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 신위를 삼키는 자(1)2022년 09월 07일 23시 16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417
새처럼 하늘을 나는 시스터 마린의 등에 걸터앉은 마린은, 어두워지기 시작한 구름에서 비의 예감을 느꼈다.
"키메라?"
고속으로 하늘을 비행하는 마린에게, 다즈몬드는 느긋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옅게 피어난 안개 저편에는, 한 줄기의 선이 일렁이고 있다. 견문의 탑까지의 거리는 대략 1천 킬로나 그 이상. 이대로 아무 문제없이 나아간다면, 아마 몇 시간 안에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다즈몬드는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지
"그래. 계약을 맺지 않아도 강제로 사역 가능한 상위 요마. 대성군이 회수한 고위 요마의 혼백을 합쳐서 특수한 개체에 넣은 것. 질과 양 어느 면에서도 최고의 군대야.
"헐."
다즈몬드는 느긋한 맞장구를 치면서, 사뭇 흥미 없다는 듯 형식뿐인 대화를 이어나갔다.
"원래는 군사국가용 전력이야.
한 개체의 강함은 중1급에서 상1급까지.
폭넓은 전황에 대응하며, 시야 밖의 전투도 해낼 수 있어.
핵병기용 태극결계와 마찬가지로 비장의 수.
육왕이 사역했던 진혈과 다름없는 퀄리티야."
"그거 대단한데. 그래서 지금 얼마나 있는데."
"글쎄? 난 양산 방법을 확립했을뿐이고, 그다음은 다른 마술사한테 맡겨두고 와서."
마린은 딴 사람일인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손가락을 구부려 세어보았다.
"뭐 그래도, 3천 정도는 되지 않겠어?"
◇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억누른다.
살기등등한 오니를 마주한 코즈미는, 온몸에 마력을 모았다.
"호오."
주저 않고 맞서기를 선택한 손녀를 보고, 겐사이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공포로 물든 것은 잠깐.
이 상황에서 즉시 항전을 결심한 것은 어느 정도 놀라운 일이었는지,
"나와 맞설 셈인가?"
"..............."
이 감정은 무엇일까.
저렇게나 두려웠던 시키가미 겐사이가, 어째선지 엄청 밉다. 반쯤 격정에 몸을 내맡기면서, 코즈미는 전직 천위 마술사와 대치하기로 했다.
"뭐냐, 웬일로 위세가 좋구먼? 설마, 저 요마한테 정이라도 붙인 게냐?"
"...두 명을 감쌀 생각은 없어요. 다만, 저는."
"두 명?"
겐사이의 지면, 그곳에 고여있던 웅덩이에 파문이 일어난다.
일정한 간격으로 내달리는 파문은 온화했다. 하지만 그것은 미동도 안 하는 겐사이의 박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정말 이상한 말이로구먼.
그래서는 마치, 내가 인간을 벤 것처럼 들리지 않느냐."
겐사이의 애도, 유운이 흔들린다.
옆에서 피를 분수처럼 흘리는 아몬과는 다르게, 새하얀 칼날은 한 점의 더러움도 없었다. 피와 살이 묻을 틈도 없는 신속의 마검.
제대로 싸우기에는 너무 불리하다.
하물며, 비비안을 감싸면서는...
"소환마라도 불러서 싸울 테냐?
하지만 너와 다르게 짐승은 봐주지 않으마."
그 말대로다.
그보다, 소환술식을 짜기도 전에 베일 것이 뻔하다. 그럼 단신으로 도전할 수밖에 없지만, 그걸 고르면 정말 승부조차 안 된다.
그때.
"흐야아ㅡㅡㅡ앗!"
겐사이의 옆구리에, 낯선 소녀가 머리 박치기를 했다.
소녀가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자, 배에 구멍이 난 용머리가 쓰러져 있었다.
소녀는 그대로 겐사이를 날려버리고는, 공중에서 빙빙 돌아서 발을 가지런히 하며 깔끔히 착지했다.
검은 머리와 덧니.
그리고 칼자국.
"내 친구를 괴롭히지 마!"
"페, 펜릴 씨...?"
펜릴은 빙글 뒤를 돌아서 코즈미를 바라보았다. 펜릴ㅡㅡㅡ이 맞는 걸까. 요 1분도 안 되는 사이, 정말 줄어들고 말았다.
"...무사했었나요."
"이야, 꽤 먹혀버렸어. 지금 것은 내장을 부쉈으면 어떻게든 됐지만, 이제 정면에서는 당해낼 수 없겠어."
펜릴은 자신의 손발을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는, 발치에서 굴러다니는 아몬의 머리를 그의 목에 붙였다.
마치 프라모델처럼.
"자, 아몬 군 이제 일어나!"
"............미안."
아몬은 겸연쩍은 얼굴로 감사를 표하고서, 완만한 동작으로 일어섰다. 목에는 아직 희미한 상처가 남아있지만, 아무래도 조직은 이어진 모양이다.
오니의 재생능력ㅡㅡㅡ
하지만 그럼에도, 그곳에는 명백한 피로가 남아있었다.
"....네놈도, 시키가미의 말예인가."
사뭇 가증스러워하는 아몬의 물음에, 겐사이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오니의 왕, 그 육체로는 내게 이길 수 없다. 아니면 코즈미와 계약이라도 할 셈인가?"
"허튼소리. 난 누구의 지시도 안 듣는다."
그렇게 말하며 대담한 미소를 보인 아몬은 뛰었다.
서로의 거리를 일직선으로 이동한다.
차올리는 발.
관자놀이를 향해 내지른 그것은, 맥없이 베여버렸다. 발목부터 앞이 사라진 아몬의 발차기는 코끝도 스치지 못하고 겐사이의 눈앞을 통과했다.
"이 정도인가."
유운을 휘둘러서, 아몬의 왼쪽 가슴을 찌른다.
귀신과 펜릴, 특히 펜릴은 여섯 대요마 중에서도 강력. 그래서 컨트롤을 할 수 없다. 겐사이는 위에서 그렇게 들었지만, 지금 보면 별 것 아닌 하급 요마 두 마리다.
"아, 아몬 군!"
"펜릴 씨, 안 돼요!"
몸을 날리려던 펜릴의 작은 몸을, 코즈미가 두 팔로 붙잡았다. 펜릴이 발버둥치는 것을 억누르는 것과 동시에, 각오를 다지고 두 마리의 소환수를 불렀다.
한쪽은 큰 나무 크기의 거대한 뱀.
한쪽은 백은의 털로 뒤덮인 늑대.
어느 쪽이나 트럭에 비견될만한 거대함을 자랑하고 있다.
"아롤, 저 사람을 구해줘. 진도 도와주고."
[알았어!]
[그래]
아롤이 굵고 강인한 꼬리를 고무처럼 늘여서, 겐사이한테 찔린 아몬을 휘감았다. 그걸 방해하려고 공격하는 용머리한테, 진이 열선을 내뿜어 불태웠다.
아몬을 유운에서 빼내고서, 아롤이 회수하는 동안, 겐사이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코즈미의 행동을 품평하는 것처럼, 단지 눈동자만이 이쪽을 지켜보고 있다.
"...이전보다 마력이 충실해졌군.
나름 성장은 한 모양이지만."
다리를 크게 벌리며, 겐사이가 납도했다.
[진(陣)]이 온다.
코즈미는 물론, 진이라 해도 저 검속을 따라잡을 수 없다.
여기서부터 모두를 지켜낼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잔잔한ㅡㅡㅡ"
칼집에서 빛이 해방되기 직전, 하늘에서 번개 같은 속도로 뭔가가 떨어졌다.
불타오르는 듯한 홍련의 머리카락을 드리운 그 여성은, 머리카락과 한 가닥의 실로 이어진 창 같은 것을 들고 서 있었다.
"베르베느 씨...!?"
머리카락이 붉어서 누구인지 알아보기 어렵지만, 그곳에 있는 자는 베르베느 플랑크였다. 상태가 이상한 것은 머리만이 아니다. 평소의 온화한 그녀와는 다르게,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다.
베르베느는 겐사이를 흘끗 바라보고는, 코즈미 일행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코즈미 씨...? 당신, 왜 여기 있나요...?"
"그, 그게요..."
"뭐, 상관없어요.. 그보다, 그 비비안은 무사한가요?"
"아, 네."
그럼 됐다면서.
베르베느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코즈미 일행을 지키려는 듯 돌아섰다.
"도망치세요. 겐사이는 제가 상대할 테니."
"하, 하지만..."
상대는 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뒤편에는, 엄청난 수의 용머리가 서 있다.
아무리 베르베느라 하더라도 너무 불리하다.
"여기 있어도 오히려 발목만 잡아요...
제 공격에 휘말려 죽는 건 싫죠?"
".................."
"코즈미, 뭔지 잘 모르겠지만 가자."
주저하는 코즈미의 소매를, 밑에서 펜릴이 끌어당긴다. 적어도 지원해줄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이 든다.
"...둘 다, 진에 올라타세요."
비비안을 끌어안으면서, 아롤을 소형 사이즈로 돌려 팔에 감기게 한다
"놓칠 거라 생각하나?"
진의 등에 탄 네 명을 향해 [진]을 내지른다.
동시에 베르베느가 내디뎠다.
불꽃보다도 짧은 은색의 섬광에, 베르베느 또한 악마 같은 속도로 다가섰다.
"흡!!"
머리카락을 몇몇 창으로 바꿔서, 참격의 궤도를 위로 바꾼다. 두쪽으로 갈라진 비구름. 그곳에서 비치는 한 줄기의 빛을 받으며, 베르베느는 겐사이가 야수처럼 내달렸다.
"좋은 반응이다."
유운을 되돌려서, 십중 이십중으로 재빠르게 참격을 되풀이한다. 베르베느는 그걸 하나하나 노리고서, 머리카락을 수천 개의 가느다란 창으로 변형시켰다.
"군발제 게이볼그."
대기가, 대지가 비명을 지른다.
빨강과 하양은 뒤섞일 때마다 반발했고, 그 여파가 지형을 바꿔나갔다. 베르베느는 그 와중에도 겐사이의 호흡을 읽고 단번에 접근.
다음 참격이 오기 전에 모든 머리카락을 한데 모아서, 작살 사이즈까지 압축하여 겐사이의 심장을 향해 주저 없이 찔렀다.
"사발제 궁그닐."
붉은 선이 하늘에 바람구멍을 낸다.
내각선으로 찔러든 베르베느의 신창은, 그대로 구름을 꿰뚫고 그 앞에 있는 견문의 탑에 착탄했다.
"..........의외로, 빨리 움직이네요."
필살의 기세로 내지른 창은, 도신에 의해 직전에 빗겨 나게 되었다. 입은 외상은 기껏해야 옆구리에 새겨진 찰과상 뿐.
그럼에도 겐사이에게 있어서는 예상 밖의 부상이었다.
"...과연. 어느 정도 하는군."
견제로 찌르기를 써서 베르베느를 쫓아낸다.
후퇴할 때,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공중을 훨훨 날았다.
"ㅡㅡㅡㅡ"
베르베느는 옆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는, 약간 짧아졌음을 눈치챘다. 방금 전의 교전 탓에 베인 것이다.
"...호호, 기세는 좋은 할배네요."
사악한 미소를 짓는 베르베느에 응하는 것처럼, 타오르는 머리카락은 더욱 붉게 물들었다.
◇
대지를 뒤흔들면서, 펜릴은 바람처럼 숲을 내달리고 있다.
등 뒤에는 아직 추격자가 없다.
하지만, 그 요마는 갑자기 그 자리에서 나타났다.
아직도 주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렇게나 도망치다가는...'
포위망이 전개되었으리라 예상하면서도, 어딘가에 구멍은 있을 터. 설마 무한정으로 출현할 리도 없다. 뭔가의 이음새를 찾아낸다면, 그곳을 기점으로 진의 각력이면 돌파할 수는 있다.
"아롤. 저와 링크한 뒤, 저 요마의 정확한 수를 알려주세요."
[케케케, 맡겨만 줘 주인]
아롤은 코즈미의 손목을 물어서, 마력의 감지신경을 연결했다. 그대로 감지결계를 전개. 주위의 지형, 위치정보를 순식간에 파악했다. 동시에 용머리의 정확한 수도 머리에 날아든다.
100체.
주변에 흩어져 있기는 하지만, 균등하지는 않다.
아직 빠져나갈 길은 있다.
300체.
예상 이상보다 많다.
이래서는 방금 찾아낸 구멍은 못쓴다.
1200체.
틈이 안 보인다.
마치 성벽ㅡㅡㅡ
3500체.
아무리 찾아도 요마의 수에 끝이 안 보인다.
5700체.
심연을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코즈미는 감지의 범위를 확대시켰다.
27000체ㅡㅡㅡ
'세상에...'
도망칠 곳이, 없다.
견문의 탑을 중심으로, 서클처럼 완전히 포위하고 있다. 용머리가 출현한 지 아직 몇 분도 안 지났음에도.
그 사이 이만한 요마가 출현했다는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여기 있었던 걸까.
"꽤 많네...
그 탑의 능선을 중심으로 점점 솟아나고 있어."
못마땅한 얼굴의 펜릴이 말한다.
그리고, 찾아낸 것은 용머리만이 아니었다.
근처에는 엘리제, 티아, 미즈키, 미코의 반응.
탑의 광장 주변에는, 네코구미의 두 사람과, 오백 전후의 나인의 분신체. 이지스의 아나스타샤와 미리온.
그리고 조금 멀리, 프레데리카의 반응.
나인 본체와 샤리아의 마력은 안 보인다.
아니, 지금 그 일은 상관없다.
문제는 코즈미의 동료들이 위험에 빠졌다는 것.
감지한 모두가, 용머리에 포위되어 있다는 사실.
광장에서는 빅토르를 필두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분명하게 밀리고 있다. 숫자의 폭력에 압도되는 것이다. 그리고 엘리제 일행은 현재 도망치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붙잡힐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이런 수를..."
손쓸 방도가 없다.
대성군은 이 정도의 전력을 숨겨놓았다는 건가.
세계정복을 목표로 움직였지만, 그걸 감안해도 말도 안 되는 전력이다.
[어이어이어이, 어쩌냐고 주인!]
혀를 날름거리는 아롤에게 손을 뻗으며, 코즈미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진정시켰다.
[엎드려!!]
갑자기 진이 외치나 싶더니, 눈앞에는 거미처럼 여러 다리를 가진 용머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은 전력으로 대지를 박차서는, 거의 직각에 가까운 방향전환으로 궤도를 바꿨다.
"아악."
기분 나쁜 외침 소리와 함께, 코즈미 일행이 흔들렸다. 어깨너머로 뒤를 돌아보니, 용머리가 진의 꼬리를 물고 있었다.
잡아 먹힌다.
그렇게 각오한 순간, 코즈미의 옆에서 가만히 있던 아몬이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세이ㅡㅡㅡㅡ잇!!"
손을 휘둘러서, 용머리의 턱을 잘라낸다.
송곳니가 느슨해진 순간, 아몬은 그대로 용머리를 억지로 지면으로 밀치고는 진한테서 떨어졌다.
"아, 아몬 군!?"
"가. 도망치기만 하는 건 내 성미가 아니라서."
펜릴의 목소리에 돌아보지도 않고, 용머리를 공처럼 차 버린다. 그걸 뒤쫓으며, 아몬은 코즈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몬 씨ㅡㅡㅡ"
외칠 틈도 없이, 가자기 진동하는 대지가 코즈미 일행을 뒤흔들었다.
"ㅡㅡㅡ읏."
진이 옆으로 넘어진다.
코즈미는 비비안과 펜릴을 감싸며, 제대로 낙법을 취하고서 즉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주위에는 십수 마리의 용머리가 코즈미 일행을 포위하며 서 있었다.
진에게 시선을 돌리자, 입가에서 피르 흘리며 쓰러져 있다. 무엇을 당했는지는 너무 빨라서 전혀 안 보였지만, 아마 얻어맞은 모양이다.
"아하, 영맥에서 나온 거네..."
이제야 알아차린 펜릴이, 벌레씹은 표정으로 말했다. 다시 말해 출현시킬 지점을 핀포인트로 선택한 것이다.
영맥의 범위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도주가 소용없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코즈미 일행이 하려는 짓은 발버둥에 불가하다. 허무한 연명치료 같은 행위다.
그럼에도, 코즈미는 마지막까지 저항할 것을 선택했다.
"아롤!"
[케케케, 맡겨만 달라고!]
뱀에게 마력을 보내어, 진과 동등한 사이즈로 거대화시켰다. 마력이 완전히 차오른 아롤은, 쓰러진 진을 덮치는 용머리를 단번에 꼬리로 쓸어버렸다.
그 틈에 일어선 진이, 다가온 용머리의 목을 물어버렸다.
"오, 오오. 강하네.
"아니..."
확실히 최대로 마력을 흘리면 맞설 수는 있지만, 수의 차이가 여실히 보인다.
이대로 간다면 진도 아롤도 언젠가 현계 할 수 없게 된다.
구체적인 수단이 필요하다.
수단을 가릴 수 없다.
정말 이 상황을 타개할 생각이 있다면, 보다 현실적인 방법으로 궁지를 이겨낼 필요가 있다.
"펜릴 씨."
코즈미는 옆에 있는 펜릴을 돌아보며, 똑바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렇게나 거절해놓고,
파렴치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무릎을 꿇은 채 이마를 땅에 대며, 깊게 고개를 조아렸다.
"부탁이에요.
저와 계약해주세요."
"뭐?"
"제게 어떤 불리한 계약이든 상관없어요.
가능한 한 보답도 하겠어요.
그러니 부탁해요.
모두를 죽게 놔두고 싶지 않아요...!"
목소리에는 코즈미의 필사적인 감정이 배어 나왔다.
설마 도게자까지 할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펜릴은 두 눈을 깜빡거리다가, 천천히 미소 지었다.
"...그래. 나도, 아몬 군이 죽으면 슬퍼."
펜릴은 코즈미의 팔을 붙잡고, 자신의 문양이 새겨진 장소에 손바닥을 갖다 대었다.
"계약문을 완성시킬게. 잠시 움직이지 마."
펜릴의 계약문이, 점점 색과 형태를 바꿔나갔다. 문양은 단번에 거대화하여 진과 아롤의 계약문도 집어삼키더니, 검붉은 인장이 오른팔 전체에 퍼져나갔다.
"..............웃."
엄청나게 무거운 마력이, 코즈미의 오른팔에 달라붙는다. 링크가 완전히 이어졌다는 증거다. 지금까지의 불안정한 것과는 일선을 달리한다.
'뜨거워...'
문장의 거대함은 요마의 역량에 비례한다.
어깨까지 문양이 자수처럼 얽혀있다.
이 정도나 커다란 문장은 본 적이 없다.
"이걸로 계약은 끝났어.
문양을 통해 마력을 흘리면, 나를 [신의 늑대]로서 사역할 수 있어. 저쪽의 늑대와 뱀처럼, 이 세계에서의 힘은 계약자의 마력에 의존하게 돼."
다시 말해 현재의 육체와 관계없이, 펜릴의 혼백을 원래의 몸으로 재구성시킬 수 있다. 부자연스러운 수용체를 일시적으로 벗어던지고, 신의 늑대 본래의 포텐셜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코즈미의 남은 마력으로 날 사역할 수 있는 시간은..."
펜릴은 코즈미의 어깨를 두드리며, 굳세게 한 걸음 내딛으면서
"2초야. 잘 기억해둬."
펜릴이 가볍게 손가락을 꺾는다.
그 뒤에서, 코즈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달려라, 질주하라, 뜀박질하라]
읊는 듯한 소리에 응해서, 질풍이 휘몰아친다.
코즈미와 펜릴을 중심으로, 초목과 수면이 나선형을 그리며 수렴한다.
[자극을 탐하는 업식의 왕]
[천문을 삼키는 아랑의 형상]
이변을 감지하고서, 용머리가 코즈미를 주시한다.
진과 아롤과 싸우던 것도 잊고, 이 자리의 모든 키메라가 코즈미 밀행을 공격했다.
[월백에 잠기는 어둠]
[호박에서 쇠하는 제물]
[강림하는 신위가 위장을 채우리]
발톱이, 주먹이, 송곳니가.
코즈미를 찢어버리기 위해 고속으로 내달린다.
하지만 그것들이 살을 찢는 일은 결코 없었다.
직격하기 직전에 보이지 않는 힘에 가로막혀서, 자석이 반발하는 것처럼 용머리가 튕겨 났다.
그리고
[강림한다]
펜릴이 자세를 낮춘다.
양손을 지면에 대고, 손가락을 세운다.
목표는 모든 용머리.
이제 냄새는 기억했다.
달리면서 먹는 행위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움직일 수 있는 만큼 먹자.
[계약에 따라 나의 혈육은 양분이 되어]
[그 영혼에 넘겨줄지니]
순간, 코즈미는 보았다.
진보다 훨씬 커다란, 칠흑의 늑대의 뒷모습을.
그 광경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하리라.
두 눈에 새겨진 신의 늑대는, 그야말로 귀신을 보았을 때의 데자뷔였다.
언뜻 보면 아무 특징도 없는 거대한 늑대.
하지만 경외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부들거리는 오른팔을 누르면서, 코즈미는 펜릴에게 마력을 보냈다.
그리고, 늑대는 빛으로 변했다.
빛은 먼저 시야에 들어온 먹잇감을 물어으깨고, 재빨리 위장에 넣어 소화시켰다.
그리고 냄새를 맡고서 다음 전장으로.
아몬을 덮치려 했던 요마도 먹고, 겐사이의 뒤에 서 있던 요마를 먹고, 오던 도중 만났던 요마를 먹고ㅡㅡㅡㅡㅡㅡㅡ엘리제 일행을 쫓고 있던 요마를 남김없이 해치웠으며, 서클처럼 전개하였던 요마를 먹었으며, 광장에 득실거리던 요마도 한꺼번에 뱃속에 집어넣어ㅡㅡㅡㅡ
그 사이, 펜릴을 지각한 자는 극히 일부의 몇 사람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영문도 모른 채, 혹은 지각도 못한 채 눈앞에서 번쩍인 빛에 반응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대상을 공간 채로 삼키고 자신의 양분으로 바꾸는 힘.
그것이 펜릴의 공간간섭.
[공간포식]의 능력이다.
"ㅡㅡㅡ자아."
목적을 이루고 코즈미의 곁으로 돌아온 펜릴은,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멍하게 있는 코즈미를 바라보며, 펜릴은 입가의 피를 핥고는 자신의 손바닥을 확인하려는 듯 바라보았다.
"...1초, 남았네."
◇
"어이 소스케, 지금 무슨 소리 안 났어?"
차의 짐칸에 앉아있자, 갑자기 케텔 씨가 내게 그런 말을 해왔다.
"났나?"
옆의 모모코 씨와 이리자키에게 눈을 돌리며 물어보았다.
하지만 둘 다 모르겠는지, 함께 고개를 갸웃거릴뿐이다.
"잠깐 리더. 이상한 말 하지 말아 줄래요."
의아하다는 듯 팔짱을 끼는 케텔 씨한테, 마르쿠트 씨가 눈썹을 찌푸린다. 그 옆에서는 티파레트 씨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차내에는 열명 남짓의 사람이 타고 있다.
긴 벤치 같은 의자가 벽을 따라 두 개.
제각각 마주 앉은 형태로 앉아있다.
"아, 또 소리 났다. 났지? 글치?"
"정말, 리더. 조용히 좀 하세요."
이제는 참지 못했는지, 마르쿠트 씨가 어린애를 다그치듯이 케텔 씨한테 말했다.
지금 분명, 뭔가 소리가 난 듯도 하고 안 난 듯도 하고. 천장 부근에서, 깡깡 같은 소리가 난 듯도 한데. 기분 탓인가.
"그렇게나 신경 쓰이면 리더가 직접 확인하면 되잖아요."
"알았어. 가자 소스케."
"에엑..."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지못해 따라갔다.
나와 케텔 씨는 뒷부분의 개폐구까지 나아가서, 창문을 열고 천장 부근을 올려다보았다.
아무것도 없다는 식으로 올려다본 그곳에는, 용의 머리를 한 거한이 있었다.
거한이라기보다, 괴물 같은 녀석이.
그 녀석이 차의 천장에 달라붙어있었던 것이다.
"뭐지 이 녀석."
"나, 나왔다아아아아!?
요괴 도마뱀인간이다아아아아아아!!"
내가 의아해하고 있자, 케텔 씨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기어가며 도망쳤다. 내가 역시 이건 좀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자, 도마뱀 남자가 갑자기 목을 들이대왔다.
"어이어이."
양쪽 머리를 붙잡고, 일단 차내로 끌어들인다.
케텔 씨의 위에 내동댕이쳐진 도마뱀 남자. 그걸 본 ㅗ모코 씨가, 다시 시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악!?"
"뭔가요 이 녀석은."
마르쿠트 씨가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도마뱀 남자의 안면을 걷어찼다.
다음으로 요마라고 인식한 이리자키가 배를 찼다.
그러자 게브라 씨가 "무슨 일임까." 라며 찼다.
수면을 방해받은 티파레트 씨는 "뭐야뭐야!?" 라며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찼다.
그리고 나도 발차기에 참가했고, 마지막에는 모모코 씨도 쭈뼛거리며 도마뱀에게 발차기를 넣었다.
30초 정도 지나자 도마뱀은 완전히 침묵.
케텔 씨는 죽었다...
◇
결국, 진군에 문제는 없었다.
도마뱀 남자가 출현한 것은 우리의 차량만이었고, 다른 장소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뭔데 이 녀석?"
하품을 섞으며 티파레트 씨가 도마뱀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모두의 의견을 모아 보아도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유일하게 나만을 제외하고서.
"저, 이것과 비슷한 걸 본 적이 있는데요."
"정말인가요 사토 군."
나의 말에, 먼저 마르쿠트 씨가 흥미롭다는 듯 물어보았다.
"여름에 츠치무라라는 사람이 이것과 비슷한 타입의 요마를 사역하고 있었거든요."
그렇다, 츠치가 분명 이것과 비슷한 것을 조종하고 있었다. 그 개체는 뭐 월드 챔피언급 찌꺼기였지만, 이건 그럭저럭이다
"그보다, 적귀의 마력도 섞여있네."
갑자기, 뇌신의 내 등에서 고개를 드러내며 참견했다. 그 말에 이어서, 풍신이 내 어깨에 걸터앉으면서,
"음~ 그것만이 아니네~ 왠지 뱀의 냄새도 느껴져~"
뱀. 그 단어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에 대해서 질문하기 전에 엘레인이 내 옆에서 와인 글라스를 흔들거리고 있었다.
"이 마력의 냄새... 바다뱀과 황룡인가요."
"잠깐 타임."
제지하고는, 등의 뇌신을 끄집어내고는 풍신과 함께 엘레인의 근처에 내렸다.
"왜?"
"뭐야 인간."
"왜 그런가요 소스케."
"차 안이 좁으니까 돌아가."
그보다 뭐냐고 너희들 갑자기 나오기는.
엘레인 너 내가 앉았던 자리에 있잖아.
그 이전에 너 면허시험은 어쩌고.
"자자 사토 군. 시끌벅적하니 좋잖아요."
마르쿠트 씨는 조금 짜증을 내는 나를 달래고서,
"그보다, 이 요마의 샘플을 회수해서 도착할 대까지 제가 해석해두겠어요. 뭐가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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