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장 5 자매2022년 07월 24일 09시 58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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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시아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불안으로 가득했다.
수색은 하고 있지만, 난 아무것도 못한다.
……나는 무력하다.
지금, 나는 발렌시아의 시계탑 꼭대기에 있다.
커다란 금색 종이 지붕에 있고, 난간 너머에는 발렌시아의 마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전망 좋은 장소다.
고민하던 날 걱정한 필이 데려온 것이다. 물론, 시아가 행방되었다는 이유로 호위도 함께 왔지만, 그들은 시계탑의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
필이 걱정스럽게 날 올려다본다.
"누나...... 너무 자책하지 마."
"응…… 하지만 혹시 시아가 내 탓에 가출하지 않았을까 걱정되어서......"
"그런 일은 절대 아닐 거라 생각해."
필은 강하게 말했다. 깜짝 놀란 나는 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필은 부끄러운 듯 눈을 내리깔며 작게 말한다.
"왜냐면, 시아 누나는 그렇게나 클레어 누나와 외출하기를 고대하고 있었으니까."
"고마워, 필."
난 미소지으며 생각했다.
가출이 아니라고 하면, 더욱 나쁜 가능성. 범죄에 휘말렸다는 상상을 하고 만다.
어쨌든, 무사했으면 좋겠는데……
그때, 갑자기 하늘에 어두운 구름이 드리웠다.
화창한 여름 하늘은 사라지고, 어두침침한 무거운 공기가 주변을 에워싼다.
곧장, 세찬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소나기네."
"응."
마치 나의 어두운 마음을 반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쨌든 빨리 건물 안으로 돌아가야 해.
필이 여름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니까.
그렇게 나는 건물로 돌아가려고 하다가, 무심코 눈을 의심했다.
눈앞에 시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아는 평소대로의 순백의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사태가 왠지 이상해서.....
"시아! 어딜 갔다온 거니!?"
난 무심코 시아에게 달려갔다.
시아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사라지고 말아서 죄송해요."
"어쨌든, 시아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뭐?"
시아는 진홍색 눈동자를 요사하게 빛내며 날 바라보았다.
"사실, 클레어 님은 저 따윈 어찌 되어도 상관없지 않나요?"
"그렇지......않아!"
난 강하게 부정했지만, 시아는 작게 웃었다.
"클레어 님은 거짓말쟁이."
"거짓말이 아냐. 시아는...... 내 여동생이고, 친구고, 동료인걸."
시아의 눈이 약간 흔들린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제가 있으면, 클레어 님을 불행하게 만들어버려요."
"어째서?"
"밤의 마녀와 새벽의 성녀는 상반되는 존재니까요. 서로가 서로를 다치게 할 운명이니까요."
새벽의 성녀라는 말에, 난 놀랐다. 이번 인생에서의 시아는 아직 성녀로 선택되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을 기회도 없었을 터.
시아는 쓸쓸히 미소 지었다.
"거짓말쟁이는 저였어요. 저는..... 이것이 시아로서의 두 번째 인생이에요."
"무, 무슨 뜻이야?"
"지난 인생에서도, 저는 클레어 님과 만났거든요. 학교의 동급생으로서, 단순한 평민으로서. 그런 제게 클레어 님은 정말 잘 대해 주시고 지낼 곳을 마련해주셔서...... 기뻤어요."
"시아...... 설마......"
지난번의 기억이 있는 것은 나만이라고 계속 생각했었다.
아니었구나.
몰랐었어.
시아도 다시 시작했었다니.
"제 탓에, 클레어 님은 불행해지고 말았어요. 그래서......12살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때, 이번에는 클레어 님을 행복하게 해 드리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클레어 님을 구하려고 결심했어요! 하지만......"
시아는 필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슴에 손을 댔다.
"클레어 님한테는 필 님이 있어서 제가 없어도 행복해 보였고...... 오히려 제가 있음으로 인해서 지난번 인새처럼 클레어 님을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 일은......"
없다, 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시아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전 여기서 죽을 거예요. 그럼 클레어 님이 이제 불행해질 일도 없으니까요. 그 대신 저는 영원히 클레어 님을 구한 존재로서 기억에 남아있게 되는 거죠."
나는 절규했다.
그래.
확실히 시아가 사라진다면, 새벽의 성녀라는 위협은 사라진다. 필과 다른 모두를, 나의 발 디딜 곳을 빼앗길 걱정도 사라진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야."
그렇게 말한 자는, 필이었다.
나와 시아가 노라서는 필을 바라본다.
필의 검은 눈동자는......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 필을, 난 처음으로 보았다.
"시아 누나는...... 제멋대로야. 누나가 죽었는데 클레어 누나가 걱정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필 님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시아가 당황한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필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난 잘 몰라. 하지만 시아 누나가 죽는 편이 좋다니, 그런 생각...... 클레어 누나가 할 리가 없어! 여동생이 죽어서 슬퍼하지 않을 언니는 없다고!"
필은 필사적인 기색으로 호소했다.
난 그제야 깨달았다.
맞아. 확실히 시아가 사라진다면, 나는 파멸을 회피할 수 있을지도 몰라.
이제 시아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지도 몰라.
하지만...... 시아가 사라진다면, 나는 분명 후회해.
시아는 위협적인 존재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 이전에 소중한 친구이며, 동료이며, 그리고 여동생이야.
시아는 뒤로 물러났다.
"저는...... 이미 정했어요! 여기서 제가 퇴장해야 한다는, 그러니......"
시아는 시계탑에서 뛰어내리려고 했고......
다음 순간, 나는 시아를 부둥켜안았다.
위기일발, 늦지 않았다......!
시아는 눈을 부릅뜨며 날 올려다보았다.
"크, 클레어 님......"
"여기서 죽겠다니, 내가 허락 못해."
"내가 파멸한 것은 시아 탓이 아냐. 내가......어리석고 오만했으니까. 그것뿐."
"그렇지 않아요. 저는...... 클레어 님을 다치게 해서......사과하고 싶어서......"
"사과해야 하는 건 내 쪽인걸. 계속, 계속 말하고 싶었어. 배신해서 미안해. 시아는......내 친구였는데."
시아는 눈을 크게 부릅떴다. 진홍색의 아름다운 보석 같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샘솟는다.
시아는 날 꼭 끌어안으며 되물었다.
"지금도...... 클레어 님은 저를 친구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론이지. 시아는 내 친구. 이번에는 여동생이기도 하지만."
난 시아를 안심시켜주려고 웃어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아가 죽을 정도라면, 나는 파멸해도 좋아. 하지만, 분명 나도 시아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해."
"......믿어도 되나요?"
"난 시아의 언니인걸. 둘이서 다시 시작한 인생의 출구를 찾아보자."
내 말에, 시아의 눈에 깃든 요사한 빛이 옅어졌다.
아마, 이제 괜찮겠지.
시아는 무언가에 세뇌되어 조종당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무언가가 사라졌음을, 나는 느꼈다.
애초에 시계탑 입구에 호위가 있을 텐데, 어떻게 몰래 이곳까지 시아가 왔냐는 문제도 있다.
뭔가...... 우리의 적이 마법을 썼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생각에 잠겨있자, 품속의 시아가 조금 몸을 비튼다.
"저, 저기......클레어 님."
"왜?"
"계속 안겨 있으니, 부끄러워요......"
아아, 그랬었지!
시아가 뛰어내리려고 해서, 무심코 끌어안고 말았던 것이다.
시아의 몸이 따스해서 정말 기분 좋다.
나는 얼굴을 붉히는 시아한테 미소 지었다.
"맞다, 시아. 시아는 내 여동생이니 [클레어 님] 이라는 호칭은 그만두지 않을래?"
"네? 하, 하지만...... 그럼 어떻게 불러야......?"
"필 처럼 [클레어 언니] 라고 불렀으면 해."
"......그, 그런! 제가 어떻게......"
"그렇게 불러주지 않으면 계속 끌어안은 채로 있을 거야."
시아는 아연실색한 표정을 짓더니, 그 후에 부끄러운 듯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작은 입술을 움직였다.
"......크, 클레어 언니?"
"그래! 그거면 됐어."
나도 시아도 다시 시작한다.
지난번 인생의 기억을 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거니까, 분명 지금까지의 관계에 더해 새로운 관계도 만들 수 있을 터.
"시아, 언니의 역할은, 응석받아주거나 봉사받는 일이 아닐까 싶어. 동생을 지키는 게 나의 역할이니까."
"그건......클레어 님이......아니, 클레어 누나가 저를 지켜준다는 뜻인가요?"
"그 말대로야!"
난 그 말과 함께 시아를 놓아주었다. 그녀는 이제야 부드럽게 미소 지어주었다.
"그건......정말 기쁜 일이에요!"
돌아보니, 필이 있는 힘껏 볼을 부풀리고 있다.
질투하고 있을지도 몰라. 귀여워.
난 필에게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필은 깜짝 놀라 날 올려다본다.
필이 시아한테 죽으면 안 된다고 외치지 않았다면, 난 잘못된 길을 가버렸을지도 모른다.
"필 덕분에, 난 길을 잘못 들어서지 않았어. 고마워."
"아니. 그건 누나가 결정한 일이잖아. ......저기, [다시 시작한다] 라니 무슨 말인지 가르쳐줬으면 해."
그래.
나는 필에게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설명해야만 한다.
지난번 인생에서, 나는 필에게 처형당했다. 그 점을 어디까지 설명할지, 무엇을 필에게 전달할지 생각해야만 한다.
그리고 시아를 조종하던 적이 누구인지도 알아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은 남매가 모여서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기쁨을 음미하고 싶다.
이번 인생은 지난번 인생과는 달라.
나도 필도 시아도 함께야.
이제부터, 필과 시아를 더욱 소중히 해야지.
내가 미소 짓자, 필도 시아도 천사 같은 미소를 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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