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67 졸업생 기립(2)
    2022년 08월 12일 15시 55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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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601 

     

     

     

     "교육 자체는 엄격히 하고 있고, 그 녀석도 나름대로 따라와서 결과도 나오고 있는 게야. 게으르다면 제한도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문제없다."

     아니 그러니까, 당신 코즈미를 이탈리아로 보내려고 하지 않았어? 그 때문에 그 녀석은 정말 고생했는데.

     

     "혼담도 들어오고는 있지만, 그 녀석이 내키지 않아 하니 당분간은 자유롭게 놔둘 생각이다."

     "..거절하셨습니까?"

     "전부 다."

     

     시키가미 겐사이는 별로 상관없다는 듯 기지개를 켜더니, 다시 멍하니 경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일단, 들은 이야기로는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기복이 심한 노인네라고 말해도 좋아 보인다.

     

     "그건 그렇고 너."

     어느 사이엔가, 겐사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요?"

     

     "아니, 네놈의 얼굴, 어딘가에서 본 듯해서 말이다."

     "예..."

     뭐야, 갑자기.

     

     "음... 안 되겠다. 기억이 안 나."

     "기분 탓이겠죠."

     "...아니, 기분 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뭐 좋다."

     겐사이는 한번 한숨을 짓더니, 벤치에서 거세게 일어났다.

     

     "조금 오래 대화하고 말았다. 난 이제 돌아갈 테니, 네놈도 슬슬 가보도록 해라."

     "아, 예."

     "그럼."

     그 말만 남기고, 시키가미 겐사이는 묘하게 순순히 떠나고 말았다.

     

     나도 슬슬 돌아가자.

     

     

     

     

     겐사이 씨와 생각보다 오래 대화한 모양인지, 졸업식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되어있었다.

     

     타인의 시선을 피하도록 몸을 웅크리며 자리로 돌아가자, 엘리제가 삐진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늦어요, 사토 씨."

     "미안. 잠깐 대화 좀 하다가."

     "정말... 자, 빨리 자리에 앉으세요. 시작하겠어요."

     

     코즈미의 반

     다시 말해 21조의 순번은 머지않아 올 것 같다. 그보다 뭐냐고 21조라니. 너무 많잖아. 오니가시마 때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다. 이건 교사만으로도 상당한 수가 될 것 같다.

     

     그러자 그때였다.

     교장이 21조를 불러서 그 전원이 기립한 순간, 졸업식장 전체가 술렁거렸던 것이다. "오오." 하는 느낌으로.

     졸업식에는 어울리지 않는 소란인데.

     

     "뭐지 지금 것..."

     그 의문에 대답해준 사람은, 옆에 앉아있던 엘리제였다.

     

     "그거겠죠. 관동교의 21조는 학교의 상징적인 면이 있으니까요."

     "그게 무슨 뜻인데?"

     

     "음."

     

     엘리제는 잠시 생각하더니 설명을 이어나갔다.

     

     "들어보면 특화 코스 같아요. 우수한 사람들만 들어간다고 해요."

     과연.

     그런 것도 있구나.

     역시 코즈미라고 해야 할까.

     

     그건 어쨌건, 마지막 수여식이 시작된다.

     

     아는 얼굴 중에서 가장 빨리 불린 자는, 우토 미츠키였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 코즈미의 순서가 왔다.

     특징 있는 검은 밤 같은 머리카락은, 한 달 전보다도 조금 길어져 있다.

     

     그리고 환호성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박수는 다른 사람보다도 꽤 늘어나 있었다.

     아무래도 인기가 있나 보다.

     조금 전 겐사이가 말했던 혼담 이야기가 잠시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다음에 불린 시시도 료우야는, 그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다시 말해, 환호성이 올라온 것이다. 주로 새된 목소리로.

     

     "인기 많네 저 녀석."

     "시시도 료우야는 유럽에서도 한때 화제가 되었어요. 2대 천위 마술사 이래의 성검 사용자라면서요."

     일본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엘리제도 아는 거냐. 대단하다 왕자.

     

     "수많은 마검 중에서도 엑스칼리버는 특히나 사용자를 가리는 걸로 유명해요. 역시 학생 중에서는 특출 나게 강하겠죠."

     

     그것에 관해서는, 전에 타카츠키가 말했던 기분도 든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 졸업 후에는 본부의 특수부대에 들어간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이쪽은 확실하진 않지만요."

     "헐..."

     역시 장래가 유망한가.

     

     그런 대화를 하는 사이, 시시도 왕자의 쇼타임은 끝나고 타카츠키의 차례가 돌아왔다.

     

     그리고 머지않아, 다음에는 티아의 차례가 되었다.

     

     순간, 졸업식장에 환희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꺄아ㅡㅡㅡㅡ!!" 라던가, "아가씨ㅡㅡㅡㅡ!!" 같은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강렬하게 울려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바로 알아챘다.

     

     그런데 소수가 아니라 많이 있다.

     아무래도 보러 온 사람은 샤리아 씨와 프레데리카 씨만이 아닌 모양이다. 그야 그런가.

     

     시력을 강화해서 티아의 얼굴을 바라보니, 시종일관 붉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딱하기도 해라.

     

     

     수여식 후에도, 졸업식은 여러 가지를 진행했다.

     

     모모야마다 잇신사이 씨의 축사와, 시시도의 졸업생 측 담화를 거쳐, 길었던 졸업식은 겨우 끝을 맞이했다.

     

     그리고 드디어 시키가미 코즈미는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졸업하였다.

     

     축하한다, 코즈미.

     열심히 했다.

     

     그리고 잘 왔다, 사회인의 세계에.

     이제부터가 진정한 지옥이다.

     

     

     

     

     "이야~ 매번 느끼지만 코즈미 언니는 예쁘네요~"

     

     "맞아."

     엘리제의 말에 적당히 대답하면서, 나는 자판기의 버튼을 눌렀다.

     

     "자."

     

     "아, 고마워요."

     엘리제한테 주스 캔을 건네면서, 나도 캔커피의 뚜껑을 땄다.

     

     겨울이 다가온 탓인지, 오늘은 조금 쌀쌀하다. 커피를 단번에 들이켜서 온기를 되찾는다.

     

     현재 있는 장소는 교내의 매점 근처.

     졸업식 후의 HR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면서, 엘리제와 둘이서 마실 것을 사러 왔다.

     

     "그러고 보니, 이후의 예정은 뭐래요?"
     

     "글쎄요? 그건 나인과 코즈미에 따라서겠지."

     

     엘리제가 내 말을 가만히 들으면서, 탄산음료를 비워나간다.

     이제는 익숙하지만, 마스크를 벗고 있는 도중에는 대화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코즈미의 교실까지 돌아간, 이미 HR은 끝난 모양이었다.

     

     반 주위는 시끌벅적하고, 보호자도 섞여 마지막 담소를 나누고 있다.

     

     "어라?"

     

     그때.

     내 존재를 눈치챈 자그마한 소녀가, 고개를 돌려 갈색 머리를 휘날린다.

     그대로 인파를 헤치고 다가와서는, 인사 대신으로 작게 손을 흔들었다.

     

     "사토 소스케네? 너도 왔구나."

     "너 미키잖아."

     "미츠키야."

     미츠키라고 합디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뭐, 그럭저럭. 요즘 죽을뻔했지만. "

     "후후, 뭐야 그게. 여전히 이상해."

     미키는 그렇게 말하더니 쾌활하게 웃었다.

     

     그녀는 처음에 비해 많이 태도다 유연해진 느낌이 든다. 아니, 이게 그녀 본래의 느낌이겠지. 그때는 의심했었다고 티아도 말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미키는 졸업 후의 진로는 정해놓은 거 있어?"

     

     흥미 삼아 질문하자, 미키는 흔쾌히 대답해줬다.

     

     "본부 쪽에서 스카우트해서, 그에 따를 생각이야."

     본부라고 하면 프랑스 부근인가. 요마의 핫 스팟이라고 일컬어지는 위험한 장소다.

     

     "힘들겠구만."

     "저곳은 벌이가 좋아. 그리고 료우야도 있고."

     과연, 후자가 목적인가.

     

     "그러고 보니, 시시도는?"

     "방금 모르는 여자한테 건물 뒤로 불려 나갔어."

     

     아아....고백 이벤트 중인가.

     미키의 표정이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이 신경 쓰인다.

     

     그런 식으로 미키와 잠시 잡담하고 있자, 문득 시야 구석에 있던 은발의 남자ㅡㅡㅡ타카츠키 코지와 눈이 맞았다.

     

     "선생님, 오셨습니까."

     

     "그래."

     아피아와 재회한 날 이래이니, 1주일 만인가. 돌이켜보면 정말 빽빽한 1주일이었다.

     

     "선생님 덕분에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당혹해하면서도, 내민 악수에 응한다. 그 손에는 확실한 열의가 담겨 있었다.

     

     난 딱히 아무것도 안 한 느낌이지만.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벌써 3번은 죽었으니까요. 지금 여기 있는 것은 전부 선생님의 힘 덕분입니다."

     

     그런 해석도 말이 되기는 하지만.

     

     참고로, 타카츠키도 해외로 간다고 한다. 먼저 레벨이 높은 장소에서 제대로 경험을 쌓아서 가계를 이을 정도로 성장하는 일이 당면과제라고 한다.

     

     일단 축하의 뜻으로 "열심히 해라." 라고 한 마디 해주자, 매우 기뻐하였다. 이 녀석이라면 해외에서도 잘해나가겠지.

     

     "그러고 보니, 티아의 모습이 안 보이는데."

     "티아라면 저곳이야."

     

     내 물음에 미키가 손으로 가리켰다. 그걸 따라서 바라보니, 외국인 단체의 중심에 티아가 있었다.

     있다고 해야 할까, 짓눌리고 있었다.

     

     부모님이라고 생각되는 남녀, 그리고 샤리아 씨와 프레데리카, 그리고 메이드 같은 사람들이 다수.

     괴혼 같은 것이 되어가고 있다.

     

     "사토 씨, 사토 씨."

     갑자기 누군가가 완만한 힘으로 소매를 끌어당긴다.

     시선을 돌리니, 엘리제가 곤란하다는 얼굴로 서 있었다.

     

     "슬슬 코즈미 언니를 만나러 가볼래요?"

     "....아, 그랬었지."

     그러고 보니, 나인 일행도 교실 안에 있을 터. 기다리게 하면 미안하니 바로 가자.

     

     "둘 다 미안. 가자."

     "그래, 그럼 안녕."

     "기회가 되면 또 뵙겠습니다."

     "어."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서, 두 사람에게 등을 돌렸다. 연락처를 교환한 타카츠키는 몰라도, 미키하고는 이제 못 만날지도 모른다.

     

     그 일을 약간 쓸쓸하게 느끼면서 교실로 들어서자, 나인을 비롯한 네코구미 3명이 모르는 성인 여성과 대화하고 있었다.

     

     "오, 소스케 군."

     

     날 눈치챈 나인이 손을 들었다. 그녀를 따라, 지금까지 나인과 대화하던 여성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당신이 사토 소스케였네요."

     "...예, 그렇습니다만."

     갑작스런 물음에 당황하면서 대답하자, 여성은 "흐음." 하며 혼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자세히 관찰하였다.

     

     정말 누구...아니.

     조금 봤던 기억이 있다.

     그래, 분명 코즈미의 생일 때 보았던 얼굴이다.

     

     "처음 뵙겠어요, 사토 군.

     저는 시키가미 코요미.

     코즈미의 어머니랍니다."

     이번에는 마미인가.

     겐사이 씨도 그렇고, 마치 시키가미 일족의 바겐세일 같잖아.

     

     "어, 뭐야, 처음이었어?"

     나인의 물음에, 나와 코요미 아줌마는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나인도, 이 분과 아는 사이였어?"

     "응.  코요밍은 말이야..."

     "나인은 학생 시절의 후배랍니다."

     후배... 연상...

     과연, 그렇게 왔는가.

     

     "그럼, 나인의 실제 나이를 알고 계세요?"

     "네. 나인은 올해로 분명ㅡㅡㅡ"

     "어이 죽인다 할멈."

     무서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인은 코요미 아줌마를 향해 얼굴을 들이댔다.

     너, 어디에서 나온 거냐 그 목소리.

     

     "...뭐, 농담은 이 정도로 해둘까요."

     하지만 확실히 나잇값을 하는지, 코요미 아줌마는 광견 모드가 된 나인을 받아넘기면서 다시 냉정한 눈동자로 날 바라보았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예전부터 당신 이야기만은 듣고 있었어요. 코즈미와 여러 가지로 친해졌다고 하던데요."

     "예..."

     그 목소리에 반응하여, 무심코 몸을 경직시키고 말았다.

     

     "......옛날보다 키가 많이 자랐네요."

     아줌마도 날 조금은 기억하는 모양이다.

     

     "당신도 그 아이도, 사회적으로는 이미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요.

     그건 알고 있나요?"

     

     "예, 뭐 물론이죠."

     "관계 자체는 뭐라 말할 생각은 없지만, 절도는 지키도록 하세요."

     코요미 아줌마는 고압적으로, 그러면서도 타이르는 듯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제가 할 말은 이상이에요."

     "............."

     

     이것은, 일종의 경고로 해석해도 좋을까.

     

     "그건 그렇고, 코즈미... 아니, 코즈미 양은?"

     

     문득 정신 차려보니, 조금 전부터 중요한 코즈미의 모습이 안 보인다.

     둘러보아도 교실에는 없는 모양이다.

     

     "코즈미라면 학교를 마지막으로 둘러본다면서 정원 쪽으로 향했어요."

     

     ...의외로 싸돌아다니는구나 그 녀석.

     

     "맞다. 사토 군."

     "뭔데요?"

     

     "마침 좋은 기회이니, 마중하러 나가보라구. 그걸 위해 온 거 아니겠어?"

     뭐, 그건 그런가.

     

     "예, 그럼 잠깐 찾으러 가겠습니다.

     엘리제도 같이 가자고."

     "그건 어려운 주문이라구."

     잘 모르겠지만 엘리제는 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나 혼자서 가기로 했다.

     

     

     ◇

     

     

     교내에서 나와 몇 분 정도 걸어서 안뜰에 도착하자, 의외로 코즈미는 쉽게 발견되었다.

     

     그녀는 건물의 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굴은 너무나 어두웠다.

     

     "코즈미."

     말을 걸자, 코즈미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놀라기를 반복했다.

     

     "...소 군? 어떻게 여기에?"

     

     "아니, 여기 있다고 아줌마한테서 들어서 말이야."

     

     코즈미는 "....그런가요." 라고만 대답하고서, 다시 벽을 돌아보았다. 억지로 데려가기도 뭣해서, 옆에 나란히 서주었다.

     

     가을바람이 정원에 불고 있다. 옆에 서 있는 코즈미는, 왠지 우울한 모습이다.

     

     이대로 영원히 시간이 지나가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일단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뭐 하고 있었어?"

     

     시선은 향하지 않았지만, 코즈미의 대답은 곧장 돌아왔다.

     

     "...이 학교에 들어오고 얼마 안 되어, 이 부근에서 길을 헤맸던 적이 있었어요."

     나는 조용히 경청하기로 했다.

     

     "...그때, 제게 말을 걸어준 분이 츠치무라 선생님이었어요."

     코즈미의 말에 따르면, 정원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을 창가로 바라본 츠치무라 여사가 일부러 바깥까지 나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한다.

     

     얼마 안 지나 츠치무라 여사는 코즈미의 담임선생이 되었고, 수업만이 아니라 사생활의 문제에서도 친절히 대해주는 등, 학생을 제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상냥한 교사였던 것이다, 그 사람은.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는 걸까.

     왜 그런 짓에 발을 들여놓았는지.

     

     "...가능하다면, 한 명도 빠짐없이 졸업하고 싶었어요.'

     

     학생으로 지낸 시간이 짧았던 나로서도, 그 마음은 이해가 갔다.

     

     학생이 빠지는 일은 가끔 있지만, 은사의 송별을 받지 못하는 졸업식이란, 희귀하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아뇨, 이제 갈게요."

     그렇게 말하며, 코즈미는 벽에서 몸을 돌렸다. 방향을 바꾼 걸음걸이에서는, 왠지 속내를 털어낸 듯한 씩씩함이 엿보였다.

     

     이런 때의 코즈미는 위험해 보여도 의외로 똑 부러졌다. 아마 괜찮겠지.

     

     그건 그렇고, 하나 잊었던 일이 있었다. 그걸 떠올리자마자, 나는 주머니에서 가느다란 꾸러미를 꺼내서 코즈미의 등에다 말을 걸었다.

     

     "코즈미."

     "네?"

     "여기 네 졸업 축하선물."

     "...네?"

     코즈미의 손을 잡고, 꾸러미를 조용히 얹어놓는다.

     

     꽤 의외였는지, 코즈미는 눈을 휘둥그레 만드려 눈을 깜빡이더니 잠시 얼어붙은 듯 움직임을 멈췄다.

     

     "....어, 뭐야 그 반응."

     "...소 군한테서 이런 걸 받는 건, 정말 오랜만이구나 해서..."

     

     오랜만...?

     과거에 뭔가 선물....했었다.

     생일 때의 그건가.

     기억해줬는가.

     

     "먼저 말하지만, 그리 대단한 것은..."

     "열어봐도 되나요."

     "어. 괜찮아."

     내가 승낙하자, 코즈미는 받아 든 꾸러미의 봉인을 재빨리 뜯어냈다.

     

     그대로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상자를 열고, 코즈미는 안에 있는 것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그것을 잘 보이게 들고는, "와아..." 라며 감탄의 목소리를 자아냈다. 인상은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여성용 손목시계지만. 방수 등의 내구성 관련으로는 신경 썼지만, 센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기뻐요..."

     코즈미가 그렇게 중얼거린 것을 확인하고서,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말 기뻐요."

     코즈미는 손에 든 시계를 재주껏 손목에 차더니, 그대로 손목을 보여주려는지 내밀었다.

     

     "저, 저기..."

     어울리는지 아닌지.

     아마 그걸 묻는 모양이다.

     

     "어울리니까 안심해."

     

     "저, 정말이요...?"

     "정말이라니까."

     

     "그렇구나...후후후..."

     내 한 마디가 정말 기뻤던 것일까.

     코즈미는 시계에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멍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손바닥으로 쓸어 올렸다.

     

     솔직히, 예상 이상의 반응이다.

     이렇게까지 기뻐해 주면 나도 기쁘다.

     

     "후후...후후후..."

     

     ....하지만, 이렇게까지 흥분한 코즈미도 드물다. 그렇게나 기뻤던 걸까.

     

     "그럼, 슬슬 돌아갈까."

     "응."

     코즈미는 쾌활하게 대답하며 기세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코즈미가 반말을 쓰는 것은, 웬만해서는 볼 수 없다. 기분이 매우 좋다는 증거다.

     지금이라면 조금 무리해도 흔쾌히 응해주겠지.

     

     "좋아~ 코즈미! 저 커다란 나무까지 나랑 경쟁이다!"

     "좋아, 소 군!"

     이런 식으로 우쭐댄 결과, 그다음 코즈미가 매우 대단한 기세로 넘어졌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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