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8 언어의 폭력(물리)(3)
    2022년 08월 25일 18시 17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096 

     

     

     

     "ㅡㅡㅡ흡."

     비비안과 진은 미끄러지듯 간격을 좁히더니, 지면을 베는 것처럼 야앵을 휘둘렀다. 그러자 소녀들은 제각각 좌우로 도약했다.

     

     [그아아아아아아!!]

     

     진이 미코를 짊어진 쪽의 소녀를 덮친다.

     목표는 어디까지나 미코.

     자세만 무너뜨리면, 비비안이 단번에 빼앗을 수 있다.

     

     쿠가 동료를 도와주려고 몸을 날렸다. 거기에.

     

     "으ㅏ아아ㅏ아ㅏㅏㅏ아아ㅏㅏ아아!!"

     

     엘리제가 단번에 저격했다. 미코에게 맞지 않도록 걸는 좁고 밀도를 높였다. 이 정도라면 지지 않는다. 완전히 잡았다.

     그리고 반격하는 틈에 비비안이 베어버리면, 탈환은 달성한다.

     

     [날아가버려]

     

     [진(陣)]

     

     한 마디.

     소녀 두 명이 한 마디씩 외치자, 진과 마력포는 순식간에 날아가버렸다. 진은 나무를 부러뜨리면서 일직선으로. 마력포는 궤도를 바꾸어 포물선을 드리며 저편으로. 조금 전보다 강력한 공격이었는데, 이번에는 손쉽게 간파당했다.

     

     ".........."

     갈래야 갈 수 없게 된 비비안이, 코즈미와 엘리제를 끌어안고 크게 후퇴했다.

     타이밍은 완벽했을 터.

     그럼에도 실패한 원인은, 상대의 속도와 출력이 엄청났기 때문.

     다시 말해 단순한 스펙 차이다.

     

     "언령..."

     뒤에서 코즈미가 중얼거렸다.

     동시에, 엘리제의 거친 호흡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저쪽 아이도, 우리랑 비슷한 힘을 쓰나 보네."

     두 소녀는 엘리제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질환은 목..? 아니, 폐일지도? 뭐, 상관없지만."

     소녀는 한숨을 지었다.

     마치 자신의 한심함을 한탄하는 듯.

     왜 이런 녀석한테 애먹고 있는 걸까 하고.

     그런 대사가 은연중에 들려왔다.

     

     "쿠쨩. 그다지 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그냥 죽여버리자."

     소녀의 말에 응하는 것처럼, 쿠는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아주 약간.

    지면이, 떨린 기술이 들렀다.

     

     

     [지(地)...!]

     

     

     우드득.

     뭔가가 비틀어지는 소리가 났다.

     음원은 발밑에서다.

     

     

     [지(地)...명(鳴)......]

     

     

     위험을 감지한 엘리제가, 단번에 주변의 마소를 빨아들인다. 코즈미는 방어결계를 펼치고, 비비안은 야앵에 마력을 담는다.

     

     

     "지명...명...명...]

     

     

     땅울림이 세 사람의 귀에 들린다.

    대기는 진동하고, 대지에는 균열이 가고 있다.

     

     선수를 당하면 확실하게 진다.

     엘리제가 순식간에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은, 수년 동안에 걸친 요마와의 전투 경험이 고해줬기 때문이다.

     

     "ㅡㅡㅡㅡ후으으으읍."

     

     주위 전체의 대기를 모은다.

     이대로 그대로 가늘게 수렴해서, 체내에서 극대의 창으로 연성한다. 일격필살. 여기서 이걸 이겨낼 자는 엘리제밖에 없다.

     

     

     "아아아ㅏ아ㅏ아ㅏ아아ㅏ아아ㅏㅏㅏ아ㅏㅏ아ㅏ아아ㅏ아ㅏ!!!!"

     

     

     폐의 공기 전부를 토해내는 이미지.

     목이 찢어질 기세로, 엘리제는 충전한 마력 전부를 방출했다.

     

     대마력으로 구성된 파도는 단번에 가속하여, 숲을 불태웠다. 이 단기간의 차지로서는 너무나 이상한 위력, 마력, 강도.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엘리제는 눈치채지 못했다.

     쿠의 옆에 있던 소녀가, 매우 따분하다는 눈을 하고 있었음을.

     

     

     [지ㅡㅡㅡㅡ]

     

     

     콰직.

     공간이 일그러진다.

     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지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명!!!!]

     

     

     긴급시에 울리는 경보처럼, 그것은 시작되었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충격파였다.

     다만 규모가 좀 컸다.

     10개 혹은 그 이상.

     믿을 수 없는 스케일로, 쿠의 주변이 압착되어간다.

     뭔가, 그래.

     정말 단단하고 커다란 것이, 고속으로 확대되고 있다.

     

     엘리제의 마력포는 전혀 상대가 안 되었다. 기본적으로 강도가 다른 건가, 정말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 방출한 모든 마력이 튕겨 날 때까지 그리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이제 엘리제한테는 저걸 막을 방도가 없다.

     그렇게 판단한 순간, 비비안이 충격파를 향해 질주했다.

     

     "비비안 씨! 안 돼요!"

     

     코즈미의 제지를 뿌리치고서, 야앵을 뒤로 흘리는 것처럼 든다.

     이것에 맞으면, 정말로 죽는다.

     그녀들한테는 일말의 주저도 없다.

     

     질량을 수반한 물리공격이라면 대응은 가능할 터. 아니, 해야만 한다.

     

     

     "십, 만...!"

     

     

     중력을 설정하는 순간, 오른손의 손톱이 날아갔다.

     동시에, 뇌가 뜨겁게 작렬한다.

     실력을 뛰어넘은 과도한 가동에 의해, 육장검이 비비안의 구성마력까지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리스크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ㅡㅡㅡ윽...아...!"

     

     푸직 푸직.

     근육이 짧은 소리를 내며 끊어진다.

     팔이 끊어지지 않고 뼈도 가까스로 버틴 것은, 프레데리카가 그것을 버틸만한 육체로 훈련시켜 준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래서는 아직 부족하다.

     지금 이대로는, 야앵을 만족스레 휘두를 수 없다.

     

     강함이 필요하다.

     1초면 된다.

     몸이 산산조각 나도 좋다.

     이 검을.

     야앵을 휘두를 수 있는, 강함을.

     

     "기...!!"

     휘두른다.

     자세는 잡혀있지 않았다.

     내디딤도 허술하다.

     손목 부근의 근육이 끊겼는지, 움켜쥔 모습도 어설프다.

     이래서는 검에 기세를 충분히 담을 수 없다.

     

     방금 전까지는 멀쩡했는데, 비비안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마력의 고갈에다, 키에 맞지 않는 무기.

     

     힘으로는 못 휘두른다.

     애초에, 이 검은 힘으로는 다룰 수 없다.

     이대로 무모한 사용법을 쓴다면, 비비안의 몸은 점점 망가져갈 것이다.

     

     

     떠올려라.

     지금까지 당했던 검을.

     시키가미 겐사이의 검을.

     스승님이 가르쳐 준 검을.

     

     

     검을.

     

     

     "ㅡㅡㅡ"

     

     

     시야에서 이미 풍경은 사라졌다.

     노리는 것은 단 한 점.

     어떠한 강력한 기술이든, 약점은 있다.

     그곳을 강타한다.

     

     왼손을 기점으로, 오른손은 임팩트 직전까지 버틸뿐.

     체중이동은 부드럽게.

     하지만 중심은 어디까지나 중앙에.

     몸의 밸런스는 무너뜨리지 않고.

     칼끝에 의식을 집중시켜.

     한칼에 분쇄한다.

     

     

     "도약검 - 이의 태도."

     

     검고 가느다란 섬광이, 기세 좋게 공기를 도약한다.

     

     

     

     

     엘리제가 눈을 떴을 때에는,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어?"

     그곳은 숲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방의 풍경이 황야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엘리제의 주변은 황폐해지긴 했지만 원형은 유지하고 있다.

     

     그제야 처음으로, 바로 옆에서 코즈미가 스러져 있음을 깨달았다. 몸으로 감싸준 것일까.

     맥은...있다. 숨도, 고동도.

     외상 자체는 심각하지 않지만, 충격으로 기절한 모양이다.

     

     도와준 걸까.

     엘리제의 마포는 완전히 스러졌었다.

     그만한 공격.

     막아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

     

     하지만 비비안이 없다.

     엘리제는 바로 일어나서, 아직 멍한 머리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 정도 주변을 걸어 다니고 있자, 전방에서 사람을 발견했다.

     

     

     발견하고, 절규했다.

     

     

     "........"

     

     

     비비안은 피투성이였다.

     피투성이로, 쓰레기처럼 널려있었다.

     특히나 심한 것은 양팔.

     작렬할 때 열이 동반된 모양인지, 타버렸다.

     곧장 그녀라고 알아채지 못한 것은, 머리카락의 색이 변했기 때문이다.

     

     

     비비안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색되었다.

     마력을 너무 써버렸는지, 변색을 일으킨 것이다.

     

     

     직격 당한 것이다. 그 폭격 같은 것을.

     그리고 코즈미는 그 여파에서 자신을 지켜줬다.

     

     최악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비비안...!"

     

     [자, 스톱]

     

     한걸음 내딛자마자, 갑자기 엘리제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눈앞에는 어느 틈엔가 소녀 2명이 서 있다. 옆구리에 끌어안은 미코는, 쓰러진 비비안을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겁먹은 얼굴이다.

     

     "나는 수 파론. 이쪽은 쿠 파론이야."

     수라고 이름을 댄 소녀는 짧게 자기소개를 하고서, 한 손으로 엘리제의 목을 만졌다. 그대로 부드럽게 손바닥으로 슬라이드 해서는, 턱에 걸었던 마스크에 손을 대었다.

     

     "흐음. 평소에는 이걸로 봉인하는 거네."

     

     마스크의 뒷면에는, 복잡한 술식이 새겨져 있다.

     구조까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억제하는 모양이다.

     

     "비슷한 능력이라서 기대했는데. 실망. 보나 마나 큰 소리를 내면 위력이 올라간다고 생각했겠지?"

     

     그렇지 않다면서, 수는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완전 달라. 뭘 착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들의 힘의 원천은 감정. 생각한 것을 입으로 내어 자동으로 소원을 이루는 마법이야.

     넌 그게 불안정해서, 그런 촌스런 마스크가 없으면 제어도 안 돼.

     뭐 그건 일반인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 쳐도, 마력의 다듬기가 엉성해.

     마소의 수렴도 느려.

     사용법도 틀려먹었어.

     약한 주제에 주변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만 잘하다니, 구제가 안 되는 쓰레기네!"
     

     

     말문이 막혔다.

     그것은 엘리제로서는 가장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이었다. 수의 조소 어린 규탄에, 이마에 비지땀이 솟는다. 뇌리에 스친 부모의 얼굴이 가슴을 억세게 옥죈다.

     

     기회를 엿보지만, 구속은 풀 수 없다.

     애초에 움직이면 죽는다.

     그런 긴장감 속에서, 수가 엘리제한테 검지를 향했다.

     

     "병, 고쳐줄까?"

     머리가 새하얗게 되었다.

     입가가 떨리고 있다.

     말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입을 뻐끔거리는 엘리제를 보고, 수는 부드럽게 엘리제의 입가에 마스크를 씌워주었다.

     

     "...웃기는 말, 하지 말아 주세요."

     "웃기려고 그런 게 아냐. 나도 쿠쨩도, 원래는 너랑 같았지만 대성군이 고쳐줬거든."

     설령 정말이라 해도, 뭔가 대가가 있다.

     엘리제의 예감은 머지않아 적중했다.

     

     "그 대신, 내 동료가 되어야겠어!"

     "...싫어요."

     

     대답하자, 수는 눈을 부릅떴다.

     

     "어? 왜?"

     "신용이 부족해요."

     "신용? 신용 문제였어?"

     되묻자, 엘리제는 입을 다물었다.

     믿을 수 있나 없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녀들은 적이다.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치료를 받으면 일단 폭발은 없어져. 주변 사람들이 널 무해하다고 판단할걸?"

     "전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해요."

     "행복? 네코구미가 받아준 모양이지만, 그것도 결국 남이잖아?"

     갑자기 엘리제의 눈썹을 올라간다.

     

     "그게 아니잖아! 네가 가장 받아줬으면 하는 사람은, 피가 이어진 부모잖아!? 아빠랑, 엄마잖아!?"

     ".........."

     

     떠올리는 것은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아직 태어나지 얼마 안 된 여동생을 품고, 방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다.

     잊으려고 했지만, 떨쳐낼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

     

     

     "저, 저는..."

     

     입술이 떨린다.

     부모를 만나고 싶은 것은 본심이다.

     

     

     ".........."

     

     이 악몽 같은 힘이 사라진다면. 그런 옅은 기대감이, 얼굴에 나타난다.

     누군가를 다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무능력해져도 상관없다.

     만일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저, 저는ㅡㅡㅡ"

     

     "미안 거짓말."

     싱긋 미소 지으면서, 수는 불쑥 말했다.

     

     "뻥이야. 네 병은 안 나아. 이미 그 정도까지 와버렸어."

     몸이, 심장이 싸늘해진다.

     

     "하지만 망설였던 건 사실. 것 봐, 남과의 인연은, 결국 그 정도야."

     

     수는 깔깔 웃으면서, 엘리제를 몰아붙였다.

     

     "애초에 병이 낫냐 안 낫냐는 부모 입장에서 보면 사소한 일이야.

     한번 버린 쓰레기를 다시 주울 정도로 사람은 미치지 않았거든. 내 부모도 그랬었고."

     수는 할 말을 다 해서 후련해졌는지, 쿠한테 말을 거는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개운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쿠쨩. 이 녀석들 어쩔래?"

     

     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죽이라고 말한 것은 수 본인이다.

     방금 전과 말하는 게 다르다.

     

     "? 필살. 준비 끝."

     "하지만, 포로로 다루는 편이 유리해질 것 같지 않아?"

     

     "...임의. 철수 우선."

     "좋아. 그럼."

     수는 입가를 들어 올리고는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다.

     수의 체내의 고민도의 마력이 차오른다.

     

     [지금부터, 너는]

     

     먼저 사라진 것은 손발의 감각이었다.

     요사하게 웃는 수한테서, 어째선지 눈을 뗄 수 없다.

     

     [내, 노예로]

     

     우득.

     낮은 소리가 울렸다.

     그것보다도, 뭔가가 부르지는 소리다.

     순간, 수가 옆으로 날아갔다.

     수의 팔에서 떨어진 미코를, 누군가가 살짝 받아내었다.

     

     

     "ㅡㅡㅡ읏!?"

     

     

     눈을 부릅뜬 쿠가, 단번에 후퇴했다.

     

     

     [은(隱)!]

     

     

     그리고 직후.

     엘리제의 시야에서 쿠의 모습도 사라졌다.

     단어로 보아, 모습을 감추는 종류로 보인다.

     

     하지만 쿠가 사라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쿠가 수를 회수하려고 신중히 움직였을 때, 총알의 폭풍이 쿠를 덮친 것이다. 그것도 정확하게. 1발도 빗나가지 않고.

     

     모든 곳에 [진]을 쳐서 막았지만, 이 마술은 두 가지를 병용할 수는 없다. 그래서 쿠의 온몸은 안개가 걷히듯이 드러났다.

     

      ".............."

     있다.

     적어도 두 명.

     한 명은 눈앞. 이미 미코를 확보하였다.

     또 한 명의 장소는 모르겠다.

     하지만, 모습을 숨긴 쿠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마술사라면, 해당하는 것은 1명이다.

     

     [며ㅡㅡㅡ]

     

     언령을 발동시키는 것보다 빠르게, 보이지 않는 뭔가가 쿠의 목을 틀어막았다. 이 감각ㅡㅡㅡ차였다. 그것도 엄청나게 무거운 발차기다. 쿠는 날아가서는, 공처럼 지면을 굴러다녔다.

     

     "...............윽!"

     

     차인 목덜미를 누르면서, 쿠는 냉정하게 흔들리는 시야를 진정 시켰다.

     

     "............칫."

     이 정도의 기습도 대처하지 못한 자신이 짜증 난다. 이 상황, 엘리제를 포함하면 3대1.

     응원 온 것은 아마 이지스의 두 사람이다.

     정면으로 맞서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모습을 감추는 마술이 너무 성가시다.

     

     쿠는 자세를 풀고는, 공격에 대비하면서 후퇴했다.

     유예를 줄 셈인지.

     조금 전처럼 총격이 오지는 않는다.

     이대로 순순히 물러난다면 봐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

     

     뭐 좋다.

     신역의 무녀를 한번 수중에 넣은 시점에서, 이미 초소한의 목적은 달성했다. 이제 저 여자는 벽왕을 못 쓸 것이다.

     

     

     그렇게 쿠는 순순히 물러났다.

     수를 회수한 다음, 본격적으로 여기에서 떠날 것이다.

     

     "후.................."

     이리자키 글로리아 헤르겐버그 3세는, 몸에 두른 마력을 해제하고는 깊은 한숨을 지었다.

     앞으로 5초만 떠나는 게 늦었다면, 분명 살해당했다. 애초에 부상은 완전히 낫지 않았다. 마술(노바디)가 발동해준 것이 요행일 정도다.

     

     이리자키는 무거운 몸에 채찍질을 하면서, 미코의 구속을 풀어나갔다. 다친 곳은 없다.

     

     "고, 고마워요... 이리자키 씨."

     "...감사할 정도는 아냐."

     어색한 대화를 하고 있자, 뒤에서 서 있던 아나스타샤가 총을 메고 다가왔다.

     

     "적은?"

     "...물러났어."

     "다른 분들은 가까스로 마을을 지켜낸 모양입니다. 어떻게든 되었네요."

     "...그런 모양, 이다..."

     등줄기에 예리한 아픔이 달리자, 이리자키는 얼굴을 찌푸렸다. 기울어지는 이리자키의 몸을, 아나스타샤가 부축했다.

     

     "역시, 아직 누워있는 편이."

     

     "...아~ 괜찮아... 신경 쓰지 마."

     

     그렇게 말하고서, 이리자키는 옆에서 멍하니 서 있는 엘리제를 바라보았다. 다음으로 주변의 확인. 시키가미 코즈미의 부상은 가벼웠지만, 비비안은 중상이다.

     

     비비안은 강하다.

     그건 알고 있다.

     순수한 힘이라면, 이지스 내에서도 상당할 것이다.

     그 비비안이 이 정도까지 심하게 당했다는 것은, 이리자키로서는 솔직히 섬뜩한 일이었다.

     적어도 그 쌍둥이는 신역에서 나타난 인간형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미코 씨. 혼자 걸을 수 있을까요?"

     

     "아, 네."

     아나스타샤는 미코에게 확인을 구하고서, 코즈미와 비비안을 회수했다. 뭘 했는지, 비비안의 머리카락은 색소가 전부 빠져있다.  다른 두 사람이 비교적 부상이 가벼운 것을 보면, 아마 목숨을 걸고 맞선 모양이다.

     

     "...도망갈까."

     그렇게 말하고서, 이리자키는 서 있는 채 굳어있는 엘리제의 팔을 붙잡았다.

     

     "...하지마 운이 좋았어. 더 전투적인 녀석이 왔다면, 솔직히 위험했다고."

     

     그때.

     아나스타샤는, 문득 엘리제가 의기소침해 있음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죠?"

     "...저, 아무 도움도 안 되었어요."

     "버텨내 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전 쓸모없어요."

     떨리는 엘리제의 음성에는 비음이 섞여있다. 어쩌면, 비비안과 코즈미의 부상은 엘리제를 감싸다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쓸모 없다라."

     

     엘리제의 모습을 보고, 이리자키는 문득 어느 일을 떠올렸다. 고개를 들어서, 가볍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이, 게르첸."

     "예?"

     "...나, 돌아가면 일단 여기서 빠져나간다."

     아나스타샤는 걸음을 멈췄다.

     

     

     "지금 혼자가 되는 건 위험합니다. 당신은 로긴스를 배신하고 여기 있다는 걸 잊었습니까?"

     "너희 목적과 내 목적은 달라."

     

     "...목적? 어쨌든, 아직 부상도 다 낫지 않았으니 계획성 없는 말은 하지 말아 주시죠."

     이리자키는 싸늘한 눈동자로 아나스타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뭐 상관없잖아. ....나한테도 여러 가지로 일이 있다고."

     

     "............"

     

     "잠깐, 듣고 있나요 이리자키?"

     

     이리자키는 엘리제의 손을 다시 쥐고서, 묵묵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애초에, 저희와 떨어져서 뭘 할 생각입니까!?"

     "...일단, 난 나대로 이 나라에서 나갈 방법을 찾는다. 만일 그쪽에서 사토를 먼저 찾으면, 연락해줘."

     "그럼 더욱 저희와..."

     "...딱히 상관없잖아. ...뭘 그리 고집하는 거야."

     이리자키가 강한 어조로 대답하자, 아나스타샤는 겸연쩍은 듯 눈을 내리깔았다.

     

     "저는 단지, 당신의 몸을 걱정해서..."

     "............"

     뭔가 이상하다. 그러고 보니, 이리자키가 다친 이유는 주로 아나스타샤였다. 다치게 한 본인으로서는, 뭔가 마음에 걸리는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리자키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올려다 보고는, 눈을 번쩍 떴다.

     

     

     "...어이, 게르첸."

     "뭔가요?"

     

     "...저건 뭐지?"

     

     "저거?"

     먼저 아나스타샤가.

     뒤이어 엘리제도 천천히 시선을 위로 올렸다. 그곳에는 거대한 빛구슬이 떠 있었다. 반경은 50m? 에 달할까. 그것이 둥둥 떠 있다.

     

     빛구슬에는 어떤 노인이 비쳐 있다.

     겐사이와 빅토르 같은 건장한 노구는 아니다.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고, 머리카락은 메마른 백발. 푸근한 미소가 특징인 호호할배다.

     

     보아하니, 저 빛구슬은 거대한 디스플레이의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누구지, 저 녀석..."

     "설마, 모르시는 겁니까?"

     

     "...난 이런 면에 어둡다고."

     이리자키는 올려다보는 채로, 아나스타샤한테 말없이 수긍했다.

     

     

     그리고.

     이리자키 일행이 빛구슬에 눈길을 빼앗긴 사이.

     

     [먼저 처음으로, 여러분께 드려야만 하겠습니다]

     

     매우 부드러운 자세로, 노인은 말하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무너진 저택의 위에서, 나인은 이마의 피를 닦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형태로 강제적으로 소리를 들리게 하는 점, 용서 바랍니다]

     

     노인의 목소리는 매우 잘 들리는 것이었다.

     원래의 목소리가 좋은 모양이다.

     

     "...저 얼굴.......설마."

     빛구슬에 비친 인물에, 나인은 눈을 의심했다.

     샤리아와 다른 모두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경악의 이유는, 나타난 자가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모모야마다 모모코는, 갑자기 세탁물을 짜던 손을 멈췄다.

     

     "..............."

     태양의 바로 옆에, 또 하나의 태양과 비슷한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다.

     

     "아, 아버지...!"

     모모코는 아직 마르지 않은 손을 움켜쥔 채, 집안으로 달려들어갔다. 돌아선 등에, 빛구슬에 비친 노인의 목소리가 닿고 있다.

     

     

     

     

     이가라시 겐조는, 창가에서 빛구슬을 내려다보고 있다.

     

     "...시작되었군."

     

     손에는 따스한 차를 들고서, 조용히 목을 축인다.

     견문의 탑 최상층에서는, 그 엄청난 고도 때문에 빛구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주위의 구름이 일제히 무거운 빛을 내는 모습은, 나름대로 볼거리였다.

     

     "하지만 괜찮았던 걸까요, 이거."

     "상관없어. 오히려 환영이다. 보다 배타적이 되면, 우리 몫은 늘어나니까."

     싱긋 웃는 겐조의 앞에서, 우토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

     

     그런 두 사람을, 방구석에서 바라보는 자가 있다.

     시시도 료우야다.

     이가라시와 우토를, 그는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제부터 일어날 일은 시시도의 인생을 좌우할 것이다.

     

     그렇지만, 시시도의 목적은 변함없다.

     바라건대 고향으로.

     여기에 왔을 때부터.

     그리고 이룰 때까지, 이 소원은 미래영겁 시시도의 안에서 존재할 것이다.

     

     

     [지금 자세로도 괜찮으니, 부디 조금만 더 시간을 할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시도 또한, 하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

     

     

     

     

     12월 X일.

     

     

     [저는 세계마법협회 회장.

     바니키스 베나리보]

     

     

     훗날 '대선언' 이라 불린 이 일은, 놀라운 규모로 전 세계에 발신되었다.

     

     

     [마법사입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