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 언어의 폭력(물리)(1)2022년 08월 25일 02시 02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075
수평선의 저쪽 하늘에서, 타악기를 치는 것처럼 번개가 강하게 울리고 있다.
구름은 백지에 먹을 흘린 듯한 검은 하늘이라, 그리 멀지 않은 사이 비를 예감시킨다.
비비안은 피부에 녹아드는 온기를 느끼면서, 멍하니 수중의 우산을 확인했다.
"엄청 막혔네요."
중얼거리는 엘리제의 시선 끝에는, 차량에 의한 장사진이 생겨나 있었다. 이래저래 대로를 걷기를 1시간이 되지만, 이 대열은 끊이지 않는다.
어림잡아 10km 정도 앞에 있는 공항이다. 결계에 의해 프랑스가 봉쇄된 이래, 연일 사람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거, 우주인이 쳐들어오는 영화에서 자주 봤어요."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는데요..."
양손에 짐을 든 코즈미가, 비슷한 상태의 엘리제한테 대답했다.
견문의 탑에서 탈출한 지 이틀.
프랑스는 대혼란에 휩싸였다.
갑자기 발생한 투명한 벽에 의해, 국외로 향하는 통로, 항로, 해로가 전부 봉쇄.
갇힌 국민들의 혼란은 예상보다 커서, 일생을 통틀어 해외로 나가지 않을 사람들까지 열을 내며 프랑스에서 탈출하려고 있다고 한다.
비행기도 한 기도 날 수 없음을 알고 있을 텐데도 이런 꼴이다.
그 와중에도 평소대로 경영하는 가게가 있던 것은, 장보기를 맡은 코즈미, 엘리제, 비비안 3명으로 보면 다행스러운 이야기였다.
"이제부터 어떻게 되려나요."
누구에게랄 것 없이, 엘리제가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직 협회에서의 추격자는 안 오고 있다.
추격자는 안 오지만, 프랑스 내에 있는 지부와의 연락도 안 된다.
사실상, 네코구미와 어펙션을 중심으로 한 마술사들은 셸부르에 고립된 것이다.
"괜찮아 에리쨩. 누군가가 공격해와도 내가 지켜줄 테니까."
비비안은 그렇게 단언하며 작게 콧김을 내뿜었다.
"하지만, 코즈미 언니의 할아버지가 또 오면 어쩌죠."
"...뭐, 그건 샤리아 씨와 스승님이 어떻게든 해줄 거야."
"그럼, 그 할아버지보다 강한 사람이 오면 정말 어쩌죠."
"그때는 뭐, 그거야. 소쨩이 하늘에서 바로 날아와줄 거야."
아마도.
그렇게 덧붙이고, 비비안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본격적으로 비가 올 것 같아서, 세 사람은 숙소로 가는 길을 서둘렀다.
◇
1장의 종이가 펼쳐진 테이블을, 4명의 여성이 둘러싸고 있다. 넷은 제각각의 자세로 의자에 앉아서는, 중삼에 있는 지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시계의 바늘만이 주기적으로 울리고 있다.
"거점을 바꿉시다."
아나스타샤가 제안하자, 프레데리카와 나인이 곧장 찬성했다.
"그래."
"이대로 가면, 퇴로의 확보도 위험해 보이니까요."
항만도시인 셸부르는, 결계가 코앞에 있다. 원로원이 준비한다면 포위망을 만드는 건 손쉬운 일이다.
"샤리아 씨, 회피 가능한 장소에 짐작되는 건?"
"글쎄~"
샤리아는 지도를 응시하고서, 눈을 약간 크게 떴다. 샤리아의 푸른 눈은 탁자 위를 따라 이리저리 돌아갔지만, 어디에도 피난 갈 후보로서는 적당하지 않은지, 그대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보다 너, 다친 데는 괜찮아?"
아나스타샤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나인이,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해왔다. 셔츠 사이에서 때때로 보이는 술식의 붕대는, 약간 두껍게 감겨있다.
"문제없습니다."
아나스타샤 게르첸이 거의 완쾌됐다고 말을 꺼낸 것은, 조금 전의 일이다. 코즈미의 의견으로는 아직 며칠은 움직이지 못할 부상이라는데, 실제로도 본인은 늠름한 패기를 되찾았다.
"상대가 시키가미 겐사이여서 다행이었겠죠.
그는 격하의 상대한테는 그만한 힘만 휘두르니까요. 제 때도 그랬답니다."
프레데리카 왈, 결국 봐준 거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왜 나인한테 가담한 건가요?"
어펙션의 목적은 견문의 탑에서 탈출하는 네코구미의 도움이었지만, 그때 묘한 녀석들도 따라왔다. 그중에서도 더욱 이채를 발하는 자가 아나스타샤 게르첸이다. 사토 소스케에게 협력한 이리자키와 비비안과는 다르게, 그녀는 독자적인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다.
딱히 주저하지 않고, 아나스타샤는 프레데리카의 질문에 대답한다.
"가담이라기보다, 전 코린 박사님의 유언에 따르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박사님은 신수의 부활을 막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인은 마음속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말로 나인이 아나스타샤한테 원로원 타도를 부탁했다면, 그보다 먼저 네코구미에 협력을 구했을 텐데.
"그러는 어펙션은, 왜 원로원에 대항하는 거지요? 여태껏 원로원과 눈에 띄는 대립은 해오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건 표면상의 이야기예요. 저희는 꽤 이전부터 움이고 있었답니다. 메리 노트가 살해당한 이래로 유지를 이어받으면서, 계속."
그렇게는 말해도, 1년 남짓의 기간.
선수를 당한 것도 있어서, 전력이 부족하다.
이제부터 원로원이 강경책에 나서서 본격적인 전투가 일어난다면, 이것만으로는 든든하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 넌 대성군이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거냐구?"
나인의 질문에, 아나스타샤는 약간 주저한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인 씨도 보셨다고 생각하지만, 로긴스는 무녀를 이용해서 신역에 검은 관을 소환했습니다.
그건 대체 뭐지요?"
애초에 걸리는 점은 그거다.
눈에 담은 순간 무심코 눈을 돌리고 말았는데, 그건 과연 올바른 판단이었을까.
하지만 그 자리에서 무슨 수를 써도 파괴할 수 없다고 직감한 것도 또한 사실. 시험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것에 공간간섭을 쓴들, 상처 하나 나지 않았을 것이다.
"넌 대신재(大神災)가 뭔지 알아?"
"예."
"그거 말인데, 인위적으로 일으킨 거야."
"예?"
"마계의 문을 열어서, 이끈 사람이 존재하고 있어요."
나인의 보충해주려는 듯, 프레데리카가 덧붙였다.
"결국 그 녀석은 육왕에 의해 봉인되었지만, 그때 육왕 중 1명이 목숨을 잃었어."
"........"
"그게 롬그리스야."
담담히 말하는 나인에게, 아나스타샤가 무심코 끼어든다.
"...그는 누군가와 협력하는 사람은 아니라도 전해지고 있는데요."
"그래. 그쪽 사실은, 솔직히 버밀리온 가문에서도 잘 알지 못하나 봐."
"그럼 대신재를 일으킨 흑막이, 그 관의 안에?"
"저희들은 그렇게 짐작하고 있답니다."
프레데리카 왈, 여섯 명이서 내몰았을 때 아덴로브가 박식으로 봉인시키고, 그대로 두 번 다시 부활할 수 없도록 처리하여 두 번 다시 지구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신역의 저편으로 내버렸다고 한다.
"대성군은 그것에 눈독을 들이고 무녀를 이용해서 회수한 겁니까?"
"그래. 적어도 원로원은 그걸 200년 전부터 꾸미고 있었을 거라구."
나인은 테이블에 두 팔꿈치를 대고서, 그대로 깍지를 꼈다.
"대신재의 원흉이 된 인물은, 영맥에서 나타나서 자기를 신이나 왕이라고 칭했다고 해."
"...사람입니까?"
"종족은 몰라도, 사람의 형태는 하고 있었대. 내가 반요인 것처럼.
하지만 그것 이외엔 알려지지 않았어.
성별도, 이름도.
눈에 띄는 자료는 전부 말소되고 말았어.
다만, 원로원이 그 녀석을 써서 대규모 마술을 발동시키려 했다는 건 확실하다구."
영맥을 사용한 마력의 강제적 접수.
이미 그 시운전 같은 행동도 각지에서 확인되고 있다.
"뭐 어쨌든, 그 결과 소동이 퍼진다면 원로원은 책임을 면할 수 없어. 이만큼이나 국민한테 민폐를 끼쳤으니, 협회의 스폰서도 줄어들 거라구."
어펙션은 그때 지금까지의 악행을 집중적으로 들이밀 셈이지만, 동시에 이 정도까지의 일도 일으켰으니, 그냥 끝나지 않는다고 보는 편이 현명하다.
"...어떻게든 해서, 결계를 해제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럼 여러 문제는 해결되지만, 이런 마술을 행할 장소는 이제 견문의 탑 정도밖에 없다.
"...이대로 원로원이 무력행사에 나서는 일도, 충분히 있겠군요."
아나스타샤가 불쑥 중얼거렸다.
현재의 불안요소는 그것이다.
"아, 그래."
갑자기 손뼉을 친 자는, 지금까지 생각만 하고 있던 샤리아였다. 지금까지 심각한 얼굴로 침묵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다음 거점에 대해 뭔가 생각난 바가 있는 모양이다.
"여기서 조금 먼 벽지에 제 가문의 별장이 있어요. 그곳으로 도망치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말한 샤리아는, 숲으로 둘러싸인 평지를 가리켰다. 샤리아는 아나스타샤를 돌아보고는 "어때?" 라고 되물었다.
"그렇군요..."
실제로 현지에 도착해보지 않으면 모르지만, 언뜻 보기로는 농성할 때 주위에 덫도 설치할 수 있어 보인다.
"나쁘지는 않습니다. 민간인이 휘말리기 전에, 여기서 이동하는 편이 좋겠죠."
아나스타샤의 판단은 빨랐다.
"그럼 리베한테 소환을 부탁하는 편이 좋으려나."
"예, 가능한 한 빨리."
샤리아의 제안에, 아나스타샤가 찬성했다.
그 소환수라면, 별장이 있는 땅까지 1시간도 안 걸릴 것이다.
"그럼, 장 보러 간 세 명이 돌아오면 본격적으로 이동을 시작하자."
나인은 그렇게 말하고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정말 먼 곳에 갔는지, 세 사람이 나간 뒤로 이미 2시간이 지나고 있다.
"...괜찮으려나."
창문을 바라본다.
그리고 동시에, 하나의 뇌명이 울렸다.
◇
"우와앗!?"
혼미한 와중.
귓가에서 들린 목소리에, 우토 미즈키는 반사적으로 팔을 뻗었다. 왜 그랬는지는 스스로도 잘 몰랐다. 하지만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티아를 보고 곧장 자책감이 들었다.
"어, 티아...!?"
주위를 둘러보니, 미즈키는 침대 위에 있었다.
셸부르에 도착한 뒤, 미즈키 일행은 어펙션이 경영하는 맨션에 안내되어 피로를 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부상자의 간병에 일손이 모자란 것을 보다 못해서, 부담을 줄이려고 미즈키와 티아도 간호에 참가한 것이다.
그 뒤는 단순해서, 가벼운 쪽잠을 자려고 침대에서 드러누웠고.
그리고...
"...괜찮아? 신음하고 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바닥에서 일어난 티아가 얼굴을 들여다보며 걱정하고 있었다.
"괜찮아. 그보다, 미안해."
"아니. 난 됐어."
고개를 젓는 티아한테서 눈을 돌리고서, 미즈키는 시계를 확인했다.
"미안, 너무 자버린 모양이네."
"아니, 아직 쉬는 편이..."
"무슨 말 하는 거야. 내 부상은 다른 사람에 비하면 별 것 아닌걸."
미즈키는 어깨를 가볍게 돌리고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견문의 탑에서 탈출한 이래, 미즈키는 뭔가를 무리하게 잊으려는 듯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이만큼 알기 쉽게 풀이 죽으면, 아무리 티아라 해도 알아챈다.
"시시도 군의 일은, 그, 충격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후에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티아도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으니까.
확실히 여성편력에다 자기본위적인 면은 있었지만, 그래도 적극적으로 동료를 지키려는 소중하는 급우였다.
이지스에는 속아서 끌려가, 로긴스한테 심한 학대를 당하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달랐다기보다,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강함도 엄청났지만, 그만큼이나 과도하게 사람을 상처 입힐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저랬는지, 아니면 저렇게 되어버렸는지. 그쪽 사정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접해왔던 시시도의 인물상이 무너졌음은 틀림없다.
"...시시도 군과도 다시 한번, 대화해보자. 모두 같은 마음이라 생각해."
그가 응할지 아닐지는 둘째 치고, 티아는 그것이 가장 무난한 해답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
미즈키는 무표정하게 수긍했다.
이 얼굴은 몇 번 본 적이 있다.
어디서였더라.
그래, 옛날이다.
아직 버밀리온 가문에 입양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어린 시절의 자신이 거울을 보면, 그야말로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기계가 그런 것처럼, 인간을 가장해서 고개를 흔드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료우야도 뭔가 사정이 있을지도 몰라. 그래....그게 아니면, 이상하잖아..."
뭔가 들려주는 것처럼 중얼거리고서, 미즈키는 티아를 남기고 방을 나갔다.
◇
오후.
이지스 부대의 간병을 하고 있던 사사미네 미코한테, 어펙션의 단원이 찾아온 것은 방금 전의 일이다.
"음. 그로부터 변화는 없어?"
가벼운 어조로 대답한 인물은, 약간 졸린 듯한 분위기를 지닌 여성이었다. 어깨에 닿을 정도의 세미롱헤어에는, 약간의 천연 파마가 들어가 있다.
그녀는 리벳 브란샤르. 어펙션의 일원이다.
이 하늘을 나는 배, 노아를 소환한 장본인이며, 나이 20세임에도 상1급 마술사의 칭호를 가졌다.
미코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네. 그로부터 메리 씨는 제 안에서 잠든 모양이라서요..."
"음음, 그렇구나."
리벳은 하품을 한번 하고서, 뭔가 마술서 같은 것을 훑어보았다.
"마력의 고갈이겠네. 영체는 구성마력과 소비마력이 같으니까, 일시적으로 영격이 떨어졌다고 생각해."
"그럼 메리 씨와는, 당분간 대화할 수 없겠네요..."
리벳은 졸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나, 리벳 씨한테 여쭤볼 일이 있는데요."
"응응, 뭔데?"
"신역의 무녀란 대체 뭔가요?"
리벳은 억양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진짜 간단히 말하자면, 혼의 자석이야."
"자석?""응. 여러 혼을 종속시킬 수 있어.
때로 그것은, 물리적인 인력이 되어서 주위의 혼백을 끌어들이게 하여 체내에 붙들어 매기도 해.
네가 벽왕의 혼을 아무 대가 없이 가둬둘 수 있는 건, 그 덕분이야."
리벳은 그렇게 말하고서, 미코의 가슴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힘은 이 세계의 바깥에도 영향을 끼쳐.
그래서 신역의 무녀는 대대로 외계에서의 소환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존재야.
너 이외로는, 대성군의 이가라시라는 할아버지도 그렇다고 어펙션에서는 추측하고 있어."
그 능력을 이용당해서, 미코는 신역에서 떠다니던 그 관을 소환시켰다고 리벳은 그렇게 말했다.
"...음?"
미코는 가볍게 고개를 비틀었다.
그래서는 아귀가 안 맞는다.
"그 이가라시라는 분도 신역의 무당이 맞는 거죠?"
"응,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해. 그의 [산옥지장]은, 아마 무당의 힘으로 불러낸 고차원의 존재니까."
"그분이 있으면 전 굳이 필요 없었을 텐데요?"
일부러 초보자를 유괴할 필요도 없었을 터.
"무당이라고 해도, 외부에서 뭐든 불러낼 수 있는 건 아냐. 기껏해야 한두 명...그 정도."
'
무엇에도 한계치란 있다.
그렇기 때문에, 8체의 소환마를 사역하는 이가라시는 엄청난 강자라고 한다.
"뭐, 어쨌든 넌 그쪽 사정을 그리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이제 싸울 필요도 없고."
리벳은 미소 지으면서 차를 마시더니, 다시 크게 하품을 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어제지만, 어제도 졸려 보였다. 어쩌면 항상 이런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앞으로 몇 시간 안에 거처에서 나갈 거야."
"네? 그런가요?"
"응. 대성군 녀석들이, 슬슬 냄새를 맡고 올 테니까."
여기는 자재와 시간의 문제로 결계도 치지 않았다. 적이 공격해오면 늑장대응을 해버릴 수밖에 없는 이상, 조금이라도 나은 땅으로 이동하는 편이 현명하다.
"그래서 그때까지 제대로 쉬어두는 게 좋아. 난 배의 정비를 해야 하지만, 조금 더 있으면 베르베느가 네 호위를 서줄 테니까."
호위라고 듣고, 미코는 자신이 어떤 입장인지를 다시 인식했다. 확실히 그런 일은 이제 질색이다. 최소한, 전투도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다. 본래라면 사토의 안부를 확인하고서 지금 바로 귀국해서 부모님을 안심시키고 싶은 것이다
그때, 그 방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소파에 앉아있던 두 사람이, 출구를 흘끗 확인했다. 그곳에는 장을 보러 갔었던 코즈미와 비비안, 그리고 엘리제가 서 있었다.
미코의 상태를 보러 와준 걸까.
"오~ 어서 와~"
리벳이 하품 섞어 손을 흔들자, 코즈미가 꾸벅 답례를 하였다. 세 명 모두 조금 지친 모습이다.
"어땠어~? 가게 있었어~?"
"네, 어떻게든."
비비안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한숨을 지었다.
많이 걸어 다녔는지, 역시 피로의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마을을 계속 걸어 다녔더니 지쳐버렸어.
글치~ 에리쨩."
"맞아요~"
비비안과 엘리제는 미리 짠 것처럼 합이 잘 맞았다. 이 단기간에 친해졌는지, 어제보다도 사이가 좋아 보인다.
"그래서, 세 명은 왜? 놀러 온 거야? 출발이 가까우니 너무 놀면 안 된다~?"
"아, 그거 말인데요."
비비안은 겸연쩍은 미소를 짓고서, 리벳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잠깐 미코쨩과 넷이서만 대화하고 싶은데, 자리 좀 비켜주실 수 있나요?"
"뭐~? 들으면 위험한 이야기야?"
"음...그래요, 네."
리벳은 "그렇구나~" 라고 혼자 중얼거리더니, 미코를 흘끗 바라보고는 검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돌렸다.
"어쩔 수 없네~
난 호위를 서야 되니, 빨리 끝내야 돼~?"
"고맙습니다."
비비안이 기세 좋게 고개를 숙이자, 뒤이어 코즈미와 엘리제도 허리를 숙였다. 리벳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서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로 출구 쪽까지 걸어가나 싶더니, 제일 가까이에 있던 코즈미의 옆에서 멈춰 섰다.
"코즈미쨩~"
"네?"
"내가 부탁한 초콜릿 사 왔어?"
코즈미는 곤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죄송해요. 저희가 돌아봤던 가게에는, 어디에도 없어서."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네~"
"죄송합니다."
"아니, 됐어~ 어쩔 수 없지~"
"목숨 걸고, 찾았지만요."
"그런 거 부탁하지 않았다고 바보."
우지끈.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ㅡㅡㅡ"
한 박자 두고서, 코즈미는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그녀는 포탄처럼 고속으로 벽과 충돌했다.
그리고 나서야, 미코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했다.
리벳이 때린 것이다.
뻗어나간 주먹이 코즈미의 안면에 적중하여, 그대로 공처럼 날아간 것이다. 공중에서 몇 번이나 회전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너무 빨라서 그건 확실하지 않다.
"...엥?'
꿈쩍도 움직이지 않는 코즈미를 보며, 미코는 입을 뻐끔거리며 경직했다.
왜 때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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