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50 노호성과 언령(3)
    2022년 09월 07일 14시 08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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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407 

     

     

     

     [참(斬)!!]

     

     

     등줄기에 다가오는 투명한 칼날에, 칼을 맞댄다.

     레이피어와 참격은 공중에서 불꽃을 튀기며 자석처럼 반발했다.

     

     

     [황참(荒斬)!!]

     

     

     언령의 등급을 높여서, 파괴의 속성을 부가하여 내지른다. 무게가 늘어난 [참]의 복합음은 말하자면 거대한 도끼의 일격. 달인이 아니라면 직시도 못할 그 공격을, 미즈키는 의연하게 레이피어로 받아내었다. 마찰 때문에 삐걱이며 달궈지는 도신을 손목을 기점으로 미끄러트리며, 재빨리 뒤로 흘려버린다.

     

     바람의 감각.

     미즈키한테는 그 공격이 [보이고 있다].

     

     

     "ㅡㅡㅡ"

     

     

     소리가 사라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쿠는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언령의 위력이 약하다.

     무음공간에서는 언령이 둔화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상성이 나쁘다.

     전이나 정을 써도 유효한 효과는 바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중음으로 억지로 밀어붙일뿐.

     

     

     [참]

     [참참참]

     [참참참참]

     [참참참참참참참참참참참참]

     

     

     사방팔방에서 날아오는 회피 불가의 고속 참격.

     탐지한 미즈키가 입술을 뻐끔거리자, 티아가 순식간에 결계를 전개.

     360도로 대응한 마술장벽은 두 사람을 완전히 둘러싸서, 여러 각도에서의 참격에 전부 대응했다.

     

     

     '과연...'

     

     

     무음공간의 구조는 대략 파악했다.

     그 강도를 높인 것도.

     약간의 기류를 조작하는 걸로 무음을 없애고 있다.

     

     하지만, 이만한 마술이라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터. 그리고 저 여자의 역량이라면 마력량이 그리 많지는 않다. 허세 부리는 것이 눈에 보인다.

     

     전이진을 찾아낸 것은 아마도 티아의 감지마술일 것이다.

     이 내몰린 상황에서 전이진을 찾는다면 뛰어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하나 중요한 점을 잊고 있다.

     '그것' 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것인지, 아니면 이판사판의 행동인지.

     

     천천히 한다면 얼마든지 이길 자신은 있지만, 지금은 수의 안부가 신경 쓰인다. 우물쭈물할 수는 없다.

     쿠는 무의식적으로 승부를 재촉하고 있었다.

     

     

     [속(速)]

     

     

     내디디는 첫걸음은 가볍게, 쿠는 대지를 미끄러지듯 가속시켰다.

     두 사람 간의 거리는 13보.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그 영역]에 도달한다.

     

     여기가 승부처.

     전이진을 이용해서 틈을 노려도 좋지만, 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끝낸다.

     

     승부를 짓자.

     

     

     [...지(地)]

     

     "ㅡㅡㅡ읏."

     

     

     예비동작에 들어간 순간,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는 받아치기 위해 준비했다.

     걸음을 멈춘 것은 정답이다.

     이 언령은 쿠가 쓸 수 있는 최대의 공격 범위를 자랑한다.

     그녀들의 속도로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못 도망간다.

     

     하지만, 요격을 선택한 것은 완전한 하책이다.

     무음공간 내에서는 바람을 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미즈키는 바람의 술식을 못 쓴다는 뜻이다. 과연 육체강화만으로 어디까지 받아낼 수 있을지.

     

     

     '기술을 써서 막았어야 했다ㅡㅡㅡ'

     

     

     하지만, 그것도 이미 늦었다.

     박식을 쓰든 검을 던지든, 언령은 그보다도 빠르게 발동한다. 그걸 이해했는지, 두 사람은 완전한 방어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명명명명명명!!!!}

     

     

     부서지는 대지.

     내달리는 번개.

     고밀도의 에너지가 파도가 되어, 사정없이 두 사람에게 밀려든다.

     

     티아가 손을 내젓자, 정면에 장벽이 내려섰다. 두터운 벽은 땅울림의 언령을 받아냈지만, 몇초 간의 저항 끝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위력이 약해진 그곳에, 미즈키가 용맹하게도 내달렸다.

     미즈키는 그대로 레이피어를 몸의 안쪽으로 모으고는, 그 끝을 단번에 언령을 향해 뻗었다.

     

     

     "ㅡㅡㅡㅡㅡ읏!!"

     

     

     두 사람이 언령의 대응에 내몰리는 사이, 쿠는 재빨리 지면을 박차 올랐다. 딱히 다른 일은 안 하고, 언령을 뒤쫓듯이 다리를 움직인다.

     

     무음공간에서 위력이 경감되었기 때문에, 이 땅울림은 전력이 아니다. 예상한 대로, 바람의 술식을 두르지 않은 레이피어로도 어떻게든 충격파를 날려버리기는 했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포석. 처음부터 접근할 틈을 만들기 위한 양동.

     

     무음공간의 약점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로 미즈키가 강제적으로 전력을 낼 수 없다는 것.

     두 번째로 소리를 억누르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

     그래서 약화되었다고는 해도 언령을 발동할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완전한 무음은 인간에게 해롭다는 것이다.

     

     

     "끝이다."

     

     

     접근을 끝내고서, 쿠우가 [잘 들리는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내뱉었다. 그곳은 무음이 아니었다.

     

     인간은 완전한 무음에 휩싸이면, 40분 만에 발광한다고 한다.

     

     물론 개인차는 있지만, 그 전조인 환각과 거리감의 착각 등은 공통적으로 체험하는 현상이다.

     

     그것들 전부가 전투 시 치명적인 허점이 된다.

     

     그걸 우려한 미즈키는 모든 공간을 무음으로 한 것처럼 보이게 하고, 몰래 구멍을 뚫어놓았던 것이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의 주위ㅡㅡㅡ정확히는 미즈키를 중심으로 한 반경 4미터ㅡㅡㅡ는, 평범한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쿠는 몰라도, 미즈키 본인에게 이상이 일어난다면 무음의 술식 자체가 해제되기 때문이다.

     

     미즈키가 몇 번 입을 움직였었는데, 티아한테는 제대로 들렸던 것이다.

     쿠가 말한 것으로, 그것이 방금 증명되었다.

     

     

     [류(流)]

     

     

     바람의 흐름을 지배하여, 무음을 완전히 해제한다.

     다음의 언령으로 잇기까지, 이것의 효과는 지속된다.

     이대로 전력의 땅울림을 써서 결판을 낸다.

     

     

     "스으ㅡㅡㅡㅡㅡ읍."

     

     

     심호흡한 순간, 쿠는 묘한 위화감에 사로잡혔다.

     조금, 접근이 쉬웠다.

     여태까지 끈질기게 달려들던 느낌이 없다.

     이래서는 마치 이 장소로 유도당한 듯한ㅡㅡㅡ

     

     

     "박식."

     

     

     티아의 손목에서 여러 띠가 뻗어 나온다.

     쿠가 냉정하게 목만을 방어하자, 띠는 다리와 허리에 꽁꽁 감싸였다. 이 자리에 고정시킨 모양이지만, 목소리를 어떻게 못하는 한 대국은 변함없다.

     

     

     "ㅡㅡㅡㅡ읏."

     

     폐 가득히 산소를 들이마신다.

     동시에 미즈키가 레이피어를 든 채, 대지에 양손을 갖다 대었다. 이제부터 이 공간을 무음으로 만들려면, 먼저 쿠의 언령을 없애야만 한다.

     

     하지만 이미 그럴 시간적 여유는 없다.

     

     

    [지ㅡㅡㅡㅡ]

     

     

     언령발동까지 앞으로 1초.

     이제 무음에 의한 위력 경감도 없다.

     일단 전투불능으로 만든 뒤, 미코가 있는 장소를 불게 하고서 죽인다.

     

     

     [지...명...]

     

     

     언령을 방출하려던 그 순간, 쿠는 지면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음을 눈치챘다.

     대체 무슨 빛일까.

     반사적으로 지면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하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ㅡㅡㅡ읏!?"

     

     밑에 새겨진 술식은, 전이술식이었다.

     

     

     '바보 같은, 눈치채지 못했다니...!?'

     

     

     비 때문에 안 보였는가.

     아니, 계속 눈은 뜨고 있었다.

     이것은 의도적으로 진흙을 써서 감춰놓은 것이다.

     그것이 발동 직전이 되어서야 빛나서, 그 모습이 명백해진 것뿐.

     

     하지만, 이 전이진은 마력인증의 기능이 있다.

     대성군의 사람만 이걸 쓸 수 있다.

     그것은 이해하고 있을 터.

     

     설마.

     

     

     '전이되는 것은 나...!?'

     

     

     전이진에서 도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쿠를 전선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쓴다. 아마 미리 이걸 찾아놓았던 것이다. 준비한 것은 이 녀석들인지, 아니면 모습이 안 보이는 신역의 무녀가 한 것인지.

     

     섣불리 내디딘 것이 화근이 되었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만든 것이다.

     미즈키의 주위에만 무음으로 하지 않은 것은, 쿠를 이곳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전이진을 주저 없이 밟게 만들기 위해.

     

     

     '큰일이야, 이대로는ㅡㅡㅡ'

     

     

     어딘지 모르는 장소로 날아가버린다.

     아마 크롬이 기습을 감행한 지점까지.

     전이한 뒤에 진을 없애면 돌아갈 수 없다.

     

     

     [퇴(退)!!]

     

     

     땅울림의 언령을 캔슬하고서, 전력으로 후퇴한다. 하지만 쿠를 놓칠 수 없다면서 몸에 조여든 박식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젠장...!"

     

     

     전이진의 빛이 점점 그 반짝임을 더한다.

     티아의 손목에서 피가 배어 나오지만, 풀어질 기미가 없다.

     전이가 발동하기까지 앞으로 몇 초.

     그때까지 쿠가 가능한 일은ㅡㅡㅡ

     

     

     [폭(爆)!!]

     

     

     술식에 마력을 주입하던 미즈키를, 전이진과 함께 폭파시킨다. 미즈키는 폭파의 충격으로 날아가서는, 나무에 등을 부딪혔다.

     

     공급은 끊었지만, 전이진이 부서질 기미가 없다.

     잘 보니 장벽을 쳐놓았다.

     쿠가 초조해하는 와중, 이번에는 티아가 술식에 마력을 보내기 시작했다.

     

     전이가 발동하기까지 1초 이하.

     지금은 전이진을 부술만한 시간이 없다.

     박식과 티아를 처리한다.

     

     

     [격(擊)!!]

     

     

     콰앙.

     덤프트럭에 치인 것처럼, 티아의 몸이 공처럼 날아갔다. 그에 따라 쿠의 박식이 사라졌다.

     

     

     "ㅡㅡㅡ"

     

     정말 아슬아슬했지만, 이걸로 전이할만한 마력을 전이진에 보낼 자는 없다.

     지금까지가 전부 함정이었다면...

     쿠는 눈치채지 못했던 자신의 미숙함이 부끄러워졌다.

     처음부터 이곳에서 기다리지 않고 도망쳐 다닌 것은, 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함인가.

     

     쿠는 가속하는 심장을 억누르면서, 뭔가 더러운 거라도 밟아버린 것 같은 얼굴로 천천히 전이진에서 발을 떼었다.

     

     

     그곳에.

     

     

     "타앗!"

     

     

     뭔가가 등을 밀었다.

     완전히 풀어져 있던 쿠는 엉거주춤하면서, 두세 걸음 걸어 진의 중앙으로 다가가게 되었다.

     

     어깨너머로 돌아보니, 그곳에는 양손을 지면에 갖다 댄 사사미네 미코의 모습이 있었다

     

     

     '복병...'

     

     

     백업 요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확실히, 지금의 미코도 마력을 주입하는 정도는 가능하다.

     

     뭔가 저항해보려고 쿠가 입을 열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전이진의 빛에 휩싸인 쿠는 곧장 그 모습이 희미해졌고, 곧자 허공 속으로 녹아들었다.

     

     

     

     

     빛과 함께 사라진 쿠를 바라보고서, 미코는 중력을 따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아...하아..."

     

     심장 고동이 경종처럼 가속하고 있다.

     단지 모래 소녀의 등을 떠민다.

     그냥 그것뿐이었는데ㅡㅡㅡ

     

     

     ".........휴..."

     

     황폐해진 주변의 경치에 숨을 내쉰다.

     이 정도로 파괴해버린 상대의 등에 잘도 접근했다며 스스로 감탄하고 만다.

     어쨌든, 성공해서 다행이다.

     

     

     "앗..."

     

     중요한 일을 잊고 있었다.

     미코는 떨리는 다리를 재촉하여, 아직도 옅은 빛을 내는 전이진을 내리쳤다.

     

     그대로 신발로 지면을 비벼서 하얀 문양을 지운다.

     티아는 철저하게 지우라고 말했었다.

     미코는 일단 전이진이 안 보이게 될 때까지 비빈 다음, 그제야 겨우 한숨을 지었다.

     

     

     "사, 사사미네 씨!"

     

     갑작스러운 소리에, 미코는 어깨를 움찔거렸다.

     소리 난 곳에는 군데군데에 피를 흘리며 진흙투성이가 된 티아와 미즈키가, 초췌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티아쨩, 미키쨩. 다친 모양인데 괜찮아?"

     "그, 그보다도 사사미네 씨, 다친 데는!?"

     "그래! 뭐 하는 거야 미코쨩!? 나오면 안 된다고 말했잖아!?"

     

     두 사람의 얼굴은 정말 험악했다.

     특히 감정의 기복이 적은 티아가 이 정도로 동요한 것이 의외다.

     

     

     "하,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고요!?"

     

     

     확실히 미코가 지시받은 일은 재주껏 전이진을 숨기라는 것뿐이고, 다음은 그늘에서 전투를 지켜볼뿐이었다.

     하지만 그 경우, 저럴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 그런 것보다 에리쨩한테 가야 하지 않겠어!?"

     

     "그럴 필요는 없어요."

     

     미코가 엘리제의 안부를 우려하자, 나무 그늘에서 한 소녀가 걸어왔다.

     

     

     "에, 에리쨩!"

     

     "잘된 모양이네요."

     

     미코가 걸어가서는, 어깨에 손을 올리며 상처의 여부를 확인했다.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이곳저곳 다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큰 부상은 없는 모양이다.

     

     엘리제는 한 소녀를 질질 끌고 왔다.

     그것이 기절한 수라고 확인하자, 티아는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대, 대단해. 혼자 쓰러트렸어?"

     "............."

     

     엘리제는 말없이 수긍하고는, 콧김을 내뿜었다.

     

     

     "한방감이었어요."

     

     "그, 그래. 주먹으로 쓰러트렸구나..."

     

     상대의 장점을 가로막고 약점을 찌른 모양이다. 아직 어리지만 역시 특급 마술사라며, 티아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하지만 무사해서 다행이야."

     

     티아는 안도하여 미소 짓고는, 엘리제의 볼을 쓰다듬었다. 타박상이 있지만, 중상은 안 보인다. 이거라면 바로 나을 것이다.

     

     

     "미안. 위험한 역할을 맡게 해서."

     "아뇨."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자, 엘리제는 승리를 재인식했다. 전이로 날리는 방법은 성공률이 낮았기 때문에 수를 쓰러트리고 급히 돌아왔지만, 아무래도 기우였던 모양이다.

     

     

     "그럼, 추격자도 쓰러트렸으니..."

     

     예정대로 견문의 탑에서 이탈한다.

     지금이라면 도망칠 수 있다.

     비비안이 신경 쓰이지만, 지금 돌아가는 건 올바른 판단이라 할 수 없다.

     

     먼저 진로의 확인을.

     티아가 주위를 탐색하면서 감지를 켠 순간.

     

     

     "...어?"

     

     쿠웅.

     지면이 크게 흔들렸다.

     

     

     

     

     펜릴은 이후의 일을 생각하고 있다.

     

     

     코즈미를 어떻게 설득할까.

     탈출 중에 몇 번이나 부탁했지만, 전혀 계약을 맺어줄 기색이 없다.

     하지만, 대악마인 펜릴을 사역할 수 있다는데도 왜 저렇게나 승낙하지 않는 걸까.

     옛날 인간은 말을 걸기만 하면 좋아하며 계약을 맺었는데.

     

     

     "저기, 어떻게 생각해 아몬 군?"

     

     "내가 알겠냐."

     

     아몬은 시선을 안 맞추고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요즘 인간들은 차가운 사람들뿐이네."

     "뭐, 나도 너와 계약을 맺는 건 사절이니까.

     신마대전때도 그렇고, 넌 먹을 것에 너무 집착해."

     

     신들과의 영역전쟁 때, 펜릴이 잘못 먹어버린 아군은 다 셀 수가 없다. 펜릴은 어쨌든 먹는 것에 제한이 없다. 그것만 없으면 단순한 바보로 끝나는데.

     

     

     "신마...그런 것도 있었지~

     그 시절엔 나도 주책이었어.

     아몬 군도 그 시절에 비하면 많이 강해졌고."

     "무슨 말이냐. 난 원래부터 강했다."

     

     깔깔 웃는 펜릴의 옆에서, 아몬은 언짢은 듯 눈썹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당시에는 누군가와 계약했었네.

     분명... 그래, 솔로몬이었나?

     그리고 이름도 뭔가 지금 하고는 미묘하게 달랐고."

     

     "............"

     "칠대마왕 녀석들은 지금쯤 뭐 하고 있으려나~

     루시, 아스양, 레비, 벨치, 산타 씨, 돼지...

     아, 돼지는 내가 먹었지."

     

     실루엣을 떠올리면서, 과거의 호적수들을 손으로 센다.

     

     

     "아몬 군, 그 녀석들하고 마지막으로 싸웠던 거 언제였더라?"

     "글쎄."

     "신경 안 쓰여?"

     

     "내 동료는 동포들 뿐이다."

     "흐음..."

     

     펜릴은 그걸로 흥미를 잃은 듯 시선을 떨구고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긴 머리카락을 쓸었다.

     

     

     "코즈미~"

     

     

     일어서서는, 종종걸음으로 코즈미한테 향했다.

     코즈미는 결계 속에서 비비안의 상태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저기, 끝났어?"

     "네. 어떻게든 상처는 아물었어요. 바이탈도 안정되었구요."

     "바이탈? 아아~ 그거 맛있었지~"

     

     

     펜릴은 생글거리면서, 두 무릎을 꿇고 있는 코즈미와 시선을 맞추려는 듯 웅크렸다.

     

     

     "그럼, 다시 계약하자."

     

     "시, 싫어요."

     "자 그런 말 말라고 아가씨. 헤헤...싸게 해 줄게."

     "묘한 말투는 그만두세요."

     

     들어줄 생각이 없는 코즈미에게, 펜릴은 어쩔 수 없다며 어깨를 들썩였다.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애초에, 제게는 진과 아롤이ㅡㅡㅡ"

     

     

     말을 끝내기도 전에, 펜릴이 코즈미의 가슴을 밀었다.

     손바닥에 밀린 코즈미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갑자기 왜 그러나 싶더니, 코즈미에게 내밀었던 펜릴의 팔이 사라졌다. 조금 뒤, 묘한 소리를 내며 단면에서 피가 분출했다.

     

     

     "..............어?"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믿기지 않는 것이 있었다.

     뱀의 머리를 한, 피부가 비늘로 덮인 거인.

     뱀이라기보다는 용이라 불러야 할까.

     어쨌든, 용머리의 이족보행생물이 있었다.

     

     그 머리는 하나가 아니다.

     수는 대략 열.

     아니, 스물, 서른.

     셀 때마다 그 수가 늘어간다.

     그중 하나의 입에서, 방금 뜯긴 펜릴의 팔이 보였다.

     

     

     "뭐, 뭐야...저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안 간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요마와는 근본적으로 뭔가가 다르다.

     그런 예감을, 코즈미는 본능으로 느꼈다.

     

     

     "...아몬 군."

     

     "...알고 있어."

     

     양팔을 잃은 펜릴은 아몬의 이름을 부르고서, 코즈미는 지키기 위해 앞으로 뛰쳐나왔다.

     

     

     

     

     용머리가 나타난 곳은 코즈미의 앞만이 아니었다.

     견문의 탑 모든 전장에서, 제각기 용머리의 출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 도망치자!"

     

     

     미즈키는 그걸 시작으로, 주위의 공기를 단번에 말아 올렸다. 기류에 실린 네 명은 고속으로 날아올라 상공으로 나아갔다.

     

     

     "뭐, 뭐가요 저거...!?"

     

     "몰라! 어쨌든 에리쨩! 쫓아온 녀석은 모두 떨어트려!"

     "알겠어요!"

     

     하늘을 날면서, 엘리제는 미즈키의 뒤에서 추격에 대비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부릅떴다.

     

     

     "............읏!?"

     

     모아뒀던 마소를 약간 내뿜었다.

     처음에 본 것은 10체였다.

     잠깐 교전도 생각했지만, 그만뒀다.

     용머리한테서 엄청난 마력을 느껴서다.

     

     그리고 지금, 엘리제는 두 번째의 경악을 느꼈다.

     지상은 세는 것도 바보 같을 정도의 용으로 빽빽했기 때문이다.

     

     

     

     

     [샤아아아아ㅏ아아아ㅏ아ㅏ아아ㅏ아아!!]

     

     

     야마타노오로치의 목 중 하나가, 빅토르를 집어삼키기 위해 고속으로 구불거렸다. 집까지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턱에, 빅토르는 거대한 흑창을 때려 박아서 억지로 닫게 만들었다.

     

     

     "흠. 단단하군요."

     

     주위의 그림자를 조종하여 수천의 창으로 야마타의 목을 지면에 고정시킨다. 행동불능이 되자, 끝장이라는 듯 나선의 각인이 파인 창을 정면에서 내지른다.

     

     창에 직격한 목은 물풍선처럼 피를 흩뿌렸다.

     

     

     "여러분, 살아계십니까?"

     "네. 아직 살아있어요."

     "이제 3명만 남아버렸지만..."

     

     아즈마와 미리온이 서로의 등을 맞대고, 빅토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용머리가 나타난 것은 몇 분 전이다.

     갑자기 나타난 그 이형은 순식간에 나인의 복사체를 쓰러트리고, 단번의 숫자 차이를 뒤집고 말았다.

     

     

     "빅토르 씨. 해주는 멀었나요."

     "죄송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주십시오."

     

     초조하게 재촉하는 쿄코에게, 빅토르는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인, 아나스타샤, 프레데리카, 샤리아, 리벳. 어느 사이엔가 모두 어디론가 가버리고 말았다. 그녀들이 패배했는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절체절명이라는 것이다.

     

     

     "어, 어떻게 하죠..."

     "여차하면 제가 진심을 내겠습니다."

     "쿄코 공, 그건..."

     "아니요."

     

     쿄코는 발키리 스탬프를 굳게 움켜쥐고는, 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목숨을 건다면 바로 지금입니다."

     

     

     

     한때는 맞서자는 선택을 했던 펜릴이었지만,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용머리를 보자, 순식간에 후퇴를 선택했다.

     

     

     "뭐야 저거? 의미를 모르겠어."

     "말하지 마. 따라 잡힌다."

     

     기절한 비비안을 품고서, 아몬이 냉정하게 달렸다. 어깨너머로 등 뒤를 돌아보자, 여러 형태의 용머리가 지옥도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킁킁.... 히드라와 황룡, 그리고 아몬 군의 마력이 느껴져."

     "아마 인간이 만든 용종이다."

     "요, 용종? 그런 희귀한 요마를 만들 수 있는 건가요."

     

     안색이 새파래진 코즈미에게, 아몬은 혀를 차면서 대답했다.

     

     

     "글쎄. 류벽린 정도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ㅡㅡㅡ"

     

     순간, 아몬이 발을 멈췄다.

     나무들을 부러뜨리며 나타난 것은, 팔이 넷 달린 거인형 용머리였다. 키는 4미터 정도.

     선회했는지, 그곳에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떠억 벌린 입은, 아몬을 씹어주겠다며 기다리고 있다.

     

     

     "아, 아몬 군 위험해!"

     

     

     맞서려고 할 때, 옆에서 펜릴이 아몬을 감싸려고 뛰어들었다.

     

     

     "아, 이런."

     

     덥석.

     펜릴은 손쉽게 배를 물렸다.

     용머리는 까마귀처럼 솜씨 좋게 입으로 펜릴의 자세를 고치고는, 머리부터 통째로 삼켰다.

     

     

     "페, 펜릴 씨!!"

     "이런. 먹혔다. 현재진행형으로 먹혔다."

     

     펜릴은 다리를 파닥거렸지만, 용머리는 상관하지 않고 온몸을 삼켜나갔다. 마치 땅을 파먹는 지렁이처럼.

     

     

     "아, 아몬 군 도와줘!"

     

     "쳇ㅡㅡㅡ도와주는 걸 이게 끝이다!"

     

     아몬은 인간의 몸으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마력을 손바닥에 충전.

     단번에 때려박으려는 때, 목에 뭔가가 쉭 하고 지나갔다.

     

     

     "앗ㅡㅡㅡ"

     

     코즈미의 볼에 몇 방울의 선혈이 묻었다.

     뭔가 싶어서 옆을 돌아본, 목이 없는 아몬이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어...?"

     

     

     눈가에 아몬의 목이 보인다.

     베였다?

     용머리가 한 걸까.

     

     그제야 처음으로, 코즈미의 등줄기가 떨렸다.

     

     

     "히익ㅡㅡㅡ"

     

     온몸을 핥는 오한.

     입술을 떨면서, 코즈미는 천천히 등 뒤를 돌아보았다. 눈앞에서 펜릴이 잡아먹히는 것도 잊고서, 후방에서 쫓아오는 위협에 못이 박혔다.

     

     

     "연옥의 가옥에서 빠져나왔는가..."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나타난 자는 하얀 칼을 든, 기모노 차림의 노인.

     

     

     "의외로, 끈질기게 저항하는구먼..."

     "할아버님..."

     

     시키가미 겐사이가, 용머리를 대동하는 것처럼 서 있었다.

     

     

     "잠깐 아몬 군! 위험해! 진짜루 위험하다고! 죽겠어! 이거 죽겠어! 아몬 군!? 어이 아몬! 거짓말이지!? 도와줘 아몬! 아모오오오오오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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