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1 착각하지 마(3)
    2022년 08월 21일 02시 14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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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954 

     

     

     

     비비안은 지면에 누운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끊어지던 의식은 적지 않게 평정을 되찾아서, 시각과 청각도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비비안은 보고 있었다.

     지금 막 일어난, 충격적인 전투의 전말을.

     

     "..........으."

     

     사태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몸에 힘을 주지만, 미동도 안 한다. 의식은 있지만, 대미지의 누적은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적어도 이리자키의 무사함을 확인하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던 차에, 아나스타샤가 눈앞에 서 있음을 눈치챘다.

     

     그 오른손에는, 거적때기처럼 해진 시시도의 머리카락이 쥐어있다. 아무래도 질질 끌어서 이곳까지 온 모양이다.

     

     "괜찮은가요?"

     

     그것은 차가운 인상의 아나스타샤 치고는, 온기가 있는 따스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비비안의 시선까지 웅크리고는, 천천히 몸을 기울이더니 끌어안았다.

     

     "치유술식의 태블릿을 갖고 있습니다. 입을 열어보세요."

     

     그리 말하며 꺼내 든 것은, 작은 알약이었다. 작게 medicine이라 새겨진 그것은, 몸에 나빠 보이는 자주색이었다.

     

     "............."

     

     즉시 입을 닫은 것은, 아나스타샤를 못 믿었기 때문이다.

     

     "...독이 아니니 안심하시죠. 저는 비비안의 편입니다."

     

     "............."

     "입을 안 열면, 직접 입으로 옮겨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죽인다."

     "뭐야, 쌩쌩하지 않습니까."

     아나스타샤는 비비안이 입을 연 순간을 캐치해서, 재빨리 알약을 입안으로 던져 넣었다.

     

     직후, 비비안의 안에서 활력이 샘솟았다. 근육도 관절도 거짓말처럼 편해졌다.

     

     비비안은 무릎에 손을 대고는, 아나스타샤의 손을 빌려 일어났다.

     

     "큰 부상은 없어 보이군요."

     "....안나 씨."

     "말하고 싶은 건 알겠지만, 대화는 나중에.'

     

     그렇게 말한 아나스타샤는, 난폭하게 시시도를 던져버리고는, 종종걸음으로 쓰러진 이리자키 쪽을 향했다. 비비안도 그녀를 뒤쫓듯이, 후들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이리자키는 숨소리를 내며 가만히 있었다.

     마치 잠든 것처럼.

     

     "...이리자키 씨는, 괜찮아?"

     

     "치유탄을 쐈습니다. 곧장 눈을 뜨겠죠."

     

     아나스타샤가 설명하자, 비비안은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고는, 눈가를 손으로 막으면서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나, 정말로 이리자키 씨가 죽었나 싶었는데."

     "...죄송합니다."

     

     "정말...그런 거, 그만하세요..."

     비비안은 숨기려들지 않고 광광 울었다.

     그런 비비안의 등을 부드럽게 쓸면서, 아나스타샤는 시시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실례, 아직 할 일이 남았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아나스타샤는 재빨리 ㅅ시도에게 다가가서 머리를 잡았다.

     

     [술식, 인증했습니다]

     

     "크랙."

     [OK, 크래킹을 시작합니다]

     

     

     파직.

     눈부실 정도의 뇌광이 단번에 전개된다.

     번개는 일단 시시도의 머리를 둘렀다가, 그대로 순식간에 온몸을 감쌌다.

     

     "끄아아아아ㅏ아아아아!?"

     덜썩.

     시시도의 몸이 튀어 오른다.

     그때 외친 괴성은, 거의 인간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오에에ㅔ에에에ㅔ에!?"

     절규는 당분간 이어졌다.

     시시도는 잠시 망가진 로봇 같은 몸짓으로 발버둥 치다가, 그대로 갑자기 침묵하더니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런 시시도를 바라보며, 아나스타샤는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해냈습니다 비비안. 성공입니다."

     "...안나 씨, 뭘 한 거야? 필살기?"

     "목띠의 제어술식을 빼앗았습니다. 인체에 악영향은 없습니다."

     "...그런가요."

     

     

     ◇

     

     

     목띠의 술식이 해제되자, 비비안은 곧장 이지스의 인장이 새겨진 재킷을 벗어던지고는 기지개를 켰다.

     

     "음....."

     

     비비안은 가볍게 어깨를 돌리면서, 그대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나스타샤의 전투에 의해 남긴 상흔은 막대한 것이었지만, 특히나 눈길을 끄는 건 피투성이의 시시도가 아닌, 로긴스를 가둬둔 거대한 기둥이다.

     

     "...안나 씨, 무진장 강하네."

     중얼거리자,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부 무기 덕택입니다. 공간격리술식도 공간관통탄도, 쇠후가 한정된 반칙기라고 생각해주세요."

     "그거, 전부 만든 거야?"

     

     "예. 구태여 말하자면 전부 유품. 지금은 재현도 못합니다. 작전을 위해, 다 써버릴 생각으로 갖고 왔지만요..."

     말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아나스타샤는 이리자키의 재킷을 뜯어내는 것처럼 벗겼다.

     죽은 듯이 잠든 이리자키지만, 호흡 그 자체는 온화하다.

     

     이거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각성할 터

     아나스타샤가 그렇게 재확인한 순간, 등 뒤에서 작은 발걸음이 들려왔다.

     

     어깨너머로 돌아보니, 그곳에는 축 처진 미리온과, 그녀를 품은 아즈마 쿄코가 서 있었다. 둘 다 옷이 다 떨어져서, 만신창이의 형상을 드러내고 있다.

     

     "아즈마 특급 마술사. 무사했습니까."

     아나스타샤가 말하자, 쿄코는 작게 끄덕이고는 들고 있던 미리온을 살며시 지면에 내려놓았다.

     

     "...당신의 행위는 멀리서 지켜봤습니다. 여러 가지로 여쭙고 싶지만, 목적만 간단히 가르쳐줄 수 있을까요?'

     

     아나스타샤는 곧장 대답했다.

     

     "성검의 파괴, 그릭 사사미네 미코의 구출입니다."

     "누구의 명령인데요?"

     

     "류코린 박사님입니다."

     "그건 어느 쪽의 코린인가요?"

     쿄코의 이상한 물음에, 비비안은 참지 못하게 작게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금의 문답ㅡㅡㅡ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전혀 짐작이 안 된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왠지 슬퍼 보이는 눈을 하였다.

     그 모습에서 알아차렸는지, 쿄코 또한 안타까워하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어리석은 질문이었네요.'

     

     "...아뇨. 그보다 남은 문제를 처리하죠."

     

     그렇게 말하고서, 아나스타샤는 땅울림이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저것의 도움은 되지 못할 것 같으니, 부상자의 치유를 우선하죠."

     비비안은 바로 승낙하고는, 주변을 주욱 돌아보고는 저 멀리 누워있는 연미복의 노인을 시야에 담았다.

     

     조용히 한걸음을 내딛는다.

     그런 때에 문득, 아직도 조종당하는 소스케의 상태가 뇌리를 스쳤다.

     

     "소쨩, 괜찮으려나..."

     [괜찮을 겁니다]

     

     마치 짜 맞춘 것처럼, 아나스타샤와 쿄코가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두 사람은 조금 놀랐지만, 잠시 서로의 시선을 마주 하다가 먼저 쿄코가 대답했다.

     

     "사토 군에 관해서는 나인한테 맡겨두면 문제없습니다. 곧장 결판이 나겠죠."

     한 줌의 흔들림 없이 말하자, 아나스타샤는 짊어지고 있던 목조 라이플을 손등으로 몇 번 두들겼다.

     

     "이 무기의 제작자가 생전에 자주 말했습니다. 그는 무적의 용사라고."

     

     "용사?"

     

     비비안이 얼빠진 목소리로 되묻자, 아나스타샤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정말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호칭이다. 이 정도로 인상과 안 맞는 예시도, 그리 없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그의 안부는 남에게 맡기자.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힘내, 소쨩."

     누구에게랄 것 없이 흘러나온 그 목소리는, 저편에서 생겨나는 땅울림에 의해 사라졌다.

     

     

     

     

     피바람이 몰아치는 사투.

     그 결판의 계기가 된 발소리는, 우연히도 비비안 맥켄지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나왔다.

     

     "ㅡㅡㅡ"

     

     앞으로 내디딘다.

     무섭게도 빠른, 하지만 조용한 맹진.

     

     남은 모든 마력을, 요사하게 빛나는 손톱 끝에 수렴한다.

     

     

     "백봉 섬(白縫*殲)."

     

     

     하양이 반짝인다.

     완전히 허세에 낚인 소스케에게 이 이상 저항할 수단은 없어서, 강철을 방불케 하는 강인한 옆구리에 나인의 손날이 파고든다.

     예리한 금속음이 울린다.

     목띠의 저주로 방어되고 있는지, 엄청난 강도로 공격을 버티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예상한 대로.

     그렇기 때문의 비장의 수.

     한계까지 연마된 마력의 칼날은, 삼라만상을 꿰뚫는다.

     

     "ㅏㅏ아아아ㅏㅏㅏㅏ아아ㅏㅏ아아!!"

     

     절규에 응해서, 나인의 복부에서 피가 분수처럼 나온다. 결사적인 잔재주와, 육체 재생에 의한 아주 약간의 로스 타임을 생략하며 얻은 것은 단 한 번의 공격 기회.

     그리고 그것이 전부.

     한계를 돌파하여 내지른 오의는, 비명으로 잘못 들을 고음을 연주하며 칠흑의 각인에 의한 벽을 관통했다.

     

     'ㅡㅡㅡ지금이다!!'

     

     직후, 모든 술식이 해제되었다.

     소스케의 배를 파괴한 이상, 즉시 조금의 주저도 허락되지 않는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미지근한 감촉.

     이미 살균은 끝내 놨다.

     이제는 찌른 손으로 내장을 상처 입히지 않도록, 목적의 물건을 잡아 빼기만 하면ㅡㅡㅡ

     

     "오오ㅗ오오ㅗ오오ㅏㅏ아아!!!"

     

     터져 나오는 기합.

     절규로 인해 목이 찢어진다.

     작렬하는 뇌.

     하지만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나인은 시뮬레이트한대로 '그것' 을 제대로 움켜잡고서ㅡㅡㅡ

     

     "ㅡㅡㅡ!!"

     

     고속으로 떼어낸다.

     그 손에는, 검은 무언가가 잡혀있다.

     갑자기 퍼져나가는 침묵.

     나인이 거친 숨을 몰아쉬는 도중.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소스케는 조용히 지면에 두 무릎을 꿇었다.

     

     침묵한 소스케를 바라보면서, 나이는 손바닥 위에 있는 검은 덩어리를 꽉 움켜쥐었다. 개의 의장이 새겨진 광물 같은 그 물체는, 철구 이상의 저항을 하며 부하를 견뎌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 났다.

     

     그와 동시에 긴장의 끈이 풀렸는지, 나인은 피가 흐르는 복부를 움켜쥐면서 힘없이 땅에 쓰러졌다.

     

     "하아.........하아........."

     앞선 일격으로 대부분의 내장은 바람구멍이 나버렸다. 그런데다 거의 모든 마력을 썼기 때문에, 외상의 복제도 완전히는 못한다. 제아무리 신수라 해도, 무적은 아닌 것이다.

     

     "코즈미...쨩...!"

     

     쉰 목소리로 부르자, 갑자기 나인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검은 파문은 점점 넓게 확대되었고, 이윽고 그 중앙에서 흑발의 소녀ㅡㅡㅡ시키가미 코즈미를 토해냈다.

     

     "나인 씨...!"

     코즈미는 나오자마자 옆에 드러누운 나인을 한 팔로 끌어안고는, 위를 바라보게 자세를 고쳤다. 그다음 바로 소스케도 마찬가지로 자세를 바꿔서, 둘을 나란히 눕혔다.

     

     "...미안..코즈미쨩... 역시, 혼자선 힘들었다구..."

     피투성이의 두 사람을, 코즈미는 지긋이 관찰하였다. 어쨌든 먼저 두 사람의 상의를 벗기고, 부상의 상태를 확인해야.

     

     '내장이 이렇게나...''

     

     상상하기에도 참혹한 광경을 목도하자, 코즈미는 눈썹조차 움직일 수없었다. 확실히 그로테스크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이미 익숙하다. 재빨리 모든 환부를 파악하고서, 살균의 결계를 전개.

     이걸로 치유의 준비는 끝났다.

     

     "괜찮아요. 바로 나을 거예요."

     

     코즈미는 양자의 환부에 손을 대고서, 즉시 치유의 마술을 발동시켰다.

     

     "잘하네... 역시, 데려와서, 다행...이었다구..."

     "말씀하지 마세요... 평소였다면 즉사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고요...!?"

     주의를 주면서, 손바닥에 온몸의 마력을 주입한다. 조금씩이지만, 나인의 외상이 아물어간다.

     소스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린 것은, 그야말로 그런 때였다.

     

     "............아파...!"

     

     소스케의 눈이 약간 뜨인다.

     깨어난 것을 확인한 코즈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ㅡㅡㅡ기보다 먼저, 나인이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잠깐, 너. 왜 벌써 일어난 거냐구...'

     

     최강의 술식으로 의식을 완전히 차단했을 것이다.

     

     "놀라워... 그거, 직격 하면 귀신이라 해도 죽을 기술이라구."

     "...하지만, 마지막에 봐줬잖아 너."

     "그야 뭐, 그랬지만..."

     

     나인은 무의식적으로 말을 흐렸다.

     

     "...그보다 소스케 군.

     조종당하던 때의 일, 기억하고 있어?"

     

     "...어."

     

     "...그럼 설명은 필요 없겠네. 난 뒤처리를 할 테니, 넌 코즈미쨩과 함께 빅토르의 그림자에 들어가 있으라구."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딱 잘라 부정하고서, 소스케는 코즈미에게 시선을 도렸다.

     

     "코즈미. 배의 치료, 어느 정도면 끝나...?"

     안 좋은 예감이 드는 질문이었지만, 이 긴박한 상황 하에서는 진의를 물어볼 시간도 아깝다.

     코즈미는 오랜 감으로 복부의 상처와 치유의 상태를 확인하고서, 신중히 대답했다.

     

     "다행히, 내장의 손상은 경미해요, 베인 조직을 잇는 것뿐이니, 머지않아 나아요."

     "...좋아. 나인의 치료가 끝나는 대로, 사사미네 양한테 날 부축해 줘."

     

     너무나 강한 눈길로 말한 요청에, 코즈미는 잠시 망설였다.

     

     "아, 안 돼요...! 신수가 아니니까, 잘못하면 죽는다고요!?"

     

     "하지만, 어차피 로긴스의 결계는 내가 아니면 못 부순다고."

     ".........윽."

     

     문제는 그것이었다.

     이제는 족쇄가 풀린 소스케가 로긴스의 공간정지결계를 파괴하는 것이 최선의 수다. 덧붙여 말하자면, 나인은 이제 마력이 고갈되어서 이제 아무것도 못한다.

     

     "...나라면 사사미네 양의 봉인도 확실히 풀 수 있어. 넌 탈출 준비를 해줘."

     "하지만..."

     "부탁해."

    미간에 주름을 지으면서, 나인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저 만큼의 사투를 거쳤음에도, 그의 정신은 피로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 후에도 단지 묵묵히 일어서서는, 해야 할 일을 해낼 것이다.

     

     "....알았어.

     코즈미쨩, 데려가도록 해."

     "하지만, 나인 씨... 아직 당신의 치료가."

     

     "난 괜찮아. 몇 분 지나면, 조금은 마력도 회복되니까."

     코즈미가 납득했을 때에는, 이미 소스케가 일어서 있었다. 그는 손과 발을 흔들어 사지의 상태를 점검하고서, 나인을 바라보았다.

     

     "미안."

     "....됐다구. 다만 죽으면 화낼 테니까, 신중하게 해. 그리고, 무모한 짓은 하지 말고."

     "알았어."

     소스케는 제대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없이 코즈미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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