, 유려한 동작으로 손봐준다. 반격은 용서치 않는다. 그것은 쿄코의 패배를 의미하니까.
연격은 이제 막 시작했을뿐.
해머를 수중에서 빙글 돌리고는, 부러트릴 기세로 발을 치고, 허리를 치고, 정강이를 치고, 가슴을 치고, 안면을 치고, 정수리를 치고.
치고, 때리고, 박는다.
온몸을 잘근잘근 다져놓는다.
가속한 망치의 모습은 안 보이게 되었고, 단지 푸른색으로 빛나는 궤도의 흔적만이 로긴스와 쿄코를 연결하고 있다.
"Valkyrie stamp rally."
거대 요마도 쓰러트리는 중격의 연속다중공격.
그에 따라 가동하는 공간빙결술식이, 일체의 반격을 허락하지 않고 로긴스를 공간 채로 얼음의 벽에 가둔다.
일련의 러시가 끝나자, 쿄코의 주위는 설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얼음 속에서 조용히 서 있는 로긴스를 확인함과 동시에, 쿄코는 지면에 빨려 드는 것처럼 무릎을 꿇었다.
들고 있던 해머에 금이 가더니, 거짓말처럼 산산조각 난다.
몸은 이제 못 움직인다.
마력 때문이 아닌, 이제 그릇이 못 버틴다.
하지만 몇 겹으로 둘러친 빙결의 봉인술식은, 로긴스한테서 영원히 자유를 빼앗았다. 이제 쿄코 본인도 해제할 수 없다. 이제는 영구한 시간의 흐름에 맡겨, 그의 목숨이 고갈되기만 기다리면 된다.
"............."
끝났다.
이제 중얼거릴 힘도 없다.
앞으로 몇 분만 있으면, 이 몸도 다할 것이다.
이것이 분수에 넘치는 힘의 대가.
그래서 적어도 그전에, 나인에게 승리의 보고를.
일어나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한 치 앞도 안 보이게 되어버린 시야에 기대어, 그녀의 마력을 좇아서.
"나인..."
서걱.
기분 나쁜 소리를 울리며, 쿄코는 멈춰 섰다.
시선을 떨군다.
가슴이 뭔가에 관통되어 있다.
볼 수는 없지만, 예리한 날붙이가 등에서 가슴에 걸쳐 관통하고 있다.
"...?"
등 뒤에서 다가오는 발소리에 떨었지만, 쿄코는 뒤를 돌아볼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오랜만에ㅡㅡㅡ유쾌한 싸움이었습니다."
로긴스가 뒤에서 돌아오는 형태로 걸어 나왔다.
그만큼이나 중첩한 봉인술식은 먼지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방심했군요. 실망입니다."
머리가 안 돌아간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반사적으로 뻗으려던 팔이, 팔꿈치 앞쪽에서 부러진다. 인형처럼 무기질하게 얼어붙은 그것은, 지면과 닿자 깨져버렸다.
"어떻....게."
얼렸을 터.
그건 틀림없다.
그런데 왜.
왜.
왜왜왜왜왜왜.
"한 마디로 당신의 약함이 원인입니다. 당신은 제게 술식을 걸고, 저는 그걸 저항하며 견뎌냈다. 정말, 단지 그것뿐입니다."
"거짓말..."
"그런 것보다, 앞선 공격은 훌륭했습니다. 일시적이지만 육문과도 필적하는 힘을 이끌어낼 줄이야.":
로긴스는 "아니." 라고 자조섞어 고개를 젓고는, 쿄코의 머리카락을 난폭하게 붙잡았다.
"[필적]은 아니었지만요."
"아..."
그것은 쿄코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술식이었다.
모든 것을 때려 박아서, 생명까지 불태운 전신전령의 술식.
그것이, 손쉽게 파훼되었다.
애초에 승부는 되었던 걸까.
하나 확실한 점은, 쿄코에게 더 이상 저항할 힘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꺼내 준 포상으로, 저의 비장의 수를 보여드리죠."
로긴스의 발밑에 시계형 마법진이 전개되었다.
하지만 그것에는 시곗바늘이 없었다.
시간을 새기기를 포기한 그 마법진에서, 천천히 인간형의 뭔가가 나타났다.
"영겁정지Leben freeze."
나타난 것은 검은 인형이었다.
칠흑의 드레스를 입은 그것은, 노출된 모습으로 보아 여성형이라고 알 수 있다. 검은 머리는 허리까지 뻗어있었고, 앞머리가 너무 길어서 얼굴이 잘 안 보인다.
부자연스럽게 높은 키.
마디 관절마다 접합된 듯한 흔적이 눈에 띈다.
인형, 여자 인형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고, 쿄코는 전율했다.
후퇴하려고 하지만 다리가 얼어붙어서 이미 지면과 동화되어 있다.
"보이는 겁니까?"
쿄코의 시선을 깨달은 로긴스가, 인형의 어깨를 친다.
"보인다면 이야기는 빠르죠.
이것이 제 힘의 정체.
기생인형(패러사이트)입니다."
"..........으, 아..."
"시공간을 정지시키는 봉인술식 그 자체.
지금까지의 마술은, 전부 이것의 일단에 불과합니다."
인형이 걸어옴과 동시에, 쿄코는 오른손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지금의 몸으로는 실낱 같은 여력도 남아있지 않다. 부하가 걸린 손에는 균열이 달렸고, 그 금은 팔을 타고 목덜미까지 확산되었다.
"그만두는 편이 좋아요. 예쁜 피부가 아깝습니다."
몸의 붕괴를 막은 것은, 의외로 인형이었다.
지금이라도 무너질 듯한 오른팔에 손을 갖다 대자, 붕괴가 그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인형의 얼굴에 자비는 없었다.
아무래도 표정까지는 움직이지 않는 모양이다.
들러붙은 듯한 무표정이, 쿄코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다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저는 인형 수집이 취미입니다."
몸이 사라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잘라낸 듯한, 제외된 듯한.
얼어붙었음에도 느껴졌던 [몸의 일부]라는 확실한 감각이, 쿄코의 사지에서 사라져 간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훌륭한 상대를 만났을 대는, 그만 인형으로 바꿔버리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로긴스는 가벼운 어조로 이어나갔다.
"미래영겁, 그 마술이 풀릴 일은 없겠죠. 기뻐하십시오.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저의 컬렉션이 된다는 사실을."
그리고ㅡㅡㅡ
저항하는 기색도 없는 쿄코를, 검은 인형이 끌어안았다. 딱딱한 두 팔은 등까지 돌아가서는, 부둥켜안으며 자유를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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