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4장 10 바실리오 엘 아스투리아스
    2022년 07월 23일 09시 39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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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소란스럽다고 해서 와봤더니, 아무래도 빈손의 상대한테 폭력을 휘두르려는 학생이 있는 모양이라서."

     바실리오 선생이 담담히 말했다.

     카르멜로는 놀란 기색이었지만, 이윽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 했더니...... 낡은 것에만 흥미 있다는 무능 선생님이군요."

     "그래, 그말대로지."

     카르멜로의 도발에 응하지 않고, 바실리오 선생은 검을 고쳐 들었다. 한편 카르멜로는 다시 선생님에게 검을 똑바로 향했다.

     배후에 사그레스 왕자가 있는 이상, 왕족인 바실리오 선생도 두렵지 않다는 걸까.

     

     "서, 선생님. 무리는 하지 말아 주세요."

     내가 말을 걸자, 바실리오 선생은 앞을 바라보는 채로 대답했다.

     

     "괜찮다. 무리하는 거야말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이니."

     

     그 말에는 약간의 흥미로움이 배어있었다.

     

     "봐주지...... 않을 겁니다!"

     

     카르멜로가 날카로운 참격을 자아내며 뛰어들었다.

     ...... 승부는 순식간이었다.

     

     "......어?"

     

     나도 필도 숨을 삼켰다.

     카르멜로는...... 어안이 벙벙한 채 서 있었다. 손에는 이미 검이 없다.

     아무래도 바실리오 선생의 목검이 카르멜로의 검을 쳐서 떨어트린 모양이다. 눈으로 좇을 수 없는 속도란 이런 것을 말하나 싶다.

     

     "아직도 계속할 텐가?"

     

     바실리오 선생은 주위를 얼려버릴 듯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전까지의 온화했던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카르멜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바닥에서 검을 주워서는 다시 공격했다.

     하지만 두 번째의 승부도 순식간에 결판났다.

     

     바실리오 선생은 가볍게 카르멜로의 검을 피하더니, 카르멜로의 몸통을 쳤다.

     카르멜로는 고통으로 신음하면서 검을 떨어트렸다.

     

     증오가 깃든 눈으로 바실리오 선생을 올려다본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무능한 교사지."

     

     "그럴 리가 없어! 단순한 교사나 왕족이 이렇게나 셀리가 없어. 그리고 그 검술은......"

     "그래. 국가용병단의 검이다. 난 예전에 국가용병단의 소령이었다. 그랬을뿐이지."

     난 매우 놀랐다. 국가용병단이라면, 카롤리스타 왕국군 최강의 부대다.

     국왕 직속으로 여러 더러운 일을 하고, 격전지에 투입된다. 왕국의 재정을 위해 외국 전쟁에도 참가해서 돈을 벌기도 한다.

     

     바실리오 선생은 갑자기 싱긋 미소 짓더니, 온화한 분위기로 돌아왔다.

     

     "그럼, 카르멜로 군. 지금의 나는 군인이 아닌 교사다. 그러니 이번 일에 대해 내일 아침 호출해야겠다만."

     

     카르멜로는 이제 저항할 생각을 잃었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하나. 자네는 클레어 양과 필 군에게 말할 일이 있을 텐데?"

     "......죄송했습니다!"

     

     카르멜로는 겁먹은 기색으로 그리 말하고는, 복도에서 도망치듯이 떠나갔다.

     바실리오 선생이 매우 두려웠던 모양이다.

     

     바실리오 선생은 한숨을 쉬고는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뺨을 긁는다.

     

     "큰일 날 뻔했구나. 그리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아뇨...... 대단했어요. 선생님이 그렇게나 검술에 뛰어날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내 것은 검술이라 할 수도 없지. 지금 것은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되는 살인기술이란다."

     

     필이 내 옷소매를 잡아당긴다.

     

     "저기, 클레어 누나......"

     "왜?"

     

     "누나는 검의 연습 상대를 찾고 있었지?"

     

     필은 얼굴을 붉히면서, 나와 바실리오 선생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바실리오 선생님께서 검을 가르쳐주시면 좋을 것 같아."

     

     확실히...... 그게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실리오 선생은 눈을 부릅떴다.

     

     "이야~ 뭐, 국가용병단의 검술은 문외불출인 것도 아니라서 가르치는 데는 문제없기는 해. 다만......."

     

     "다만?"

     

     "나는 가르치는 일이 잼병이라서."

     

     "일단은, 교사잖아요......"

     

     바실리오 선생은 하하하 하고 웃었다.

     나는 바실리오 선생한테 뭔가 보답을 해주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공작령에서 선생의 연구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찾는다던가......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선생은 웃으며 거절했다.

     

     "마음만 받아두마. 리얼리스 공작가가 연구에 협력해준다면 기쁘겠지. 하지만 네가 말한 대로, 나는 교사다. 학생을 가르치고 보답을 받을 수는 없는 일. 봉급만으로도 충분해."

     "하지만......"

     

     "그리고 클레어 양은...... 아무래도 앞으로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으니까."

     "고맙습니다. 바실리오 선생님. 이후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그래, 이쪽이야말로."

     난 필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필은 바실리오 선생에게 다가갔다.

     

     "저기......"

     

     "음?"

     

     바실리오 선생은 몸을 웅크리며 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필은, 내게 안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선생한테 귓속말을 했다.

     

     바실리오 선생은 필의 말을 다 듣더니 싱긋 웃었다.

     

     "괜찮아. 난 네 소중한 누나는 빼앗거나 하지 않을 테니."

     필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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