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 산옥 - 아수라 전편(2)2022년 09월 12일 22시 43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544
기데온의 거체로 내지른 철권은, 그녀의 육체를 짓이길 것이다.
그래서 가장 순발력이 뛰어난 이리자키가 도와주러 향했다.
순식간에 기데온의 옆머리를 차고는, 그대로 연속으로 안면을 걷어차서 뇌를 뒤흔들었다. 그 충격으로 거체가 약간 기울었지만, 잠깐 움직임이 멈췄을뿐이었다.
다시 움직일 근육의 전차가 주먹을 휘두를 것이다.
이제 늦었다며 이리자키가 포기한 순간, 또 다른 누군가가 기데온의 옆에 나타났다.
"둘 다, 엎드려!!"
티파레트는 도움닫기를 하면서 크게 휘둘러서, 기나긴 왼팔을 제트 분사 같은 기세로 나아가게 했다.
마르쿠트를 파괴하는 일만 생각하던 기데온은, 그 구타에 대해 피하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지를 깨부술 정도의 내디딤과 동시에, 두터운 두개골을 향해 때려 박는다. 폭파에 필적하는 굉음을 울리며, 기데온의 몸은 10m 정도 튕겨 났다. 크게 자세가 무너진 거한이 이쪽을 노려본다.
ㅡㅡㅡ확실히 단단하다. 지금 것은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격이었다. 이 상대한테 대미지를 입히는 건 쉽지 않겠다.
티파레트는 둔통이 느껴지는 주먹을 내버려 두고, 그대로 추격을 가하기 위해 대지를 박찼다. 한 박자 늦게 이리자키가 티파레트와 마주 보는 위치에서 기데온에게 파고든다. 이걸로 협공이다.
"티파니아 레드맨인가. 소문대로의 괴력이로군."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
기데온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짓더니, 한쪽에서 다가오는 이리자키는 보지도 않고 티파레트를 향해 돌진했다.
"앗ㅡㅡㅡ!?"
빠르다.
예상 밖의 움직임에, 티파레트는 곧장 다리를 멈추고 다가오는 거체를 대비해 자세를 낮추며 기다렸다. 기데온의 움직임을 자세히 주시하고서, 글러브처럼 펼친 거대한 양손에 손을 꽉 맞대었다.
"큭ㅡㅡㅡㅡ!!"
대형화물차끼리의 정면충돌ㅡㅡㅡ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충격에, 바로 발판이 비명을 질렀다. 겨루는 장소를 기범으로 거대한 균열이 땅을 달린다. 기데온의 몸통 박치기는 그야말로 물리법칙까지 왜곡시킬 정도의 압도적인 힘이었다.
기세를 죽이지 않은 티파레트의 팔이 삐걱거린다.
지금 것은 잘못 받아냈다면 압도당했다.
아니, 그보다도ㅡㅡㅡ
"어이, 너어ㅡㅡㅡ!!"
등을 향한 기데온에게 이리자키가 무심코 소리쳤다.
협공의 한쪽ㅡㅡㅡ다시 말해 이쪽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신경도 안 쓰고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 여유, 너무 노골적이다.
뭔가가 있다.
피가 거꾸로 치솟은 이리자키를 말린 것은, 측면에서 다가오는 예리한 살기였다.
"읏!?"
반사적으로 한 팔로 관자놀이를 가렸다.
조금 뒤, 파성추 같은 딱딱하고 무거운 무언가가 이두박근 언저리에 충돌했다.
"크롬...!"
"왔네요, 라니엘로ㅡㅡㅡ아아, 지금의 가명은 이리자키였나요?"
측면에서 주먹을 내지른 크롬을 노려본다.
이 거리에서는 이제 도망칠 수 없다. 다시 말해 티파레트와 마르쿠트를 도와줄 여유는 사라지고 말았다.
"나인 일행과 헤어진 채 어딘가로 사라졌으면 좋았을 것을. 여동생이 걱정되지 않나요?"
"시끄러."
크롬의 가느다란 손목을 붙잡고, 이쪽으로 끌어당기며 무릎을 날린다. 막거나 반격할 거라 생각했지만, 이리자키의 발차기는 크롬의 배에 손쉽게 들어갔다.
깡~
인체에서 들릴 리가 없는 금속음이 들린다.
이리자키의 뼈에 둔한 마비가 찾아왔다.
"그 정도로는 제 복근을 뚫을 수 없답니다."
"네 녀석 건담이냐고...!!"
이리자키는 일단 크롬한테서 10여 미터 거리를 두고서, 기어 다닐 정도로 낮게 웅크렸다. 축이 되는 왼쪽 발바닥을 찰싹 지면에 접지시키고, 오른쪽 다리에 모든 각력을 집중한다.
갑자기 크롬의 시야에 검은 번개가 생겨났다.
이리자키의 오른 다리에서 튀어나온 그것은 불규칙하게 깜빡였고, 점점 그 반짝임을 더해갔다. 그 광경을 크롬은 가만히 관찰하였다.
이리자키의 능력은 매우 간단했을 터.
육체강화에 의한 완력, 운동능럭의 강화.
뼈와 근섬유, 피부의 경화.
그의 체술인 사각(蛇脚)은 뱀 같은 궤도로 방어를 뚫고 온다.
그래서 저 술식은 처음 본다.
처음 보지만.
모으기가 있는 시점에서 빈틈 투성이다.
"무박ㅡㅡㅡㅡ"
그 마언을 영창하기보다 빨리.
이리자키의 모습이 사라지고, 시야에 보라색 섬광이 번쩍였다.
"흑사미(黑蛇尾)."
크롬의 흰 볼살을 뭔가가 냅다 때렸다.
이리자키의 긴 다리가 낫처럼 크롬의 머리를 베어버린 것이다.
인식해도 이쪽이 멈출 수 없는 타이밍ㅡㅡㅡ기술의 시작에 공격을 맞춘 것이다.
그걸 파고든 것은 감탄할 만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그 공격의 기척. 정에서 동으로 움직이는 것을 거의 인식하지 못했다.
인식을 방해하는 마법ㅡㅡㅡ[노바디]는 이리자키 고유의 술식이다. 모습을 감추는 것만이 아닌, 공격에도 응용할 수 있다.
거기다 충전으로 속도와 위력을 올려놓았다.
특수속성ㅡㅡㅡ번개의 술식인가.
"생각보다 재주가 좋긴 하지만, 그것보다도."
입가에서 흐르는 피를 엄지로 닦는다.
지금 것은 기습에 가까운 일격이었지만, 크롬은 눈을 돌릴 기척도 없다.
"그걸로 좋아하면 곤란한데요."
크롬이 이리자키를 노린 이유는 그 점이었다.
이 난전에서 기척을 없애는 이리자키가 날뛰게 내버려두면 경우에 따라 전력차를 뒤집기 어렵다. 적어도 수와 쿠는 이리자키의 마법을 푸는 일에 매달려야 할 것이다.
이 남자는 여기서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한다.
그럴 필요가 있다.
"좋아...히힛. 오라고 할멈."
"입이 더럽네요."
크롬은 눈앞의 남자에게 살의를 보내면서, 조용히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리자키와의 거리는 한 걸음. 기척을 차단하기 전에, 크롬이 먼저 다리를 넓게 벌렸다.
파앙 하고, 크롬의 온몸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그녀를 중심으로 일그러지는 공기의 층은, 처음부터 이미 음속을 뛰어넘은 증거였다.
이리자키는 전 신경을 집중하여 크롬의 움직임을 응시했다.
체공하는 것처럼 가속하는 그 움직임에서 나오는 것은, 아마도 보법을 곁들인 붕권이다.
이 움직임은 미리온과의 모의전으로 경험했다.
집중해. 이건 못 읽은 움직임이 아냐.
"ㅡㅡㅡ읏!"
공격의 궤도는 빠르지만 단순하다. 두려운 것은 이 붕권에서 이어지는 연속기. 한번 근거리로 들어가면 장벽과 함께 파괴해온다. 첫 방을 막아내지 못하면 여기서 끝날 것이다.
가슴 언저리로 다가오는 주먹을 아슬아슬할 때까지 끌어들이고서, 몸을 웅크려 피한다. 이리자키의 상의는 풍압으로 일부가 찢겨졌지만, 포탄 같은 주먹은 피부에는 닿지 않았다.
ㅡㅡㅡ여기다.
몸을 웅크리면서 다리를 앞으로 뻗어서, 방금 땅을 밟은 크롬의 오른 발등을 힘껏 짓밟는다.
이리자키의 스톰핑은 속도도 그렇지만 위력도 절대적이었다. 크롬의 다리는 발목 부근까지 지면에 파고들었고, 그녀의 밸런스는 크게 무너졌다.
"호오?"
그 대응은 예상도 못했는지, 크롬은 정말로 놀란 얼굴로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아직 초조해하지는 않는다.
저 여유를 없애주마.
이리자키의 오른 다리가 검은 번개에 휩싸인다.
조금 전보다 대량의 마력을 쓰고 있다.
크롬을 방어태세로 만들기에 충분한 위력.
이리자키는 다리가 함몰되어 낮아진 크롬의 안면을 향하여, 열기가 깃든 오른 다리를 맹렬하게 차 버렸다.
"사폭퇴포."
뇌전에 의해 반짝이는 것처럼 불타는 상단차기가, 크롬의 안면을 향해 호를 그린다. 아득한 고수와의 전투인데도 공격에 주저함이 없다.
"꽤 하네요."
들어갔다고 확신한 찰나.
크롬은 해드뱅잉을 하는 것처럼 머리를 있는 힘껏 젖히고는, 이리자키의 다리를 향해 머리 박치기를 날렸다.
발끝과 이마가 충돌하자, 폭음과 폭풍이 휘몰아친다.
이리자키가 둘렀던 번개의 마력은 단번에 상쇄되었고, 그 기세와 위력은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아파ㅡㅡㅡ!?"
"아야야...좋은 공격이네요, 이리자키."
아픔에 괴로워하는 이리자키인 반면, 크롬은 이리자키의 발목을 붙잡으면서 파묻힌 다리를 빼냈다. 그녀의 이마에서는 피가 배어 나오고 있지만, 그것 뿐이다. 움직임에 영향은 보이지 않는다.
이 반격은 이리자키도 완벽한 예상 밖이었다.
이 여자는 온몸이 빠짐없이 흉기인 모양이다.
지금의 이리자키로서는 화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너무 다가왔네요."
크롬의 눈이 맹금류처럼 번쩍인다.
이제 절대 도망갈 수 없을 거라 생각할 정도로 강하게 움켜쥔 한손이, 이리자키의 발목을 옥죄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근접의 일격.
이리자키가 구타를 대비해 팔을 교차했지만 이미 늦었다.
경화로 몇 발은 버텼지만, 크롬의 주먹은 방어와 함께 이리바키를 파괴할 것이다. 이제 그녀의 생각은 눈앞의 상대를 전투불능으로 만드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했다. 옆에서 다가오는 불의의 일격을.
"또리야~"
그것은 크롬의 호흡 간격을 틈타서 들어왔다.
무의식적인 경계의 느슨해짐. 날카롭고 세련된 그 일섬은, 크롬의 목을 향해 똑바로 꼬리를 그었다. 그것이 참격이라고 눈치챘을 때는, 당하기 직전의 일이었다.
유리세공으로 만든 비색의 도검이, 하얗고 가느다란 목에 파고든다. 이대로는 목이 날아갈지도 모른다고 직감한 크롬은, 곧장 이리자키의 다리에서 손을 떼고는 어쩔 수 없이 후퇴하였다.
간발의 차이로 위기가 떠나갔음에 가슴을 쓸어내린 이리자키는, 눈앞에 선 금발의 미녀를 바라보았다.
미녀는 성의 같은 얇은 백의를 두르고 있었다. 둥실거리며 공중에서 떠다니는 그녀의 발끝은, 놀랍게도 지면에 닿아있지 않았다.
"위험할 뻔했네요."
"미안... 덕분에 살았다... 당신, 분명 이름이?"
"엘레인에요. 엘레인쨩이라 부르세요."
"엘레인..."
소스케가 데리고 있는 엑스칼리버의 수호정령. 그 고명한 호수의 여인이 달려와준 모양이다.
"이 여자는 제가 막겠어요. 이리자키 씨, 였죠? 당신은 다른 데로 가보세요."
"...그건 좋지만, 당신은 괜찮겠어?"
"이래 뵈어도 저는 유도의 블랙벨트이며 공수도의 유단자랍니다."
"...그, 그래? 그럼 맡긴다."
슈슉, 슈슈슉 하며 섀도 복싱으로 잽을 날리는 엘레인은, 아무래도 의욕이 충만한 모양이다.
이리자키가 뜻을 굳히고 전장에서 이탈하려 함과, 그에 반응한 크롬이 땅을 박찬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렇게는ㅡㅡㅡ"
크롬이 [뛰는] 자세를 보이는 순간, 거대한 벽이 눈앞에 내려왔다. 하늘에서 일직선으로 날아온 그것은 정말 간단하게 땅을 갈라서, 크롬과 이리자키의 사이를 두쪽으로 떼어놓았다.
"ㅡㅡㅡ!"
숨을 삼키는 크롬.
정말 거대한 그것은, 가까이에서 보니 거탑으로 착각할 팔각의 기둥이었다. 올려다보니 그 정상에 있는 손잡이 같은 것이 햇빛을 가리고 있다.
이것은 무기다. 크롬은 그렇게 직감했다.
아마도 [다그자의 곤봉].
신의 무기를 이렇게나 쉽게 불러낼 줄은ㅡㅡㅡ
"거신병장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무기를 갖고 있는 건가요?"
"저는 삼라만상 모든 무기를 불가사의 포켓에 가득 담아뒀을 뿐이랍니다."
아무래도 협회는 이 여자를 가볍게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시시도를 이리자키의 추적에 보낸 것은 실수였다.
붙잡은 다즈몬드는 잡것이라고 일축했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여자 또한, 신대부터 살아있는 자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겠습니다. 호수의 여인이여, 제가 상대해드리죠."
"당신한테는 묻고 싶은 일이 있어요. 크롬, 여기선 잠시 할머니끼리 수다 좀 떨어봐요."
"... 창세기부터 살아온 사람과 같은 취급하지 마세요."
크롬은 깊게 심호흡하고서, 양손에 푸른 불꽃을 만들었다. 엘레인 또한 그에 이끌려 백과 흑의 검을 들고 땅을 박찼다.
◇
샘의 정령과 크롬이 대치할 무렵, 각지에서도 마찬가지로 전투가 시작되고 있었다.
모모야마다 잇신사이를 위시한 원정대의 주된 작전은 적 전력의 분산이었다. 대성군의 규모는 막대한데 더해 협회의 지원까지도 받는다.
먼저 적들을 연계할 수 없는 거리까지 떼어놓고서, 개별적으로 격파해나가지 않으면 견문의 탑의 탈환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세 명의 천위 마술사 및 시키가미 겐사이, 크롬이라는 5명을 단독으로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로긴스가 소스케의 구타로 저 멀리 날아간 것은 요행이었다. 이가라시 겐조와 산옥지장은 건재, 빅토르가 단독으로 맞서고 있다.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는 다즈몬드가 우려되지만, 아쉽게도 지금 그의 장소를 탐지할 수단은 없다. 언제 나와도 괜찮도록 빠르게 이 자리를 제압하는데 전념할 수밖에 없다.
"크롬은 저 혼자서 상대할게요. 능력의 근원도 알고 있으니."
직전의 회의에서 그렇게 제안한 것은 엘레인이었다.
하지만 크롬 G 로젠베르그의 실력은 특급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본래 고위의 능력자는 2대 1이 아니면 상대할 수도 없다. 애초에 정령인 그녀가 전력에 넣어도 되는지도 전제로 넣어야 한다.
대장을 맡은 잇신사이도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녀도 충분히 전설에 속하는 정령 중 하나다. 현대에서 크롬의 이력을 아는 몇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엘레인의 존재를 승낙한 잇신사이는 일단 작전을 변경하기로 정했다. 크롬에게 할당한 전력을 정리해서, 더욱 극단적인 진형으로 조합했다.
◇
예리하게 빛나는 섬광의 감옥.
그 공간은 휘두르는 검으로 가득 차 있다.
빛나는 검섬이 종횡무진으로 충돌하면, 귀에 거슬리는 금속음이 끊임없이 작렬한다.
배경에 펼쳐진 것은 무수한 참격흔.
대지에, 또는 벽에, 지형에 막대한 검의 상흔이 존재하며, 지금도 고속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제 제대로 된 발판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들어선 자는 전부 죽어서 돌아온다.
말 그대로 사선이 펼쳐져 있는 그곳은, 이미 생물의 영역이 아니다.
"흠."
수십여 합을 벤 것을 끝으로, 시키가미 겐사이는 잠시 숨을 정돈했다. 어깨에 난 얕은 자상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다.
역시 버겁다.
일기당천의 겐사이가 그리 생각하는 것도 당연.
현재 그는 3명을 상대하고 있다.
모모야마다 잇신사이.
세피로트의 리더인 케텔.
자식인 시키가미 쇼고.
말할 것도 없이, 쇼고의 그것은 아비에게 향할 살기가 아니다.
그것도 그럴 터.
팔이 잘린 딸의 모습을 쇼고도 보았을 것이다.
그것은 겐사이도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이제 와서 해명할 생각도 없다.
이런 일로 동요해서는 대성군의 편을 든 의미가 없다.
"코요미는 어쨌나? 일본인가?"
"그래."
억양 없이 대답하는 쇼고에게, 겐사이는 "그런가." 라고만 대답했다.
대화할 생각도 그다지 없으리라.
쇼고가 먼저 입을 여는 일은 없었다.
"정말 괜찮습니까? 쇼고 선배."
그걸 기우로 생각한 자는, 붉은 소태도를 든 케텔이었다.
"스승님은 완고하긴 하지만, 부모잖아요?"
"아니, 대화가 통한다면 처음부터 이리되진 않았어."
"뭐, 그런가. 그렇겠네요."
무표정하게 대답하는 쇼고에게, 케텔 또한 납득한 것처럼 앞을 바라보았다.
걱정이란 부모 자식 간의 싸움을 한탄해서가 아니다. 검이 무뎌질까봐 그렇다. 그걸 확인했다면 케텔로서는 문제없었다.
"그럼 시작합니다. 괜찮겠죠? 잇신사이 씨."
"그래."
잇신사이가 승낙한 것과, 케텔의 검에서 폭염이 내달린 것은 거의 동시였다.
"오는가."
다가오는 화염의 파도의 앞에서, 겐사이는 유운을 입가까지 수평으로 들면서 자세를 바꿨다.
"잔잔한 태도 - 가라취(迦羅吹)."
탁, 하고 발치를 내딛으며, 직선으로 찌르기를 한다.
뻗어나가는 충격파의 대롱이, 눈앞의 공간에 바람구멍을 냈다.
선백의 칼끝에서 생겨난 질풍의 포탄은 케텔의 화염과 격돌하여, 폭풍이 되어 물결을 이루었다. 밝게 빛나는 불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그대로 구름을 꿰뚫었다.
갑자기 그 지옥 같은 맹화를 향해 달려가는 남자가 있었다.
모모야마다 잇신사이다.
화염을 두르면서 폭주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나찰과 같다.
잇신사이는 주저하지 않고 일직선으로 겐사이까지 접근하여, 최단거리에서 상단으로 든 칼을 내리쳤다.
겐사이는 즉시 종이 한 장 차이로 다가오는 강검을 몸을 숙여 피했다.
순간, 칼날을 받은 바닥이 붕괴했다.
땅속 깊은 곳에서 발파가 일어났나 싶을 정도의 대파괴.
한발 먼저 공중으로 뛰어오른 겐사이는 여파에 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반격의 기회는 놓치는 결과가 되었다.
공중에 뜬 것으로 지상보다 거동이 둔해졌다.
놓치지 않고 시키가미 쇼고가 칼을 납도한 뒤, 낮은 자세로 바꾸었다.
"잔잔한 태도 - 진(陣)."
자아내는 잔잔한 검.
도검을 왜곡시키며 하는 초장거리 참격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쇼고의 거합베기는 300m 앞의 겐사이의 몸통을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ㅡㅡㅡ음."
수직으로 검을 휘둘러, 참격을 깨트린다.
이 느낌ㅡㅡㅡ예리함만이라면 겐사이에 비견될만한 위력이다.
그래서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공격의 기세는 모두 없앨 수 없었다.
충격으로 약간 무너진 자세였지만 주보로 공중을 차며 회복하고서, 그대로 수직으로 낙하한다.
그 밑에서는 잇신사이가 검을 들고서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케텔도 접근하고 있다.
쇼고도 다음 일격을 쓸 준비는 끝내 놓았을 것이다.
착지에 따른 경직을 노릴 셈이다.
"꼬마들이."
유운을 천천히 칼집에 집어넣은 겐사이는, 대지를 부수면서 착지했다. 다음 순간, 세 명은 야수 같은 우직임으로 공격 자세로 이행했다.
이대로 세 명의 공격을 한꺼번에 쳐내는 것도 가능하지만ㅡㅡㅡ아무래도 그럴 필요는 없는 모양이다.
"잔잔한 태도 - 비취(翡翠)."
번쩍인 것은 쇼고의 검ㅡㅡㅡ은 아니다.
겐사이의 후방에서 날아든 세 가지의 원격 참격은, 추격을 하려던 세 명을 즉시 회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겐사이의 옆에 나타난 하카마 차림의 소녀ㅡㅡㅡ켄자키 토우카가 나타났다. 검은 장발을 한데 묶어놓은 그 여검사는, 앞선 참격을 내지른 장본인이었다.
"겐사이 님. 외람되나마, 돕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방심하지 마라."
켄자키는 젊은데도 잔잔한 태도를 실전 수준까지 사용하는 재녀다. 이 싸움에서도 결코 발목을 잡지 않으리라. 프레데리카, 베르베느라는 강적과의 2연전으로 겐사이한테는 확실하게 대미지와 피로가 누적되어 있다. 켄자키의 가세는 그 사실을 고려한 것이었다.
"독립된 사이 쓰러트리지 못했나..."
"뭐 전부 생각대로 될 리는 없겠죠, 잇신사이 씨."
케텔이 떠올린 것은 수행의 나날이었다.
커뮤니티를 일으키고, 특급이 되고 나서는 얼굴을 맞댈 기회가 극단적으로 줄었지만, 그럼에도 저 노검사의 검은 몸이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이쪽도 수행하던 시절하고 다릅니다. 결과에 올인한 우리의 힘을 보여주죠."
"그래."
겐사이와 케텔이 검을 들고서, 앞으로 단번에 달려 나간다.
그 흐름에 시키가미 쇼고 또한 편승했다.
◇
베놈 레기온, 모모야마다 일족을 주체로 하는 대다수의 부대의 역할은 집단전에 의한 적 세력의 제압이었다. 다시 말해 일부 특급 마술사, 천위 마술사를 제외한 대성군의 전투부대의 제거다.
대성군의 총인원은 약 5천 명.
전투를 목적으로 한 실전부대는 그 절반이다.
나인 일행과의 전투로 상당히 줄었지만, 아직도 3백 이상의 전투원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상위의 마술사라 봐도 될 것이다. 극렬한 전투를 헤쳐 나왔다는 것이 실력의 증거다. 결코 방심할 상대가 아니다.
그에 더해 이가라시 겐조와 산옥지장은 빅토르가 필사적으로 상대하고 있다. 이것도 언제까지 버틸지 알 수 없다.
사토 소스케가 돌아올 때까지 버텨내는 것이 당금의 목표였다.
베놈 레기온의 총장ㅡㅡㅡ키드는 단도를 양손에 세 자루씩 들고, 전방에 전개된 적 세력을 바라보고 있다.
평균적으로 10명 정도의 부대가 수십 조.
연계가 핵심인지, 공격과 방어의 타이밍에 흐트러짐이 없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 기동력. 대열 단위로 매우 빠르고 자유자재로 이동한다. 두말할 것 없는 정예다.
그리고 전체적인 지휘를 맡고 있는 몇 명의 특급 마술사.
언령을 쓰는 쌍둥이 소녀.
그리고 우르테와 지드.
이 네 명부터 상대하는 건 효율이 나쁘다고 생각한 키드는, 먼저 최전선에서 진을 친 대열의 하나로 목표를 정했다.
거리는 50미터도 안 된다.
키드는 노 모션으로 양손의 단도를 투척.
총 여섯 자루의 나이프는 즉시 빛나는 선으로 변해서, 미사일 같은 기세로 전장을 날아갔다.
칼날에서 몸을 지키려는 대원들이 일제히 장벽을 구축한다. 여러 명의 마력으로 짜인 강인한 방벽은, 날아오는 여섯 자루의 단도를 전부 방어. 벽면이 일부 녹았지만 어떻게든 몸을 지켜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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