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5장 2 약삭빠른 시아
    2022년 07월 23일 13시 02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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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470gm/96/

     

     

     

     남매 대결이라며 어이없어하는 반면, 나는 조금 기대되기도 했다.

     왜냐면, 필과 시아가 전력으로 날 모신다고 하니까.

     

     하지만......

     소파에 걸터앉은 내게, 먼저 시아가 허브티를 내왔다. 필이 뭔가 말하기 전에 재빨리 제안한 것이다.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시아가 우려 온 것은 라벤더 향기가 짙은 허브티였는데, 이건 정말 맛있었지만.

     

     눈앞의 필과 시아가 날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난 진정되지 않는다고 느끼면서, 찻잔의 차를 쭈욱 들이켰다.

     그리고 내가 컵을 접시에 놓자, 필과 시아가 몸을 기울인다.

     

     "누나, 또, 마실래? 이번에는 내가 홍차를......"

     "아뇨, 또 마시겠다면 제가 준비할게요! 허브티만이 아니라 맛난 홍차도......있으니까요!"

     

     이것도 전부 앨리스 탓이다..... 앨리스를 바라보니, 정말 웃기다는 표정이다. 뭐, 앨리스가 즐겁다면 상관없나.

     어쨌든 나는 이 상황에서 도망치기로 했다.

     

     "저, 저기, 이번에는 내가 둘한테 차를 대접해줄게!"

     

     그렇게 말한 나는 서둘러 일어서려고 했다.

     그때, 나는 바닥의 양탄자에 발이 걸렸다.

     

     .....이대로 가면, 넘어져버려!

     바닥과 충돌하지 않고 끝난 것은, 시아 덕분이었다.

     

     시아가 날 끌어안아 준 것이다.

     

     "괜찮으세요, 클레어 님?"

     

     시아가 걱정스레 날 바라보고 있다.

     

     "고마워, 시아."

     "아뇨....."

     

     시아는 조심스레 나를 원래의 자세로 되돌아가도록 부축해줬다.

     그리고 시아는 기쁘게 미소 지었다.

     

     "지금 거...... 클레어 님한테는 어땠나요? 여동생 느낌이 났죠!?"

     

     "그건 심사원 사람들한테 물어보는 게 좋지 않겠니?"

     

     "하지만, 저는 클레어 님이 기뻐해줬으면 하니까요."

     그렇게 말한 시아는 얼굴을 붉히며 날 올려다보았다.

     이, 이건...... 약삭빨라!

     

     아니, 시아는 진심으로 말한 거라 생각하지만, 심사원들의 평가는 높을지도 몰라.

     시아가 추격타를 날린다.

     

     "저기...... 클레어 님. 역시 제가 차를 내올게요. 클레어 님이 화상이라도 입으면, 전 걱정돼서......"

     "난 그렇게 덜렁대지 않을......텐데."

     방금 전에 넘어질 뻔했기 때문에 전혀 설득력이 없음을 깨달았다.

     시아는 싱긋 미소 짓더니 내게 속삭인다.

     

     "오늘은 제가 클레어 님한테 봉사하는 날이니, 순순히 제 차를 드셔주세요."

     

     "으, 응......"

     

     난 고개를 끄덕였다. 흐름상 시아가 차를 내온다는 제안을 승낙하고 말았다.

     그러자 필이 볼을 부풀렸다.

     

     조금 지나자, 시아는 새롭게 우려낸 홍차를 찻잔에 따랐다. 필과 앨리스, 그리고 심사원들의 몫도 잊지 않았다.

     거기다, 곁들일 과자까지 준비해왔다.

     흰 접시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은....... 흰 가루 설탕이 뒤덮인 케이크였다.

     

     다만 특징적인 것은, 이 케이크의 표면에 가루설탕이 덮이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십자가 형태로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델타 데 산티아고라는 이름의 아몬드 케이크예요. 밀가루를 거의 쓰지 않고 아몬드가루로 구워낸 것인데, 별난 맛이 나요."

     시아가 그렇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시아는 모두에게 나눠준 후, 그다음 자기 것에서 포크로 조금 잘라내더니 내 입으로 옮겼다.

     

     "......뭐하는 거니, 시아?"

     

     "저기...... 앙~ 해주려고 생각해서요."

     "뭐?"

     

     나는 깜짝 놀라 얼어붙었다. 시아는 부끄러워하며 나를 진홍색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안 되.....나요?"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럼..... 괜찮지요?"

     

     나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시아가 내민 케이크를 먹었다. 감탄의 목소리를 낸 사람은, 아마 앨리스라고 생각한다.

     

     ......소박하고 부드러운 맛이야. 하지만.....정말.....맛있어.

     

     시아는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걸 알아챈 모양인지, 미소를 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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