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 산옥 - 아수라 전편(1)2022년 09월 12일 12시 30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535
창문으로 바깥을 내려다보니, 운해가 가득 펼쳐져 있다. 가릴 것이 없어진 태양은 휘황찬란히 빛을 내뿜으며, 짙은 청색의 하늘에서 거룩하게 방을 비추고 있다.
여기 올 때까지 전이진을 몇 번이나 경유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직통이 아니라는 것은 싫을 정도로 이해했다.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갑자기 낡은 오픈카에 타게 된 타카츠키 코지는, 견문의 탑 최상층으로 오게 되었다.
"코지 군은 말야."
살풍경한 흰 방에, 느긋한 목소리가 들린다.
학교의 교실 같은 새하얀 공간.
중앙에는 바닥과의 이음매가 없는 테이블이 돋아나 있고, 그곳에 걸터앉은 류마린이, 의자를 시소처럼 절묘한 밸런스로 움직이고 있다.
"포테토칩은 일본파? 아니면 미국파?"
"............"
"난 미국파야. 양파맛이 좋거든."
과자를 깨무는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마린은 근처에 놓아둔 과자봉지의 내용물을 하나 집고서, 느릿한 페이스로 우물거렸다. 그리고 잠시 손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먹을래?"
".............."
그녀의 의도를 모르겠다.
아니, 이해하고는 있다.
계획을 위해 농화의 적합자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자세한 정보는 듣지 못했지만.
방 안쪽에는 열쇠 구멍 같은 것이 보인다.
마린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세워져 있는 은색의 검은 성검인 걸까. 지금이라도 기습을 하고 싶은 상황이지만, 타카츠키한테는 움직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어이, 마린."
낮은 목소리로 부른 것은 흑발의 대장부.
눈매가 나쁜 남자, 다즈몬드 기라트였다.
"준비는 앞으로 얼마나 있어야 끝나?"
"옙, 현재의 마력충전률은 73%입니다!"
다즈몬드는 "그래." 라며 수긍하고는, 커다란 손으로 커다란 입을 가로믹고는 한번 하품을 했다.
"그럼 난 잔다."
"어라 아저씨. 밑으로 지원은 안 가는 거냐?"
"갈 리가 없잖아.
농화의 회수로 지쳤다고."
다즈몬드는 그것만 전하고서, 완만한 움직임으로 방을 뒤로 했다. 그 순간, 타카츠키의 몸이 단번에 이완되었다. 팽팽했던 공기는 풀어지고, 답답함도 사라졌다.
'저 남자...'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단지 옆에 있을 뿐인 남자한테, 아무 경계도 하지 않는 다즈몬드에게, 타카츠키는 시종일관 신경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견뎠던 것이다. 아마 다즈몬드 본인에게 적대심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대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은 벌레를 신경쓰지 않지만, 벌레는 인간은 자연재해같은 거라 생각할 테니.
그런 힘의 차이를 느꼈다.
".............."
다즈몬드 기라트.
그 남자만은 잘 모르겠다.
진의를 알 수 없다.
전부터 기분 나쁜 남자라고는 생각했지만.
"아니, 잠깐."
문득, 조금 전 했던 마린의 말이 신경 쓰였다.
"밑으로 지원을 간다니, 무슨 의미지."
"어? 아아~ 대성군을 막기 위해 모여든 세력이 쳐들어 왔다더라. 크롬 할매나 겐조 할배 겐사이 할배 같은 간부들이 없는 건 그 탓."
스스럼없이 밝힌 진실에, 타카츠키는 당분간 멍해졌다. 그건 다시 말해, 지원군이 이미 도달했다는 뜻이다.
"뭐, 전멸하겠지만~"
"그게 무슨 뜻인데."
"무슨 뜻이기는,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했으면 아저씨가 나갔을 거라고. 아저씨의 의욕이 안 나는 것은, 다시 말해 그런 뜻이라는 거야."
다즈몬드가 나간 쪽을 흘끗 바라본 ㅏ린은,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코지 군은 모르겠지만, 대성군은 허투루 최강이라 칭해지는 게 아냐."
갑자기 마린은 위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접으며 수를 세기 시작했다.
"직경 150km의 거대운석을 파괴한 것은 대성군이고,
달로 의태한 행성요마를 쓰러트린 것도 대성군이고,
옐로스톤의 분화를 막아낸 것도 대성군이고,
돌연변이로 약해진 태양을 소생시킨 것도 대성군이고,
세계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 것도 대성군이라고?"
의자를 시소처럼 크게 기울이며,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마린은 타카츠키에게 얼굴을 향했다.
"뭐, 확실히 코지 군이 생각하는 대로, 이번 것은 위험할지도~
노인네와 애들이 무리를 짓는다 해도, 숫자의 폭력은 못 당하는데~"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화가 나면서도, 타카츠키는 마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사토 군? 그건 엄청 강해~
역시 마왕을 죽일 정도는 되는걸. 하지만.
넓은 견해로 보면, 지금 밑에서 싸우는 녀석들은 비장의 수가 아니라는 거야.
그야, 강하긴 해.
천위마술사급이 네 명이나 있다니, 핵폭탄이 떨어져도 살아남을 정도라고."
바로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 는 아니었다.
확실히 그 마술사들이라면, 그 정도는 해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아껴놓은 진짜는 더 강하고, 괴물들이고, 절대 지지 않을 녀석들만 있어. 그래서 밑의 녀석들이 이기든 지든 대국에는 관계없음. 그것 뿐."
긴 대사를 끝내고 목마름을 느꼈는지, 마린은 근처에 있던 병을 입가에 갖다 대고는 단번에 들이켰다.
"....너는, 너희들은 결국 뭘 원하는 건데."
"아~?"
"전 세계를 적으로 돌려서까지,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냐고."
마린은 손가락을 턱에 대며 잠시 생각하고서, 의자를 돌려 몸까지도 정면을 향했다.
"신을 되살려서 소원을 이루게 한다고나 할까."
"...무슨 말 하는 거냐, 너."
"아니, 그대로의 의미야."
농담하는 일이 많은 마린이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기 때문에, 타카츠키는 무심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좋아 자세히 가르쳐줄게.
먼저, 그래... 역사 공부부터 시작할까."
◇
일의 시작은 기원전. 신계와 마계, 그리고 인계가 서로 간섭하던 시절의 시대.
신수와 마수가 지금보다 많이 있고, 양측이 다른 이유로 전쟁을 하던 뒤숭숭한 시대입니다.
신수는 여신 레이아를.
마수는 악신 그란을.
제각각 주인의 의지에 따라, 매일 살육전을 벌였습니다.
그 시절 인간들은 뭘 하고 있었냐면, 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외진 곳에서 신수들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모신다기보다, 노예였습니다.
노예라기보다, 가죽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 취급을 받던 인간이었지만, 꽤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행복의 상한이 매우 낮았던 거네요.
그래서 가축 취급을 받아도 깔깔 웃으며 그런 생활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한 명. 딱 한 명, 그런 대접에 만족하지 못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젊은이의 이름은 솔로몬. 나중에 [소환왕]이라 불리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마법사입니다.
솔로몬은 태어나면서부터 왕의 소질이 있어, 누구나 매료시키는 힘을 가졌습니다.
여러 동족들을 복종시킨 그는, 우연하게도 칠대 마왕이라 불리는 대악마들조차 동료로 삼았습니다.
마왕한테도 손을 댄 솔로몬은 우쭐해져서, 신수, 마수 양측에 시비를 걸었습니다.
인간이야말로 세계의 주인에 어울린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결과부터 말하죠.
솔로몬은 토벌당했습니다.
뭐, 어느 정도는 잘 나갔습니다.
특히 마계에서는 마왕이라는 분이 잠자는 상황이었고요.
하지만 그는 졌습니다.
악신의 분노에 불타버렸는지.
아니면 여신의 역린을 건드린 건지.
어느 쪽일까요.
네, 양쪽 전부입니다.
솔로몬을 불태운 여신과 악신은 서로를 뒤섞어서, 한 명의 소녀로 몸을 변모시켰습니다.
그란레이아.
그렇게 이름을 댄 소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처럼 신과 악마를 재주껏 선동해서 싸우게 했는데, 네 탓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어]
솔로몬은 아연실색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싸움은, 전부 1명의 여자의 소행이었던 겁니다.
여자의 목적은 하나.
다른 동족끼리 추하게 싸우게 하여, 그 영향으로 세계가 멸망하는 건 구경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란레이아는 게임의 느낌으로 그런 짓을 하는, 잘 알 수 없는 생물이었습니다.
기분이 나빠진 그란레이아는 세계를 멸망시키기로 정했습니다. 지구를 들어서 태양의 던진다는, 그런 의미불명의 짓을 실행하려 했습니다.
예정이 엇나간 게임을 이 이상 계속할 의미가 없어서입니다.
하지만 세상만사 제대로 되는 법은 없는지라, 그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솔로몬이 신에게 배신당한 신수와 마수를 규합해서, 그란레이아에게 전쟁을 걸었던 것입니다.
전쟁은 오래 이어졌고, 당시 지구의 8할을 뒤덮고 있던 땅은 이 전투 때문에 대부분 날아갔습니다. 초대륙 팡게아도 있었지만 마왕이 원펀치로 쪼개버렸습니다.
사투 끝, 솔로몬이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어 마왕을 봉인하여, 세상에는 안녕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상흔은 심각해서, 사람은 마구 죽었고, 당시의 주신급 신수와 마수는 전멸했고, 차원이 갈라져 신계와 마계가 탄생하는 등 큰일이 났습니다.
큰일이 났지만, 당시 일본을 지배하던 오오노카미라는 일족이 사람들을 인도해서 세계를 신속하게 부흥시켰습니다. 그리고 신수와 마술을 다른 세계로 내쫓은 수완은, 그야말로 구세주라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신들이 구축된 이 전쟁을, 후세에서는 신마대전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세계는 다시 위기에 빠졌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계로 쫓겨간 신수들이 시작했습니다. 육주라고 불리는 여섯 대악마들이 인간계에 강림해서, 여러 나라를 공격하여 인간계를 제 것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이 부근은 타카츠키 군도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 그렇습니다.
그 육왕전설입니다.
오오노카미 가문에 의해 결성된 마술사 부대야말로, 나중에 육왕이라 불리는 최강의 마술사들이었던 것입니다.
육왕들은 공격하는 대악마들을 모조리 봉인하여, 세계에 다시 평온을 가져오는 일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육주와의 싸움은 전부 이용당한 것이었습니다.
까놓고 말해, 봉인되었던 그란레이아가 꾸민 싸움이었지요.
여러 일이 있어서 부활해버린 그란레이아는, 육왕을 두들겨놓고서, 다시 인간을 이용해서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계획을 짰습니다.
하지만, 또 졌습니다.
역사상 최강의 검사로 이름 높은 [스사노오],
최고의 마술사로 일컬어지는 [오오노카미 토요히메]
이 두 사람의 콤비에 의해 봉인되었습니다.
스사노오와 토요히메는 부부였지만,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마왕을 계속 봉인하는 사슬이 되는 일을 선택했습니다.
솔로몬과 같네요.
세 사람 다 대단합니다.
그건 그렇고 두 번이나 패배를 맛본 그란레이아 씨. 이래서는 마왕이라는 이름이 아깝습니다. 정말 유리한 상황에서 시작했는데도 그녀는 졌습니다. 머리가 나쁜가 보네요.
참고로 이 일련의 전투를 제2차 신마대전이라고 합니다.
마왕을 봉인하고 세계를 구한 육왕들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지만, 내심 그리 기쁘지는 않았습니다.
육왕들은 스사노오 씨와 토요히메 씨 두 사람과 그럭저럭 사이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최종결전에서는, 박왕 아덴로브 이외엔 그다지 도움도 안 된 모양이구요.
갑갑한 승리였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일도 잊혔습니다.
남은 마술사들은 협회를 세워서 모든 마술사를 관리. 이제 두 번 다시 신마대전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전 세계의 마술을 봉인하고, 최소한의 마법만 써서 임기응변으로 세계의 조화를 도모하려고 힘썼습니다.
참고로 오오노카미는 멸망했습니다.
꽤 위험한 핏줄이라서 마왕이 몰살시켰습니다. 협회의 전신을 만들어 한번은 세상을 호령했던 오오노카미 사람들의 이름이 흔적도 없는 것은 그 탓입니다.
그로부터 여러 일이 있어서 오늘의 평화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 평화가 마음에 안 들어서 마왕을 부활시키려는 사람들이 대성군입니다.
설명 끝.
짝짝.
◇
설명을 다 들은 타카츠키는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를 못해서다. 지금의 이야기는 그 정도로 반응하기 곤란한 이야기였다. 마치, 방금 만든 픽션의 설정 같아서, 제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너 무슨 말을 하는 건데."
"하찮은 망상으로 들려?
하지만 이건 사실이라고.
마왕과 관련된 역사는 전~부 소거되었으니까.
현대의 코지 군이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냐.
황왕(스사노오)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않은 것은 그 때문.
우리의 목적은 실수를 해방시켜서 마왕을 되살리는 것. 되살린 포상으로 소원을 이루어 달라는 것. 그것뿐이야."
"...설령 마왕이 있다 해도, 그런 위험한 걸 풀어놓은 셈이라니."
"맞아.
그 탓에 세상이 멸망해도 상관없어."
마린은 싱긋 웃고서.
"왜냐면 우리들은 기본적으로 자기만 아는 쓰레기밖에 없으니까요.
타인의 일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럴 여유가 있으면 자신을 신경 씁니다.
타인에게 정을 주지 않습니다.
자기 멋대로 하는 일에 바빠서입니다.
물론 죄책감도 안 느낍니다.
자신 이외에는 신경 쓸 것도 없는 쓰레기라서 그렇습니다."
재빠르게 쏟아내는 말에 따라, 마린의 표정이 점점 사악한 미소로 바뀌었다.
◇
"세계가 멸망해도 자신만 좋다면 된다는 사람의 모임이야.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배려도 안 해.
앞으로 나아갈 때는 발치에 뭐가 있는지 생각하지 않아.
잡초든 꽃이든 갓난아기든 마구 짓밟으며 전진해."
솟아오르는 혐오감에, 타카츠키는 무심코 눈썹을 찌푸렸다. 기분 나쁘다. 눈동자가 정상이 아니다. 분명 정신질환일 거라고, 타카츠키는 적당히 짐작하였다.
"너... 뭐라고나 할까."
"쓰레기?"
"쓰레기라기보다, 꼬마다. 어린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꼬마가 세상을 내 맘대로 휘젓다니, 왠지 재밌지 않아?"
재미있을 리가 있겠냐.
타카츠키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리고서, 눈을 휙 돌렸다.
타닥타닥,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울리기 시작한다.
마린은 아무래도 설득할 수 없는 지경까지 온 모양이다. 이런 사람의 모임이라면, 확실히 제멋대로 놔둘 수는 없다.
어떻게든 여기서 탈출할 방법을...
타카츠키는 손끝에 불꽃을 지피며, 감각을 집중시켰다.
◇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덩어리에 장도를 맞대자, 귀에 거슬리는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
이리자키가 낮게 몸을 내리며 충격에 대비한다.
폭풍은 잔해를 송두리째 들어 올려서는, 나뭇잎처럼 날려버리고 말았다.
내려온 [덩어리]를 받아낸 자는 모모야마다 잇신사이.
운석 같은 그것을 받아냈을 때는, 농담이냐면서 경악하고 말았다.
덩어리의 정체는 산옥지장이었다.
빅토르와의 전투로 주위를 마구 돌아다니다가 여기로 돌아온 것이 몇 분 전.
여덟 개의 지장보살을 데리고 난전 속의 광장에 난입해온 것이다.
찬란하게 빛나던 태양은 거상에 의해 가려지고 말았다. 지금은 올려다보아도 하늘이 안 보인다.
아니ㅡㅡㅡ볼 여유가 없다.
"어이어이, 딴 데 보는 거냐~?"
통나무 같은 팔이 코끝을 스친다.
하지만 피한 것은 옆에서 볼 때의 이야기.
공기를 통해 전해진 진동이, 이리자키의 뼈를 비틀리게 했다.
"아얏....이 녀석!"
주먹을 휘두른 틈에 발을 날린다.
관자놀이에 빨려 드는 것처럼 히트한 발차기는 타격음이 멋지게 울려 퍼졌지만, 그 남자를 주춤거리기에는 부족한 한수였다.
기데온 본.
이리자키가 상대하는 자는 대성군의 특급마술사였다.
발차기 쉬워 보인다는 이유로 공격한 이 남자는, 뭐라고나 할까, 외모 그대로 육체파의 마술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야야........단단해...!"
피부가, 그리고 뼈가 단단하다.
아니, 근섬유조차 단단할 것이다.
발차기를 먹였을 때의 감각은, 맨발로 강철을 차 버린 듯했다.
이리자키의 안색이 나빠진 얼굴을, 글러브처럼 두터운 오른손이 거머쥔다. 뭉개진다고 확신한 이리자키는 몸을 옆으로 비틀어서 기데온의 옆머리에 발차기를 때려 박았다.
"읏..........!"
잠시.
아주 잠시만, 기데온이 휘청거렸다.
하지만 손은 놓지 않았다. 오른손은 지금도 이리자키의 안면을 부수려고 다섯 손가락에 둔한 압력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잠시 악력을 주는 게 느려진 것은 사실이었다.
스윽.
이리자키의 등 뒤에서 둔색의 그림자가 기어 나온다.
그림자는 그 자리에서 단번에 도약하여, 커다란 기데온과 같은 시선까지 뛰어올랐다.
그제야 처음으로, 기데온은 그리자의 저체가 세피로트의 멤버, 마르타임을 깨달았다.
마르타는 그대로 검은 구슬을 손가락에 끼우고서, 이리자키와 기데온의 사이에 가볍게 던졌다. 유리구슬 사이즈의 구슬은 풍선처럼 크게 부풀더니, 막대한 소리와 빛을 광역으로 내뿜으며 파열되었다.
섬광탄ㅡㅡㅡ전 용병이었던 기데온의 뇌리에 떠오른 단어는 그것이었지만, 정확히는 다르다. 섬광탄과 흡사한 술식과, 그것을 가동하는 마력을 구슬에 주입한 것이다.
하지만 사전의 합의가 없었던 그 도우은, 기데온만이 아닌 이리자키한테도 같은 효과를 가져다줬다.
기습에 가까운 충격을 받은 이리자키는 제대로 눈도 못 떴고, 양측은 당분간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빼앗긴 석상으로 변했다.
거기에, 키가 꽤 큰 여자가 턱 내딛는다.
세피로트의 서브 리더, 티파레트는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고서, 기데온의 배를 때렸다.
"억ㅡㅡㅡㅡ"
기데온이 놀란 듯한 소리를 흘렸다.
티파레트의 특징은 [신체강화].
완전한 파워 타입인 그녀의 무기는 연마된 육체 그 자체. 완력만이라면 세피로트에서도 제일을 자랑한다.
혼신의 일격이 들어간 것을 확신한 마르타는, 추격타를 먹이려고 코트에서 더욱 강력한 술식구를 3개 정도 꺼냈다. 다음은 이걸 던져서 맞히기만 하면 된다. 마르타는 가능한 한 간소한 동작으로 재빨리 기데온에게 구슬을 던지려ㅡㅡㅡ
"느려~"
손쉽게 붙잡더니, 반대로 던지고 말았다.
"어ㅡㅡㅡ?"
티파레트의 주먹은 들어갔을 터.
아무리 그래도 반격이 너무 빠르다.
이래서는 안 통한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어이어이...!"
이리자키가 재빨리 되돌아오는 구슬로 순식간에 돌아가서, 세 개 중 하나를 차 버렸다.
찬 기세를 실어서 두 번째, 세 번째도 차서 걷어낸다. 세 흑구슬은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서는, 눈부실 정도의 폭발로 이리자키 일행의 시야를 하얗게 물들였다.
"...몸이 너무 튼튼해서 그냥 공격하면 안 듣는 모양이네."
"이젠 귀찮으니 가둬두죠. 고릴라 생포작전이에요."
마르쿠트가 품에서 다시 세 흑구슬을 꺼내 들었다.
손바닥에 올린 그것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그대로 이리자키를 향해 톡 튕겼다.
"자, 이리자키 씨 차세요."
"뭐!?"
갑자기 떠안게 된 이리자키는 약간 동요하면서도, 공중에 떠 있는 그것을 향해 가볍게 땅을 박찼다. 체조선수 같은 몸놀림으로 무리하게 슛의 자세로 이행해서는, 발끝으로 새카만 구슬을 차 버렸다.
음속을 넘어 가속하는 세 줄기의 섬광.
기데온은 온몸에 두른 마력의 밀도를 높여서, 팔을 교차.
정면에서 방어할 셈이다.
"그러니까 물리공격은 무리라고ㅡㅡㅡ"
쨍그랑, 하고 흑구슬 중 하나가 기데온의 피부에 충돌했다.
위력 자체는 대단하지 않다.
문제는 그 뒤였다.
"ㅡㅡㅡ읏!?"
흑구슬이 보자기처럼 펴진다.
반응하는 것보다 빠르게 기데온의 상반신을 휘감은 그것은, 진흙처럼 피부의 표층에 달라붙었다.
빠르다.
[진흙방(우르멜)]
마르쿠트가 마언을 자아내자, 진흙의 기세는 더욱 가속했다.
진흙은 기데온의 육체와 융합하는 것처럼 밀착되었다.
위험하다.
일시적으로 육체강도를 완전히 전개하여, 풀파워로 진흙을 떼어낸다. 생각보다 강하게 밀착된 모양이다. 떼어낼 때, 피부의 일부까지 뜯겼다.
"......과연, 공간간섭인가."
아마도 고유공간의 제어.
"지금 것은 위험했다. 너부터 죽이는 편이 좋겠구나."
"아니아니아니. 그거 한번 맞으면 도망칠 수 없는 건데요."
동요하는 마르쿠트는 상관없다는 듯 기데온이 가열찬 발디딤으로 접근한다. 후위 타입인 마르쿠트는 제대로 반응도 못하고 완전히 허를 찔렸다.
"어, 잠깐. 기다."
중장비처럼 딱딱하게 팽창한 팔이 바람을 가른다.
명백한 죽음의 예감이 마르쿠트의 등골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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