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 패러사이트 프리즈(1)2022년 09월 09일 20시 00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463
점토처럼 비틀린 지형 속에서, 우토 미즈키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움직이지 않고 있다.
"..............."
용머리가 들이닥친 것은 몇 분 전의 일이다.
절체절명인가 싶던 차에, 뭔가 검은 그림자 같은 것이 전장을 달렸다.
그러자 용머리는 약간의 핏방울을 흩뿌리면서, 그 이외의 상흔을 전혀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갑자기 지면이란 지면이 죄다 솟아올라서, 주위의 경치는 순식간에 돌변.
대지는 파도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솟아나서, 본 적도 없는 지형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 사이 사라진 것은 자신 이외의 모두.
왜 미즈키만이 남겨졌는지는 모른다
모르겠지만.
독립되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별로 상관없었다.
"................."
미즈키는 움직일 수 없었다.
움직일 여유가 없었다.
용머리가 사라져서 그런 것은 아니다.
갑자기 동료가 사라져서 그런 것은 아니다.
눈앞에 있는 인물한테서 눈을 뗄 수 없어서다.
"많이 컸네, 미즈키."
친아버지, 우토 젠이치로가 그곳에 있었다.
"방금 전엔 미안했구나.
모르고 공격해버렸지 뭐냐."
"............"
"하지만 이쪽도 여유가 없으니까. 왜냐면 특급 마술사가 두 사람이나 있었고."
"............"
"아아, 착각하지 말아줘. 지금은 뭔가 할 생각은 없단다. 모처럼 십 년 만에 만났으니, 순수하게 너와."
슝.
침 같은 것이 우토 젠이치로의 볼을 스쳤다.
극시 미즈키의 손에서 날아간 바람의 칼날이라고 단번에 간파한 것은, 그도 바람을 조종하는 마술사라서다.
"오우. 너무한데. 갑자기 뭐 하는 거냐."
"당신, 누구?"
미간에 주름을 지으면서, 바람의 방벽을 두르고 물어본다.
"누구? 자기 애비 얼굴도 잊은 거니?"
"누구냐고, 묻고 있어."
젠이치로를 정면으로 노려보면서, 시선을 약간 밑으로 내린다.
그곳에는, 미즈키가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젠이치로는 팔이 없었다.
팔만이 아니다.
배에 큰 구멍이 나 있다.
내장이 통째로 뜯긴 듯한, 부상이라는 말도 부족한 외상을 입고 있다.
"아아, 이거?"
젠이치로는 스스럼없이 옆구리 일부만 이어진 복부를 보여주면서, 싱긋 미소 지었다.
"딱히 괜찮지는 않아. 실제로 방금 전까지 기절하고 있었거든. 단지, 죽지 않았을 뿐이란다."
담담하게 말하는 젠이치로를 보며, 미즈키는 경계심을 높였다.
"다시 한번, 묻겠어."
레이피어의 끝을 향하며, 바람의 촉수를 최대한 늘리며 묻는다.
"당신 누구야? 왜 아버지랑 똑같이 생겼어?"
".............."
젠이치로의 모습을 한 '그것'은, 이윽고 성가시다는 듯 한숨을 쉬더니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가볍게 머리를 긁었다.
"음~ 믿어주지 않는 건가... 일단, 나는 진짜 우토 젠이치로인데..."
중얼거리는 젠이치로는, 검을 든 미즈키에게 무방비하게 다가갔다.
한 번만 베면 그걸로 쓰러진다.
이렇게 대화하고 움직이고는 있지만 마력은 미약.
뭔가 하기 전에 손을 쓰는 편이 좋다.
하지만 손을 댈 수 없다.
다른 사람이라는 걸 확신하면서도, 아직 마음속으로 저항감이 있다.
"...어쩔 수 없지. 이 수는 쓰고 싶지 않았다만..."
젠이치로가 손바닥을 미즈키에게 향했다.
그걸 적대적 행위로 판단한 미즈키가, 야수처럼 도약했다.
젠이치로가 무저항인 것이, 미즈키가 주저하는 최대의 이유였다. 본성을 드러낸 지금, 이제 주저할 필요도 없다.
"하앗!!"
젠이치로의 어깨를 찌르면서, 그대로 지면에 때려눕힌다.
위에 올라타서, 세검의 끝을 목덜미에 갖다 댄다.
"자...이걸로..."
움직일 수 없겠지.
그렇게 말하려던 미즈키가 움직임을 멈췄다.
어느 사이엔가, 젠이치로의 얼굴에 사슬 같은 문양이 생겨나 있었다.
"...일단 대답을 해두마."
스윽.
젠이치로에 올라탄 미즈키의 다리에, 뭔가가 얽혀 들었다.
"폭왕의 목띠... 십 년 전 죽을 뻔했던 나는, 이것 덕분에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이후 이것은 생명기관의 하나로서 필수적인 것이 되었지.
그 대신 어느 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담담하게 말하는 젠이치로의 목소리는, 이미 미즈키에게 닿지 않았다.
사슬의 문양.
그것이 젠이치로의 몸을 통해 미즈키를 침식하고, 순식간에 육체의 주도권을 빼앗았다.
"함께 가자꾸나.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으니."
◇
견문의 탑.
그 기슭.
다즈몬드의 마술에 의해 강제적으로 집합된 열 명 남짓의 마술사들.
하지만, 혼란이 생겨난 것은 아주 잠시였다.
나인을 비롯한 고위 마술사들은, 곧장 상황의 확인을 끝마치고서 상대하던 적과의 전투를 재개했다.
베르베느에 이르러서는 주위에 시선을 돌릴 시간도 생략하고, 맹렬하게 겐사이를 공격하고 있다.
'다즈몬드가 왔다구...'
불안과 초조.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변화가 빠른 전장의 한복판에서, 나인의 고동은 확실히 빨라지고 있었다.
"딴 곳 볼 때가 아닐 텐데요."
바늘구멍처럼 가느다란 틈을 파고든 것은 로긴스였다.
나인의 간격에 파고든 로긴스는 손바닥에 마력을 구현하고서, 단번에 손을 뻗었다.
목을 잡힌 나인은 낮은 비명을 흘리고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흠..."
혼자 뭔가를 납득한 로긴스의 뒷머리에, 다섯 손가락에서 뻗은 기다란 손톱이 덮쳐온다.
로긴스는 아주 잠시 주위의 공간을 정지시키고, 등 뒤에서 기습을 시도하는 '그것'을 가볍게 만졌다.
그것 또한 나인이었다.
방금 막은 두 사람만이 아니다.
로긴스는 대량의 나인에게 둘러싸인 것이다.
그럼에도 로긴스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잘 안되었던 것은 몇 분 전의 이야기.
방해가 들어오지 않는 지하이기 때문에, 로긴스의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즈몬드 씨한테는 감사해야만 하겠군요."
가볍게 웃는다.
그 후, 목덜미에 마력으로 된 참격이 들어왔다.
로긴스는 그것을 작은 장벽으로 막아내고서, 반대로 참격을 내지른 나인에게 정지탄을 쏘았다.
"또 가짜..."
이걸로 몇백 번 째일까.
여태까지의 전투는, 전부 '시간 벌이'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재미없기는... 당신과 싸울 수 있다며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만, 하는 짓이 이렇게 소극적인 견제뿐."
그리고 그것이 가장 유효하다는 것은 로긴스 본인도 자각하고 있었다. 그를 자유롭게 놔뒀다면 한참 전에 이 전투는 끝났으리라. 확실히 나인한테는 로긴스에게 유효타를 가할 힘은 없다.
공격계통의 공간간섭이 아닌 한, 로긴스에게 대항할 수 없다.
그걸 잘 이해한 나인은, 발묶기라는 전법을 택한 것이다.
"제 스태미너가 다하기를 노리는 거겠죠?"
나인 일행을 향해, 가벼운 어조로 입을 여는 로긴스.
"안 됐지만, 그 수단은 잘못되었습니다.
마력이라면 여기에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리 말한 로긴스는 아래의 지면으로 손을 뻗었다
그 의도를 깨달은 나인이 눈썹을 찌푸린다.
"...그렇게까지 해서 날 쓰러트리고 싶냐구?"
"아니요."
로긴스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 따윈,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지면이 옅게 발광하더니, 푸른 선이 신발을 타고 로긴스의 온몸에 뻗어나갔다.
'영맥에서 직접...'
대지에 흐르는 마력을 보급하고 있다.
확실히 저 방법이라면 무제한으로 마력을 쓸 수 있다.
그렇지만.
상당한 위험부담이 있음도 알고 있을 터.
인체에 대한 영향은 결코 간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인이 알고 있는 한, 로긴스는 그렇게까지 해서 싸움에 이기려고 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나인은 로긴스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이유는 어쨌건, 지금 이 남자는 몸을 버릴 각오로 이 싸움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All freeze."
그리고 세계가 정지했다.
하지만 나인에게는 시간이 멈춰졌다는 감각이 없었고, 지금은 후퇴할 여유도 없었다.
의식을 되찾은 나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정지 전과 정지 후의 차이를 찾는 것이 겨우다.
'없어...'
로긴스가 없다.
완전히 기척이 사라졌다.
"젠장..."
분신들이 일제히 흩어져서 로긴스의 모습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나인이 로긴스를 찾은 것은, 그로부터 대략 10초 후의 일이었다.
◇
퍽.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커허억!?"
내장이 압박된 지드가, 폐에서 공기를 일제히 내뿜는다. 꽤 강렬한 일격이었는지, 지드의 손이 짧게 경련했다.
그걸 기회로 본 미리온이, 쇄보로 발목을 멋지게 걸어버렸다. 동시에 능숙히 체중을 이동시켜서 단번에 앞으로 나아가, 혼신의 붕권을 턱에 갈겼다.
회심의 일격.
지드의 눈알이 빙글 돌아간다.
틀림없이 의식이 날아갔다.
이틈에 두 번 다시 일어설 수 없는 구타를 연속으로 먹인다.
"하앗!"
몸을 비틀며 주먹을 모은다.
여기서 끝내고 빨리 아즈마의 응원을 하러 갈 필요가 있다.
온 힘을 모은다.
그래서 눈치채지 못했다.
바로 옆에, 어느 사이엔가 로긴스가 서 있었음을.
"....앗!?"
"이미 늦었습니다."
오른손이 뻗는다.
닿느냐 마느냐의 찰나의 순간.
미리온은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몸을 회전시켜서, 로긴스의 손에서 단번에 후퇴.
힘들게 회피했다.
하지만 그 인식은 잘못되었다.
확실히 피부에는 안 닿았고, 기습에 대응한 미리온은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ㅡㅡㅡ
"아..."
ㅡㅡㅡ로긴스의 마술은 만지면 그 시점에서 끝난다. 손톱이나 머리카락과 접촉한다면, 술식을 부여할 시간으로 충분하다.
"남은 것은....으음..."
로긴스는 움직이지 않게 된 미리온에게서 눈을 떼고, 주위에 남은 적의 마술사를 세기 시작했다.
"10명 정도인가요. 음 많기도 하네요~"
로긴스가 약간 곤란하다는 미소를 보인 직후, 이제야 나인 일행이 무리를 지어왔다.
"Allㅡㅡㅡ"
나인이 멀리서 입술의 움직임을 간파한다.
이 타이밍이면 먼저 프리즈가 들어간다.
나인은 혀를 차고서, 분신의 몇 할을 남기고 마언이 나오는 것보다 빠르게 그 자리에서 후퇴했다.
본체가 1초라도 멈춰지게 되면 그걸로 패배다.
정지 중에 거듭 프리즈를 걸어버린다면 이 싸움에 복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한편 전담 마크가 풀어질 것을 예상했던 로긴스는, 방향을 바꾸어 다음 대상으로 바꾸었다
적당히 시야에 들어온 곳에 있던 자는 아즈마 쿄코였다.
상대는 우르테.
격한 싸움을 되풀이했을 양측은, 서로가 상처투성이로 숨결도 거칠다.
모든 것이 정지한 공간 속에서, 로긴스는 혼자 걸어갔다. 거리를 좁히고서 쿄코의 어깨를 가볍게 치고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너무나 간단한 작업.
시간이 나아가기 시작함과 동시에, 나인이 로긴스에게 뛰어들었다. 완전히 조금 전 행동의 재탕에, 로긴스가 가벼운 미소를 흘렸다.
"Allㅡㅡㅡ"
순간, 로긴스의 몸이 흔들렸다.
어깨를 붙잡혔다고 눈치챘을 때는, 나인의 발차기가 옆구리를 때리고 있었다.
"윽ㅡㅡㅡ"
숨이 멎는다.
대체 누가?
어깨 너머로 돌아보자, 아즈마 쿄코가 한 손에 든 해머를 크게 휘두르고 있었다.
'이 녀석...'
태연하게 움직이고 있다.
로긴스는 이를 갈면서 나인의 발목을 붙잡고는, 프리즈를 흘리면서 아즈마 쿄코에게로 던져버렸다.
고속으로 충돌한 두 사람은 밧줄처럼 뒤얽혔고, 그 틈에 정지탄을 쏘았다.
하지만 멈춘 것은 나인의 분신체만이었다.
아즈마 쿄코도 움직임은 느려졌지만, 조금씩 다리를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아...여전히 당신은, 눈치가 없네요...!"
식은땀을 흐리는 아즈마 쿄코에게서, 묘한 위압감을 느낀다.
그녀가 움직이는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한계가 도달했는지,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기 전에, 아즈마 쿄코는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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