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장 21 믿어줬으면 해2022년 07월 21일 11시 31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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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장.
학교의 광장에, 나는 레온과 함께 서 있었다. 필은 나의 약간 뒤에 서 있다.
"슬슬 시작되나 보네, 레온."
"예. ......아가씨, 무운을 빕니다."
"고마워, 레온."
내가 레온의 어깨에 손을 얹자, 레온은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필은 결투 당사자, 나는 대리인, 레온은 시중꾼이다.
그리고 상대 측에는, 먼저 결투를 신청한 콘라드 라 바리엔테가 있다. 갈색과 갈색 눈동자의 평범한 모습이다.
그는 전혀 패기가 없이 멍한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필을 보는 눈에도 전혀 적대감이 없었다.
......? 왜 저러지?
콘라드라는 남학생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보다 문제였던 것은 남은 두 사람이었다.
결투의 대리인은, 키가 큰 1학년 남자였다.
필과 같은 흑발흑안이지만, 분위기는 완전 다르다. 눈매가 날카로워서, 싱긋 웃자 맹렬한 위압감이 느껴진다.
남방의 피가 섞였는지, 이목구비도 외국풍이고 피부도 갈색이다.
12살 치고는 체격도 건장하니...... 이건 강적일지도 몰라.
"저는 카르멜로 라 프랑코입니다. 차기 왕비님과 겨루게 되다니 영광이군요."
"그, 그래요......"
강해보이는 상대다. 경계해야겠어.
하지만 나의 주목을 끈 것은, 마지막의 상대측 시중꾼이었다.
그 남학생은 나도 이름을 알고 있는 2학년이다.
붉은 머리와 금색 눈동자. 정말 돋보이는 외모다.
키도 훤칠하고 멋지다.
다만, 입고 있는 옷은 학교의 교복이 아니다.
흰색을 기조로 한 망토를 걸치고, 맑은 청색의 화려한 옷을 입고 있다.
그는 내게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냈다.
"여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나는 사그레스 엘 아스투리아스. 당신 약혼남의 동생이라고."
하하하 웃은 그는, 바로 제2왕자 사그레스였다.
"어째서..... 사그레스 님이......"
"친구가 곤란하면 도와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어? 사실은 나 자신이 싸울 셈이었지만..... 극구 뜯어말려서 말이지."
이 카르멜로라는 학생도 사그레스 왕자가 준비했음이 틀림없다.
그럼, 무엇을 위해?
난 곧장 이유에 도달했다.
"그래. 이것은 정치다. 우리들이 결투해서 리얼리스 공작가를 두들겨 놓으면, 당신네는 앞으로 무시당하게 되겠지. 무문의 가명에 먹칠을 하게 되는 거다."
"그렇게 하면 알폰소 님의 평가도 떨어진다는 뜻인가요?"
"그래, 맞다."
알폰소 님은 그다지 강력한 후원자가 없다. 그 중에서 리얼리스 공작가는 아폰소 님의 최대의 아군인 셈이다.
"그런 권력투쟁을 학교에 갖고 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학교야말로 결투장이란 말이다. 나도 형님도 이 학교의 학생이니까. 그리고 이곳 학생들은 모두 귀족이고, 유력 귀족의 자제들은 대부분 이 학교에 있지. 장래의 지도자들이 모두 모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필이 친구를 만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콘라드의 부자연스러운 태도도 당연하다. 그 자신에게는 결투를 할 동기가 없었으니까.
"당신하고는 한번 제대로 대화해보고 싶었다. 재밌어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설마 결투에 나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만......"
나와 사그레스 왕자는 궁정에서 한두번 의례적인 인사를 하는 정도의 교류밖에 없다.
그것은 지난번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사그레스 왕자는 내 등뒤를 흘끗 바라보았다.
뒤에는 필이 있을 터.
"......동생이 소중한가 보군."
"네. 필은..... 저의 최고의 동생이니까요."
"부럽군. 나와 형님 사이에서는 있을 수 없는 관계지."
사그레스 왕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중얼거리더니, 이윽고 미소를 다시 지었다.
"그럼, 클레어 로스 리얼리스 양. 내 동료인 카르멜로는 강하다고. 나보다 한 수 위일 정도다."
"사뭇 뛰어닌 실력이겠네요. 사그레스 전하께서 강하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하하하. 그 말대로다. 그리고, 난 강해."
그 말은 거짓이 아니라 생각한다.
사그레스 왕자는, 지난 인생에서 학교 검술대회의 우승자였으니까.
"도망치려면 지금 뿐이라고? 아마, 당신 실력으로는 카르멜로한테 이길 수 없을 테니까."
그래. 분명 쉽게 이길 수는 없어보여.
하지만 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다시 시작한 나의 경험치를 얕보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셀레나 양을 빌미로 결투를 신청했다면, 뭐 어쩔 수 없겠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풋풋한 이유이기도 하고, 제 탓이기도 하니..... 하지만."
실제의 이유는, 사그레스 왕자가 콘라드를 이용해서 필을 모독하려는 것에 있었다.
"필을 위해서, 그리고 알폰소 님과 저 자신을 위해서. 이 승부, 이겨 보이겠어요."
"좋은 배짱이다."
사그레스의 말과 동시에, 카르멜로가 싱긋 웃으며 가느다란 목검을 들었다.
나도 목검을 손에 들었다.
"레온!"
내 말에, 옆의 레온이 뭘 할지 떠오른 표정을 짓는다. 레온은 시중꾼으로서 승부의 시작을 선언해야만 한다.
"저, 정말로 이길 수 있습니까? 상대는 무지막지하게 강해 보인다구요."
"괜찮아."
"하지만......"
"가끔은 주인인 날 믿어줬으면 해."
내가 농담 삼아 말하자, 레온은 입을 뻐끔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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