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만화연재개시 기념SS 다시 시작하는 악역영식은, 어린 여동생(여신)을 익애합니다(?)
    2022년 07월 24일 11시 12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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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470gm/103/

     

     

     

     그날은 드물게도 필이 풀이 죽어있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다.

     저택에 온 당초에는 표정이 딱딱했던 필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밝아졌다.

     

     낯을 가리는 건 여전하지만, 내 앞에서는 미소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오늘은 방에서 울적해하고 있다. 아직 대낮인데도.

     

     침대 위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필이 걱정되었다.

     

     "왜 그러니, 필? 무슨 일 있었어?"

     

     "누나.....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정말로? 누가 괴롭힌다던가......"

     필은 미소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저택에서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없어. 모두 정말 친절하니까."

     

     "그것도...... 그러겠네."

     "앨리스 씨도 공작님도 모두가 내게 잘 대해주는걸. 물론 누나도."

     

     "음, 그럼, 몸 상태가 안 좋다던가? 어딘가 아픈 곳이 있으면 바로 내게 상담하러 오면ㅡㅡ"

     

     필은 서둘러 "걱정을 끼치게 해서 미안해." 라고 말했다.

     

     "모, 몸상태가 나쁜 것도 아냐. 저기...... 잠깐 책을 읽었더니 침울해져서."

     "책?"

     

     필은 주저하면서도 입을 열었다.

     

     "저기...... 방금 읽은 것은 소설이었는데..... 귀족 남매가 주인공인 소설인데...... 여동생인 악인인 오빠를 죽여버리게 돼."

     "뭐?"

     

     "그래서 그 오빠는 죽은 다음,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한번 인생을 시작하는데......"

     

     마, 마치 나 같다. 성별이 역전되어 있지만, 그래도 똑같다.

     다음 내용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내가 물어보자, 필은 정말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오빠는 여동생을 소중히 하며 행복하게 지냈어. 두 사람은 정말 사이좋게 지냈지. 하지만 어느 날, 오빠는 악한한테서 여동생을 지키려다가 부상 입고 죽어버렸어. 마지막 순간에, 오빠는 [이후로도, 계속 널 지키고 싶었다]라고 말해서......"

     그 오빠는 죽어버려서, 이제 여동생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슬픈 이야기구나 싶다.

     아무래도 필은 비극적인 결말의 소설을 읽고 어두운 기분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거기다 우리랑 같은 남매의 이야기였으니 더욱 몰입했을 거라 생각한다.

     

     난 미소지으면서 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필은 놀란 것처럼 날 올려다보았다.

     

     "괜찮아. 필은 날 주이지 않고, 나도 필을 지키다 죽지 않아. 난 이야기 속 오빠랑은 달라."

     "정말?"

     

     "필이 원하는 한, 계속 필을 지켜줄게."

     

     내가 부드럽게 말하자, 필은 얼굴을 확 빛냈다.

     

     "믿어도...... 돼?"

     "당연하지! 내가 필과의 약속을 깨트린 적이 있었어?"

     

     "한번도 없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필은 고개를 끄덕여다.

     

     소설 속 비극을 현실로 만들지는 않겠어.

     

     나는 필의 손을 잡았다. 그는 조금 부끄러워했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필의 자그마한 손을 잡자, 정말 따스하다.

     

     이 온기를, 내가 지켜나가자. 내 힘이 닿는 한, 필이 원하는 한,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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