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4장 8 어떤 교사의 비밀
    2022년 07월 22일 13시 53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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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470gm/88/

     

     

     

     "어서 오너라, 클레어 로스 리얼리스 양. 그리고 동생인 필 군."

     눈앞의 교사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온화하고 낮은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바실리오 선생이다.

     금발청안의 미남이지만, 전체적으로 후즐근한 옷 때문에 빛이 바랜다.

     

     20대 후반에 교사가 되어 지금은 29세가 되었을 텐데, 그보다 더욱 연상으로 보인다.

     

     "졸리세요?"

     

     하고 내가 묻자, 바실리오 선생은 "그래." 라며 수긍했다. 아직 저녁 무렵인데.....

     

     방에 날아다니는 먼지를, 창문으로 들어오는 노을빛이 비춘다.

     

     이곳은 서쪽 교사의 3층 구석에 있는, 고대학 강좌의 준비실이다. 사실상 바실리오 선생의 연구실이다.

     

     사람을 꺼려하는 바실리오 선생은, 교무실에 그다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곳에, 나는 필과 둘이서 찾아왔다.

     

     "이런 곳에 학생이 오다니 별일이네."

     

     바실리오 선생이 약간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뭐 확실히, 바실리오 선생은 인기가 없다.

     

     필은 심심한지 나와 바실리오 선생을 번갈아보았다.

     그리고 선반 안쪽의 물건을 보더니 얼굴을 빛냈다.

     그곳에는 바실리오 선생의 수집품인 골동품이 나열되어 있다.

     

     필이 바실리오 선생을 바라보자, 선생은 싱긋 웃으면서 "자유롭게 봐도 좋아." 라고 말해줬다.

     그러자 필은 기쁘게 고개를 뜨거이고는 선반을 보러 다녔다.

     

     귀중한 것이 놓여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로선 그 가치를 모르겠다.

     돌의 신상 같은 것은, 유적의 출토품이라는 걸 알겠다.

     하지만 내가 웅크린 곳에 보였던 것은, 단순한 나무막대 같은 것이었다.

     확실히 가공되어서 끝부분이 구부러져 있지만...... 이건 뭘까?

     

     "음, 등이 가려울 때 쓰는 거?"

     

     내 말에 필이 피식 웃었다.

     

     "누나, 그건 옛날 사람들의 도끼야."

     

     "도끼? 하지만 나무인데......"

     

     "그 끝에 돌을 매달아 고정시키고 나무를 치는 거야."

     

     그렇게 하면 나무가 베인다고 한다. 도끼의 손잡이 부분만 발견되어서 이렇게 수집품이 되어있는 일은 많다고 한다.

     라고 필한테 듣고는, 오~ 하고 감탄했다.

     

     "잘 아네?"

     

     바실리오 선생도 필을 칭찬했다. 내가 필을 가르치기는커녕. 필이 나를 가르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모든 유물에는 하얀 라벨 같은 것이 붙어있었다.

     

     "어디에서 찾았는가 하는 정보와 대조해야, 처음으로 유물은 역사를 아는 단서가 되니까."

     

     바실리오 선생이 필에게 설명해줬다. 낯을 가리는 필이지만, 바실리오 선생은 익숙한 모양이었다. 필은 선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책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중 하나에 시선이 꽂힌다.

     돌과 철이 뒤섞인 듯한...... 판자였다.

     붉은 선이 내달리는 것은, 무언가의 안료로 그린 걸까.

     

     이게 뭐지?

     필한테 물어봤지만, 필도 잘 모르는지 고개를 기울였다.

     

     "나도...... 몰라."

     그러자 바실리오 선생이 웃으면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모르는 게 당연해. 우리들 학자들도 모르는 거니까."

     "그런가요?"

     

     "일단은 제전용...... 옛 신의 의식에 쓰였다고는 하지만, 고고학의 세계에서 제전용이라는 것은 다시 말해 사용법을 모른다는 뜻이 대부분이라서."

     "흐음~"

     

     "하지만 하나 단서가 있는데...... 이 판자에는 이름이 있지."

     바실리오 선생은 미소 지으면서 뜸을 들였다.

     그리고 말했다.

     

     "이건 어느 지방에 기록된 전승인데...... [밤의 마녀의 눈동자] 라고 불리고 있단다."

     난 크게 눈을 부릅떴다. 필도 얼어붙었다.

     이런 곳에서...... '밤의 마녀' 라는 말을 듣게 되다니.

     

     "바, 밤의 마녀라니...... 그게 뭔가요?"

     

     난 동요를 억누르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척을 하며 물어보았다.

     

     "트라키아 공화국 서부 변경, 솔레이유 지역의 전승되는 존재란다. [밤의 마녀가 사람들의 죄를 짊어지리. 재앙은 원하지만, 다만 하늘에서 내려올지니]"

     

     노래하는 것처럼 바실리오 선생이 말한다.

     내가 되묻기 전에, 약간 부끄러워하며 선생이 볼을 긁는다.

     

     "지금 것이, 솔레이유 지방에 전해지는 오래된 전승이다."

     

     "무슨 의미인가요?"

     

     "일종의 구세주 전설로 분류되고 있지. 밤의 마녀라는 초인적인 존재가 나타나서는 세상 사람들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정화한다. 그리하여 여러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는 이상향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하, 하지만 마녀라면...... 교회의 이단을 말하는 거잖아요. 신에 거역해서 모두를 홀리고 괴롭히는 존재잖아요?"

     

     "지금의 교회로 보면 그렇지. 다만, 훨씬 오래된 시대의 종교...... 신들의 시대에서는, 마녀. 다시 말해 마법을 쓰는 무녀란 신의 대리인이나 여신 그 자체로 숭배되었다는 기록도 있거든. 고대의 신화가 모습을 바꾼 거라고 생각한다면 이상할 부분은 없구나."

     

     "오......"

     

     "마녀는 뛰어난 마법의 사용자에서, 이단이며 사악한 존재로 바뀌었다. 당시의 사람들은 지금과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이질적인 세계가 존재한다."

     

     나와 필은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 전승이 무슨 의미를 지녔는지는, 지금은 아직 모른다.

     다만..... 마녀숭배자인 크로울리 백작은, '밤의 마녀가 이 나라에 구원과 희망을 가져온다' 라고 말했었다. 그것은 단순한 미신이 아닌, 옛 신화가 근거일지도 모른다.

     

     난 조심스레 물어봤다.

     

     "그....... 전승에서, 밤의 마녀는 어떻게 되나요?"

     

     "이런 유형의 설화에서는, 대부분 같은 결말을 맞이하지. 결국 죄를 짊어진 구세주는, 죽어. 모두의 고뇌를 짊어지고 희생되는 거지."

     

     바실리오 선생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이건.

     다시 말해......

     

     내가 파멸하는 것은, 숙명이라는 뜻이 된다. 아니 물론, 이 전승이 날 말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실리오 선생이 말한다.

     

     "그래서, 이 유물. 다시 말해 [밤의 마녀의 눈동자]는, 밤의 마녀를 숭배하는 제전에 쓰이지 않았을까 일컬어지지만, 난 다르게 생각한다."

     바실리오 선생은, 대륙이 통일되었던 시대의 기계의 일부가 아닐까 싶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귀담아듣고 있지 않았다.

     그때, 등줄기에 오한이 달렸다.

     

     또...... 시선을 느낀다. 전에도 느꼈던, 누군가가 날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다.

     하지만 시선의 주인은 찾을 수 없다.

     

     바실리오 선생과 눈이 마주친다. 그 연청색 눈동자에는, 순간 예리한 빛이 깃들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의 반짝임은 곧장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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